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19)
회귀해서 건물주-119화(119/740)
119
집으로 돌아온 현성.
“거 참, 신기하네.”
생각할수록 신기했다. 건물주 오명선의 음식 맛은 보통의 수준을 넘는 맛이었다.
처음엔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다. 그런데 갈비를 먹는 순간 자신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알게 됐다.
질기지도 않고 갈비 특유의 맛을 제대로 살린 맛이었다.
갈비뿐만이 아니었다. 잡채도 그렇고, 다른 반찬들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맛을 지니고 있었다.
남자가 혼자 살면 이가 서 말이라고 하던데, 역시나 그 말도 사람마다 다른 듯했다.
음식 맛도 음식 맛이지만, 그보다도 더 현성을 감동시킨 건 따로 있었다.
바로 건물주 오명선의 마음 씀씀이였다.
처음엔 그냥 우연히 찾아온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하루 전부터 준비를 했던 것이다.
그 모든 사실을 알았을 때 그 감동은 이루 말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어느 건물주가 세입자를 위해 그 정성을 들인단 말인가 말이다.
물론 더 두고 봐야겠지만 오늘만큼은 건물주에 대한 생각이 달리 생각되는 하루였다.
똑똑.
현성이 건물주 오명선의 생각에 빠져있을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동생 김지연이었다.
“오빠, 오늘 어디 갔다 왔어?”
“원주, 라면 때문에…….”
“라면? 슈퍼에서 사다 파는 거 아니었어?”
김지연은 당연하다는 듯 물었다.
모르는 입장에서야 얼마든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건 아니지. 원가 차이가 얼만데, 당연히 도매가로 받아서 장사해야지. 그래서 갔다 온 거야.”
“아아, 그렇구나. 하긴 한두 개도 아니고 그렇겠네. 우리 오빠 장사꾼 다 됐네.”
“녀석도……, 그게 궁금해서 들어온 건 아닐 테고 용건이 뭐야?”
현성이 묻자 김지연은 바로 말을 못 하고는 우물쭈물 입만 달싹일 뿐이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뭐야, 김지연. 너답지 않게 왜 이래?”
“그게 좀 부끄러워서.”
“뭔데?”
“저……, 일수 오빠에 대해서 뭐 좀 물어봐도 돼?”
역시 김지연의 관심사는 김일수였다.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지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남자는 남자가 더 잘 안다며?”
“그래서?”
“일수 오빠 말이야, 오빠가 보기엔 어때?”
현성은 김지연을 빤히 바라봤다. 그러자 김지연은 현성의 눈길을 피하며 얼굴빛이 약간 붉어졌다. 그 모습을 바라본 현성은 피식 웃고 말았다.
“야, 김지연. 너 그렇게 김일수가 좋냐?”
“그런 걸 뭐 또 새삼스럽게 묻고 그래? 오빤 아직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 없지?”
“뭐?”
어이가 없었다.
현성이 결혼까지 했다는 걸 전혀 알 리 없는 김지연의 질문에 뭐라 대답할 말이 없었다. 현성이 말이 없자 김지연이 다시 말을 이었다.
“오빠도 나중에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알게 될 거야.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
“…….”
“그건 그렇고, 일수 오빠 말이야, 오빠가 보기엔 어때?”
“뭐를 묻고 싶은 건데?”
어이가 없었지만 뭐라도 대답은 해야 할 거 같아서 현성은 물었다.
그러자 김지연이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인간성 말이야, 내가 보기엔 그만한 사람이 없어 보이는데 나한테는 좋은 모습만 보여 줄 거 같아서 말이야. 오빠는 친하니까 더 잘 알 거 같아서…….”
의미 없는 얘기였다.
여기서 현성이 무슨 말을 한들 김지연은 자신이 받아들이고 싶은 것만 귀에 들어올 게 뻔했다. 거기다 대고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 정도로 우둔한 현성이 아니었다.
“그 정도면 무난하지.”
“무난하다고?”
“응.”
현성은 이 대화가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짧게 대답했다. 어차피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제 김지연의 나이 16살이다. 본인 입장에서는 심각하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현성이 보기엔 어차피 여름날의 소낙비처럼 잠깐이면 지나갈 시기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한때 열병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건 또 현성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그렇게 대충 넘어가길 바랐는데 김지연의 성격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오빠, 정말 이럴 거야?”
“어? 왜?”
“진짜 그렇게 성의 없이 말할 거야?”
“그게 어때서…….”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어쩔 수 없이 옹색한 변명으로 밀어 붙이는 현성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충 넘어갈 김지연이 아니었다.
“오빠, 적어도 오빠라면 나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그게 무슨 말이야?”
“오빤 지금 내가 묻고 있는 게 하찮게 생각되는 거지? 이제 겨우 중학생이 그런 걸 물으니 말이야.”
현성은 김지연을 바라봤다. 그렇게 직구로 날아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현성이 잠시 말을 못 하자 김지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지금 오빠한테 많은 걸 바라는 것도 아니고, 일수 오빠 친구니까 나보단 더 잘 알 거 아니야? 그래서 부탁했던 건데……, 그걸 그딴 식으로 대충 대답하는 게 어디 있냐?”
“…….”
작정한 듯 속사포를 쏟아붓는 김지연이었다. 반면 현성으로선 뭐라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고.
현성이 입을 다물자 김지연이 입을 빼죽이며 말을 이었다.
“오빤 내가 모를 줄 알았지? 내가 그렇게 바보로 보여? 이거 왜이러셔?”
“그런 거 아닌데…….”
현성도 나름대로는 억울했다. 물론 대충 대답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는 얘기를 한 것도 아니다.
그 정도면 괜찮다 싶어서 괜찮다고 했던 건데, 그걸 가지고 물고 늘어지면 자신보고 어쩌란 말인가 말이다.
그때 김지연이 다시 말했다.
“그런 게 아니면 뭔데?”
“물론 가볍게 생각했던 건 사실이야. 하지만 내 말에 거짓이 있던 것도 아닌데, 그런 식으로 따지고 들면 나보고 어쩌라고?”
현성이 솔직하게 말하자 김지연은 움찔했다. 그러고 보니 현성의 말도 틀린 게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니까, 그 말은 뭐야? 결국 일수 오빠가 괜찮다는 거잖아.”
“이 자식이 공부 머리는 잘 돌아가면서 그 머리는 왜 이 모양이야?”
“아니, 왠지 오빠가 건성으로 얘기하는 거 같으니까 난 서운해서 그만…….”
“야, 거기서 내가 심각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냐?”
“생각해보니까 그것도 그런 거 같긴 하네.”
김지연은 그제야 미안하다는 듯 빙긋 웃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현성이 어이가 없어 웃음밖에 안 나왔다.
현성이 동생 김지연을 다시 불렀다.
“지연아.”“응?”
“내 말 잘 들어. 물론 네가 알아서 하겠지만 지금 네가 몇 살인지 확실히 알고 행동해. 어설프게 어른 흉내 같은 거 내지 말고.”
“어른 흉내?”
김지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조건 같은 거 따지지 말라고. 그냥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순수하게 만나란 얘기야. 어른들처럼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무슨 말인지 알겠니?”
“글쎄, 그게 무슨 말인지…….”
“너무 심각하게 만나지 말라고. 다시 말하지만 아직 너는 중학생이라는 거 잊지 말고, 너무 따지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말이야.”
“으응……, 오빠가 무슨 말 하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대충은 알 거 같아. 너무 부담가지지 않도록 노력할 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라도 이해를 해주니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고 싶었다.
아무리 봐도 너무 부담을 갖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건 김일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런 김일수를 보면서도 같은 얘기를 해 준 적이 있었다.
어찌 됐건 심각한(?) 그 문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듯하자, 현성은 김지연을 보며 다시 물었다.
“참! 오늘 어땠어?”
“뭐가?”
“잔디파 얘들 말이야, 오늘 첫 수업이었잖아.”
잔디파 얘기가 나오자 김지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진저리를 쳤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현성은 피식 웃었다. 대충 어느 정도 감이 왔기 때문이다.
그때 김지연이 말을 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그런 꼴통들은 처음 본다니까.”
“어땠는데?”
“말도 마, 어쩌면 그렇게도 똑같은 놈들만 한 군데에 모아 놨는지 신기할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어떡할 건데?”
현성이 다시 묻자 김지연이 인상을 쓰며 다시 말을 이었다.
“어쩔 수 없이 쪼개려고.”
“쪼개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김지연의 대답에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현성이 기대했던 대답은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때 김지연이 다시 말했다.
“학년별로 나누어서 가르치려고.”
“학년별이라면, 1, 2, 3학년을 따로따로 나눈단 말이야?”
“응, 그렇지 않으면 방법이 없어. 시작을 안 했으면 모를까 이왕 시작을 했으니 끝을 봐야지.”
그냥 적당히 끝내기를 바랐는데 김지연은 그럴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렇다고 열심인 김지연보고 적당히 하란 말도 못 하고 그저 갑갑한 현성이었다.
그때 김지연이 다시 말을 이었다.
“친구들한테 부탁하려고.”
“친구들?”
“응, 인혜가 2학년은 맡아 준다고 했고, 1학년 맡아줄 친구 하나만 더 구하면 돼.”
어째 일이 점점 꼬이는 듯했다.
처음엔 당연히 불가능하리라 생각하고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세웠었다. 그런데 돌아가는 모양새가 자꾸 이상하게 흘러가는 듯했다.
거기다 웃긴 건 그 중심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의 여동생인 김지연이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 이제는 서인혜마저 합류한다고 한다.
현성으로선 뭐라 말도 못 하고 혼자 속앓이만 할 뿐이었다.
현성은 김지연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게까지 해야 돼?”
“처음이잖아, 그래서 더 욕심이 나는 거고. 어떡하든 꼭 해낼 거야.”“그, 그래…….”
그 조건을 내세운 사람이 현성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김지연이 굳은 의지를 보이는 순간이었다.
다시 입을 닫을 수밖에 없는 현성이었다.
김지연이 방을 나간 후 홀로 남은 현성.
“이게 뭐야?”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어떡하든 잔디파와 엮이지 않으려고 조건을 내세운 건데 그 조건을 충족시키려는 사람이 하필 동생 김지연이라니, 거기다 이제는 서인혜까지.
생각할수록 황당할 뿐이었다.
쩝.
어디다 말도 못 하고 혼자만 끙끙 앓는 현성이었다.
“그건 그거고, 해야 할 일은 해야겠지.”
현성은 수학 참고서를 끄집어냈다. 어느새 이젠 중3 과정이었다.
슥슥.
연습장에 수학 문제를 풀기 시작하는 현성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시계를 보니 12시가 지나고 있었다.
똑똑.
아버지였다.
“이거 마시고 하거라.”
꿀물이었다.
요즘 들어 이 시간이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버지가 챙기는 일이다.
“이젠 12시만 되면 저도 모르게 문 쪽만 자꾸 쳐다보게 됩니다.”
“허허, 다행이구나. 난 혹시라도 공부에 방해될까 봐 조심스러운데 말이다.”
“어차피 이 시간이면 쉬는 시간이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마세요. 오히려 피곤하던 차에 피곤도 풀리고 아버지랑 얘기도 하고 좋은데요 뭐.”
전생이었다면 어림도 없을 일이었다. 이 시점이면 박희철한테 송아지를 빼앗기고 허구한 날 술로 살았을 아버지다. 그러다 결국 간에 무리가 왔고 2년 뒤에는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된다.
전생에선 그런 아버지였다.
현성은 아버지를 바라봤다. 전생에서 봤던 시커먼 얼굴빛이 아니었다.
그래서였을까.
현성의 얼굴엔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다행히도 그런 일은 이번 생에서만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