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2)
회귀해서 건물주-12화(12/740)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 수도 없는 문제다.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포기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방법이 정말 없는 건가…….”
현성의 미간이 점점 좁혀지기 시작했다.
30분쯤 지났을까.
현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대로 포기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물론 부모님의 걱정하는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아닌 건 아닌 거다.
“그래!”
현성은 결심이라도 한 듯 침대에서 내려와 책상에 앉았다.
쓱쓱.
그리곤 연습장에 뭔가를 열심히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북.
조금 전에 쓴 연습장을 찢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회귀해서 가출이라….”
현성은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부모님한테는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성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오래 걸리지도 않을 것이다. 이르면 오늘이라도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설사 조금 늦는다 하더라도 하루 이틀이면 될 것이란 게 현성의 판단이었다.
현성이 모르는 게 있었다.
사람의 기억은 믿을 게 못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날 오후.
밭일을 마치고 돌아온 두 사람.
어머니가 현성을 불렀다.
“현성아.”
“…….”
“우리 현성이 자니?”
“…….”
드르륵.
어머니는 아무런 대답이 없자 현성의 방문을 열었다.
“어, 이 녀석이 어디 간 거야?”
분명 집에 있어야 할 현성이 보이질 않았다.
방문을 막 다시 닫으려 할 때였다.
“저건 뭐야?”
책상 위에 종이 한 장이 보였다. 어머니는 얼른 방으로 들어가 책상 위의 종이를 한손으로 잡았다.
파르르.
종이에 쓰인 내용을 읽던 어머니의 손이 천천히 떨리기 시작했다.
“여, 여보!”
잠시 후.
“뭐 산삼을 캐 오겠다고……?”
아버지는 어이가 없었다.
기껏 못 가게 막았더니 종이 한 장 달랑 남기고 현성이 사라진 것이다.
“어떡해요? 우리 현성이.”
휴우!
어머니가 묻자 대답 대신 한숨만 길게 내쉬는 아버지였다.
자신이 더욱더 초라해지는 느낌이었다. 얼마나 딱했으면 그 어린 게 산삼을 찾겠다고 산으로 들어가려는 마음을 먹었을까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
***
헉헉!
숨이 턱까지 찼다.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4시가 지났다. 산에 올라온 지 7시간이 지났다.
“아! 미치겠네.”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니고 ······.
“분명히 이 근처 같은데······.”
현성은 예전 기억을 되짚으며 몇 군데를 찾아봤지만, 기억 속의 그 장소는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이 이곳이다.
집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의기양양했었다.
부모님이 말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자신도 있었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걱정이야 하시겠지만, 그것은 잠깐일 것이라 생각했다. 산삼을 찾기만 한다면 그 모든 것은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산삼이 살아서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분명 그 장소가 바뀔 일은 없다. 그렇다면 100% 현성의 기억이 문제라는 얘긴데….
꼬르륵.
아까부터 계속 들리던 소리다. 욕심이 났다. 빨리 찾고 싶은 마음에 점심도 건너뛰었다.
조금만 더, 더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현성의 실수였다.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휴우······.”
도대체 새파랗게 젊은 놈의 체력이 이게 뭔가? 고작 한 끼 건너뛰었다고 체력이 이 정도라니, 생각할수록 한심한 저질 체력이었다.
현성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욕심이 화를 부른다는 걸 또 깜박했다. 역시 나이를 먹어도 그 욕심은 버리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일단 먹자.”
배낭에서 주먹밥을 꺼냈다. 급한 마음에 깨소금만 넣고 대충 만들어서 가져온 주먹밥이다.
앙.
주먹밥을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어?”
배가 고파서 그런지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역시 시장이 반찬이라 하더니, 딱 그 짝이었다.
우적우적.
현성은 정신없이 주먹밥을 먹기 시작했다.
끄윽.
“이제야 살 거 같네.”
피식.
그 한 끼 건너뛰었다고 허우적댔던 자신의 모습이 한심스러우면서도 조금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정신이 좀 들자 예전 기억을 다시 되짚기 시작했다.
분명 왼쪽엔 낭떠러지였고, 오른쪽엔 절벽이었다.
“틀림없는데······.”
아무리 봐도 거기가 맞다.
“그런데 왜 산삼이 없는 거야?”
백번 양보해서 산삼의 개수는 차이가 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산삼 자체가 없을 수는 없는 것이다. 한두 뿌리도 아니고 자그마치 여덟 뿌리다. 즉, 군락지였던 것이다.
한 폭의 동양화를 보듯, 그 모습은 정말로 황홀할 정도였다. 아직도 그 모습이 눈에 선한데, 도대체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혹시······.’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기도 아니란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밖에 설명이 안 된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산삼 밭이 통째로 없어진다는 건 도저히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현성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결국, 여기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마는 현성이었다.
주위가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오늘은 더 이상 움직여서는 안 된다. 깊은 산에서 밤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기 때문이다.
현성은 평평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잠자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나마 혹시나 싶어 야영할 수 있도록 기본 준비를 한 것이 이렇게 유용하게 써 먹을 줄은 몰랐다.
이럴 때 보면 나이를 헛먹은 게 아니었다.
우선 나무와 나무 사이에 끈을 묶어 팽팽하게 당겨서 고정한 다음, 그 위에 비닐을 씌웠다. 그리고 귀퉁이 네 곳을 당겨서 고정하니 A자형으로 기본 틀이 나왔다.
“훌륭하네.”
자신이 봐도 그럴듯해 보였다.
예전 군대에서 야전 훈련할 때 개인별 텐트 치는 방법이다. 크기만 달랐지 분대별 텐트도 요령은 비슷하다.
피식.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군대에서 배운 걸 여기서 써먹을 줄이야 어찌 상상이나 했겠는가 말이다.
“허!”
이번엔 입 밖으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군대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짤 없이 군대를 두 번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회귀를 할 거면 군대 갔다 온 다음으로 하던지, 이게 뭐란 말인가.
당연히 현성으로선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이민을 가?
이건 또 아니다. 그 짓은 못 하겠고, 뭐가 있을까?
갔다 왔다고 박박 우겨?
정신 병원에 먼저 가겠지.
어쩐다?
“진짜 두 번 가기는 진짜 싫은데······.”
분명 방법은 있을 것이다.
일단 산삼부터 찾아보고, 군대 문제는 다음에 생각하기로…….
“일단 자자.”
바닥에 비닐을 깔고 누우니, 피곤해서 그런지 온몸이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이런 체력으로 도대체······.”
현성은 눕자마자 기절하다시피 바로 잠이 들어버렸다.
***
“지서(支署)에서는 뭐래요?”
“그냥 기다리래. 그 정도 정황으로는 실종신고가 안 된다고.”
“아니 보름이 지났는데도 그딴 소리를 한단 말이에요?”
“내 말이, 휴우······.”
아버지의 한숨이 한없이 길게 늘어졌다.
물론 종이에 혹시 늦어질지도 모른다고는 했지만, 이 정도로 늦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기껏해야 이삼일 정도이겠지 했다.
밥을 먹어도 무슨 맛인지 모르겠고, 잠은 이미 포기한 지 오래다.
근처 산은 안 찾아본 곳이 없다. 하루도 안 빠지고 주변에 산은 다 뒤졌다. 물론 아주 깊이는 들어가지 못했다.
아버지가 무릎을 잡고 억지로 자리에서 다시 일어났다.
“내가 또 찾아보리다.”
“나도 같이 가요. 도저히 집에 혼자는 못 있겠어요.”
“안 돼. 이러다 당신까지 큰일 나겠어. 이럴수록 정신 바짝 차려야지. 그리고 오늘은 반대쪽으로 가볼 참이니까 힘들더라도 집에서 기다려.”
“우리 현성이……, 흐흐.”
눈물을 글썽이며 아버지를 배웅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안쓰럽기만 했다.
어머니의 배웅을 뒤로 한 채 아버지는 열흘 넘게 오늘도 산으로 향했다.
그 시각 깊은 산 중턱.
휙휙.
누군가 산을 빠른 속도로 휘젓고 있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현성이었다.
휙휙!
그새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분명 외모로 봐서는 보름 전에 산삼을 캐서 빚을 갚겠다고 큰소리치고 가출해서 산으로 향했던 현성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의 몸놀림이었다.
사람은 분명히 같은 사람인데 처음 산에 올라왔을 때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움직임에 힘이 넘쳤다. 게다가 팔뚝엔 없던 근육도 제법 보였다.
휙!
다시 한 번 현성이 움직였다.
경사지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움직임엔 거침이 없었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헤치며 다니는 모습이 마치 산속에서 살았던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때였다.
“어? 이 향은…….”
킁킁.
현성은 마치 짐승이 먹잇감을 찾듯 사방을 향해 코를 실룩거리기 시작했다.
“이 근처 어딘가에 있을 텐데….”
그러기를 잠깐.
현성이 어느 순간 허리를 굽혔다.
“아싸!”
현성이 허리를 펴자, 그의 손에는 더덕이 한 뿌리 들려있었다.
현성이 요즘 먹는 주식(主食)이다.
깊은 산이다 보니 시중에서나 보던 더덕과는 차원이 달랐다.
집에서 준비해 온 주먹밥은 이틀 만에 동이 나고 말았다. 늦어야 하루 이틀 정도 늦을 수 있겠다는 예상은 했었다.
수십 년 전에 왔던 곳이니 혹시라도 그 정도는 걸리지 않겠나 싶었다. 그래서 주먹밥을 이틀 치를 준비했던 것이다.
사흘째 되던 날부터는 어쩔 수 없이 자체적으로 해결 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찾은 것이 바로 이 더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