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23)
회귀해서 건물주-123화(123/740)
123
아버지의 생각이 자신의 생각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아버지, 이 방법은 어떨까요?”
“음? 무슨 다른 방법이 또 있는 것이냐?”
“제가 저번에 박 씨 아저씨한테 받은 땅이 있잖아요. 거기다 당귀를 심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위험 부담은 전혀 없을 거 같은데요. 안 그래요?”
“아! 그 삼거리 산 중턱에 있는 땅 말이지. 네가 저번에 희철이 형님한테 받았다고 했던 그 땅?”
“네, 아버지.”
어차피 지금으로선 마땅히 쓸데가 없는 땅이었다.
물론 그 땅에 농사지을 생각은 없다. 나중에라도 그곳은 식당 부지다. 아직은 여유가 없으니 그저 놀리고 있을 뿐.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 땅만큼 좋은 장소가 없으리라.
“가자!”“네? 어디로 말입니까?”
“어디긴 어디야? 쇳불도 단김에 빼라고 삼거리 그 땅 말이지.”
“아……, 네.”
두 사람은 누가 먼저일 것도 없이 동시에 방향을 틀었다.
다음 날.
현성은 일찍 서둘러 학교로 향했다. 오늘부터 3일 동안 떡볶이와 어묵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도 조정을 했다.
처음 계획은 점심시간에 파는 것이었으나, 그렇게 될 경우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과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듯하여 아침 등교 시간에 팔기로 계획을 변경한 상태였다.
현성이 도착한 곳은 이정우네 분식 가게였다.
어쩔 수 없이 이정우 어머니인 신명순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아무리 아침에 일찍 와서 준비를 한다 해도 시간상으로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드르륵.
현성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신명순 혼자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어, 그래. 현성아 일찍 왔구나. 아침밥은 먹고 온 거냐?”
“네, 아침 일찍 먹고 나왔습니다. 저야 괜찮은데 괜히 어머니까지 수고스럽게 해드려서 어쩌지요?”
“별소릴 다 하는구나. 나야 늘 하는 일인데 뭐.”
신명순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현성은 신명순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가게 문이 열리면서 김일수와 반장 이영민이 들어왔다.
곧이어 3학년 선배들과 1학년 후배들도 들어왔다.
서로 인사를 나눈 후, 각자 학년 별로 할당된 몫을 들고 학교 정문으로 출발했다.
정문에 도착한 현성은 준비한 현수막부터 매달았다. 현수막 내용은 간단했다.
– 화장실,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자!
먼저 학생회장인 나민수가 말했다.
“다들 고맙고, 이왕 하는 거 즐겁게 알았지?”
화장실에 대한 의욕 때문인지 눈빛만큼은 다들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매대는 세 군데에 설치했다. 아무래도 학년별로 판매하는 것이 나을 듯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야, 진짜 화장실 우리가 만드는 거야?”
“진짜 기대된다.”
“야, 이거 떡볶이 좀 먹어 봐. 맛이 기가 막혀.”
“여기 어묵도 맛있는데.”
지나가는 학생마다 거의 그냥 지나가는 학생이 없었다. 종이컵에 떡볶이와 어묵을 든 학생들의 모습이 가관이었다.
어떤 학생은 양손에 종이컵을 들고 먹는 이도 있었다.
30분쯤 지났을까.
“고생들 많다. 현성아 나도 어묵 하나.”
담임 신민호였다.
“어머니는 괜찮으십니까?”
신민호는 대답 대신 고개를 저었다. 안 좋다는 얘기였다. 하긴 이제 열흘도 채 안 남았다. 그러니 당연히 호전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신민호한테 말해줄 수도 없고, 아니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것이다. 미리 안다면 그 또한 견디기 더 힘들 것이다.
신민호가 지나가고 좀 있자니 이번엔 교장 박상현이 걸어왔다.
“안녕하십니까? 교장 선생님.”
학생회장이 반갑게 인사를 하자 교장 박상현이 지갑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이건 나중에 다들 식사나 한 끼 하게.”
“고맙습니다. 교장 선생님!”
학생회장인 나민수가 고개를 숙이며 큰소리로 인사를 전했다.
그렇게 첫날 장사는 학생들과 선생들의 열렬한 반응 속에서 무난하게 끝이 났다.
***
그 시각.
장미 다방에서는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은 이정우네 분식 가게의 건물주인 오상철과 그의 똘마니인 최민성이었다.
“조사는 다 마친 거야?”
“제가 누굽니까? 김현성에 대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조사를 마쳤습니다.”
“특이사항은?”
“일단 이걸 보십시오.”
최민성은 A4 용지를 한 장 오상철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유심히 살피던 오상철의 눈썹이 꿈틀대더니 최민성을 보며 말했다.
“역시 박희철과 보통 사이가 아니군.”
“네, 거기 보시면 아시겠지만 땅까지 증여를 했더라고요. 천하의 구두쇠가 말입니다.”
“그러게, 천하의 박희철이 아무 상관도 없는 김현성에게 땅을 준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그래서 조사를 더 해봤는데, 이상한 게 나오더라고요.”
“그게 뭔가?”
꿀꺽.
오상철은 궁금하다는 듯 마른침까지 삼키며 관심을 보였다. 그러자 최민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형님, 혹시 얼마 전에 관광버스 사고 난 거 아시죠?”
“한계령에서 사고 난 거 말이지?”
“네, 맞습니다. 그런데 그때 원래는 박희철이도 그 버스로 관광 가기로 돼 있더라고요.”
“그런데?”
“가지 않았죠.”
“그렇지! 그러니까 아직 살아 있는 것일 테고 말이야.”
오상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자 최민성은 목이 마르는지 앞에 놓인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최민성의 말이 길어질수록 오상철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기를 잠깐.
드디어 최민성의 설명이 끝나자 오상철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지금 김현성이란 어린 친구가 박희철을 살렸다는 거지? 그래서 박희철이 그 대가로 그 어린 친구에게 그 땅을 준 것이고?”
“네, 그렇습니다.”
“그날 아침에 버스에서 박희철이 관광을 못 가도록 강제로 끄집어 내린 사람이 바로 그 어린 친구라는 거지?”
“네.”
허!
오상철의 입에선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잠깐 생각하던 오상철이 다시 물었다.
“그게 지금 말이 되는가?”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조사하면서 많이 놀랐습니다. 그런데 그게 다 사실이라는 거죠. 한두 사람한테 확인한 게 아닙니다.”
“허허, 그 말은 그 어린 녀석이 사고를 미리 알았다는 얘긴데……, 이게 말이 되냐고?”
“사고를 알았는지 몰랐는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그 덕분에 박희철이 살았다는 겁니다.”
오상철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깍지 낀 엄지만 뺑뺑 돌리고 있었다.
오상철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갔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어찌 사고 날 줄을 미리 알고 그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말인가.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현 상황이 믿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휴우!
깊은 한숨만이 오상철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잠시 후.
오상철이 최민성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라면 가게 오픈은 언제인지 알아냈는가?”
“10월 3일 개천절입니다.”
“그날은 학교 쉬는 날 아닌가?”
“일부러 쉬는 날로 잡은 거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학교에 가야 하니 말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
오상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그리고 그 신라면에 대해서는 알아봤는가?”
“아는 동생이 원주 농심 대리점에 있어서 알아보기는 했는데, 그게…….”
“왜 그러는가? 무슨 문제라고 있는 것인가?”
“그게 아니고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이상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최민성의 ‘이상한 얘기’라는 말에 오상철의 궁금증은 극에 달한 듯했다.
“이상한 얘기? 그건 또 무슨 소린가?”
“그게 그러니까…….”
최민성은 농심 대리점의 유성일 소장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오상철한테 설명하기 시작했다. 최민성의 설명이 끝나자 오상철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게 정말인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얘긴데, 그런데 그게 사실입니다. 이미 라면도 100박스 주문했고 계약금으로 50만 원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아니, 이게 말이 되는가? 그 라면이 출시되는 걸 도대체 어떻게 알고,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그 맛을 어떻게 알고 그렇게 많은 양을 주문했다는 말인가?”
오상철은 물으면서도 이건 도저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해서 조사를 의뢰했었다.
그런데 들리는 소리마다 믿을 수 없는 소리를 해대니 오상철로서는 놀라는 게 당연했다.
오상철은 속이 타는지 앞에 있는 물을 마시고는 다시 물었다.
“도대체 이 녀석 뭐 하는 놈이야? 뭐 들리는 말마다 믿을 수 없는 얘기만 들리니 어떻게 된 거야?”
“그러게 말입니다. 박희철이 살려준 것도 그렇고, 라면을 미리 산 것도 그렇고 저도 정신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두 가지 다 공통점이 있기는 있더군요.”
“공통점? 그래 그게 뭔가?”
“바로 미래를 미리 안다는 겁니다.”
후!
오상철은 심호흡한 후 다시 물었다.
“미래를 안다고?”
“네, 그렇지 않으면 모든 일들이 설명이 안 됩니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이 어린 친구가 미래를 안다는 거지? 그래서 박희철이도 살릴 수 있었던 것이고 또 라면도 마찬가지고.”
“네, 그렇습니다.”
오상철은 입에 담배를 물었다.
미래를 안다?
도저히 말이 안 된다. 그런데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데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 지금이 딱 그런 시점이었다.
후우!
오상철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일단 그렇다 치고, 또 다른 게 있는가?”
“하도 신기해서 그 어린 친구의 사생활에 대해서 좀 조사를 해봤습니다.”
“사생활?”
“네, 그런데 거기서도 재미있는 일이 있더군요.”
오상철이 관심을 보이는 건 당연지사.
“뭔가?”
“여름방학 전과 후로 갈린다는 겁니다.”
“갈리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여름방학 전까지만 해도 있으나 마나 한 그런 존재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방학이 끝나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났다는 겁니다.”
“아니, 그게 말이 되는가?”
오상철은 어이가 없었다. 사람이 변하고 싶다고 해서 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것도 기껏해야 한 달 만에 얼마나 변할 수 있단 말인가.
오상철은 다시 물었다.
“자세히 말해보게.”
“흔히 하는 말로 일진을 박살 냈다고 합니다. 방학 전까지만 해도 툭하면 두들겨 맞던 녀석이었는데 방학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그 일진을 아주 밟아버렸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사실인가?”
“더 웃긴 건 뭔지 하십니까?”
오상철은 최민성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그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계속해서 말하라는 의미였다.
그러자 최민성이 다시 말했다.
“그 일진이 김일수라는 학생인데, 그다음부터 이 현성이란 친구와 단짝이 됐다는 겁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그러니까 그 말은 지금 싸우고 나서 두 사람이 서로 친해지기라도 했다는 것인가?”
“네, 결론적으로 그렇게 된 셈이죠. 그런데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더라고요.”
“그뿐만이 아니면 또 다른 게 뭐가 있다는 말인가?”
“이젠 또 학교 화장실을 짓겠다고 오늘부터 어묵하고 떡볶이를 판답니다.”
오상철은 들을수록 어이가 없었다.
매일 맞기만 하던 녀석이 갑자기 돌변한 것도 그렇고, 그 어린 나이에 싸웠던 친구와 오히려 친해진 것도 이해가 안 가는데 이젠 또 화장실까지 짓겠다고 설치고 있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오상철은 고개를 살랑살랑 흔들며 말을 이었다.
“그게 한두 푼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미치지 않고서야 그 짓을 왜?”
“그래서 저도 좀 더 알아봤는데, 그게 아무래도 교장과 연관이 있는 거 같더라고요.”
“교장? 교장이 왜? 무슨 말인지 자세하게 말해보게.”
“얼마 전에 교장이 전교생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했답니다. 그런데 그때 화장실 얘기가 나온 듯합니다.”
“뭐야, 그 말은 그 어린놈 뒤에 교장이라도 있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