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24)
회귀해서 건물주-124화(124/740)
124
오상철은 들을수록 어이가 없었다. 들리는 얘기마다 하나같이 상식과는 거리가 먼 얘기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모든 얘기에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았다. 그거 아니라도 신경 쓸 것이 많기 때문이었다.
잠깐 생각하던 오상철은 최민성을 보며 다시 말했다.
“중요한 건 지금 라면 가게야. 그러니 그 화장실 얘기는 신경 꺼. 어차피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니까.”
“네, 알겠습니다.”
“오픈이 10월 3일이라고?”
“네.”
“골치 아프게 생겼군. 어떡하든 그놈보다 일찍 오픈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단 말이야.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오상철로서는 갑갑할 뿐이었다.
그때 최민성이 말했다.
“형님, 뭘 걱정하십니까? 어차피 형님 가게 아닙니까, 이번 주까지만 장사하라고 하면 되잖아요.”
“이미 한 달을 앞당겼는데 또 어떻게……, 무슨 좋은 방법이 없겠는가?”
“원상복구를 다시 언급하는 거죠. 이번 주까지 장사를 하든 아니면 원상복구를 해라. 그러면 신 사장도 어쩔 수 없을 겁니다.”
“그렇겠지. 만약 거부하면 그냥 10월까지 있으라고 하지 뭐. 그런 다음 원상복구하고 나가라고 하면 지도 어쩔 수 없을 거야.”
어느새 오상철의 얼굴엔 비릿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잠시 후.
장미 다방을 나온 오상철은 바로 신명순의 분식 가게로 향했다.
드르륵.
오상철이 들어가자 신명순의 얼굴빛이 달라졌다.
“아침부터 어쩐 일이래요?”
반가울 리 없었다. 그래서인지 말이 날카로웠다.
하지만 그런 거에 신경 쓸 오상철이 아니었다.
오상철이 태연하게 말했다.
“신 사장한테 할 말이 있어서 말이야.”
“아직도 할 말이 또 남은 겁니까? 이미 이번 달까지 빼주기로 얘기 끝난 거 아니었던가요?”
이미 끝난 일이었다.
그런데 또 무슨 일인지,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신명순이 바라보자 오상철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게……, 일정에 변동이 있어서 말이야.”
오상철이 약간 머뭇거리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오상철은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내뱉고 말았다.
신명순은 순간 당황스러웠다.
이미 얼마 전에 한 달이나 앞당겨서 가게를 빼주기로 오상철과 얘기를 끝냈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 생각만 하면 눈에서 피눈물이 날 지경이다. 그런데 또 일정에 변동이 있다고 하니 신명순의 입장으로서는 당연히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신명순은 얼른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번 주까지만 장사하시게. 다음 주부턴 나도 여기 공사 들어가야 하니까 어쩔 수가 없네.”
“아니 그런 경우가 어디 있어요? 이번 달까지 쓰기로 얘기를 끝낸 지 며칠이나 됐다고 이렇게 갑자기 또다시 말을 바꾸는 겁니까?”
“아니면 원래대로 다음 달까지 장사를 계속하든가, 그러고 나서 계약서대로 원상복구하든가, 결정은 신 사장이 알아서 하게.”
신명순은 기가 막혀 말도 안 나왔다.
어찌 사람의 탈을 쓰고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이미 얼마 전에 끝난 얘기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또다시 말을 바꾸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말이 선택이지 이건 강제로 쫓아내는 거나 마찬가지다. 10년을 넘게 장사한 사람한테 어찌 이렇게 모질게 할 수가 있단 말인가.
“진짜 너무 하시네요.”
“난 분명히 얘기했네. 결정은 신 사장이 알아서 하고. 다시 말하지만 현명한 선택을 하리라 믿네. 그럼 난 이만 바빠서.”
오상철은 그 말을 끝으로 신명순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휑하니 사라지고 말았다.
“사람이 어찌…….”
신명순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빠드득.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젠 더 이상 눈물도 안 났다. 양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무리 건물주라지만 이건 아니다. 자신의 약속마저 손바닥 뒤집듯 며칠 사이에 뒤집어 버리는 오상철이었다.
그런 인간이 어찌 되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신명순은 다시 한 번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 시각.
농심 본사 기획실.
이일우 실장은 아까부터 원주 대리점에서 보내온 팩스 한 장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팩스 내용은 김현성에 관한 내용이었다.
여러 가지 내용 중에서 이일우 실장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한 줄이었다.
– 본사해서 보내준 이미지와 간판의 이미지가 90% 일치.
이건 말이 안 된다.
이제 며칠 후면 광고가 시작된다. 그 이후에 간판이 만들어졌다면 당연히 얘기가 된다. 그런데 간판은 이미 몇 주 전에 제작되었다고 한다.
그 말은 이 간판을 만든 이는 이미 신라면을 알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보고에 의하면 예지몽을 꾼다고 한다.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그 말을 믿을 놈은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이일우 실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본사를 빠져나온 이일우 실장은 승용차의 핸들을 원주 방향으로 틀었다.
그날 오후.
“여긴가요?”
이일우 실장이 유성일 소장을 보며 물었다.
“네, 여기가 그 학생이 오픈할 라면 가게입니다.”
“저 간판이군요.”
이일우 실장은 현성이 만든 간판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휴우!
간판을 한참 살피던 이일우 실장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곤 옆에 서 있는 유성일 소장을 보며 말했다.
“소장님, 어떻게 생각 하세요?”
“글쎄 말입니다. 이건 뭐 귀신이 곡할 노릇입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요?”
“진짜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요.”
두 사람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만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
한참 말이 없던 두 사람.
유성일 소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혹시 그 학생을 만나 보시겠습니까?”
“아무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일단 얘기는 더 들어봐야겠지요.”
시계를 슬쩍 바라본 유성일 소장이 다시 말을 이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끝날 시간이니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될 겁니다.”
“네, 그러죠.”
이일우 실장은 다시 간판을 살피기 시작했다.
잠시 후.
현성이 수업을 마치고 골목으로 막 들어설 때였다.
“여기.”
저만치에서 유성일 소장이 현성을 발견하자마자 손을 번쩍 들었다.
현성은 미리 예상이라고 한 듯 별로 놀라지 않은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 표정과는 반대로 반갑게 유성일 소장을 맞았다.
“형님이 이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잠깐 아우님 좀 보고 갈까 해서, 그리고 여기 이분은 본사에서 내려오신 이 실장님, 실장님, 이 학생입니다.”
유성일 소장은 이일우 실장에게 현성을 소개했다.
그러자 현성이 먼저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소개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김현성이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이일우입니다. 이거 갑자기 찾아오게 돼서 실례가 안 됐나 모르겠습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여기 찾아온 이유야 뻔할 것이다. 어제 어차피 유성일 소장이 여기까지 올 때부터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다.
아직 출시도 안 된 라면을 주문했으니 이미 본사에는 보고가 됐을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고 간판의 이미지도 마찬가지로.
그러다 보니 본사에서도 궁금해졌을 것이고 직접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물론 여기 유 소장님으로부터 보고는 다 받았습니다만 직접 제 눈으로 확인하고자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이일우 실장은 솔직히 대답했다.
아무리 다른 말로 돌려서 얘기해봤자 뻔한 거짓말임을 상대가 알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죠?”
“저야, 현성 씨의 진솔한 대답이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어쩌지요?”
“왜,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니, 그게 아니고 저는 어제 유 소장님한테 말씀드린 게 전부인데요.”
맞는 말이었다.
회귀했다고 말을 할 수 없으니 예지몽으로 돌려서 얘기했었다. 그 이상은 현성도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없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현성의 말이 끝나자 이일우 실장이 다시 말했다.
“그 예지몽이란 거 말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꿈에서 이 모든 것을 미리 다 봤다는 거지요?”
“죄송하지만 백 번을 물어도 저의 대답은 똑같을 겁니다. 그러니 그 질문은 여기서 끝내죠.”
더 이상 묻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였다.
이런 문제로 피곤하게 질질 끌려다니고 싶지 않았다. 물론 그들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그렇다고 뾰족한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여지를 둔다는 것은 서로를 위해서도 피곤할 뿐이라는 판단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더 이상 묻는 건 예의가 아니죠.”
“그렇게 이해해 주시니 감사하고요, 신경 안 쓰셔도 될 겁니다. 회사 측엔 어떤 피해도 없을 것이니 행여나 조금이라도 걱정 하신다면 그러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저는 그저 조용히 라면 장사나 하면 됩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이거 본의 아니게 괜히 헛걸음하시게 하신 거 같아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이렇게라도 직접 얘기를 들으니 저로서는 마음이 놓입니다. 아무쪼록 저희 신제품 나오면 많이 팔아 주십시오.”
현성은 씨익 웃었다. 어차피 대박 날 상품이다. 라면 시장의 구도를 바꿔놓을 정도로 신라면의 인기는 대단했었다.
신라면을 출시하면서 농심은 삼양을 제치고 라면 업계에서 1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현성이 떠나려는 이일우 실장을 보며 말했다.
“미리 축하드립니다.”“네? 뭘 말인지…….”
“신라면 말입니다. 고생하신 보람이 있을 겁니다.”
“정말입니까? 혹시 이것도 꿈에 미리…….”
“네, 대박도 그냥 대박이 아니고 초대박이 날 겁니다.”
덥석.
이일우 실장은 현성의 손을 갑자기 잡았다.
“이거 빈말이라도 기분이 너무 좋은데요. 감사합니다. 김현성 씨.”
“빈말이요? 아직도 제 말을 못 믿으시는군요?”
“아니 못 믿는다기보다는 그냥…….”
“괜찮습니다. 어차피 믿는 사람이 이상한 거죠. 안 그래요? 근데 제 꿈엔 분명히 대박이 났었습니다. 혹시 저랑 내기할래요?”
현성은 갑자기 내기를 제안했다.
그러자 이일우 실장도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습니다. 어떤 내기를 할까요?”
“제 꿈대로 신라면이 대박이 날 경우 농심 측에서 신라면을 공짜로 주는 겁니다.”
“누구한테 말입니까? 혹시 현성 씨한테 말입니까?”
“실장님 이거 서운합니다. 설마 제가 제 꿈을 팔아서 제 장사나 하는 좀팽이로 보이십니까?”
좀팽이란 말에 이일우 실장은 잠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바로 현성을 보며 다시 물었다.
“그럼 누구한테 말입니까?”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서 한 끼를 나눌 수 있겠습니까?”
“네? 그게 무슨 말인지…….”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 예를 들면 취약한 양로원이나 고아원도 있을 테고, 아니면 직접 푸드 트럭을 만들어서 전국을 순회 공연하듯 돌 수도 있을 테고요. 그 방법은 실장님이 찾으면 되실 거 같은데요.”
이일우 실장은 잠깐이지만 황당했다. 처음엔 그저 장난처럼 받아들였는데 현성의 얘기를 들으니 그게 아니란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죠. 단, 확답은 못 드립니다.”
“그 말씀은?”
“상부에 건의는 적극적으로 하겠습니다. 아시겠지만 그 정도 규모의 기부라면 제 손에서 결정할 일이 아니거든요.”
“오히려 그 말씀이 더 믿음이 가네요.”
사실이었다. 만에라도 이일우 실장이 확답을 했다면 오히려 믿음이 덜 했을 것이다. 실장 선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엔 이일우 실장이 먼저 물었다.
“그럼, 이제 제 조건만 남은 겁니까?”
“네, 실장님 조건만 말씀하시면 내기는 성립되는 겁니다.”
“저는 간단합니다. 현성 씨가 끓여주는 라면 한 그릇이면 됩니다. 어떻습니까?”
“의외군요. 어쩌면 가장 의미 있는 조건일 수도 있겠네요. 그럼 이것으로 내기는 성립된 겁니다.”
“부디 현성 씨의 꿈이 현실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그럼 오늘부터 행복한 고민을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성은 대답 대신 씩 웃었다. 그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이일우 실장도 빙긋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현성도 그의 손을 꽉 잡았다. 그리곤 옆에 있는 유성일 소장을 보며 말했다.
“형님도 같이 행복한 고민 하십시오.”
“말로만 들어도 신나는구먼. 그럼 다음 주에 물건 가져올 때 보자고.”
현성과 유성일 소장의 악수가 끝나고서야 세 사람은 헤어졌다.
두 사람이 떠나고 현성이 가게로 막 들어가려 할 때였다.
“오빠!”
돌아보니 서인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