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25)
회귀해서 건물주-125화(125/740)
125
“여긴 어쩐 일이야?”
현성이 묻자 서인혜는 배시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쩐 일은, 나비가 꽃을 찾지 않으니 꽃이라도…….”
“뭐, 못 하는 말이 없어.”
현성은 피식 웃고 말았다.
“치, 사실이잖아. 오빠가 언제 먼저 찾아온 적 있어?”
“됐고,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무슨 일 있으면, 오빠가 해결해 줄 거야?”
“당연하지. 누구 일인데…….”
현성의 말이 끝나자 서인혜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다.
서인혜와는 그동안 많이 친해졌다. 어차피 현성으로서도 피할 이유가 없었다. 학창시절에 흔히 있는 일이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처음엔 피하기도했으나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다. 괜히 어린 서인혜한테 상처 주는 것 같아 그러지 않기로 했다. 그저 여동생처럼 생각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서 뭐 하고 있었어?”
“누구 좀 만나고 있었어. 그러는 너는 진짜 나 찾아 여기 온 거야?”
“응. 오빠가 그랬잖아, 보고 싶을 땐 언제든 찾아오라고.”
“내가 그런 말을 했었어?”
현성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 모습을 바라본 서인혜가 소리를 빽 질렀다.
“오빠!”
“갑자기 소리는 왜 지르고 난리야?”
“그걸 꼭 그렇게 일일이 확인을 해야겠냐? 그냥 좀 대충 넘어가면 안 돼? 말하는 사람 무안하게 말이야.”
“그거였어? 난 또 내가 벌써 치매 온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으이그…….”
서인혜가 인상을 쓰며 가볍게 째려봤다.
그 모습이 나름 귀엽긴 했다.
현성이 먼저 물었다.
“가게 구경 좀 할래?”
“진짜? 어쩐 일이야 오빠가 먼저 구경시켜 준다고 할 때도 다 있고?”“인혜가 이해해. 내가 원래 곰과 거든.”
“괜찮아 오빠, 나도 발랑 까진 애들은 싫어.”
“야, 말이 좀…….”
“히히, 그런가.”
입을 가리며 웃는 서인혜였다.
전생에서는 꿈도 못 꿨던 일이다. 웃는 서인혜를 보며 현성도 웃었다.
서인혜가 가게 문을 열었다.
“어! 오빠 가게 문도 완전히 바꿨네.”
“응, 옛날 미닫이문이 너무 낡아서 완전히 바꿨어. 어때 괜찮아?”
“야 정말 좋은데, 꼭 새로 진 집 같아.”
현성이 보기에도 입구 전체를 바꾸고 나니 가게가 달리 보일 정도로 괜찮아 보였다. 거기다 선팅까지 마무리하고 나니 먼젓번 가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그래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으니 다행이다.”
“하여간 우리 오빠 대단해. 그 나이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몰라.”
“칭찬인 거지?”
“당연하지! 우리 오빠 최고야.”
엄지 두 개를 펼쳐 보이며 좋아하는 서인혜였다.
사람 기분이 묘한 게 비록 어린아이지만 칭찬을 해주니 그게 또 기분이 싫지는 않았다. 애나 어른이나 칭찬 앞에선 어쩔 수 없는 듯했다.
기분이 좋아진 현성.
“인혜야 뭐 좀 먹으러 갈까?”
“진짜?”
“그렇게 좋아?”
“좋지 그럼, 그동안 공들인 보람이 이제야 빛을 보는가 보네, 역시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마냥 좋아하는 서인혜였다.
그런 서인혜를 바라보며 현성은 빙긋 웃었다.
조금은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동안 밀어내려고만 했던 자신이었으니 말이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됐을 것을…….
그때 서인혜가 다시 말을 이었다.
“오빠, 우리 짜장면 먹으러 갈까?”
“짜장면?”
“응, 내가 오빠랑 제일 먼저 같이 해보고 싶었던 게 짜장면 먹는 거였거든.”
현성은 그렇게 말하는 서인혜를 바라봤다.
마냥 좋아하는 서인혜를 바라보며 왠지 모르게 안쓰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느낌은 또 뭐지?’
자신이 알지 못하는 무언가 있는 것 같았다.
“혹시 그 이유를 물어도 돼?”
“그냥, 해보고 싶었거든.”
“진짜 그게 다야?”
“왜? 티나?”
“아니, 그냥 조금 느낌이 이상해서 말이야…….”
서인혜는 자꾸 묻는 현성을 바라봤다. 그리곤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오빠가 생각보다 많이 예민하구나?”
“그지, 내 눈이 틀린 게 아니지?”
현성의 말에 서인혜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사실은 말이야……, 제일 부러웠었어. 친구들이 아빠랑 짜장면 먹었다고 하면 말이야.”
“아빠?”
“응, 지연이가 얘기 안 했구나. 사실 우리 아빠 나 어렸을 때 하늘나라로 가셨거든. 그러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그런 게 있었나 봐.”
몰랐던 사실이다.
물론 동생인 김지연도 그런 얘기는 하지 않았었다. 그러니 당연히 몰랐던 게 정상이다.
그 말을 듣고 보니 항상 서인혜에겐 어딘지 모르게 그늘이 느껴졌었다. 유독 오빠, 오빠 하며 찾는 것이 이상하다 싶었었다.
그런데 그 이유를 오늘에서야 조금 알 듯싶었다.
현성은 그런 서인혜를 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가자, 중국집으로.”
“응, 아빠.”
“아빠?”
“히히, 내가 아빠라 그랬어? 어쨌든 가자.”
어느새 현성의 옆구리로 손을 쏙 들이미는 서인혜.
오늘만큼은 그 손을 뿌리칠 수가 없을 듯싶었다.
“우리 딸, 빨리 가서 짜장면 먹자.”
“히히, 그래 아빠.”
현성이 장난을 치자 기다렸다는 듯 그에 응하는 서인혜였다.
중국집에 도착한 두 사람.
“난 짜장면 먹을 테니까 오빠는 짬뽕 먹어. 그래야 두 가지 다 먹을 수 있으니까.”
“짬짜면 먹으면 되지?”
“짬짜면? 그건 또 뭐야?”
현성의 실수였다. 그러고 보니 이때까지만 해도 짬짜면이란 개념 자체가 잡히기 전이었다.
무심결에 그냥 나왔던 것이다.
“짬뽕과 짜장면을 합치면 그렇게 될 거 같아서, 그냥 해본 소리야.”
“하여간 이럴 때 보면 오빠도 꽤 싱거워.”
“왜, 소금이라도 주리?”
현성이 놀리자 서인혜가 입을 빼죽거리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썰렁한 농담 그만하고 주문이나 해.”
현성은 웃으며 주문을 끝낸 후, 서인혜에게 물었다.
“어제는 어땠어?”
“어제 뭐?”
“잔디파 얘들 말이야. 네가 2학년 담당하기로 했다며?”
현성이 얘기하자 서인혜의 표정이 바뀌었다.
“지연이가 얘기했구나. 말도 마, 미리 예상을 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심하더라고. 어차피 영어나 수학은 포기해야 할 거 같고 암기과목 위주로 해야 할 거 같아.”
“하면 될 거 같기는 해?”
“글쎄, 해보는 데까지 하기는 하겠지만 전체가 다 5등씩 오른다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 근데 걔들 왜 그렇게 5등씩 오르려 하는지 오빠는 알아?”
“응? 글쎄 나도 그건 잘…….”
현성은 대충 둘러댔다.
만약에라도 현성이 내세운 조건이라고 말한다면 모양새가 영 이상해질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 주문한 짜장면과 짬뽕이 두 사람 앞에 나왔다.
현성은 얼른 짜장면을 자신 앞으로 가져와서는 짜장면을 비비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서인헤의 입술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우와! 오빠 최고!”
“그렇다고 감동까지 할 건 없고, 맛있게 먹어.”
“고마워, 이런 거 보면 곰과는 아니란 말이야. 왠지 수상하기도 하고…….”
“인마, 수상하긴 뭐가 수상해? 오늘은 아빠의 마음이거든. 그러니까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빨리 먹기나 해.”
사실이었다.
조금 전에 친구들이 아빠랑 짜장면 먹는 게 부럽다고 말할 때는 진짜 측은한 마음이 들었었다.
그런 것에서 아빠의 빈자리를 느낄 줄 몰랐다.
서인혜야 그런 마음이 없겠지만 현성의 입장에서는 서인혜가 한편으론 딸같이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맛있어?”
“응, 세상에서 오늘 먹은 짜장면이 제일 맛있어. 사실 아빠하고는 짜장면도 한 번 같이 못 먹었었거든.”
“많이 먹고, 앞으로도 짜장면 먹고 싶으면 얼마든지 말해.”
“진짜? 우와! 오늘 우리 오빠 웬일이래?”
마냥 좋아하는 서인혜였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현성의 눈빛에도 오늘만큼은 사랑이 가득 담긴 표정이었다.
***
이틀 후.
떡볶이와 어묵 판매는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
하루 평균 준비한 물량이 각 학년별로 50인분씩, 다 합치면 150인분이다. 거기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3일을 판매했으니 총합은 450인분을 판매한 것이다.
욕심 같아서는 더 준비하고 싶었으나 아침에 1시간 조금 넘게 판매하는 것이라 물량을 줄여서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그래도 재고 없이 3일을 판매하니 수고한 보람이 있는 듯했다.
“다해서 얼마나 나왔냐?”
회장인 나민수가 묻자 총무인 신미선이 마지막 동전까지 다 헤아린 후 말했다.
“재료비랑 이것저것 다 제하고 나니까 26,600원 남았다. 비록 3만 원도 안 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성공한 거다.”
“그럼, 당연하지. 재고 안 남긴 게 어디야?”
“정우 어머니 덕분이지 뭐. 정우 어머니한테는 그릇 가져다주면서 회장이 인사 제대로 해.” “알았어. 내가 그건 알아서 할게. 그리고 오늘 수업 끝나고 다들 미소식당으로 모여. 교장 선생님이 저번에 주신 만 원 있으니까 그걸로 저녁들이나 먹게.”
어차피 돈이 목적이 아니었다.
우리들의 의지를 보여주고자 함이었다.
이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학생들로부터 돈도 다 걷었고, 그 돈으로 장사해서 비록 얼마 안 되지만 돈도 조금 벌었다.
이제 이틀 후에 있을 총동문회에 가서 위 사실만 다 고하면 될 것이다. 그렇데 되면 선배들이 알아서 하게 될 것이다. 설사 그 금액이 적게 모금된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점심시간.
점심을 먹은 현성은 교장실로 향했다.
교장실에 들어가자 교장 박상현이 현성을 맞았다.
“어서 오게. 요즘 고생이 많지?”
“아닙니다. 오히려 즐겁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그래 이제 떡볶이랑 어묵은 다 팔았는가?”
“네, 오늘로 끝났습니다. 이제 저희가 할 일은 다 끝났고 총동문회에서 선배님들이 어느 정도 호응을 해줄 것인지만 남았습니다.”
교장 박상현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게 말일세. 아무쪼록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겠지만 너무 기대하고 있지는 말게. 만에 하나라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으니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총동문회장님을 먼저 만나 볼 수는 없는 거지요?”
“먼저 만날 일이라도 있는 건가?”
“네, 아무래도 저희 사정을 미리 말씀드려야 할 거 같아서요. 총동문회 날에 갑자기 만나서 말씀드리는 것보다는 먼저 만나서 자세하게 말씀드리는 게 나을 거 같아서 말입니다.”
교장 박상현이 현성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무슨 이유가 있지 않고서야 그런 웃음이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그 모습을 바라본 현성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혹시…….”
“눈치챘는가? 잠깐만 기다리게 곧 총동문회장이 올 걸세.”
그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누군가 들어왔다.
들어온 사람은 이수혁의 아버지 이만수 조합장이었다.
교장 박상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이만수 조합장을 맞이했고 현성도 덩달아 인사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