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28)
회귀해서 건물주-128화(128/740)
128
승용차에 올라탄 박희철이 도착한 곳은 현성의 집이었다.
“현성 군 있는가?”
방에 있던 현성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아저씨, 어쩐 일이세요?”
“지금 뭐 하고 있는가?”
“점심 먹고 쉬고 있습니다만…….”
“나랑 잠깐 어디 좀 가세. 얼른 나오게.”
현성을 태운 승용차는 집을 벗어나 현성의 가게가 있는 쪽으로 내달렸다.
5분쯤 지났을까.
박희철이 속도를 줄이며 현성이 앉은 조수석 쪽을 힐긋 바라봤다. 그리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 뭐라 말 좀 해보게.”
“혹시 지금 광고 때문에 이러시는 겁니까?”
“알면서 새삼스럽게 뭘 묻고 그래?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자세히 말해보게.”
현성은 씩 웃었다.
어차피 어느 정도는 이미 예상했던 부분이었다.
박희철 입장에서야 황당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아무리 미리 얘기를 했지만 그 내용이 TV에 실제로 나온다면 그 어느 누구라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현성은 박희철을 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편하게 말했다.
“제가 미리 다 말씀드렸었잖아요. 추석 지나고 나면 TV에서 광고 나올 거라고. 기억 안 나세요?”
“왜, 기억이 안 나겠어?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 진짜로 나올 줄은 …….”
“저는 분명히 그때 정확히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특별히 뭐라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거야 참…….”
박희철로서도 뭐라 특별히 할 말은 없었다. 분명히 간판 달 때부터 몇 번씩이나 현성이 말했던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설마 했었다.
진짜 아까 TV에서 씬라면 광고가 나오는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이래도 아직 제 꿈을 못 믿으시겠습니까?”
“그 예지몽인가 뭔가 하는 거 말이지?”
“네.”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서 말이야.”
박희철은 여전히 못 믿겠다는 말투였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당연히 믿는 게 맞다. 하지만 결과를 보기 전까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믿을 수 없는 게 사실이었다.
현성이 그런 박희철을 보며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아직이란 얘기죠. 그러실 겁니다. 제가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억지로 믿어달라고 말하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매번 놀라시게 될 겁니다.”
“아니, 그게 말이야……, 결과를 보면 믿어야 되는데, 그게 솔직히 잘 안 된다네.”
박희철은 어쩔 수 없이 솔직한 마음을 털어 놓았다.
“그래서, 지금 어디 가시는 겁니까?”
“가게.”
“가게는 왜요?”
“내 눈으로 직접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어서 말이야. 그 전엔 간판을 자세히 안 봤었거든. 하지만 오늘은 자세히 보고 자네의 꿈이 얼마나 정확한지 확인 좀 하려고.”
현성은 대답하는 박희철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얼마나 놀랐으면 TV를 보다 말고 뛰어나왔을까를 생각하니 저절로 미소가 번진 것이다.
“그러니까 아저씨 말씀은 지금 간판 이미지와 TV 광고 내용을 비교하겠다는 거죠?”
“그 꿈이 진짜 얼마나 자세하게 나오는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해봐야겠네.”
“만약 말입니다, 비교를 했는데 거의 비슷하다면요?”
“그건 그때 말해주겠네.”
박희철은 뭔가를 생각하는 듯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승용차는 어느새 현성의 가게 앞에 도착했다.
“내리지.”
“네.”
박희철을 따라 현성도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린 박희철은 뒤도 안 돌아보고 가게를 향해 걸어갔다.
잠시 후.
박희철은 가게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물론 그의 시선은 간판에 고정돼 있었다.
‘이럴 수가!’
이건 말이 안 된다.
집에서 TV를 볼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똑같을 줄은 몰랐다.
얼핏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생각은 했었다. 그런데 지금 비교해 보니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똑같았다.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박희철은 옆에 서 있는 현성을 바라봤다.
“비슷한 게 아니라 똑같네.”
“저는 꿈에 보인대로 만들었을 뿐입니다.”
“볼수록 신기하단 말이야. 어떻게…….”
“신기한 거로 따지려면 아저씨가 이 자리에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만약 그때 제가 아저씨를 버스에서 강제로 끌어 내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현성이 예전 얘기를 끄집어내자 박희철은 온몸에 진저리를 치듯 몸을 떨었다.
“이 사람아, 그 얘기는 하지도 말게.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섬찟해서 몸이 떨린다니까.”
“그러니까 이젠 저를 좀 믿어달라니까요.”
“그래서 말인데……, 이 가게도 자네 꿈에선 미리 대박 났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랬죠.”
정확히는 6개월 뒤다. 그때 당시, 라면 가게 사장은 이곳에 6개월 뒤에 오픈을 했었다. 그땐 이미 전국적으로 매운맛의 열풍이 시작된 후였다.
현성이 지금 우려하는 게 그것이다.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게 아직은 매운 맛의 열풍이 시작되기 전이라는 것이다.
시기적으로 6개월 차이가 있다는 것. 그때처럼 이곳이 대박이 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두려움?
솔직히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두려움 때문에 시작을 미뤘다면 이곳은 현성의 차지가 안 됐을 것이다. 이상하게도 그 전주인인 민두식이 저번에 먼저 나타났기 때문이다.
당연히 나타나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전주인인 민두식이 나타난 것이다. 그때만 생각하면 현성도 황당할 뿐이었다.
그 꼴통,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때 경찰관한테 끌려간 후로는 안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음을 놓기에는 아직 이르다. 전생의 기억대로라면 적어도 내년 3월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때 박희철이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처음에 말했던 거 기억하는가?”
“처음이라면……?”
“이 가게를 처음 계약할 때 말이네. 내가 그때 만약 이 가게가 자네가 꿈꾼 것처럼 대박이 날 경우엔 내 재산 전부를 자네한테 투자하겠다고 말이야.”
“당연히 기억하지요. 그래서 제가 더 신경을 쓰는 거 아닙니까?”
사실이다.
라면 가게로 돈 벌어서는 아무리 대박이 난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두 번째 사는 인생인 만큼 제대로 살려면 가장 우선적인 것이 경제적 능력이다.
어떤 미사여구로 포장을 하든 그 말은 사실이다.
오랜 세월 살아보니 그 필요성은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온몸으로 깨달았다.
그것이 기본적으로 뒷받침이 안 된다면 아무리 미래를 안다 해도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것이다.
그래서 1차 목적이 우선적으로 가게를 살리는 것이다. 그다음 궁극적인 최종 목적은 가게를 살려서 박희철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이다.
투자처?
지금이라도 자본금만 있다면 투자처는 얼마든지 있다. 대충 머리에 기억나는 것만도 몇 개는 된다. 그리고 중요한 건 투자처가 많이 필요하지도 않다. 한 군데만 제대로 뚫으면 된다는 게 현성의 생각이다.
초기자본, 지금으로선 그게 가장 시급한 문제다.
그것을 해결해줄 사람이 바로 박희철인 것이고.
물론 처음부터 이럴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박희철을 살려 줬던 것도 아니고.
그런데 자꾸 박희철과 엮이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이젠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욕심이라면 욕심.
인정한다.
사람으로서 욕심이 없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굳이 가면을 쓰고 싶지도 않다.
그렇다고 해서 혼자만의 욕심은 아니다.
박희철.
두 번째 인생에서 다시 얻은 인연이다. 그 사람도 나도 같이 잘 먹고 잘살자는 거다.
그때 박희철이 다시 말했다.
“정말 투자하면 자신은 있는 거지?”
“아직도 불안하신 겁니까?”
“자네라면 100% 믿을 수 있겠는가?”
“당연히 쉽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이번 라면 가게 반드시 대박 나게 만들어서 제 꿈이 틀림이 없다는 걸 증명해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그땐 진짜 믿어주십시오.”
현성이 라면 가게를 성공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이거인 것이다.
박희철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투자처는 확실히 있고?”
두말하면 잔소리다. 한 번 살아본 인생인데 그 정도야 없겠는가?
하지만 지금 그렇게는 말할 수 없는 것이고.
“꿈에서 미리 말해 줄 겁니다.”
“역시 꿈이군.”“당연하지요. 지금까지 제 꿈이 틀린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습니까? 저는 제 꿈을 100% 믿습니다.”
“하긴……, 그래서 신기하다니까.”
박희철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물론 그 꿈하고는 다르지만 자네 미래의 꿈은 무엇인가? 갑자기 그게 궁금해졌네.”
“제 꿈이요?”
“지금 자네를 보면 못 할게 없어 보이거든.”
“제 꿈은 건물주요. 언젠가 수업시간에도 말했지만 저는 건물주가 꼭 될 겁니다.”
하하, 하하하…….
박희철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한참을 웃던 박희철이 웃음을 멈추고는 다시 물었다.
“꿈이 건물주라, 거참 재밌는 말이네.”
“세상에 그만큼 좋은 게 어디 있겠습니까? 어떤 얘들은 의사니 변호사니 그러는데 저는 그런 거 시켜줘도 안 할 겁니다. 그 고생을 왜 합니까? 할 수만 있다면 건물주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허허, 듣고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군. 건물주라…….”
그저 웃고 마는 박희철이었다.
박희철이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현성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라면 가게를 먼저 꼭 성공시켜야 하는 현성이었다.
***
미소식당.
늦은 점심을 먹던 오상철과 최민성.
광고를 먼저 알아본 건 오상철이었다.
“이봐, 저, 저게 뭔가?”“저거 그 꼬맹이 라면 가게 간판에 붙어있던 그 라면인데요.”
“틀림없지?”
“맞아요. 농씸에서 새로 나온다는 그 씬라면이 맞습니다.”
오상철은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면서도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물론 며칠 전에 현성이 라면을 미리 주문했다는 얘기는 최민성의 후배를 통해 전해 들었다.
그 또한 사실 믿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주문을 했고 계약금까지 오고 간 것을 확인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광고까지는 미처 예상을 못 했었다.
그런데 신기한 건 광고 이미지였다.
간판 이미지와 광고 이미지가 너무나 똑같았다.
미리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다면 결코 따라 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말이다.
이건 말이 안 되는데…….
“허!”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는 오상철이었다.
그때 최민성이 오상철을 보며 물었다.
“형님, 가게는 어떻게 됐습니까?”
“예상대로야.”
“그 말씀은?”
“오늘 중으로 뺀다고 했어. 집기들도 꼭 필요한 것만 빼가고 나머지는 그냥 놔둔다고 하더군.”
“막상 나간다고 하니 좀 미안하긴 하네요.”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10년 동안 장사해 먹었으면 됐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그 꼬맹이 녀석이나 잘 감시해.”
“넵, 형님.”
최민성은 바로 꼬리를 내렸다. 혹시라도 10년 동안 있던 가게에서 쫓아내는 것이라 일말의 죄책감이라도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자신만의 착각이었음을 알았다.
최민성은 그저 먹던 밥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
박희철과 헤어진 현성은 신명순의 분식 가게로 향했다.
어차피 오늘 이삿짐을 싸야 하기 때문이다.
신명순은 결국 현성의 가게에서 내일부터 장사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홀은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가게 앞에서 테이블만 놓고 그 위에서 떡볶이와 어묵만을 종이컵에 담아서 팔기로 했다. 그게 그나마 자신이 마지막까지 양심을 지킬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말했다.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현성도 더는 어쩔 수 없었다.
드르륵.
가게 안에는 신명순 혼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