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3)
회귀해서 건물주-13화(13/740)
먹을 게 없다고 해서 포기하고 내려갈 수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대로 포기하고 내려간다면 자신의 삶은 전생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었다.
도저히 그럴 순 없었다. 가난의 구렁텅이로 고스란히 다시 들어간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무조건 찾아야 한다.
설사 한 달이 아니라 몇 달이 걸리더라도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학교?
미련 없었다.
잘리면 검정고시라도 볼 판이었다.
그만큼 현성은 지금 절박한 마음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 산삼이 모든 걸 해결해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딛고 일어설 발판은 되지 않겠나 싶었다.
발판 없이 일어선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현성이었다.
그리고 분명한 건, 이 산 어딘가에는 틀림없이 그때 봤던 산삼이 있을 거란 확신이 깔려있었기에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며칠 지나면서 부터는 오기가 생겼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산을 횡으로 샅샅이 뒤지는 거였다. 어딘가에는 분명히 있을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때 그 산삼 말고도 산 어딘가에는 또 다른 산삼도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기억속의 그 산삼을 못 찾는다면 다른 산삼이라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게 오늘로 보름째다.
그런데 신기한 건 시간이 지나면서 산삼도 산삼이지만 변화된 체력이었다.
처음엔 당연히 죽을 맛이었다. 체력이 원래부터 약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악으로 버텼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는 온종일 산을 타도 피곤하지가 않았다.
그래서 원인이 뭘까 생각을 해봤는데, 결론은 더덕밖에 없었다.
산에 올라와서 먹은 건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구하기 쉬워서 먹기 시작했는데, 이게 또 먹다 보니 맛이 장난이 아니었다.
일반 시중에서 사서 먹던 맛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게다가 갈증 해소에도 탁월했다.
어쨌든 현성으로선 생각지도 못했던 부수적인 성과였다.
현성은 일단 더덕을 번쩍 들어 크기부터 확인했다.
“대단하네.”
더덕의 몸통 굵기가 역시 예술이었다. 어린아이 팔뚝만 한 게 인고(忍苦)의 세월(歲月)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이 정도 크려면 도대체 몇 년이나 커야 하는 거야?”
눈앞에 직접 보면서도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꿀꺽.
감탄도 잠시, 바로 입맛을 다시는 현성이다.
쓱쓱.
더덕을 허벅지에 몇 번 문지르자 껍질에 붙었던 흙들이 떨어져 나갔다. 그러자 일반 더덕과는 다르게 중간마다 흐릿하게 검은색의 띠가 둘려 있었다. 마치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기라도 한 듯.
하지만 그건 현성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일단 먹는 게 우선이었다.
우적우적.
일단 입으로 껍질부터 대충 벗겨냈다.
우두둑.
그리곤 위쪽부터 깨물어 먹기 시작했다.
음!
역시 달랐다. 입안을 꽉 채우는 속살 맛이 가히 예술이었다.
다시 한 입을 크게 베어 물 때였다.
“어?”
말로만 듣던 물찬 더덕이다.
이번이 세 번째다.
아주 드물지만, 오래된 더덕의 경우 몸통 안에 약물이 고인다고 한다. 이런 건 산삼하고도 안 바꿀 정도로 그 몸값이 상당하다고 알고 있다.
즉, 귀하다는 얘기다. 자고로 귀한 건, 몸에 좋기 마련. 이런 건 한 방울도 흘리면 안 된다.
추르릅······, 스읍, 스읍······쪽!
현성은 더덕을 거꾸로 들고 안에 있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쪽쪽 빨아먹었다. 손등에 묻은 것까지 깔끔하게 마무리는 기본이었다.
그리곤 몸통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
“역시!”
크기부터 다르다 싶더니 맛 또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 맛이었다. 이러니 체력이 좋아질 수밖에 더 있겠는가.
더덕을 깔끔하게 먹은 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찬 더덕을 먹어서 그런지 힘이 불끈 솟는 느낌이었다.
“자, 이번엔 저 위쪽으로 가볼까?”
휙!
현성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현성이 도착한 곳은 7부 능선에 위치한 절벽 위였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한 폭의 동양화가 따로 없었다. 그렇다고 팔자 좋게 경치를 구경하는 건 아니었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 우선 주위 지형부터 살피는 게 현성의 방법이었다.
주변이 안 보일 경우엔 어쩔 수 없지만, 이렇게 대충이라도 보일 경우에는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 비슷한 지형을 찾기 위함이었다.
그때 현성의 눈에 어느 한 곳이 들어왔다. 약간의 경사지에 오른쪽에는 절벽도 보였다.
“음······.”
왠지 낯설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4시를 훨씬 넘기고 있었다. 이 시간에 새로운 곳을 간다는 건 산을 모르는 바보나 하는 짓이다.
욕심은 금물!
산에서의 철칙이다. 살아 본 세월 탓이라 그 정도는 기본이었다.
“그래! 내일은 저기다.”
현성이 막 절벽 위에서 돌아설 때였다.
“어?”
어디에선가 무슨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이 깊은 산중에서 무슨 소리가 들릴 리가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정신을 집중해 귀를 기울여봤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현성은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하고는 발길을 다시 돌렸다.
그때 다시 절벽 끝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뭐야?”
현성은 혹시나 싶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절벽 끝으로 옮겼다.
아!
바위 틈새에 뭔가 끼어 있었다. 갈색 바탕에 약간 검은 줄무늬를 한 짐승이었다. 한눈에 봐도 어린 멧돼지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거의 움직임이 없었다. 아마도 떨어진 지 꽤 여러 날이 된 듯했다.
쯧쯧.
현성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 괜히 구하겠다고 내려갔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는 날에는 회귀한 보람도 없이 곧장 저승길로 갈 판이었기 때문이다.
그럴 순 없었다.
“미안하다.”
현성은 발길을 돌렸다.
몇 걸음 걸어갔을 때였다.
다시 작은 소리가 들렸다.
무시했다. 그리고 다시 몇 걸음을 움직였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뭐야?”
오히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죽었나?”
조용하니 더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때 문득 얼마 전 경포대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구조대의 도움으로 다 죽다 살아났다. 그래 봐야 날짜로 따지자면 채 한 달도 안 됐다.
그때 만약, 그 구조 요원이 본인이 위험하다는 생각에 구조하는 데 있어서 소극적이었다면······, 상황은 어떻게 됐을까?
파도가 심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설사 잘못돼도 구조 요원을 탓하는 이는 없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자신은 아마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구조 요원은 당연히 구해야 한다고?
아니다.
세상을 좀 살아 보니, 당연한 것은 없다는 걸 알았다. 그건 그 사람의 문제였다. 그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는지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후!
짧게 심호흡을 한 현성의 눈빛이 조금 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아무리 말 못 하는 산짐승이라 할지라도 숨이 붙어있다. 그것도 더군다나 어린 생명이다. 생명에 귀천(貴賤)이 있을 수 없다.
이대로 갔다가는 평생 심적 부담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현성은 잽싸게 주변을 둘러봤다. 저만치 칡넝쿨이 보였다.
후다닥.
발걸음이 빨라졌다. 막상 결정하고 나니 이젠 마음이 급해졌다.
홱!
망설임 없이 칡넝쿨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칡넝쿨을 최대한 길게 만들었다. 그리곤 나무에 걸고 여러 번 양손으로 잡아당겼다 놓기를 반복했다.
칡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어느 정도 칡이 부드러워지자 세 가닥을 하나로 꼬았다.
탁탁.
당겨보니 제법 임시로 쓰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그리곤 옆에 있는 소나무에 단단히 동여맸다.
“조금만 기다려라.”
현성은 칡넝쿨을 자신의 몸에 감고는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온몸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두려움?
어느새 그런 건 없었다. 단지 어떻게 하면 빨리 내려가 숨이 끊어지기 전에 어린 생명을 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기를 잠시.
척!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한 손을 뻗어 바위틈에 끼어있는 어린 멧돼지의 몸 위에 손끝을 대보았다.
아!
온기가 느껴졌다.
“됐다! 살아있구나!”
현성은 어린 멧돼지의 뒷덜미를 잡고 바위틈에서 끄집어 올렸다. 그리고는 배낭을 열고 그 안에 집어넣었다.
절벽 위로 올라오자마자 배낭을 열고 어린 멧돼지를 끄집어냈다.
쏙!
일단, 입속에다 손가락을 살짝 넣어봤다.
삶의 의지인가? 현성의 손가락을 본능적으로 빨기 시작했다. 비록 그 힘은 약했지만, 분명 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현성은 바로 배낭 속에서 비상용으로 챙겨둔 더덕 한 뿌리를 꺼냈다. 그리고는 얼른 한입 베어 물어 씹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잘게 씹은 후 어린 멧돼지의 입속에 살짝 넣어줬다.
그러기를 수차례.
삼키는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더니, 어느 순간 조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제야 현성의 긴장했던 얼굴이 조금씩 펴지기 시작했다.
“너나 나나 질긴 생명인가 보다.”
주변은 어느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현성은 어린 멧돼지를 다시 배낭에 넣고는 텐트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빠르게 움직였다.
다음 날 아침.
“뭐야?”
현성은 느낌이 이상했다. 뭐가 간지럽히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어린 멧돼지가 자신의 손가락을 빨고 있는 것이었다.
피식.
저절로 웃음이 났다.
용케도 기운을 차렸다. 어젯밤만 해도 겨우 조금 움직일 정도였는데 밤새 기운을 차린 것이다. 역시 아무리 새끼라 하더라도 산짐승은 다른가 보다.
손가락을 빠는 걸 보니 배가 고프다는 건데······.
현성은 배낭에서 더덕을 한 뿌리 꺼냈다. 혹시나 몰라 항상 여유 있게 몇 개씩은 배낭에 가지고 다닌다.
오물오물.
껍질을 벗기고 속살만 씹어서 어린 멧돼지한테 줬다. 그런데 씹어 주기가 무섭게 먹어 치웠다.
“어라, 요놈 봐라?”
썩어도 준치라 이건가. 새끼라고 얕봤더니 역시나 멧돼지는 멧돼지였다.
“옜다.”
이번엔 통으로 그냥 줘봤다.
우적우적.
역시 준치가 맞았다. 툭 튀어나온 주둥이로 우물우물 잘도 받아먹었다.
“그래, 넌 앞으로 준치다.”
얼마나 산에 더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성은 어린 멧돼지한테 ‘준치’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산짐승한테 생선 이름이라······.
큭큭.
현성은 혼자 킥킥대며 웃었다.
그리곤 괜히 주변을 둘러봤다. 딱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격이었다. 창피한 건, 누가 보든 말든 본성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