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30)
회귀해서 건물주-130화(130/740)
130
“신 여사님 실례가 안 된다면 이 자리는 제가 계산을 하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아닙니다, 회장님. 여기는 오늘 저를 도와준 학생들이라 제가 사는 게 맞습니다.”
“사실 현성이한테 대충 얘기는 들었습니다. 10년 넘은 가게를 정리하셨다고요?”
“네, 그렇게 됐습니다.”
신명순이 조금 아쉬운 듯 대답을 하자 박희철이 다시 말했다.
“그래서……, 조금 이라도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제가 대접을 하고 싶습니다만…….”
“아니, 그래도 이건…….”
“그렇게 하게 해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그럼.”
“고맙습니다.”
박희철은 신명순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바로 종업원을 불렀다.
그러자 권오영 사장이 바로 달려왔다.
“네, 형님. 뭐 더 필요한 거 있으십니까?”
“불판 좀 갈아주고 고기 좀 넉넉히 더 주게. 그리고 요즘 장사는 잘되지?”
“네, 그럭저럭이요. 그리고 불판하고 고기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현성은 박희철을 보며 빙긋 웃었다.
아무리 봐도 예전 박희철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박희철의 인상도 많이 변해 있었다.
사람이 자고로 베푼다는 것.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는 듯했다.
목마른 사람에게는 물 한 모금, 고기가 부족한 사람에게는 고기 한 접시.
박희철이 고기를 주문하자 눈빛부터 달라지는 김일수였다.
현성은 그런 김일수를 보며 다시 한 번 빙긋 웃었다.
그때 박희철이 신명순을 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이제 앞으로 김치 칼국수는 못 먹는 겁니까?”
“아, 그거요. 여기 사장님한테 물어 보세요.”
신명순은 현성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러자 박희철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김 사장, 내 김치 칼국수 어쩔 거야?”
“아, 그거요. 당분간은 좀…….”
현성이 생각하는 메뉴는 오직 하나다. 메뉴가 많아지게 되면 그만큼 테이블 회전율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현성이 생각하는 고객층은 학생이다. 물론 여유가 된다면 모르겠지만 굳이…….
“그 말은 당분간은 힘들다는 얘기네.”
“어쩝니까요, 라면 전문점으로 성공하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 대신 비오는 일요일에 오십시오, 그땐 제가 직접 끓여 들이겠습니다.”
“허허, 비오는 일요일이라……, 왜 또 하필 비오는 일요일인가?”
“일요일은 영업을 안 하는 날이니 가능한 거고, 칼국수는 또 비오는 날 먹어야 제 맛 아니겠습니까?”
박희철은 현성을 보며 웃고 말았다.
“됐네, 이 사람아. 비오는 일요일에 그것도 자네가 직접,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먹고 싶은 생각은 없네.”
“아저씨가 제 솜씨를 모르시는군요. 이래봬도 제법입니다. 농담이 아니라 언제 기회 되면 한번 모시겠습니다.”
“허허, 자네가 음식 솜씨가 있다고? 그건 또 처음 듣는 소리라……, 알았네, 그렇다면야 내가 시간을 한번 내보도록 하지. 근데 비가 언제 오려나…….”
킥킥.
그때 누군가 웃기 시작했다.
건너편에 앉아있던 김일수였다.
현성이 물었다.
“야, 그 웃음의 의미는 뭐야?”
“인마, 뭐긴 뭐야, 너 오늘 뭐 잘못 먹었냐? 왜 그렇게 눈치가 없어?”
“뭐……, 눈치?”
“야, 솔직한 말로 지금 아저씨가 네가 끓여주는 칼국수 드시고 싶겠냐? 평상시엔 안 그러더니 오늘따라 왜 그래?”
현성은 순간 아차 싶었다.
그와 동시에 박희철을 바라봤다.
“흠흠…….”
박희철은 모르는 척 헛기침으로 대신했다.
그러자 건너편에 앉아있던 박철민도 웃기 시작했다.
그제야 현성은 자신이 지금 무슨 주접을 떨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제가 잠시 그만…….”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게 한 사람이 바보가 되면서 그 자리는 더욱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
그날 밤.
현성은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10시였다.
똑똑.
이 시간이면 두 사람 중의 한 사람일 것이다. 어머니 아니면 동생, 아마도 동생일 확률이 높았다.
드르륵.
방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역시 동생 김지연이었다.
“일수 오빠한테 물어봤어?”
“아니, 아직.”
“언제 얘기하려고?”
“근데 그거 꼭 얘기해야 하는 거야?”
물론 어머니가 다음 주에 데려오라고 하긴 했다. 그런데 그걸 진짜 말해야 되는지 현성은 헷갈렸다.
어른들 선을 보는 것도 아니고 단지 애들 만남이다. 그런데 거기에 어머니가 왜…….
현성으로선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그리고 전생에서도 두 사람은 아무 관계도 아니었다.
전혀 모르던 관계였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현성과 김일수의 관계가 물과 기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두 사람은 만날 기회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여동생의 배우자는 따로 있었다.
이름은 이형준, 나이는 동생보다 3살이 위였고, 청주가 고향인 사람이었다.
물론 이번 삶에서도 그 사람이 동생의 배우자가 될지는 모르겠다. 필연이라면 두 사람은 다시 만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다른 식으로 진행이 될 것이다.
‘잠깐’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었다.
전생에서 동생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었다.
자신의 이상형은 예쁜 남자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김일수는?
예쁨과는 분명히 거리가 있는 게 분명하다.
현성은 동생 김지연을 보며 물었다.
“지연아 혹시 너 이상형이 어떻게 돼?”
“이상형? 갑자기 심각한 이 상황에 웬 이상형 타령이야?”
“아니, 혹시 너 이상형이 예쁜 남자 아니었어?”
“어? 오빠가 그걸 어떻게 알았어? 내가 오빠한테 그런 말은 한 적이 없는 거 같은데?”
김지연은 당황스럽다는 듯 얼굴을 붉혔다.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쁨, 그리고 김일수?
아무리 매치를 시키려 해도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그럼, 김일수는 뭐야?”
“야밤에 무슨 그런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어?”
“이상형이 예쁜 남자라며?”
“근데?”
김지연은 뭐가 문제냐는 듯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너 혹시 일수가 예쁘냐?”
“그걸 지금 말이라고 나한테 묻는 거지?”
“그 말은…….”
“오빠, 오늘 진짜 왜 그래? 이게 뱅글뱅글 안 돌아가?”김지연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이 자식이…….”
“아니 그렇잖아. 당연한 걸 왜 묻냐고? 지금 그 말은 일수 오빠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거잖아?”
“그럼 네 눈엔 일수가 진짜…….”
현성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김지연이 보란 듯이 마무리 멘트를 날렸다.
“얼마나 귀엽고 예쁜데…….”
그랬다. 김지연의 눈에는 김일수가 하염없이 귀엽고 예뻤던 것이다.
피식.
어이가 없어 현성은 웃고 말았다.
역시 미의 기준은 상대적이란 걸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때 김지연이 다시 물었다.
“그래서 어쩔 건데?”
“그냥 집에 놀러 가자고 해.”
“오빠가?”
“아니, 네가.”
“오빠 진짜 이럴 거야? 좀 도와주라, 응?”
없는 애교까지 부리는 김지연이었다.
현성은 그런 김지연을 빤히 쳐다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눈이 의심스러웠다.
“너 안경 써볼래?”
“오빠 나 눈 좋아. 양쪽 다 1.5야.”
“0.5가 아니고?”
그제야 현성이 무슨 말을 하는지 눈치챈 김지연이 현성을 째려보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잠깐.
“오빠! 진짜 이럴 거지?”
김지연의 목소리에 기름기를 뺀 담백함이 느껴졌다.
현성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여기까지라는 걸.
“알았어.”
“…….”
아무 말이 없는 김지연이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갔으면 김지연은 폭발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현성은 두 손을 들고야 말았다.
“알았다고, 오빠가 알아서 주말에 데려온다고, 됐냐?”
“……응.”
김지연은 현성의 어깨를 툭 치고는 방을 나가 버렸다.
동생만의 방식이다.
고맙다는 의미.
혼자 남은 현성.
김지연이 나간 문 쪽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현성이 혼자 중얼거렸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네…….”
조금만 늦었더라면 김지연은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 녀석이다.
자기 성질을 참지 못하고 울어버리는.
울음이 터지면 그땐 이미 늦다. 그것을 알기에 현성은 마지막 순간 두 손을 들고 만 것이다.
다음 날.
현성은 아침에 서둘러 집에서 나왔다.
오늘 아침부터 신명순이 가게 앞에서 어묵과 떡볶이를 파는 날이기 때문에 그것을 도와주기 위함이다.
현성이 회관 앞을 막 지날 때였다.
“어이.”
누군가 현성을 불렀다.
돌아보니 이장 최민석이었다.
“안녕하세요?”
“그래, 이렇게 일찍 학교 가는 거여?”
“네, 할 일이 있어서요. 그리고 지난 마을잔치 준비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지요. 덕분에 마을잔치는 성공리에 끝났다고 하던데요.”
“그렇게 말해주면 나야 고맙지.”
역시 일이 체질인 듯한 최민석이었다.
하긴 그러니 동네 이장으로 시작해서 국회의원까지 가능했을 것이다.
“저한테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다른 게 아니고 지난번에 얘기했던 박 회장님 기부금 때문에 말이야.”
“그 말씀이라면 그때 말씀드린 것 같은데요, 마을 어른들과 상의해서 하시라고…….”
그때도 분명히 말했던 부분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나설 자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들었네만, 회장님이 자네 의견을 꼭 들었으면 좋겠다고 거듭 말씀하시더라고.”
“박 씨 아저씨가 말입니까?”
“그렇다네. 그래서 이렇게 다시 물어보는 걸세. 혹시라도 마을을 위해서 자네가 생각하는 게 있다면 서슴지 말고 말해주게.”
최민석의 태도는 완강했다.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무조건 모른 척 하는 것도 경우가 아닌 듯했다.
현성이 막 말하려 할 때 최민석이 다시 말했다.
“참고로 지금 남은 돈은 450만 원이 남아있네.”
450만 원,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이 정도의 금액으로 마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현성은 잠깐 고민에 빠졌다.
우선 생각나는 건 장학금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생각난 것이 마을 입구에 있는 다리였다. 폭도 너무 좁을뿐더러 높이가 너무 낮기 때문에 여름에 비라도 많이 오게 되면 범람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아마도 그 돈이면 다리를 새로 놓아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성은 최민석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저……, 두 가지를 말씀드려도 될는지요?”
“당연하지! 그래 그 두 가지가 뭔가?”
“하나는 장학금이고요, 또 하나는 마을 입구에 있는 다리를 이번 기회에 새로 만드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장학금과 다리라…, 역시 좋은 의견이네. 나도 내 개인적으론 다리가 어떨까 싶었는데, 그럼 그리 알고 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구해 보겠네. 역시 회장님이 괜히 물어보라고 한 게 아니었군 그래.”
“과찬의 말씀입니다. 그럼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현성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후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10분쯤 달리자 마을 입구에 있는 다리가 나왔다.
끼익.
현성은 자전거를 세웠다.
이 다리가 새로 놓이려면 앞으로 10년은 더 있어야한다.
“잘하면…….”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