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32)
회귀해서 건물주-132화(132/740)
132
이정우가 먼저 굳은 의지를 보였다.
이정우 입장에서는 나름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꼴찌는 김일수가 항상 맡아 놓고 했기 때문이다.
반면, 김일수의 표정도 만만치 않았다.
이번만큼은 꼭 이정우를 이기겠다는 듯 얼굴에 각오가 가득했다.
그런 김일수가 입술에 호선을 그리며 말했다.
“콜!”
이로써 두 사람의 중간고사 내기가 성립되는 순간이었다.
그 시각.
오상철과 그의 여동생 오상미는 분식 가게에서 어제 사 온 주방 기구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오상미가 오상철을 보며 물었다.
“오빠 얘기 들었어?”
“무슨 얘기?”
“여기 신 사장 말이야, 글쎄 그 꼬맹이 가게에서 일한다며?”
“나도 어제야 들었어. 하여간 그 인간도 독종이야. 어떻게 거기 들어가서 일할 생각을 하냐?”
오상철은 이해를 못 하겠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러자 오상미도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여. 내 가게 하다가 남의 가게에서 쪽팔려서 어떻게 일하려고? 그것도 어린애가 운영하는 곳에서 말이야.”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골목 안으로 왜 들어가. 더군다나 그 자리에서 사람도 죽어 나간 자리를.”
“그뿐이 아니야. 지금은 또 밖에서 어묵하고 떡볶이만 판대. 가게 안에서는 팔지도 못하고. 하긴 신랑 복이 없는 년이 오죽하겠어.”
“그러게 말이다. 그건 그렇고 너야말로 자신 있는 거지?”
오상미는 오상철을 힐긋 바라봤다. 그리곤 어이가 없는지 피식 웃었다.
“오빠, 왜 이래. 나 이래 봬도 한 때는 서울서 잘 나가던 여자야. 그 인간이 보증만 안 섰어도 내가 여기 촌구석까지 내려오지도 않았어.”
“나는 무슨 죄고? 동네에서 나보고 뭐라는 줄 알아?”
“오빠도 참, 남의 눈이 뭐가 그렇게 중요해? 지금은 이 가게를 살리는 게 우선이야. 그러니까 오빠도 마음 단단히 먹어.”
“알았으니까, 책임지고 6개월 내로 보기 싫은 저 인간들 문이나 닿게 만들어.”
오상철로서도 갑갑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처음부터 이렇게 엮일 줄은 몰랐다.
그저 처음엔 신명순을 가게에서 내쫓으면 모든 게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신명순에게 통보하고 며칠 지난 후에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골목 안쪽에 있던 상가가 갑자기 나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사를 해보니 웬 꼬마가 그 가게를 임대한 것이었다.
거기까지는 상관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꼬마가 아니라 그의 뒤에 박희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평생을 두고 자존심에 상처를 준 인간.
남에겐 부끄러워 말도 못 하고 그저 혼자만 가슴에 담고 있는 상처. 세월이 지나도 좀처럼 없어지지 않은 깊은 상처 말이다.
그래서 이번만은 꼭 갚아 주리라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이게 또 생각처럼 쉽지 않으니 골치가 아픈 것이다.
문제는 김현성이라는 이 꼬맹이가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아무것도 모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다 쓰러져가던 가게를 완전히 탈바꿈해 놓은 건 기본이고, 나오지도 않은 라면을 간판으로 걸었는데 이젠 그게 또 나온다고 TV에서 광고까지 나오니 미칠 노릇이었다.
그때 오상미가 오상철을 보며 말했다.
“오빠, 우리 오픈 행사는 어떻게 하지?”
“그거 꼭 해야 하는 거야?”
“뭐라도 해야지. 기본적으로 주변 상가에 떡은 돌려야지. 그리고 다른 이벤트도 할 수 있으면 하는 게 좋은데, 우리 서울에 있을 땐 행사팀 불러서 근사하게 했었는데.”
“정신 차려. 여기는 서울이 아니야. 그러니까 돈 조금 들어가는 거로 적당히 생각해봐.”
“알았어.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두 사람은 다시 주방 기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
내기의 효과는 그날 수업하는 태도부터 달라졌다.
매일 수업은 포기한 채 잠자던 김일수가 바뀐 것이다. 그건 이정우도 마찬가지였다.
선생들이 오히려 신기하다는 듯 언급할 정도였다.
쉬는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그 난리를 치던 녀석들이 조용히 책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옆자리에 있던 친구들이 놀리기까지 했다.
“야, 천하의 김일수 무슨 일이야?”
“너 요즘 연애한다고 하더니 그래서 이러는 거야?”
그때마다 김일수는 씩 웃고는 다시 공부에 매진하는 것이었다.
공부 방법은 간단했다.
교과서 읽기. 중간고사 범위를 무한반복으로 읽기. 현성이 가르쳐준 방법이었다.
이정우도 마찬가지였다.
점심시간.
세 사람은 다시 뭉쳤다.
밥을 먹기 전에 이정우가 현성을 보며 물었다.
“야, 진짜 이렇게 교과서만 읽으면 되는 거야?”
“왜 못 믿겠어?”
“아니, 못 믿겠다는 것이 아니라, 문제지도 풀어야할 거 같아서.”
“우선은 무슨 내용인지 완전히 파악하고 그다음에 문제지로 가야지, 처음부터 문제지로 가봤자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의미 없어.”
그때 옆에서 듣던 김일수가 이정우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
“야, 읽으니 뭐 좀 알겠니?”
“솔직히 뭔 소린지 모르겠더라.”
현성은 그런 이정우와 김일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엔 쉽지 않을 거야. 그래도 일단 읽어. 아마 몇 번씩 읽다보면 무슨 내용인지 알 거고, 그다음에 문제지 풀면 머리에 쏙쏙 들어올 거야.”
“진짜지?”
이정우가 눈을 반짝이며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김일수가 이정우를 보며 물었다.
“정우야, 너는 왜 갑자기 공부를 하겠다고 그러는 거야?”
“갑자기는 아니고, 며칠 전에 어머니 때문에…….”
“어머니?”
“내가 어머니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고, 그래서 이제부터라고 정신 차리고 공부 좀 하려고.”
김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정우가 김일수를 보며 물었다.
“그러는 너야말로 왜 갑자기?”
“그게…….”
김일수는 말을 하다말고 현성을 힐긋 쳐다봤다.
그러자 현성이 빙긋 웃으며 김일수의 말을 받았다.
“이 자식이 사기를 쳤거든.”
“사기?”
사기라는 말에 이정우는 놀란 눈으로 김일수를 바라봤다.
그러자 김일수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그런 게 있다. 쪽팔리니까 더는 묻지 마라.”
“야 그런 게 어디 있어? 사람 궁금하게 해놓고 묻지 말라니, 그러면 안 되지. 뭔데?”
“아 그 자식, 그냥 넘어가자니까…….”
그냥 넘어갈 이정우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자신의 입으로 솔직히 말할 김일수도 아니었다.
결국 남는 건 현성.
어쩔 수 없이 현성이 입을 열었다.
“반에서 중간은 간다고 했단다.”
“반에서 중간? 누구한테?”
“여친한테…….”
“미친놈. 잠깐! 여친이라면 네 동생, 지연이?”
이정우는 손가락으로 현성을 가리켰다. 그러자 현성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바라본 김일수도 씩 웃었다.
그때 김일수가 말을 이었다.
“야, 그만 떠들고 밥이나 먹자.”
“지금 밥이 넘어가니, 이 자식아. 사기 칠 걸 사기를 쳐야지, 어떻게…….”
이정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김일수도 더는 얘기하지 않고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이정우와 김일수를 번갈아 본 현성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어찌 됐건 전생에서는 물과 기름처럼 평생 섞일 수 없었던 인연들이다. 그나마 이렇게 지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변화라면 큰 변화였다.
현성이 점심을 다 먹었을 때였다.
반장인 이영민이 다가왔다.
“교장 선생님이 오란다.”
“어, 그래.”
현성은 교장실로 향했다.
똑똑.
현성이 교장실로 들어가자 교장 박상현이 현성을 반갑게 맞았다.
“점심은 먹었는가?”
“네, 이제 막 먹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드셨어요?”
“나도 이제 막 먹었네. 우리 그럼 커피나 한잔씩 할까?”
“주시면 감사하죠.”
잠깐 기다리자 교장 박상현이 커피 잔을 내밀었다. 현성은 얼른 받아 한 모금 마시고는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점심을 막 먹은 탓인지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입안이 개운한 느낌이었다.
현성이 먼저 교장 박상현을 보며 물었다.
“혹시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우선, 뭐라 감사의 인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네. 자네도 알다시피 이번 화장실 건에 대해선 너무 완벽할 정도로 일이 깔끔하게 해결이 돼서 말이야.”
“정말 다행입니다. 저도 총동문회에서 그렇게 협조적으로 나올 줄 몰랐습니다. 사실 이번에 안 되면 내년까지도 미룰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한 번에 될 줄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천만 원이란 돈이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걸 총동문회에서 한 방에 해결해 주었다.
그만큼 화장실 문제가 동문들한테도 절실하게 느껴졌다는 얘기다.
“이게 다 자네 덕분일세. 하여간 이번에 아주 큰일을 해 주었네.”
“아닙니다. 어느 한 사람의 노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했던 일입니다. 이번만큼은 모두가 한 마음으로 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거야 그렇지만 어찌 됐건 누가 뭐라 해도 일등 공신은 자네일세. 정말 수고 많았네.”
“그렇게 말씀하시니 부끄럽습니다. 중요한 건 저희뿐만이 아니고 저희 후배들한테도 잘됐다는 겁니다. 그걸로 저는 만족합니다.”
사실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최소한 5년 동안은 부족한 화장실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물론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오죽했으면 여학생들의 경우 학교에 와서는 물도 제대로 안 먹었다고 했을까.
자세를 고쳐 잡은 교장 박상현이 조심스럽게 다음 말을 끄집어냈다.
“그래서 말인데…….”
“네, 어떤?”
“우리 학교에 가장 큰 문제점이 또 다른 게 뭐가 있을까 싶은데, 혹시 생각나는 게 있는가? 아무래도 학생의 입장이라 더 잘 알 거 같아서 말이야.”
“다른 문제점이요?”
“그렇다네, 있으면 어디 말해보게. 가능하다면 개선하고 싶어서 말이야.”
교장 박상현은 이번 일로 자신감을 얻은 듯했다.
하긴 이번 일이 보통 일은 아니기에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이다.
현성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러기를 잠깐.
현성이 교장 박상현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고3의 진로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진로 문제?”
서명고는 인문계다. 좁은 시골이다 보니 선택의 여지 없이 중학교를 졸업하면 거의 95% 이상이 자동으로 서명고에 진학하게 된다.
그만큼 외부로 나가는 학생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심지어는 외부로 나갔던 학생들 중에서는 어떤 이유인지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50%는 된다. 아마도 그것은 내신성적 때문일 것이다.
상대적 평가이다 보니 춘천 등지로 나갔다가 결국은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니 실질적으로 외부로 나가는 경우는 2~3%라는 얘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