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33)
회귀해서 건물주-133화(133/740)
133
인문계의 목적은 대학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대학을 가는 인원수가 학생 수에 비해서 너무나 적다는 것이다.
많아야 5~6명, 비율도 따지자면 2~3%다.
반면, 모든 학사일정은 입시 위주로 짜여있다. 심지어는 대학에 갈 의사가 없는 학생들도 강제로 야자까지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엄청난 시간 낭비인 것이다.
만약에라도 그 시간에 졸업 후에 사회생활에 필요한 자격증이라도 공부한다면 차라리 그게 나을 것이다.
아니면 처음부터 차라리 공무원시험을 준비한다든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전혀 그런 시스템은 없다는 것, 이게 이 시골 학교의 가장 큰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생각을 정리한 현성이 교장 박상현을 보며 말했다.
“제 생각엔 진로 문제가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진로 문제?”
“혹시 작년에 우리학교에서 대학 간 사람이 몇 명인지 아시는지요?”
잠깐 생각하던 교장 박상현이 말을 이었다.
“내가 알기론 나중에 전문대까지 포함해서 6명으로 알고 있네.”
“나머지는 어찌 됐겠습니까?”
“그거야 각자 알아서 취직을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게 문제였다.
그나마 몇 명 안 되는 대학에 진학한 학생은 집계가 된다.
하지만 대학에 가지 못하는 98%의 학생들은 졸업하고 어디에 취직을 했는지, 아니면 뭘 하는지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졸업만 시키면 그걸로 끝이었다.
그러니 그렇게 졸업한 사람들이 가 봐야 어디로 가겠는가?
후.
짧게 심호흡을 한 현성이 다시 말했다.
“역시 교장 선생님도 모르고 계시는군요?”
“그러고 보니…….”
“그렇게 졸업한 사람들이 어디에 가서 뭘 하겠습니까?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냥 사회로 내몰려서 살아간들 오죽하겠냐는 말씀입니다.”
현성도 그 시절엔 몰랐다.
나중에 세월이 지난 후에야 친구들의 고초를 듣게 됐었다. 특별한 기술이 없으니 아는 사람을 통해 공장 등에 취직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연줄을 타고 취직하는 경우는 그중에 나았다. 그렇지 않은 친구들의 경우엔 그 고생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결국, 나중엔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들도 상당수 됐었다.
교장 박상현은 잠시 아무 말도 없이 뭔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기를 잠깐.
“그 얘기를 직접 들으니 마음이 무겁네.”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그래도 어떤 식으로든 조금이라도 바꿀 수만 있다면 좋겠다 싶어 말씀드렸습니다.”
“그래, 무슨 말인지 충분히 알겠네. 듣고 보니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드네.”
“어찌 됐건 지금 가장 급한 건 3학년 선배들일 겁니다. 이제 2학기 지나면 당장 사회로 나가야 하니까요.”
“그렇겠지.”
교장 박상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학교 시스템을 바꾸지는 못할 겁니다. 단지 …….”
“단지? 뭔가? 개의치 말고 말해보게.”
“기회는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졸업하려면 5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교장 박상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현성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의미였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기회를 열어주는 겁니다. 그 첫 번째가 진로 상담이 될 겁니다.”
“진로 상담이라?”
“네, 우선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게 우선일 테니까요.”
“그렇겠지, 그다음엔?”
“원하는 공부를 하게 해주는 겁니다. 지금 같은 경우엔 교과 과목 외에는 다른 책은 볼 수도 없는 상황이니까요.”
현성의 얘기를 듣던 교장 박상현이 고개를 천천히 좌우로 저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바로 물었다.
“역시 안 되는 건가요?”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렇게 되면 학교 교육 자체가 힘들어질 걸세. 자네 말처럼 98%의 학생을 위해서라면 그렇게 하는 게 맞을 수도 있겠지.”
“…….”
“하지만 이 학교가 어차피 실업계가 아닌 이상 우리로서도 공교육 시스템을 무시할 수가 없네. 이건 원론적인 문제라 참 힘들구먼.”
예상은 했었다.
하지만 혹시나 했었다. 역시 현 시스템 내에서는 힘들다는 얘기다.
갑자기 힘이 쭉 빠지는 현성이었다.
그때 교장 박상현이 다시 말을 이었다.
“학교에서 먼저 나설 수는 없네.”
“그 말씀은?”
“학생들이 먼저 그런 선택을 한다면 말릴 수도 없지 않겠는가?”
“학교에서 먼저 방향을 주도할 수는 없지만, 학생들이 그렇게 한다면 막지는 않겠다는 말씀이네요.”
차선이란 말인가?
지금 교장 박상현이 하는 말은 학생들 스스로가 먼저 행동으로 움직인다면 그것까지는 막지 않겠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의 자각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게 된다.
과연 이 심각성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현성도 예전엔 몰랐었다. 어른이 되어서야 공교육의 시스템이 얼마나 불합리한지 알게 된 사실이다.
그렇다고 현성 자신이 이 시점에서 3학년을 상대로 설득을 시킨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그나마 방법이 있다면 학생회장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하는 방법 외에는 없을 것이다.
“하아!”
자신도 모르게 현성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만큼 어려운 문제라는 얘기다.
그러자 교장 박상현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너무 어려운 문제를 골랐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게 가장 중요한 문제이거든요.”
“무슨 말인지는 충분히 알아들었으니까 방법을 찾아보자고. 어찌 됐건 중요한 핵심을 잘 지적해 주었네.”
“네, 저도 나름 고민해 보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교장실을 나오면서도 현성의 기분은 영 좋지 않았다.
문제는 알았는데 그 해결 방법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차라리 말을 안 끄집어냈더라면 모를까, 이왕 말을 했으니 영 찝찝한 것이다.
우선은 학생회장부터 만나는 게 순서였다.
수업을 마친 현성은 학생회장 나민수를 만났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어, 그래. 이번 화장실 건은 현성이 덕분에 아주 깔끔하게 해결이 됐어. 진짜 수고했다.”
“별말씀을요. 그게 어디 저 혼자 한 건가요. 선배님도 같이 수고해 주신 건데요. 모두의 노력 덕분입니다.”
“무슨 소릴, 그건 그렇고 오늘은 무슨 일로?”
나민수도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춘천으로 나갔었다. 그랬다가 결국 고등학교 2학년 초에 다시 돌아온 경우다.
이유는 물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예상컨대 내신 등급 때문일 것이다.
현성은 나민수를 보며 말했다.
“대학 가실 거죠?”
“가야지, 갑자기 그런데 나를 찾아온 이유가 그건 아닐 테고, 무슨 일이야?”
“몇 명이나 갈까요?”
현성은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나민수는 잠깐 생각하는 듯하더니 되물었다.
“지금 대학 얘기하는 거야?”
“네.”
“글쎄 잘 모르겠지만, 대여섯 명 정도 가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데 그건 왜?”
“여섯 명이라면 대충 3% 정도 되겠네요.”
나민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도대체 이런 질문을 왜 하는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빙빙 돌리지 말고 요지가 뭐야?”
“97%를 얘기하고 싶어서 그럽니다.”
“그러니까 지금 대학에 못 가는 학생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는 거지?”
“네, 그러니까…….”
현성은 나민수에게 점심시간에 교장 선생님을 만났던 얘기를 자세하게 얘기했다. 그러자 나민수는 흥미롭다는 듯 적극적으로 현성에게 관심을 보였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네. 근데 이걸 우리가 바꿀 수 있다는 거야?”
“물론 다 바꿀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분위기는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제는 본인들이 얼마나 자각을 하느냐 인데, 이것도 쉽지는 않겠는데. 그저 놀자 판이라…….”
“저도 그게 걱정입니다. 하지만 몇 명이라도 시작하면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을까요?”
“글쎄……, 일단은 무슨 말인지 알았으니까 내가 몇 명한테라도 얘기를 해볼게.”
나민수는 순순히 현성의 말에 따라 주었다.
보통 웬만하면 건망지다며 뭐라 했을 법한데 말이다.
역시 회장이란 자리가 아깝지 않은 나민수였다.
나민수와 헤어진 현성은 라면 가게로 향했다.
현성이 골목에 막 도착했을 때였다.
“이게 뭐야!”
현성은 깜짝 놀랐다.
가게 앞에 학생들이 꽤 길게 줄을 서있었기 때문이다.
타다닥.
현성의 발걸음은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가게 앞에 도착한 현성은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김일수와 이정우 그리고 신명순이 열심히 어묵과 떡볶이를 팔고 있는 것이었다.
“어머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그러게 말이다. 수업이 끝나니까 갑자기 학생들이 몰려오더구나.”
오늘 처음으로 이곳에서 장사하는 터라 기대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줄까지 서가며 손님이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었다.
“어머니, 재료는 충분해요?”
“아니,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이렇게 많이 나갈 줄은 몰랐지.”
“여기 줄 서있는 학생들 까지는 돼요?”
“잠깐만 어디보자……, 어떡하지? 모자를 거 같은데.”
“허!”
현성은 늘어선 줄을 보며 헛웃음밖에 안 나왔다.
10분 후.
“죄송합니다. 오늘은 재료가 그만…….”
말 그대로 완판이었다.
줄을 섰던 학생들은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네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그저 웃음밖에 안 나왔다.
잠시 후.
신명순은 현성의 손을 덥석 잡았다.
“현성이 말이 맞았어.”
“네?”
“여기가 대박 자리였어. 그 꿈이 사실이었구먼.”
“그나저나 오늘 얼마나 파신 거예요?”
신명순은 손가락 한 개를 펼쳐 보였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정우가 놀란 듯 말했다.
“만 원?”
그러자 신명순은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묵과 떡볶이만으로 만 원을 판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성은 신명순을 보며 물었다.
“아침엔 어땠어요?”
“아침에도 나쁘지는 않았어.”
“거의 학생이죠?”
“간혹 어른 손님도 있기는 있었는데, 90% 이상이 학생들이라고 보면 되지. 그리고 역시 수업 끝났을 때가 피크였고.”
역시 예상대로였다.
이대로라면 전생에서 그랬던 것처럼 하교 시간이면 골목 안에 라면을 먹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설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그 시각.
오상철은 최민성의 보고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그 말이 정말이야?”
“그렇다니까요. 나중엔 재료가 다 떨어져서 학생들이 아쉽다며 돌아가더라고요.”
“골목에 줄까지 서가며 어묵이랑 떡볶이를 사 먹는 다는 말이지.”
오상철은 어이가 없었다.
오늘부터 신명순이 장사를 시작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것도 가게 안에서 파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밖에서 테이블을 놓고 어묵과 떡볶이를 판다고 했다.
그런가 보다 했다.
그렇게 팔아봤자 얼마나 팔릴까 싶었다.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재료가 모자라서 손님이 그냥 돌아갈 정도라고 했다.
‘어찌 이런 일이.’
문제는 신명순이 아니다.
그 꼬맹이.
무시하려고 생각하면 할수록 손톱 밑에 가시처럼 자꾸 거슬리는 게 그 꼬맹이다.
남들은 사람 죽어 나간 자리라고 거들떠보지도 않던 곳을 보란 듯이 계약을 하더니 완전 새 가게로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이젠 본업은 시작도 하기 전인데 벌써 골목에 줄은 선다고 한다.
도대체 어린놈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단 말인가?
오상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독기를 내 뿜을 때였다.
최민성이 오상철을 보며 말했다.
“참! 형님 그거 압니까?”
“뭘 말인가?”
“이번 총동문회 안건 중에 학교 화장실 문제 말입니다. 그게 글쎄 그 꼬맹이 작품이랍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최민성은 그동안에 있었던 일을 오상철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최민성의 설명이 길어질수록 오상철의 얼굴빛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최민성의 설명이 끝나자 오상철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 말은 박희철도 미리 알고 있었다는 거야?”
“글쎄요, 제 생각엔 미리 알고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 구두쇠가 백만 원씩이나 언뜻 기부를 했을까요?”
“뭐야, 그럼 난 또 그놈들한테 당한 거야?”
“아무래도 우리만 또 당한 거 같습니다.”
오상철은 어이가 없었다. 어쩐지 박희철이 쉽게 기부를 한다 했다. 그래서 자존심에 어쩔 수 없이 같은 금액을 기부했던 것이다.
오상철이 모르는 게 있다.
박희철도 이번 화장실 건이 현성이 제안한 것이란 걸 몰랐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저 진심에서 우러나서 기부에 동참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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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건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