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35)
회귀해서 건물주-135화(135/740)
“뭡니까?”
현성의 말이 짧았다.
상대가 그렇게 나오는데 입에서 좋은 말이 나갈 리가 없었다.
“역시 바로 알아듣는군. 내가 오늘 홍천 시내에 왜 나가는 줄 아는가?”
“그거야 당연히…….”
그것까지야 현성이 알 리 없었다.
“사실은 새로운 투자처가 하나 생겼는데, 거기 사업 설명회 좀 꼭 한번 와달라고 연락이 와서 말이야.”
“사업 설명회요?”
“어찌 알았는지 요 며칠 계속 연락이 오더라고.”
이건 또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시골에서 사업 설명회라니. 그리고 그 정도로 뭔가를 터트릴 건수가 있나…….
현성은 순간적으로 기억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 동안 기억을 뒤지던 현성의 머릿속에 아주 옛날 사건 하나가 톡 튀어나왔다.
온천 개발.
그때 당시 한참 시끄럽던 개발 사업이었다.
물론 현성도 나중에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TV로 알았다.
아마도 그 이름이 명신재단인가 하는 곳일 것이다.
“허!”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뭐야, 그러니까 지금 박희철은 그 온천 사업까지도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어이도 없었지만, 무엇보다도 기분이 나빴다.
아무리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다고는 하지만 어찌 됐건 자신의 입으로 자신 스스로 약속했던 일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뭐 확정이 아니라고?
결국은 양손에 떡을 쥐고 저울질을 하겠다는 얘긴데…….
물론 한쪽 떡은 못 먹는 떡인 줄 알 리 없는 박희철이고.
피식.
현성의 입가에 쓴 웃음이 번졌다.
어차피 3개월 뒤에는 사기 사건임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다.
물론 온천이 터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아직 한참 후의 일이다.
현성은 박희철을 바라봤다.
똥인지 된장인지 맛을 봐야 알겠다는 그다.
기껏 살려뒀더니 하는 짓이…….
쯧쯧.
현성은 혀까지 차며 박희철을 바라봤다.
“뭔가?”
현성의 반응에 박희철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아무리 돈이 좋지만 꼭 그리해야겠습니까?”
박희철은 현성의 반응에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아직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
물론 신명순으로부터 장소가 탁월하다는 얘기는 들었다. 지금 어묵과 떡볶이만으로 이 정도의 매출이 오른다면 현성이 본격적으로 영업을 하게 되면 기본 5만 원은 무조건 오를 거라는 게 신명순의 판단이었다.
거기다 현성의 말처럼 매운맛의 열풍이 불기라도 한다면 그 매출은 많게는 7~8만 원까지도 예상한다고 했다.
그만큼 장사하기에 장소가 좋다는 얘기였다.
물론 그렇게만 된다면 현성이 미리 꿈에서 봤다는 대박 자리라는 게 증명되는 셈이다.
결국, 현성의 예지몽은 사실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아직 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그러던 중 며칠 전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온천 사업에 대한 투자 건이었다. 홍천에서도 온천이 터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업 설명회를 한다고 하면서 유지들한테만 우선권을 주기 위해 모시겠다는 거였다.
그래서 오늘 가는 것이고.
물론 가봐야 안다. 지금으로선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온천이 터지기라도 한다면 그 사업 또한 대박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지금 현성의 반응은 무엇인가?
마치 돈벌레 보는 듯한 저 눈빛, 그리고 저 표정,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지?”
“약속이 틀리지 않습니까?”
“그거야……, 상황이 달라지면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터진 입이라고 그걸 또 대답이라고 하는 박희철이었다.
역시 돈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일까. 현성은 갑자기 회의감이 들 정도였다. 그나마 죽을 목숨 살려놨더니 사람 구실 좀 하는 것 같아서 내심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새로운 투자처가 나오자 바로 변심하는 박희철을 보며 현성은 역시 사람이 변한다는 건 정말 어렵다는 걸 새삼 느꼈다.
현성은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박희철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그렇다고 내가 아직 확실히 어떤 결정을 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겠는가?”
“사람이 그러는 거 아닙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 간의 신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십니까?”
“허! 이 친구가…….”
박희철은 황당할 뿐이었다.
어찌 말하다 보니 분위기가 이상하게 변해버렸다.
이럴 생각은 없었다.
그저 투자의 기회가 한 번 더 생겼다는 것과, 지금 원금을 회수하고 있으니 앞으로 장사를 하더라도 좀 더 열심히 하라는 독려 차원에서 말하려 했던 것이다.
혹시라도 어린 나이에 자만에 빠지기라도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하는 일마다 성과를 이루다 보니 얼마든지 자만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랬던 건데, 상황이 이렇게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 현성의 다음 말이 바로 이어졌다.
“그만 가죠. 굳이 여기까지 왜 왔는지도 모르겠고, 더 있고도 싶지 않네요. 가셔서 온천물에 빠지던 수영을 하든 맘대로 하십시오.”
“뭐? 지금 자네 뭐라고 했는가?”
“왜, 제 말이 섭섭하십니까?”
“아니, 그게 아니고 지금 온천물이라고 했는가?”
박희철은 황당 그 자체였다. 온천에 ‘온’ 자도 자신의 입으로 꺼낸 적이 없다. 그런데 현성의 입에서 온천이란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박희철은 현성을 보며 다시 물었다.
“자네는 도대체 내가 온천에 가는 걸 어찌 알았는가?”
“네?”
실수다.
화가 나는 바람에 마음속에 있던 말을 그냥 내뱉고 말았다. 말이라는 게 한번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는 법.
순간 당황한 현성이었다.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주눅이 들 현성도 아니었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어찌 알았는지 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사실이 중요하지…….”
“왜 그게 안 중요한가? 당연히 중요하지. 난 절대 그 말을 한 적이 없거든. 그런데 귀신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단 말인가?”
“며칠 전에 지나가는 사람이 하는 얘기를 얼핏 들었어요. 요즘 돈 있는 사람들은 다들 그 온천 사업에 관심이 있다고…….”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 현성이었다.
그러자 박희철이 바로 물었다.
“진짠가?”
“그렇지 않으면 제가 그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벌써 소문이 돌았다는 말인가? 분명히 아직 일반인들은 모른다고 했는데…….”
“그 자식들을 믿습니까? 순진하게 왜 이러십니까?”
“허허, 순진이라…….”
박희철은 순진이란 말에 허탈한 웃음밖에 안 나왔다.
그때 현성의 말이 바로 다시 이어졌다.
“생각해 보십시오. 만약에 돈이 되는 일이라면 자기들이 투자하지 미쳤다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전화해서 투자하라고 하겠습니까?”
“음, 그러고 보니…….”
“꼭 먹어봐야 된장인지 아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 자네 그 말은 나보고…….”
박희철은 어이가 없어 말도 안 나왔다.
지금 현성의 말대로라면 자신은 지금 똥인지 된장인지도 구분 못 하는 모질이라는 얘기다.
그때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얼른 가요, 아저씨 돈 아저씨가 맘대로 한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저는 그저 조용히 라면이나 열심히 팔랍니다.”
“허, 이 사람이 그렇다고 무슨 말을 그렇게 또…….”
“어쨌거나 정말 실망입니다.”
난처한 건 여전히 박희철의 몫이었다.
혹시 자만에 빠지기라도 할까 봐 독려하려던 게 어찌하다 보니 바보가 된 듯한 현 상황이 황당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다.
지금 중요한 건 현성의 오해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희철은 현성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혹시라도 말이야 오해는 하지 말게. 아까 했던 말은 난 혹시라도 자네가 자만에 빠질까 봐 일부러 그렇게 했던 말이니까.”
“자만이요?”
“그럼,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내 생명의 은인인 자네한테 그렇게 하겠는가? 물론 투자처 얘기는 사실이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저 가보는 거지 다른 생각은 없네. 이제 와서 내가 자네를 두고 딴마음을 먹겠는가?”
“어쩐지 오늘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현성은 그제야 박희철의 오늘 행동이 이해가 갔다.
어쩐지 이상하다 싶었다. 아무리 돈이 좋지만 그동안 박희철이 보여준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오늘 이런 이유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현성 자신의 자만을 경고하기 위해 그랬다고 생각하니 조금 전에 했던 말들이 조금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희철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명순의 경우만 하더라도 그렇다.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다. 이 정도의 호응이라면 현성 자신이 라면 가게를 오픈할 경우 기본 5만 원은 쉽게 넘을 것이다.
게다가 아직은 아니지만 앞으로 전국적으로 매운맛의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 그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박희철의 우려처럼 현성도 자만에 빠질 수도 있다. 아니, 어쩌면 박희철의 눈에는 벌써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랬던 거였다.
현성은 박희철을 바라봤다.
회귀해서 새로 얻은 귀한 인연이다. 그런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현성 자신을 위해서 오늘만큼은 악역을 맡은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박희철의 모습이 새로워 보였다.
현성은 박희철을 보며 말했다.
“제가 오해를 했었나 봅니다.”
“나도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 어쨌거나 내 표현 방법이 좀 부족했나 보네. 어찌 됐건 이렇게라도 오해를 풀 수 있어 다행이네.”
“제가 부족한 탓일 겁니다. 아저씨 눈에는 제가 불안해 보였던 거겠죠? 그러니 오늘 이렇게 일부러 경고를 하신 것일 테고요.”
박희철은 현성을 바라봤다.
분명 외모로 봐서는 아무리 봐도 고등학생이 맞다. 그런데 말이나 행동을 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
마치 세상을 웬만큼 산 관록이 느껴질 정도였다.
조금 전만 해도 그렇다.
어쨌거나 현성이 오해를 했던 건 사실이다. 그 원인을 제공한 건 박희철 자신이다. 그런데도 이 어린 친구는 그걸 자신의 부족한 탓으로 돌렸다.
원망이 아닌 자신의 탓.
그런 친구다.
따지고 보면 이 어린 친구는 처음부터 자만과는 거리가 먼지 모르겠다. 자신을 죽음에서 살려줬음에도 어떠한 요구도 없었다. 심지어는 말로조차 생색을 내지도 않았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자랑하거나 유세를 떨 법도 하지만 현성은 그러지 않았다.
그뿐인가?
이번 학교 화장실 건도 마찬가지다. 나중에 다른 사람을 통해서 그 안건이 이 어린 친구의 작품이란 것을 알게 됐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그런 일을 해놓고도 일언반구 말 한마디 없던 친구다.
아무리 봐도 자만과는 거리가 먼 그런 친구.
그런데 그런 친구를 자신의 관점에서 혹시라도 있지 않을까 싶어 경고를 하고자 했다.
실책.
박희철, 자신의 실수다.
“미안하네, 내가 실수를 한 것 같으이.”
“아닙니다.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좀 더 조심했어야 합니다. 앞으로도 혹시나 제게 그런 모습이 보인다면 가차 없이 질책 부탁드립니다.”
“허허, 하여간 이 친구…….”
박희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발길을 옮겼다.
136
회귀해서 건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