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36)
회귀해서 건물주-136화(136/740)
박희철과 헤어진 현성은 라면 가게로 향했다.
신명순은 이미 영업을 시작한 후였다.
“어머니, 좋은 아침입니다.”
“현성이 왔어? 오늘도 일찍 왔네.”
“혹시 얘들 아직 안 왔어요?”
“안 오긴, 벌써 와서 공부들 하고 있네. 그나저나 정말 고마워. 우리 정우까지 공부를 하게 만들고, 하여간 이래저래 내가 도움을 많이 받네.”
“별말씀을요…….”
신명순은 기분이 좋은 듯 오늘따라 유난히 얼굴이 밝았다.
신명순과 인사를 마친 현성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에는 이미 김일수와 이정우가 식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학교에서는 아무래도 시끄럽기에 한 시간 정도 일찍 가게에서 공부를 하기로 세 사람은 약속을 했었다.
물론 이것도 라면 가게를 오픈하기 전까지만 유효하다. 그때부터는 아침 장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 공부도 할 수 없게 된다.
우선은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이렇게라도 시작한 것이다.
“왔냐?”
현성이 들어가자 김일수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어, 그래. 일찍 왔어?”
“응, 오늘은 어제보다 좀 더 일찍 왔어. 그래도 며칠 하다 보니까 이제 조금씩 감이 잡힌다.”
“자식, 대단한데.”
김일수가 기분 좋다는 듯 빙긋 웃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정우가 현성을 보며 말했다.
“야, 너는 선생이 이렇게 늦으면 어떡해?”
“그럴 일이 있었다. 아침에 누구 좀 만나느냐고. 그건 그렇고 너는 좀 어때?”
“히히, 나도 이제 조금 감이 오는 거 같다. 처음에 할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재미없었는데 조금씩 알 거 같으니까 재미가 붙더라고. 더군다나 이렇게 모여서 공부하니까 훨씬 재미있고 말이야.”
“다행이네.”
전생에선 두 녀석 다 공부와는 담을 쌓았던 녀석들이다.
특히 김일수는 더 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끈기도 있고 나름대로 의지도 있는 듯해서 다행이다.
이런 식이라면 본인이 목표로 했던 5등 정도 올리는 건 충분하고도 남을 듯했다.
이정우는 김일수에 비하면 조금 나은 듯했다.
특히 머리 회전이 빠르다. 게다가 이해력도 아주 나쁘지는 않은 듯하고.
어찌 됐건 두 녀석 다 공부와 담을 쌓았던 전생에 비하면 신기할 정도로 적응을 잘하는 건 사실이었다.
현성이 자리를 잡고 앉으며 말했다.
“야, 우리 단합대회 한번 해야지?”
단합대회라는 말에 반응을 보인 건 이정우였다.
“단합대회?”
“그래, 이렇게 모여서 공부도 시작했는데 모여서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
“좋지, 그런데 무슨 좋은 생각 있어?”
현성이 생각해낸 방법이다. 김일수를 집으로 데리고 가기 위해서 말이다. 어머니의 말씀을 거역했다가는 두고두고 피곤할 것이기에 나름대로 생각한 방법이다.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내일 토요일이니까 우리 집으로 가자.”
“너희 집에?”
이번엔 김일수가 먼저 물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응, 우리 집에 가서 개울에서 물고기라도 잡아서 천렵이라도 하자고.”
“천렵?”
“이 날씨에 어울리지 않겠냐?”
“좋지. 그럼 하룻밤 자고 와야겠네.”
“그렇지. 낮에는 물고기 잡고 놀고, 밤에는 공부도 같이하고, 모처럼 셋이서 동침도 하고, 괜찮지 않겠냐?”
김일수를 집으로 데리고 갈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해봤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방법보다 더 좋은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현성이 이번엔 이정우를 보며 물었다.
“네 생각은 어때?”
“나도 물론 콜이지. 모처럼 재미있겠는데.”
“그럼 다들 가는 거로 합의 본 거다.”
“알았어.”
이정우와 김일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이정우가 김일수를 바라보며 바로 말을 이었다.
“야, 너는 좀 떨리겠다.”
“내가 왜?”
“그래도 예비 처갓집 아니냐? 히히…, 안 그래?”
“이 자식이 누굴 놀리고 있어? 너 그 소리 혹시라도 지연이 앞에서 했다가는 나한테 죽을 줄 알아.”
김일수가 씩씩거리며 이정우를 향해 주먹을 흔들었다.
그러자 이정우는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김일수를 바라봤다.
“야, 어디서 아직도 주먹을 흔들고 지랄이야?”
예전의 이정우였더라면 엄두도 못 낼 말이었다.
“이 자식이 진짜.”
“너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거야?”
“알았다, 알았어. 내가 참아야지. 그럼 어떻게 하면 되냐? 어묵이라도 돌릴까?”
“히히…, 그것도 좋지.”
김일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냄비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 보면 두 사람 다 많이 변했다.
예전엔 거의 말도 없던 이정우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는 말이 많아졌다. 그만큼 학교생활도 예전에 비하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활동적으로 변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그의 얼굴에 웃음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김일수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늘 약한 친구들을 괴롭히기에 바빴다.
하지만 요즘은 수업 시간에 선생들한테 칭찬을 받을 정도로 순한 양이 되었다. 그리고 이젠 제법 많은 친구들과 장난도 치고 대화도 많아졌다.
김일수가 냄비에 어묵을 가득 담아서 들고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물었다.
“너 아침 안 먹었냐?”
“먹긴 먹었는데, 벌써 허기가 진다. 공부를 너무 열심히 했나 봐. 그리고 어머니 어묵이 맛이 또 끝내주거든.”
그건 사실이다.
그래서 현성이 요즘 고민하는 것이 이것이다.
신명순의 어묵이 맛있다는 소문은 이미 학교 내에 쫙 퍼진 상태다. 라면 가게를 시작할 경우 어묵은 팔 계획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 어묵 팔리는 걸 보면 고민이 안 될 수가 없다.
떡볶이에 비해 손이 덜 가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다. 아침에 육수만 많이 만들어 놓으면 되니까 말이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이 부분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쩝쩝.
김일수와 이정우는 이미 어묵을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현성도 어묵을 한입 베어 물었다.
구수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맛있네.”
“맛있지?”
“그래, 맛있다.”
그때 김일수가 현성을 보며 물었다.
“나중에 라면 장사 시작하면 어묵은 어떻게 할 거야?”
“그렇지 않아도 그것 때문에 고민 중이다. 포기하기엔 너무 아깝단 말이야.”
“미리 육수만 뽑아놓으면 되니까, 떡볶이는 힘들어도 어묵은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게 말이다. 나도 그래서 고민이 많다. 그 부분은 좀 더 고민을 해보자.”
잠시 후.
어묵을 다 먹은 세 사람은 다시 자리에 앉아 책을 펼쳤다.
현성이 김일수와 이정우를 보며 말했다.
“어제 읽어 오란데 다 읽어 왔지?”
“당연하지.”
이정우가 먼저 대답했고 그다음 바로 김일수가 말했다.
“난 세 번 읽었어. 그러니까 조금 감이 오더라.”
“세 번씩이나?”
“범위가 넓지 않으니까 읽기 어렵지 않던데.”
“잘했어.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좋은 거니까, 그렇게 해.”
현성이 이번엔 이정우를 보며 물었다.
“너는?”
“두 번 읽으니까 대충 감이 오더라고.”
확실히 이정우의 이해력이 김일수보다는 빠른 게 맞는 듯했다.
“자, 그럼 이제부터 같이 공부해 볼까. 여기 이 부분부터…….”
현성이 문장을 읽어가며 핵심 내용을 체크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 현성을 쳐다보는 이정우와 김일수의 눈빛이 평상시 얘기할 때와는 다르게 빛이 나는 순간이었다.
***
점심시간.
점심을 다 먹은 현성은 교무실로 향했다.
담임 신민호가 불렀기 때문이다.
“부르셨어요?”
“어, 그래. 내가 현성이한테 부탁할 게 있어서.”
“부탁이요?”
“응, 그래 다름이 아니고 이번 일요일에 나 좀 도와달라고. 뭐 좀 정리할 게 있어서.”
일요일이란 말에 현성은 깜짝 놀랐다. 그 말은 이번 주에는 서울에 있는 자신의 어머니인 이미순한테 안 올라간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추석이 지난 바로 그다음 주 일요일에 신민호의 어머니인 이미순은 명을 달리하게 된다. 그게 바로 이번 주 일요일이다.
당연히 주말이면 올라가기에 이번 주에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현성에게 말하는 걸 보면 이번 주에 당직이라도 선다는 얘기가 된다.
현성은 신민호를 보며 물었다.
“혹시 이번 주 당직입니까?”
“응, 돌아가면서 하는데 이번 주가 내 차례라…….”
“그럼, 선생님 어머니는요?”
“어쩔 수 없이 간병인 아주머니한테 부탁했지 뭐.”
“…….”
이 일을 어쩐다.
몰랐다면 모를까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어떡하든 신민호를 서울로 올라가게끔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 어머니인 이미순의 마지막 모습이라도 볼 수 있게 된다.
자식이 부모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을 때의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평생의 한으로 남을 정도로 괴롭고 힘들다.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그 고통.
현성은 신민호를 바라봤다. 그리곤 어렵게 입을 열었다.
“선생님,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 그게 뭔데?”
“좀 엉뚱하긴 한데 꼭 들어주셔야만 합니다.”
“아니, 그러니까 뭔지 알아야 들어주든지 하지. 어서 말해 봐.”
현성은 다시 망설였다.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하자니, 입이 차마 안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기를 잠깐.
현성이 아무 말도 못 하자 신민호가 다시 물었다.
“무슨 얘긴데 이렇게 뜸을 들여?”
“저, 그게…….”
“그게 뭔데? 내가 웬만하면 들어 줄 테니까 속 시원하게 말해 봐.”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주 당직 서지 마시고 어머니한테 올라가십시오. 이유 없이 무조건입니다.”
신민호는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조용하던 녀석이다. 그런데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면서부터 갑자기 튀어나온 녀석.
예전 모습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심지어 며칠 전에는 학교 숙원 사업이었던 화장실 문제까지도 깔끔하게 해결한 괴물 같은 녀석이다.
“그게 무슨 말이야?”
“어머니한테 올라가십시오. 이번 주만 그렇게 하십시오.”
“그러니까 왜?”
신민호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당직을 서고 싶어서 서는 것도 아니다. 자신 또한 불편하신 어머니를 못 볼 생각을 하면 근심이 앞선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통화를 하면서 이번 주에는 못 올라간다고 하자 어머니의 목소리에서 힘이 빠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갑갑한 마음에 신민호가 먼저 입을 다시 열었다.
“야, 김현성. 무슨 말인지 자세하게 말을 해 봐. 지금 네 말은 이번 주에 어머니가 위험하기라도 하다는 거야?”
“그게…….”
갑갑하기는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분명히 신민호의 어머니 이미순이 이번 주에 명을 달리하는 건 확실한데,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 신민호에게 설득시킬 수가 없으니 갑갑한 것이다.
현성은 고민 끝에 입을 다시 열었다.
“어머니가 위험합니다.”
“그러니까 그걸 네가 어찌 아냐고?”
신민호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다른 선생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다.
그때 옆자리에 있던 수학 선생인 최미연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혹시 꿈이라도 꾼 거니?”
“…… 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어떤 말로도 설득시킬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번엔 신민호가 심각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
“진짜야?”
“네, 그렇습니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제 꿈에 분명히…….”
현성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더 이상은 방법이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그렇게라도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
그때 신민호의 입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말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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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건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