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38)
회귀해서 건물주-138화(138/740)
다음날 오후.
현성과 김일수 그리고 이정우, 세 사람은 버스를 타고 현성이네 집으로 향했다.
명분은 단합대회, 하지만 속내는 현성이 김일수를 집으로 데리고 가기 위함이었다. 동생 김지연의 돌발행동으로 인한 어머니의 김일수 호출.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었지만 이미 어머니의 호출 명령이 떨어진 이상 현성도 어쩔 수 없었다.
버스가 삼거리를 지나 5분쯤 달렸을 때였다.
이정우가 현성을 보며 물었다.
“아직 멀었냐?”
“아니,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돼.”
버스에서 내린 세 사람은 현성의 집을 향해 걸어갔다.
그때 김일수가 현성을 보며 물었다.
“여기 슈퍼는 없냐?”
“슈퍼라기보다는 조그만 구멍가게 하나 있어. 거긴 왜?”
“인마, 네가 저번에 그랬잖아. 어른 계신데 빈손으로 가는 거 아니라고.”
“자식, 그런 건 또 용케 기억하네.”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늘 하시던 말씀이다. 남의 집에 갈 때는 빈손으로 가는 거 아니라고. 특히 집에 어른이 계신 집은 뭐라도 꼭 사 들고 들어가라고.
그래서인지 현성이 살면서 남의 집에 갈 때는 뭐라도 꼭 사 들고 들어갔었다. 생각해 보면 그게 참교육이 아니었나 싶다.
현성은 김일수를 구멍가게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그러자 김일수는 구멍가게에서 두유 한 박스와 과자 몇 봉지를 샀다.
“과자는 왜?”
“알면서 뭘 그런 걸 묻고 그러냐?”
그러자 옆에 있던 이정우가 킥킥대며 말했다.
“지연이 주려고?”
“자식, 그럴 땐 또 눈치가 빠르단 말이야.”
“너 지금 떨리지?”
“이 자식 또 사람 놀리고 있네. 아닌 게 아니라 솔직히 조금 떨린다.”
그런 김일수를 보며 현성은 피식 웃었다.
그 마음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좋아하는 여자 친구네 집에 처음 가는데 어찌 떨리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때 이정우가 말했다.
“참! 저번에 보니까 아버지 어머니 모두 약주 좋아하시던데 소주라도 사가지고 가야지.”
“돈 있어?”
“엄마가 친구네 집에 간다고 하니까 조금 주시더라. 그럼 내가 소주하고 라면 살게. 라면은 좀 있다 매운탕에 넣고 끓여 먹게.”
“좋지, 매운탕엔 또 라면이 들어가야 제맛이지.”
김일수가 옆에서 거들었다.
집에 도착하자 어머니가 김일수와 이정우를 반겼다. 동생 김지연도 이미 집에 와있었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이정우가 먼저 어머니를 보며 인사를 건넸다.
“어, 그래 어서 와, 지난번에 봤던 그 학생이네. 그동안 잘 지냈고?”
“네, 어머니도 편안하셨어요?”
“나야 늘 그렇지. 그나저나 지난번에 봤을 때보다 얼굴이 많이 밝아졌는데?”
“하하, 그런가요.”
멋쩍은 듯 웃음을 짓는 이정우였다. 아닌 게 아니라 이정우의 표정은 예전과 비교하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이 밝아졌다.
이번엔 김일수가 인사를 건넸다.
“처음 뵙겠습니다. 김일수라고 합니다.”
“어서 와. 늠름하게 생겼구먼. 반가워.”
“네, 저도 반갑습니다. 그리고 이거.”
김일수는 어머니한테 두유 박스를 건넸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지연이 얼른 두유를 받으며 말을 이었다.
“어머! 이런 걸 다 사 오고, 어떻게 이런 걸 다 사 올 생각을 했어?”
“현성이한테 배웠어.”
“엥? 우리 오빠가.”
김지연은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김지연을 보며 말했다.
“너도 어디 갈 때는 빈손으로 다니지 마. 특히 어른 계신 데는 빈손으로 들어가는 거 아니다.”
“이거 왜 이러셔, 나도 그 정도는 엄마한테 다 들어서 알고 있네.”
“그럼 됐어.”
그때 이정우가 봉지에 담긴 소주를 어머니께 내밀었다.
“어머니, 이건 소줍니다. 저번에 보니까 아버님이 약주 좋아하시는 거 같아서.”
“호호, 술이야 내가 더 좋아하지. 하여간 잘 먹을게, 고마워.”
인사를 어느 정도 끝내자 현성이 김일수와 이정우를 보며 말했다.
“야, 얼른 천렵 준비해서 개울로 나가자.”
“오케이, 뭐부터 준비하면 되는 거야?”
“족대하고 괭이, 지렛대 그리고 냄비랑 양념만 준비하면 되지 뭐. 라면은 아까 정우가 사 왔으니 그걸로 가져가면 되고.”
그때 김지연이 불쑥 끼어들었다.
“오빠 나도 갈까?”
현성은 김지연을 힐긋 쳐다봤다. 그리곤 씩 웃었다.
평상시 같으면 같이 가자고 해도 안 간다고 하던 녀석이다. 그런데 오늘은 스스로 나서서 가겠다고 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던 것이다.
그 이유야 뻔한 거고.
“맘대로.”
생각 같아서는 놀려주고 싶었지만 그러다 괜히 심술이라도 부리면 현성이 오히려 피곤해지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오빠, 나는 뭐 준비하면 돼?”
“양념은 오빠가 준비할 테니까 너는 고추밭에 가서 고추 몇 개만 따와, 매운탕엔 그래도 얼큰한 고추가 들어가야 제맛이지.”
“알았어.”
김지연이 사라지자 이정우가 김일수를 보며 물었다.
“좋냐?”
“이 자식, 또 시작이다. 너 자꾸 놀릴래?”
“인마, 놀리는 게 아니라 부러워서 그런다. 그나저나 지연이는 일수 어디가 좋은 걸까?”
그때 옆에 있던 현성이 이정우의 말을 받았다.
“귀엽다더라.”
“뭐 귀여워? 일수가?”
이정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김일수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김일수가 웃으며 한 마디를 툭 던졌다.
“자세히 봐!”
“…….”
개울로 나온 네 사람은 고기를 잡기 시작했다.
현성이 족대를 들고 김일수가 지렛대를, 그리고 이정우가 고기 담을 주전자와 괭이를 들었다. 김지연은 매운탕 끓일 준비를 한다고 불을 피우고 있었다.
“야, 그쪽으로 고기 간다.”
“어디?”
“그쪽 말고 저쪽으로…….”
역시 여름엔 이만한 놀이가 없다.
전생에서도 여름이면 친구들과 가끔 이런 식으로 놀곤 했다. 세월이 지나고 나이를 먹어서야 그때가 얼마나 좋았었는지 추억을 그리워하게 됐다.
역시 김일수가 힘이 좋으니 여러모로 고기 잡는 데 도움이 됐다. 웬만한 돌은 힘으로 다 움직일 수 있으니 지렛대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였다.
드디어 김일수가 힘으로도 안 되는 커다란 돌이 나왔다.
이 돌은 어차피 지렛대를 사용해야 한다.
현성이 족대를 대고 김일수가 지렛대를 돌 틈바구니에 쑤셔 넣었다. 그리곤 있는 힘을 다해 지렛대 질을 했다.
“읏차!”
“좀 더.”
“읏차! 읏차!”
그때였다.
이정우가 소리를 질렀다.
“거, 거기 들어갔다. 족대 들어!”
현성은 이정우의 소리에 맞춰 족대를 번쩍 들었다. 그러자 팔뚝만 한 메기가 들어있었다.
“와! 이 메기 봐라.”
“진짜 크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정우가 고기가 담긴 주전자를 흔들며 말했다.
“야, 이만하면 충분하겠다.”
“그럼 이제 그만 잡고 매운탕 끓이러 가자.”
세 사람은 고기를 그만 잡고 김지연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김지연은 아까부터 양은솥에 물을 끓이고 있었다.
“많이 잡았어?”
“응, 이만하면 충분해.”
주전자를 확인한 김지연이 다시 한번 소리를 질렀다.
“와! 많이 잡았네.”
“어때 이만하면 충분하겠지?”
“이걸 다 먹는다고?”
현성은 대답 대신 김일수를 바라봤다. 그 의미를 모를 리 없는 김지연이 입을 삐죽였다.
“흥! 일수 오빠가 무슨 돼지야?”
“돼지는 아닌데 양은 좀 돼. 좀 있다가 두고 보면 알지.”
“자꾸 놀리지 마.”
“알았다, 알았어. 그만 놀릴 테니까 양념이나 풀어.”
김지연이 양념을 풀자 김일수가 손질한 물고기를 밀가루에 묻혀 양은솥에 넣었다.
얼마 후.
“간 좀 볼까?”
김일수가 솥뚜껑을 열고 간을 봤다.
커다란 덩치에 나름 요리를 하는 모습이 제법 잘 어울렸다.
현성은 옆에 있는 이정우를 보며 물었다.
“저 자식, 제법 잘 어울리지 않냐?”
“뭐가?”
“요리하는 거 말이야.”
“그러고 보니 그렇네. 덩치가 있어서 그런지 저기다 옷만 제대로 갖추어 입으면 요리사라 불러도 되겠는데.”
중요한 건 김일수가 요리를 좋아한다는 거다. 저번 날에 집에 갔을 때도 느꼈던 바다. 사람이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할 때 가장 행복하다.
몇 번 안 봤지만 김일수를 보면 요리를 할 때 가장 즐거워 보이는 듯했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나서서 매운탕을 끓이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좋아한다는 얘기다.
그때 이정우가 김일수를 보며 물었다.
“어때?”
“간도 맞고 이제 라면만 넣고 끓이면 될 거 같아.”
김일수는 라면을 매운탕에 넣기 시작했다.
잠시 후.
“어때?”
김일수가 이정우를 보며 물었다.
“야! 기가 막힌다. 일수 너는 다른 거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요리사 해라.”
“자식, 맛이 있단 얘기네.”
“지금까지 먹어본 매운탕 중의 최고다.”
그때 김지연이 김일수를 보며 말했다.
“오빠, 나도 조금만 줘봐.”
“아까는 매운탕 못 먹는다며?”
“아니, 정우 오빠가 워낙 맛있게 먹으니까 조금만 먹어 보려고. 사실은 못 먹는 게 아니라 안 먹었던 거거든.”
김일수가 그릇에 반 국자를 떠주자 김지연이 숟가락으로 조금 떠서는 입으로 가져갔다.
후릅.
간을 보던 김지연의 눈이 갑자기 동그래지며 김일수를 바라봤다.
“오빠, 죽여!”
“그 정도야?”
“응, 비린내도 안 나고 얼큰한 게 정말 맛있어. 나도 한 그릇 떠줘.”
김일수의 입술에 호선이 길게 그려졌다.
요리하는 사람은 자신이 만든 요리를 누군가 맛있게 먹어주면 최고의 보람이라고 한다. 그러니 지금 김일수로서는 최고의 기분인 것이다.
후릅.
현성도 숟가락으로 국물을 맛보았다.
이정우나 김지연이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떨며 맛있다고 했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매운탕 맛은 역시 일품이었다.
현성은 김일수를 보며 엄지를 들어 보였다.
그렇게 회귀해서 처음으로 맞은 친구들과의 천렵은 김일수의 요리 덕분에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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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건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