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40)
회귀해서 건물주-140화(140/740)
“요리사?”
“그래, 이왕 하는 거 네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할 거 아냐?”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잖아.”
“당연히 쉬운 건 아니지. 그리고 쉽다면 그게 어디 가치가 있겠냐?”
당연한 말이다.
어렵기에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고 도전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만약 쉽다면 그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만큼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그 가치는 배가 되는 법.
“내가 할 수 있을까?”
“도전 해볼 의지는 있는 거지?”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지만 방법만 안다면 한번쯤 도전은 해보고 싶다.”
요리사는 자격증이다.
일정 요건을 갖춰 시험에 합격하면 된다. 물론 그 과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김일수의 경우엔 아무래도 대학 보다는 학원에 등록해서 배우는 게 나을 것이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공부가 더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공부가 안 돼서 대학을 못 간다고는 말할 수는 없는 일이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너 같은 경우엔 대학보다는 학원 쪽으로 알아보는 게 좋을 거 같다.”
“학원?”
“어차피 졸업하고 가야겠지. 물론 비용도 만만치는 않을 테고.”
김일수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현 생활도 빡빡한데 학원에 다닐 비용을 생각하면 엄두가 안 났기 때문이다.
“그럼, 나보고 어쩌라고?”
“어쩌긴 뭘 어째? 미리 학원비 벌어야지.”
“학원비를 번다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학교 다니면서 무슨 재주로? 학교나 졸업하면 모를까?”
김일수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학교에 다니면서 학원비를 번다는 것은 말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때 현성이 김일수를 보며 다시 말했다.
“내가 있잖아.”
김일수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리곤 바로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긴, 아르바이트해야지.”
“혹시 라면 가게 얘기하는 거야?”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김일수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진짜 나를 쓸 거야?”
“너만 괜찮다면.”
“솔직히 나야 거기서 일만 할 수 있다면 좋지. 당장 할머니 약값부터라도 도움이 되니까.”
김일수의 눈빛이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사실 김일수 입장에서는 그렇게만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는 생각이었다. 어차피 수업 끝나고 특별히 할 게 없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때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어차피 사람을 더 써야 하거든. 그런데 문제는 바쁜 시간이 학교 수업이 끝날 때쯤이라는 거지. 그래서 다른 사람을 쓸 거라면 차라리 네가 낫다는 거야.”
“나야 고맙지. 그 시간에 집에 가봐야 아무것도 할 일도 없고.”
“그래, 그럼 장사 시작하면 같이 일하는 거로 하자. 지금부터 내년 졸업할 때까지 벌면 학원비는 충분하지 않겠냐?”
“알았어. 나도 내 일처럼 열심히 할게. 진짜 고맙다. 나에게도 내일이라는 꿈을 꿀 수 있는 날이 오는구나.”
김일수의 눈이 유난히 빛나는 순간이었다.
그런 김일수를 보며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리고 또 하나.”
“뭐가 또 남았어?”
“체력, 지금 너의 그 체력으로는 요리사 과정은 어림도 없어. 그저 요리만 좋아한다고 해서 되는 게 절대 아니 거든.”
사실이다. 요리를 하다 보면 하루 10시간 이상은 기본이다. 오죽하면 요리는 체력과의 싸움이라는 말까지 있을까.
김일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하긴, 종일 서서 일하려면 보통 일은 아닐 거야.”
“네가 생각하는 그 이상, 그러니까 앞으로는 체력도 같이 키워야 할 거야. 특히 지구력.”
“휴…….”
김일수가 갑자기 한숨을 쉬었다.
그런 김일수를 보며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너 그런 말 아냐?”
“어떤 말?”
“내가 변하지 않으면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
“그 말은 결국 내가 변해야 세상도 변한다는 말이네.”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가 바뀌기를 바란다면 나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는 것. 내가 바뀌지 않는다면 주위에는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즉, 뭔가 바뀌기를 바란다면 내가 먼저 변해야 하는 것이다.
현성은 김일수를 보며 다시 물었다.
“할 수 있지?”
“해야지!”
대답하는 김일수의 말에 진중함이 묻어났다.
현성을 그런 김일수를 향해 주먹을 내밀었다. 그러자 김일수도 현성의 주먹에 자신의 주먹을 맞댔다.
“고맙다 친구야!”
“나는?”
그때,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이정우가 현성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넌 뭘 하고 싶은데?”
“그게……, 나도 솔직히 잘 모르겠어.”
그럴 것이다.
이정우 같은 경우엔 몸이 불편한 관계로 그 선택의 폭이 더 좁을 수밖에 없다. 공부를 하지 않은 한 현실적으로 장애를 가진 상태에서 어딘가에 취직을 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전생에서 이정우는 졸업을 하고도 취직을 못 하게 된다. 아니, 몇 군데 공장을 다녔었지만 신체적인 한계 때문에 버티질 못했다.
최소한 하루에 12시간 이상씩 근무에 야근까지 하려니 체력이 버티지를 못한 것이다.
결국, 체력이 안 되니 머리로 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정우야, 하나 물어보자.”
“뭔데?”
“너, 요즘 공부하는데 어때?”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어. 아주 싫지는 않은 거 같은데 그렇다고 좋은 것도 아니야.”
역시나 애매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정우의 경우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다시 생각해봐도 어떡하든 공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고민하던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볼 때 너는 공부하면 될 거 같은데…….”
“내가?”
“요즘 하는 거 보면 지금까지 네가 공부를 안 해서 성적이 안 나왔던 거 같아. 공부만 하면 어느 정도는 될 거 같은데.”
“진짜? 그럼 이제부터라도 대학 준비할까?”
이정우가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막상 지금부터 대학 갈 준비를 한다고 하더라도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지금부터 죽기 살기로 공부에 매진한다면 수도권은 힘들고 지방대에 간신히 들어갈 실력은 될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지방대 간신히 나와서 어디 가서 무엇을 하기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그건 현성도 직접 겪었던 일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지금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면 어떨까? 앞으로 졸업하려면 1년 반이란 시간이 남아있다.
그렇다면…….
현성은 이정우를 보며 말을 이었다.
“야, 차라리 공무원은 어때?”
“공무원?”
“그래, 내가 볼 땐 그게 최선일 거 같은데.”
“내가 공무원을…….”
이정우는 잠시 생각하는 듯 아무 말이 없었다.
한참 생각을 하던 이정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장애인도 가능하냐?”
“당연하지. 몸이 불편하다고 공무원 하지 말라는 법은 없어. 그리고 장애인 전형 채용 제도도 따로 있으니까 얼마든지 가능해.”
“장애인 전형?”
“응, 장애인을 위한 특별 전형 제도인데 꼭 특별 전형에만 응시할 필요는 없어. 일반 응시에도 얼마든지 시험 볼 수 있으니까 그건 선택하면 돼.”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이정우는 생각에 잠긴 듯 아무 말이 없었다.
그때 옆에 있던 김일수가 이정우를 보며 말했다.
“뭘 고민해?”
“아니, 너무 갑작스러워서.”
“내가 듣기엔 그보다 더 좋을 건 없을 거 같은데. 졸업한 선배들 보면 대학 나와 봤자 별 볼일도 없던데 뭐. 그럴 바에야 일찍 공무원 하는 게 훨씬 낫겠다. 안 그래?”
“그렇긴 한데…….”
이정우는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쉽게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 듯했다. 그러자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정우야, 당장 결정하려고 하지 마. 좀 더 고민을 해보고 천천히 결정해.”
“아니, 내가 고민하는 건 그게 아니야.”
“그럼 뭔데?”
“과연 내가 진짜 할 수 있을까 하는 거지. 네가 알다시피 지금 내 실력이 형편없잖아.”
그제야 현성은 이정우가 지금까지 무엇을 고민했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이정우는 지금 자신의 실력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야! 이정우.”
현성이 큰 소리로 이정우를 불렀다.
현성의 목소리가 커지자 이정우가 움찔하며 현성을 바라봤다.
“왜 갑자기 소리는 지르고 그래?”
“야, 지금 내가 소리 안 지르게 생겼냐? 인마, 하면 하는 거지 무슨 겁이 그렇게 많아?”
“난 그게 아니고…….”
“그게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 지금 두려운 거지?”
이정우의 눈빛이 아래로 깔렸다.
물론 두려울 것이다. 지금의 성적으로 뭔가를 한다는 게 엄두가 안 날 것이다.
툭.
현성은 이정우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살짝 쳤다.
“야, 이정우.”
“왜?”
“네 앞에 지금 누가 있냐?”
“너 그리고 일수.”
이정우의 목소리에 여전히 힘이 없었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래, 나와 김일수, 우리가 같이하면 그래도 두렵겠냐? 물론 지금 우리는 많이 부족해. 솔직히 말해서 너도 그렇고 일수도 마찬가지고, 물론 나도 아직 멀었어. 하지만 그래도 같이 하면 힘이 되지 않겠냐?”
“그거야 당연하지. 그런데 내가 진짜 할 수 있을까?”
여전히 자신 없는 이정우였다.
그러자 이번엔 옆에 있던 김일수가 나섰다.
“야, 누구는 자신이 있어서 하는 거냐? 까짓것 한번 해보는 거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 안 그래?”
“그건 그렇지.”
“야, 우리 현성이 믿어보자. 그래도 이 자식이 우리 선생 아니냐? 너나 나나 지금 이런 얘기를 한다는 자체가 사실은 놀라운 일 아니냐?”
이정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뭐라 해도 그 말은 사실이다. 만약 현성이 없었다면 여전히 김일수는 망나니짓을 계속했을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정우한테 돌아갔을 것이다.
그때 이정우가 현성의 이름을 진중하게 불렀다.
“현성아!”
“말해.”
“끝까지 우리 포기하지 않을 거지?”
“자식, 그럴 거면 시작도 안 했다. 이제 결정한 거야?”
이정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잘 생각했어. 가장 중요한 게 목표야. 목표가 없으면 방향을 잡을 수가 없거든.”
“그래, 알았어. 이제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한번 하는 데까지 열심히 해볼게.”
“그래, 혼자는 힘들 거야. 하지만 우리 셋이 같이 간다면 그 목적지까지 틀림없이 갈 수 있을 거야. 일수는 요리사, 정우 너는 공무원.”
그때 김일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떨려온다.”
그러자 옆에 앉은 이정우도 바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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