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41)
회귀해서 건물주-141화(141/740)
“진짜 그렇게만 되면 원이 없겠다. 야, 김일수 우리 같이 끝까지 가보는 거다.”
“오케이. 중간에 포기는 없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의지를 불태웠다.
그 모습을 바라본 현성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두 사람 다 이거 하나만은 알아 둬.”
“뭔데.”
“꿈이 한이 되어서는 안 돼.”
“한?”
이정우가 되묻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즐기자는 거지.”
“아아…….”
이정우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심하게 끄덕였다. 옆에 있던 김일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파이팅 할까?”
“좋지!”
“나도.”
두 사람이 동의하자 현성이 손을 가운데로 내밀었다.
그러자 이정우가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는 듯 자신의 손을 현성의 손 위에 얹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김일수 또한 자신의 손을 이정우의 손 위에 얹었다.
“하나 둘 셋.”
“파이팅!”
세 사람의 입에선 동시에 파이팅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치 도원결의라도 맺는 듯 세 사람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중한 표정들이었다.
그렇게 세 사람의 밤도 깊어갔다.
***
며칠 후.
점심을 다 먹었을 때였다.
누군가 현성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
“현성아, 면회.”
“누구?”
“동생인 거 같던데…….”
동생이란 말에 현성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이지?’
이 시간에 동생이 찾아올 일은 없다. 아침에 집에서 학교 올 때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다면 그때 이미 얘기가 나왔을 것이다.
복도에 나가 보니 김지연이 혼자 현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인혜가…….”
뒷말을 잇지 못하는 김지연이었다.
그러자 현성이 다급하게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인혜가 왜?”
“인혜가 학교에 안 왔어.”
현성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이 김지연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학교에 안 오다니?
“자세히 얘기해 봐.”
“아침에 안 오길래 좀 늦는가 보다 했지. 그런데 1교시가 끝나도 안 오는 거야.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어. 그런데 4교시가 끝나도 안 오길래 조금 전에 집에 전화했더니 집에서는 아침에 학교 간다고 나갔다는 거야.”
“아침에 나간 녀석이 학교에 안 오고 어디 간 거야?”
“내 말이…….”
동생 김지연은 울기 직전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현성도 미칠 지경이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전생에서야 서인혜와는 엮일 일도 없었기에 이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경험이다 보니 현성으로서도 어찌할 줄 모르는 건 당연했다.
현성은 다시 김지연을 보며 물었다.
“혹시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어?”
“아니 처음이야.”
처음이란 말에 현성은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면 반복적인 일이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처음이라면 더욱 난감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하나는 단순 가출이고, 또 하나는 납치.
생각이 거기까지 이르자 현성의 말이 빨라졌다.
“일단 너는 교실로 돌아가. 이 오빠가 일단 인혜 집으로 가서 인혜 어머니 만나 볼 테니까.”
“학교 수업은?”
“지금 학교 수업이 문제야? 그건 걱정하지 말고 얼른 교실로 돌아가.”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서인혜의 집을 향해 뛰어갔다. 우선은 서인혜의 어머니 말부터 들어보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얼마 후.
서인혜의 집에 도착한 현성은 서인혜의 어머니인 이세희를 불렀다.
“아주머니!”
“어? 학생은 저번에 왔던 지연이 오빠가 아닌가?”
이세희와는 두 번째 만남이다. 지난번에 서인혜가 집에 왔다가 돌아갈 때 바래다준 적이 있었다. 그때 집까지 바래다주면서 인사를 드렸었다.
“예 맞습니다. 지금 막 동생한테 인혜 소식을 들었어요.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나도 모르겠네, 나야 당연히 아침에 집에서 나갔으니까 학교에 간 줄 알았지. 근데 조금 전에 지연이한테서 전화가 온 거야. 학교에 안 왔다고 말이야.”
“혹시 인혜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지요?”
“그게 사실은…….”
이세희의 설명이 이어졌다.
어젯밤에 있었던 일이라고 했다.
갑자기 서인혜가 고등학교를 춘천으로 가겠다는 것이었다. 가정 형편상 도저히 안 되는 일이라 어쩔 수 없이 거절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서인혜는 밤새 울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침엔 아침도 안 먹고 가방을 메고 8시쯤에 집을 나섰다는 것이다.
이세희의 설명이 끝나자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어떤 상황인지 감을 잡은 현성은 이세희를 보며 물었다.
“혹시 어디서 전화 온 데는 없지요?”
“전화는 없었는데, 왜?”
“아니, 혹시나 해서요.”
“왜? 나쁜 놈들한테 혹시 잡혀가기라도 했을까 봐?”
“혹시 모르니까요.”
사실 뛰어오면서도 머릿속의 걱정은 혹시라도 누군가 납치라도 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그건 아닌 듯했다. 만약 누군가 납치했다면 당연히 집으로 전화가 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출이라는 얘긴데…….
현성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어디로 갔을까?
분명 서명면 내에는 없을 텐데, 어디로…….
가능성은 원주 아니면 홍천 시내일 것이다.
서인혜의 집을 나온 현성은 일단 터미널로 향했다.
버스 시간표를 둘러보던 현성의 눈에 홍천으로 출발하는 버스 시간표가 들어왔다.
8시 30분에 출발하는 차였다.
서인혜가 집을 나와 학교가 아닌 터미널로 바로 왔다면 거리상 20분이 조금 더 걸렸을 것이다.
그때 도착했을 때 탈 수 있는 차는 8시 30분에 홍천으로 향하는 버스가 유일했을 것이다.
그다음 버스는 20분 뒤인 8시 50분에 원주로 출발하는 차였다.
예상컨대 서인혜가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8시 25분쯤 됐을 것이고, 특별히 원주로 갈 이유가 없는 한 20분씩이나 기다린 후에 원주로 가는 버스를 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인혜는 홍천으로 향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현성은 홍천으로 가는 버스표를 한 장 구매한 후 공중전화 부스로 향했다.
담임한테 전화를 하기 위함이었다.
담임과 통화를 마친 현성은 홍천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얼마나 달렸을까.
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현성이 찾아간 곳은 터미널 건너편 2층에 위치한 만화방이었다.
예전에 현성도 친구들과 홍천으로 놀러 나오면 꼭 들르던 곳이었다.
끼익.
현성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만화방 사장이 현성을 맞았다.
“어서 오세요.”
“저기 혹시 오늘 오전에 여기 여학생 한 명 안 왔었습니까? 키는 이 정도에 얼굴은 예쁘장하고 중3 정도 됐는데…….”
“…… 혹시 머리가 단발머리?”
“네 맞아요.”
다행히도 서인혜가 이곳에 들렸다는 게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만약 여기에서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면 정말 망막했을 텐데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성이 다시 물었다.
“혹시 몇 시쯤에 여기서 나갔습니까?”
“여기서 두 시간 정도 있다 나갔으니까 12시 조금 넘어서 나갔을 겁니다. 그런데 왜?”
“아, 네 동생인데 요 녀석이 그만 …….”
만화방 사장은 무슨 말인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창 그럴 나이니까 너무 나무라지 말고 잘 달래서 잘 데리고 가요.”
“네, 그래야죠. 감사합니다.”
인사를 전한 현성은 만화방을 나왔다.
휴우.
이제야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현성이었다.
처음 동생한테 연락을 받았을 때만 해도 앞이 캄캄했었다. 제일 먼저 걱정했던 것은 납치 우려였다.
만약에라도 누군가 납치라도 했다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그런 건 아닌 듯하니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성은 만화방을 나와 시내 쪽으로 걸어갔다. 지금 찾아가는 곳은 현성도 예전에 친구들과 몇 번 가 봤던 곳이다.
홍천 시내에 나오면 한 번씩 의례 들르던 곳. 바로 오락실이다.
그 시대 최고의 게임인 갤러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휙 지나갈 정도로 정신없이 빠져 놀던 게임이다.
피식.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저 끝에서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 때문이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현성이 지금까지 찾던 서인혜였기 때문이다.
“찾았다.”
저벅.
현성은 조용히 서인혜 뒤로 걸어갔다.
한참을 뒤에서 게임에 열중인 서인혜를 바라보던 현성이 어느 순간 움직였다.
스윽.
서인혜 옆으로 다가간 현성.
“같이 한 게임 할까?”
“오빠!”
서인혜는 현성을 바라보자 마치 저승사자라도 본 것처럼 화들짝 놀라며 현성을 바라봤다.
“뭐해? 같이 한 게임 하자니까.”
“오빠아!”
서인혜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속상한 마음에 학교 대신에 터미널로 발걸음을 옮겼었다. 마침 홍천으로 가는 버스가 있길래 아무 생각 없이 차에 올라탔다.
어떡하든 집에서 멀리 떠나고 싶었다.
가난이 싫었고 집이 싫었다. 그리고 엄마도 싫었다.
막상 홍천으로 나오니 갈 데가 없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간 곳이 터미널 건너편에 있는 만화방이었다.
거기도 오래 있을 곳이 못 됐다.
자꾸 쳐다보는 아저씨들 때문에 두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그곳을 나왔다.
그리고 그다음 온 곳이 이곳 오락실.
집에서 멀어지면 기분이 좀 더 나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도 없고 오히려 걱정만 늘어날 뿐이었다.
무엇보다도 걱정할 엄마, 그리고 친구들.
그 와중에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외롭고 힘든 이 시간, 그 사람이라면 내 마음을 이해해 줄 것이라 생각했었다.
김현성, 바로 그 사람이다.
서인혜는 옆에 있는 현성을 바라봤다.
“오빠가 여길 어떻게…….”
“인혜 잡으러 왔지.”
“내가 여기 있을 줄 어떻게 알고?”
“내가 인혜라면 어디를 갈까 하고 생각해 봤어. 집에서 8시에 나왔다며? 터미널에 가보니까 8시 30분에 홍천 가는 버스가 있더라. 그걸 탓을 거로 생각하고 쫓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어.”
“그게 사실이야?”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서인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현성을 꼭 껴안았다.
“야, 야 이게 공공장소에서 뭐 하는 짓이야?”
“상관없어. 나 사실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 막상 학교도 안 가고 집을 나오긴 했는데 갈 데가 없더라고.”
“알았어. 일단 여기서 나가서 얘기하자.”
“그래 오빠.”
두 사람은 오락실을 나와 길을 따라 걸었다.
어느새 서인혜의 손은 현성의 팔짱을 낀 채였다.
잠깐 두 사람이 걸을 때였다.
꼬르륵.
현성은 서인혜를 쳐다봤다.
“너, 설마 아직 점심 안 먹은 거야? 아침도 안 먹었다면서?”
“밥맛도 없더라고. 근데 오빠 보니까 배고프다.”
“뭐 좀 먹으러 갈까?”
“우리 짜장면 먹으러 가자. 난 오빠가 비벼주는 짜장면이 제일 맛있더라.”
현성은 피식 웃었다.
그리곤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