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43)
회귀해서 건물주-143화(143/740)
143
현성이 가게에 막 도착했을 때였다.
가게 앞에서 누군가 서성이고 있었다.
지난번에 만난 적이 있는 전주인의 아들인 이우진이었다.
“여기서 뭐 해?”
“어, 형. 이제 나오는 거야?”
“응, 그런데 너는 아침부터 여기서 뭐 하고 있었어?”
“그냥…….”
이우진의 말에 힘이 없었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무슨 일 있어?”
“그냥, 엄마가…….”
엄마라는 말에 현성은 약간 당혹스러웠다. 이우진의 어머니는 이미 하늘나라에 간 지 오래 전이기 때문이다.
현성이 아무 말이 없자 이우진은 현성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다시 말을 이었다.
“형, 그렇게 이상하게 생각할 거 없어. 사실은 오늘이 내 생일이거든. 그래서 엄마가 더 생각나는 거고, 그래서 예전에 엄마가 일했던 가게로 온 거고, 그게 다야.”
“오늘이 네 생일이라고?”
“응, 국군의 날이 내 생일이야. 그래서 옛날에 엄마가 내 생일 때마다 나보고 씩씩하게 잘 크라고 그랬어.”
“그거 말 되네. 그래서 우진이가 이렇게 씩씩하구나.”
현성은 이우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이우진이 현성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형이 있어서 다행이다. 이렇게라도 얘기할 수 있으니까.”
“그래? 그럼 다행이고. 그건 그렇고 미역국은 먹었어?”
“응, 할머니가 아침에 끓여주셨어.”
“다행이네. 그럼 점심은 이 형이 짜장면 사줄까?”
“정말?”
짜장면이란 말에 이우진의 눈빛이 달라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이우진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안 돼.”
“응? 그게 무슨 소리야?”
“할머니가 아무한테나 음식 얻어먹는 거 아니라고 그랬단 말이야.”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 듯싶었다. 할머니의 입장에서는 엄마 아빠 없이 키우다 보니 오히려 더 엄하게 키우기 위해 그런 듯했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럼 내가 할머니한테 허락받으면 되는 거지?”
“진짜 그렇게 해 줄 거야?”
“다른 날도 아니고 우진이 생일이라는 데 그 정도는 해 줘야지.”
“와! 형 최고.”
엄지를 치켜세우며 좋아하는 이우진이었다.
그런 이우진을 바라보는 현성의 눈빛에선 애잔함이 묻어났다.
이우진이 집으로 돌아가자 현성은 그제야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딸깍.
전원 스위치를 켜자 예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가게 안이 밝아졌다.
“일단 청소부터 해볼까.”
현성이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막 시작하려 할 때였다.
누군가 가게 안으로 쑥 들어왔다.
“청소하려고?”
“어? 김일수, 네가 이 시간에 웬일이야?”
“웬일이긴, 오늘 물건 들어온다며. 내가 당연히 와 봐야지.”
“자식, 그래도 의리는 있네.”
“인마, 내가 의리 빼면 뭐가 있겠냐? 공부를 잘하냐 아니면 누구처럼 인물이 잘났냐?”
씨익.
현성은 그런 김일수를 보며 웃었다.
예전의 김일수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에 웃음이 저절로 나온 것이다.
“야, 너 너무 많이 변한 거 알아?”
“어차피 변할 거면 확실히 변해야지. 어중간한 건 딱 질색인 성격이라.”
“자식, 그런 놈이 예전엔 왜 그렇게 나쁜 짓만 골라 했는지 모르겠다.”
“야, 다 지난 옛날얘기는 왜 이제 와서…….”
김일수가 눈짓을 하며 현성을 흘겨봤다.
“그건 그렇고 너 요즘 좋아 보인다.”
“그래 보이냐?”
“어, 요즘 너 보면 예전하고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눈빛부터가 달라진 거 알아?”
“인마, 이게 다 네 덕분이다.”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김일수가 다시 말을 이었다.
“네가 목표를 확실히 잡아줬잖아.”
“지금 요리사 말하는 거지?”
“그래, 그러고 나니까 사람 마음이 달라지더라. 내가 요즘 집에 가서도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거 아니냐. 오죽하면 우리 할머니가 요즘 무슨 일이 있냐고 묻더라.”
“드디어 네가 이제야 방향을 제대로 잡았구나. 잘했어. 그런 식으로 하다 보면 분명 너의 꿈도 틀림없이 이루어질 거야.”
툭.
현성은 김일수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다행이다. 사람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게 목표다. 그 목표가 없으면 어디로 갈지를 모르기 때문에 방향을 잡을 수가 없다.
하지만 확실한 목표를 잡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그 방향을 보고 가면 되기 때문에 흔들릴 일이 없게 되는 것이다.
지금 김일수의 경우가 그렇다.
“고맙다.”
“인마, 내가 할 소리다. 네가 그렇게 마음잡고 공부한다니까 내 마음이 더 좋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체력단련도 잊지 마라.”
“그렇지 않아도 요즘 아침 운동 시작했다.”
“잘했어. 역시 덩칫값을 하는구나.”
두 사람은 서로 마주하며 씩 웃었다.
그때 김일수가 현성을 보며 말했다.
“야, 빗자루 줘. 사장님이 이런 거 들고 있으면 쓰남?”
“자식, 놀리지 말고 여기 홀은 내가 할 테니까 넌 주방이나 들어가서 청소해.”
“히히, 그럴까 그럼.”
주방으로 들어간 김일수가 현성을 보며 말했다.
“주방 깨끗한데?”
“아마 어제까지 정우 어머니가 쓰셨으니까 깨끗할 거야. 그냥 먼지나 털어낸다 생각하고 청소해. 오늘 오후에 씬라면 들어오면 테스트해야 되니까.”
“테스트?”
김일수가 의아스럽다는 듯 물었다.
“냄비에 넣고 몇 분에서 끓여냈을 때가 가장 맛있는지 테스트하려고.”
“야, 라면이야 대충 끓여도 그 맛이 그 맛일 텐데 무슨 테스트를 한다고 그래?”
“인마, 그래도 라면 전문점인데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지. 정확히 몇 분을 끓였을 때 최상의 면발이 나오는지 테스트는 기본이지. 돈 받고 파는 건데 그만한 값어치는 해야 하지 않겠냐?”
“듣고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네. 하긴 돈 받고 파는 건데 그 정도는…….”
김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오늘 너 각오해.”
“내가 왜?”
“내가 좀 전에 뭐라 그랬어?”
“라면 테스트한다고.”
현성이 김일수를 바라보며 씩 웃고는 다시 말했다.
“누구를 상대로 테스트하겠냐?”
“뭐? 지금 그 말은 ……, 나보고 그 테스트한 라면을 먹으라는 거지?”
“음식인데 버릴 순 없는 거 아니겠냐? 안 그래?”
현성은 웃으며 김일수를 바라봤다. 그러자 김일수도 별거 아니라는 듯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알았어. 먹는 거라면 걱정하지 마. 그까짓 라면 정도야 못 먹겠냐?”
김일수는 이때까지도 알지 못했다. 그 테스트란 것이 한두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님을 말이다.
두 사람은 각자 맞은 구역에서 열심히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현성이 김일수를 보며 물었다.
“다했냐?”
“어, 이제 여기 조금만 더 닦으면 돼.”
현성이 잠시 기다리자 김일수가 주방 청소를 끝내고 홀로 나왔다. 그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말했다.
“무슨 청소를 어떻게 했길래 땀이 그렇게 범벅이냐?”
“말했잖아. 뭐든지 시작하면 대충하는 건 없다고.”
“자식, 수고했다. 앞으로 너랑 같이 일한다고 생각하니까 든든해서 좋네.”
“실망하게 하지 않을 테니까 두고 봐라.”
현성은 그런 김일수를 보며 빙긋 웃었다.
장사를 하다 보면 별의별 일들이 다 있다. 그럴 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하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 차이일 것이다.
현성이 웃는 이유다.
현성은 냉장고에서 사이다 두 병을 꺼내 한 병을 김일수에게 내밀었다.
“시원하게 마셔.”
“좋지. 우리 건배 할까?”
“멋지게 건배사 한번 읊어봐라.”
현성은 들고 있던 사이다병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그러자 곧 김일수가 입을 열었다.
“우리의 우정과 이 가게의 대박을 위하여!”
“위하여!”
챙.
두 사람이 내민 사이다병이 허공에서 경쾌하게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시원하게 사이다병을 단숨에 비운 두 사람은 누가 먼저일 것도 없이 서로를 마주 보며 빙긋 웃었다.
그러자 현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네가 이렇게 함께하니 든든해서 좋다.”
“나도.”
“그건 그렇고, 책은 가져왔지?”
“당연하지. 학생이 책을 멀리하면 쓰남? 그렇지 않아도 청소 끝내고 공부하려고 책 몇 권 들고 왔다.”
“자식, 이젠 완전히 모범생 다 됐네.”
“내가 봐도 신기할 정도다. 히히.”
김일수는 웃으며 가방에서 참고서를 끄집어내어 테이블에 위에 올려놓았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바로 물었다.
“못 보던 책인데, 낡은 거 보니까 산 거는 아닌 거 같고 어디서 난 거야?”
“어, 동네 형한테 며칠 전에 얻었어. 집에서도 혼자 공부하려니까 필요하더라고.”
“야! 우리 일수가 진짜 변하긴 변했구나. 책을 다 얻어오고.”
“큭큭, 그렇지 않아도 그 형이 그러더라. 웬일이냐고?”
두 사람은 참고서를 보며 잠깐 웃었다.
그때였다.
쾅.
얼마나 세게 문을 열었는지 문짝이 흔들릴 정도였다.
“야, 무슨 일이야?”
“혀, 형….”
전주인 아들 이우진이었다.
얼마나 뛰어왔는지 얼굴엔 땀이 범벅이었고 숨이 차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있었다.
현성은 얼른 컵에 물을 따라 이우진한테 내밀었다.
“우진아, 일단 이거 마시고 천천히 얘기해 봐.”
벌컥.
이우진은 정신없이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바로 입을 열었다.
“하, 할머니, 할머니가 이상해.”
“할머니가? 어떻게?”
“몰라. 빨리 형….”
얼굴이 하얗게 질린 이우진이 현성의 손을 잡고 흔들어댔다.
그러자 현성이 이우진을 보며 소리쳤다.
“앞장서!”
이우진은 현성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앞장서 뛰어가기 시작했다.
후다닥.
현성도 바로 가게를 뛰쳐나갔다.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우진의 할머니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하다는 판단이었다.
다행히도 이우진의 집은 현성의 가게와 5분 거리라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야 형.”
이우진이 다급한 목소리로 어느 집을 가리켰다.
현성은 바로 이우진이 가리킨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다행히도 김순덕의 의식은 정상이었다.
이우진이 워낙 놀라서 난리를 친 바람에 현성은 혹시나 잘못되기라도 한 줄 알았다.
그때 김순덕이 현성을 보며 힘겨운 목소리로 물었다.
“저기……, 뉘신가?”
“아, 네. 저는 요기 골목 안에서 라면 가게를 운영할 김현성이라는 학생입니다. 갑자기 우진이가 와서는 할머니가 많이 편찮으시다고 해서 이렇게 뛰어왔습니다.”
“아, 학생이 그 학생이구먼. 우리 우진이한테 얘기 많이 들었네.”
“근데 지금 몸은 괜찮으신 건가요?”
“그냥 아침 먹은 게…….”
현성은 김순덕의 손을 얼른 잡아보았다.
싸늘했다.
현성은 김순덕이 체했음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이럴 땐 전생의 살아본 경험이 도움이 된다.
체했을 땐 여러 증상이 있다.
보통 명치 부위가 탁 막히면서 손발이 싸늘해지고, 속이 답답하면서 트림과 매슥거림이 계속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심할 경우엔 복통이나 두통, 어지럼증과 구역질 같은 증상도 동반되기도 한다.
다행히도 김순덕의 증상으로 봐서는 그리 심한 것 같지는 않았다.
현성은 일단 김순덕의 손끝을 바늘로 따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현성이 체했을 때 늘 써먹던 방법이다. 그러고 나면 웬만하면 속도 편안해지고 체기도 조금 있으면 없어지곤 했었다.
현성이 김순덕의 손끝을 바늘로 찌르자 검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김순덕의 손은 조금씩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안색도 처음보다는 많이 정상적으로 돌아와 있었다.
현성이 김순덕을 보며 물었다.
“할머니, 이제 좀 어때요?”
“아이고, 이제야 좀 살 거 같네. 학생 고마우이.”
“뭘요, 그래도 다행이네요. 이만하시길…….”
김순덕이 좀 나아지자 옆에서 지켜보던 이우진도 안정을 되찾은 듯했다.
조금 전까지도 새파랗게 질려서 무서워하던 표정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런 이우진에게 현성은 손을 내밀었다.
“우진아, 이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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