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44)
회귀해서 건물주-144화(144/740)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이우진은 현성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곤 현성의 옆에 착 붙어 앉았다.
“많이 놀랐지?”
“응, 우리 할머니 많이 아팠단 말이야.”
“이젠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고마워, 형.”
이우진은 자리를 옮겨 할머니 김순덕 앞으로 다가갔다. 금방이라도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질 듯한 표정이었다.
긴장이 풀린 탓이리라.
그런 이우진을 바라보는 현성의 표정에 애잔함이 묻어났다.
얼마나 놀랐으면 그 어린 게 정신없이 뛰어왔을까? 이우진에게 있어 할머니 김순덕이란 존재는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전부일 것이다.
그런 사람이 아팠으니 오죽했을까?
이우진이 김순덕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할머니, 이제 진짜 괜찮아?”
“아이고, 내 강아지 할미 때문에 많이 놀랐지?”
“할머니 죽으면 안 돼. 내가 이다음에 할머니 맛있는 거 많이 사 줄 거야. 그러니까 오래오래 살아야 해.”
“그래 알았어. 우리 강아지가 사주는 거 다 먹으려면 이 할미가 100살까지는 살아야겠는걸.”
이우진은 어느새 김순덕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런 이우진을 바라보는 김순덕의 눈빛엔 애잔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성이 이우진을 불렀다.
“우진이 오늘 생일인데 짜장면 먹어야지?”
현성의 질문에 이우진은 대답 대신 할머니 김순덕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김순덕의 승낙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이번엔 김순덕을 보며 말했다.
“제가 오늘 우진이 생일이라 짜장면 사주기로 약속을 했거든요. 괜찮죠? 할머니.”
“괜히 우리 애가 학생한테 귀찮게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김순덕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우진의 말이 이어졌다.
“할머니, 나, 형 귀찮게 안 했어. 형이 먼저 생일이라고 짜장면 사준다고 그랬단 말이야. 그래서 내가 우리 할머니가 아무한테나 얻어먹으면 혼낸다고 했더니, 형이 할머니한테 승낙을 받는다고 했단 말이야.”
김순덕이 평상시에 얼마나 이우진의 교육에 신경 쓰는지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왜 그러는지 그 의미를 이해하고도 남는 현성이었다.
현성은 그런 김순덕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의미인지 충분히 잘 알겠다는 표현이었다. 그러자 김순덕이 빙긋 웃으며 현성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그 의미를 파악한 현성이 이번엔 이우진을 보며 말을 이었다.
“우진아, 할머니가 허락하셨으니까 오늘 짜장면 먹자.”
“진짜?”
“그럼, 우리 영업부장님 생일인데 짜장면 정도는 사 줘야지.”
“맞다. 내가 영업부장이었지.”
이우진은 김순덕을 보며 방긋 웃었다. 그리곤 자신이 현성이네 가게의 영업부장이 된 얘기를 자세하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이우진의 얘기를 다 들은 김순덕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고생이 많네.”
“헤헤, 별말씀을요.”
“그렇지 않아도 이 녀석이 라면 가게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 아무래도 제 엄마 생각이 많이 나는 듯하네. 아무쪼록 신경 써줘서 고맙네.”
김순덕의 말이 끝나자 현성이 대답도 하기 전에 이우진의 대답이 더 빨랐다.
“할머니, 그게 아니라니깐! 형이 나를 신경 쓰는 게 아니라 내가 더 신경 쓴다니까. 이 형이 장사 처음이라 내가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데.”
김순덕은 이우진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웃고 말았다. 그리곤 현성을 보며 눈을 찡긋거렸다.
그러자 이번엔 현성이 이우진을 보며 말을 이었다.
“우진아 앞으로도 잘 부탁해.”
“알았어, 형. 걱정하지 마. 내가 친구들한테 다 얘기할 테니까.”
이우진의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 모습을 본 현성과 김순덕은 빙긋 웃었다.
그때 이우진이 밖에 서 있는 김일수를 보며 현성에게 물었다.
“형, 저 형은 누구야?”
“응? 아, 나하고 라면 가게에서 같이 일할 사람이야. 이름은 김일수, 우진이도 형한테 인사해.”
현성의 소개가 끝나자 이우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김일수에게 다가갔다.
“형, 난 이우진이야. 만나서 반가워.”
“어, 그래, 반갑다.”
“형도 장사 처음이지?”
“어? 어, 그래. 나도 앞으로 잘 부탁해.”
김일수는 빙긋 웃으며 이우진을 바라봤다.
그러자 웃긴 건 이우진의 표정이었다.
마치 교관이 훈련생 보듯이 턱을 괴고는 현성과 김일수를 번갈아 쳐다보며 난감한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그 모습이 또 꽤나 심각해 보였다.
그러자 뒤에 있던 김순덕이 도저히 안 되겠는지 이우진을 불렀다.
“우진아, 이리 와 보렴.”
“응? 할머니 왜? 난 심각한데…….”
“할미가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한테는 항상 어떻게 하라고 그랬어?”
“예의를 지키라고.”
이우진은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김순덕을 바라봤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그러자 김순덕이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그 행동은 어떻게 생각해?”
“음……, 아차!”
잠깐 생각하던 이우진은 자신의 무릎을 치며 소리쳤다.
그러자 세 사람의 시선이 이우진의 입으로 쏠리는 건 당연했다.
그때 이우진의 입이 열렸다.
“요!”
이우진의 한 마디에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볼 뿐 누구도 먼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자 이우진의 부연 설명이 시작됐다.
“할머니, 내가 지금 말끝에 ‘요’자를 안 붙여서 그러는 거지?”
“요?”
“응, 요.”
“…….”
김순덕은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의 뜻은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린아이에게 그걸 콕 집어서 말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이우진의 입에서 엉뚱한 말이 다시 나왔다.
“할머니,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그건 이미 형하고 합의한 사항이니까.”
이건 또 무슨 소린가?
김순덕은 이우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합의?”
“응, 형이 지난번에 ‘요’자는 안 붙여도 된다고 했거든. 말 편하게 하라고 하면서 말이야.”
“호호……, 그랬어?”
김순덕은 어이가 없는지 웃고 말았다. 그리곤 현성과 김일수를 바라보며 눈짓을 보냈다. 그 의미를 모를 리 없는 두 사람도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이우진의 맹랑한 언행은 끝이 나는 줄 알았다.
그의 말이 다시 시작되기 전까지는.
이우진이 다시 말을 이었다.
“두 사람 다 장사는 처음이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엄마한테 많이 배웠거든. 내가 많이 가르쳐 줄게.”
세 사람은 누가 먼저일 것도 없이 잠시 참았던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풉.”
“파하하…….”
“호호.”
잠시 후.
현성이 김순덕을 보며 물었다.
“할머니, 뭐 드실래요?”
“뭘 또 나까지…….”
“당연하지요. 우리 영업부장님 할머니인데.”
“호호, 그런가. 그럼 우리 영업부장님 덕분에 이 할미가 좀 얻어먹어 볼까? 난 맵지 않게 우동으로.”
김순덕이 웃으며 말을 잇자 옆에 있던 이우진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부담 가는데…….”
그 모습을 바라본 세 사람은 누가 먼저일 것도 없이 또 한 번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한 사람을 제외한 세 사람은 즐거운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
점심을 먹고 김일수와 함께 가게에서 쉬고 있을 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그것도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씩이나. 가게로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분식 가게의 건물주 오상철과 그의 똘마니 최민성이었다.
그렇다 보니 현성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건 당연했다.
“뭡니까?”
“말이 왜 이렇게 짧아? 어른을 봤으면 인사부터 할 것이지.”
최민성이 작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누가 봐도 시비조였다.
그렇다고 그 말을 듣고 인사할 정도로 모자란 현성도 아니었다.
현성이 옆에 서 있는 오상철을 보며 따지듯 물었다.
“아저씨!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뭐하긴, 이틀 후에 오픈한다고 해서 구경 온 거지. 왜? 구경 좀 하면 안 되겠는가?”
오상철은 뭐가 문제 되느냐는 식으로 오히려 당당하게 나왔다.
이 사람들은 아예 타인에 대한 배려나 존중은 없는 듯했다.
현성은 어이가 없어 오상철을 바라봤다.
그러자 오상철이 현성을 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자네가 어려서 아직 잘 모르나 본데 동종업종끼리는 이렇게 서로 왕래하면서 서로 봐주고 하는 거라네.”
“…….”
현성은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굳이 말 같지도 않은 말에 대꾸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뭐? 동종업종끼리는 서로 왕래하면서 봐주는 거라고?’
피식.
현성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런 괴변은 50년을 넘게 살면서 처음 들어보기 때문이다.
현성이 웃자 오상철이 못마땅하다는 듯 현성을 보며 물었다.
“지금 비웃는 겐가?”
“아니, 그냥 웃음이 나와서요. 지금까지 살면서 그런 말은 처음 들었거든요.”
“아직 어려서 그렇지. 조금 더 살아보면 알게 될 걸세.”
“아, 네…….”
이럴 땐 그저 무시가 답이다. 자꾸 말을 섞어봐야 피곤한 건 자신뿐이다.
생각 같아서는 그냥 내쫓고 싶었다. 그런다고 이런 인간들이 포기할 것도 아니고 두고두고 귀찮게 할 것이다.
그럴 바에야 얼른 대충 둘러보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성은 오상철을 보며 짧게 말했다.
“그럼, 천천히 둘러보시든지…….”
“험……, 알았네.”
자신 스스로가 생각해도 무안했던지 헛기침을 하고는 발길을 주방으로 옮기는 오상철이었다.
‘여우 같은 새끼.’
오상철은 마음속으로 뜨끔했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서 이 꼬맹이가 반박이라도 하면 어쩌나 싶었다. 그런데 오히려 자신의 속내를 다 알기라도 한다는 듯 행동하는 모습에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렇게 말하는데 뭐라고 할 말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주방 쪽으로 들어간 오상철.
‘무슨 주방을…….’
오상철은 주방을 보며 헛웃음만 나왔다.
분명히 라면 가게라고 했다. 그런데 주방이 라면 가게치고는 너무 큰 것이다. 대충 봐도 네다섯 사람이 동시에 움직여도 전혀 문제가 없을 공간이었다.
그때 옆에 있던 최민성이 오상철을 보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형님, 무슨 주방이 운동장입니다.”
“내 말이…….”
“라면 가게에서 주방이 이렇게 클 필요가 있는 겁니까?”
“어린놈이 아무것도 모르니까 주방만 크게 만들어 놨구먼. 아무 의미 없이 말이야, 쯧쯧.”
혀까지 차가며 안타까워하는 오상철이었다.
두 사람이 이번엔 안채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채로 들어간 오상철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밖에서 볼 때는 작은 가게다. 그런데 막상 안채로 들어와 보니 가게 규모가 장난이 아니었다.
밖의 홀에는 기껏해야 열 명 조금 넘게 앉을 수 있다면 여기 안채에는 거의 35명은 훨씬 넘게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 있었다.
방과 마루를 일직선으로 만들고 게다가 놀라운 건 마당까지 지붕을 만들어 거기에서도 먹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 번에 40명, 많게는 50명까지도 한 번에 소화할 공간이 된다는 얘기다.
처음엔 주방이 왜 그렇게 크나 싶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역시, 보통 꼬마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