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49)
회귀해서 건물주-149화(149/740)
그날 저녁.
혼자 앉아 있는 현성.
후!
그의 입에서 낮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만큼 조금 전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었다.
문제는 라면을 끓이는 방식이었다.
신명순의 경우 지금까지 10년을 넘게 라면을 끓여온 터라 나름의 방식이 있었다. 현성 또한 그것을 모르지 않기에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는 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냥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현성이 신명순을 설득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오직 하나, 반복해서 끓이는 것이었다. 때로는 무식한 방법이 통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선택한 방법이다.
현성이 라면을 끓이는 데 있어서 핵심은 정확한 시간이었다. 어제 찾아낸 2분 30초.
그러다 보니 타이머 사용은 기본이었다.
현성이 이토록 끓이는 시간에 중점을 두는 이유는 라면의 생명은 면발의 쫄깃함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것을 찾기 위해 어제 김일수와 그 오랜 시간을 보냈던 것이고.
현성이 타이머까지 이용해서 라면을 끓이자 신명순의 첫 반응은 의아함이었다. 라면 끓이는 데 굳이 타이머까지 쓸 필요가 있겠냐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현성은 똑같은 방법으로 또다시 라면을 끓였다. 물론 그때마다 시식의 의무는 신명순에게 있었다.
면발을 먹은 다음에 평가는 기본이었다.
“음, 쫄깃함이…….”
그런 식으로 10번을 넘겼을 때였다.
“그만해라.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러니까 네 말은 맛도 맛이지만 매번 똑 같은 맛을 내야 한다는 거지? 그래서 타이머가 필요한 거고?”
신명순이 현성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는 순간이었다.
현성이 얘기하고 싶었던 게 그거다.
열 번, 아니, 백번 천번을 끓여도 그 맛에는 변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라면을 끓이는 물부터 계량화되어야 하고 끓이는 시간 또한 일정해야 한다는 것이 현성의 주장이었던 것이다.
열 번을 끓이고 나서야 신명순이 현성의 생각을 받아들였다. 결국, 10년의 고집을 꺾고 현성이 고집한 방법을 받아들인 것이다.
현성은 고맙다는 말로 마무리를 했다.
현성이 오늘 힘들었던 이유다.
시계를 보니 이제 막 7시가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딸랑.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박희철이었다.
“이 시간에 웬일입니까?”
“웬일은, 자네 보러 왔지. 내일이 드디어 오픈하는 날 아닌가? 내일은 내가 어디 갈 데가 있어서 오늘 미리 왔네.”
“또 이상한데 가시는 거 아니지요?”
“허허, 이 친구가…….”
박희철은 웃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번에 온천 사업설명회에 간다고 했다가 현성한테 혼났던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그때 현성이 박희철을 보며 물었다.
“참! 씬라면 맛은 보셨습니까?”
“오늘 출시된다고 했던 그 라면 말인가? 당연히 아직…….”
“잠깐만 기다리세요.”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주방으로 바로 향했다.
양은 냄비에 물을 받고 화덕에 올려놓자 채 1분도 안 돼 물이 끓기 시작했다. 그만큼 화력이 세단 얘기다.
라면스프를 넣고 면발을 넣음과 동시에 타이머를 눌렀다.
어느새 홀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다가와 현성이 라면을 끓이는 모습을 바라보던 박희철이 손짓을 하며 물었다.
“그건 뭔가?”
“아, 이거요? 타이머요.”
“타이머?”
“네, 보통 음식 만들 때 조리 시간을 재는 건데 그걸 이용하는 겁니다.”
박희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라면이야 대충 끓이다 면발이 적당히 익으면 먹으면 되는 거지 무슨 그거 끓이는 데 타이머까지 필요하나 싶었다.
그때 현성이 라면을 들고나왔다.
“자, 다 됐습니다.”
“벌써?”
“우리 화덕이 화력이 좋거든요. 그래서 일반 가정집보다 라면 끓이는 시간이 짧습니다.”
박희철은 알았다며 자리를 잡고 앉았다.
킁킁.
박희철은 양은냄비에 대고 코를 실룩였다.
“음, 냄새가 아주 좋구먼.”
“드셔 보십시오. 아, 그리고 냄비 뚜껑으로 받쳐 드시면 드시기에 훨씬 수월합니다.”
“그렇지, 라면은 역시 냄비 뚜껑이 제맛이지. 일반 손님들한테도 이렇게 양은냄비 채로 나갈 건가?”
“라면은 냄비 뚜껑으로 먹을 때가 제일 맛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나름 현성이 생각한 라면 가게의 컨셉이었다.
전생에서도 어쩌다 라면을 끓여 먹을 때면 냄비 뚜껑에 먹을 때가 좋았던 기억이 있었다. 물론 친구들을 상대로 설문도 해봤는데 그 방법도 괜찮겠다는 반응이 많아 그렇게 한 것이다.
후룹.
박희철이 숟가락으로 국물부터 맛보기 시작했다.
국물을 맛보던 박희철이 갑자기 현성을 바라봤다.
“국물 맛이…….”
“왜요? 뭐가 이상해요?”
박희철은 천천히 고개를 좌우로 젓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 이상한 게 아니고 지금까지 먹던 라면 국물 맛하고는 너무나 달라서.”
“괜찮죠?”
“너무 좋은데, 자네가 왜 그토록 이 씬라면을 고집했는지 이제야 알겠구먼.”
박희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면발을 먹기 시작했다. 만족스럽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탁.
마지막 국물까지 다 마시고서야 양은냄비를 테이블에 내려놓는 박희철. 그의 얼굴엔 만족스럽다는 듯 흡족한 미소가 가득했다.
그 모습을 확인한 현성이 물었다.
“이만하면 장사 좀 되겠습니까?”
“아무래도 내가 현금 회수를 서둘러야겠는걸.”
“그 정도입니까?”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얼큰하고 맛있는 라면은 처음 먹어보네. 아무래도 내가 자주 여기에 오게 생겼구먼.”
눈빛으로만 봐서는 매일 출근하다시피 할 박희철이었다. 역시 매운맛이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듯했다.
그때 현성이 다시 물었다.
“참, 말이 나와서 말인데요, 그 현금 회수는 얼마나 진행이 되고 있습니까?”
“이제 대략 70% 정도는 회수된 거 같은데, 아무래도 100% 회수하기에는 힘들 거 같네. 그렇다고 힘든 사람들한테 억지로 내놓으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고 말이야.”
현성은 그렇게 말하는 박희철을 보며 피식 웃었다. 전생에서는 남의 집 송아지까지도 강제로 빼앗아 가던 박희철이다.
그런 그가 지금 남의 사정을 말하고 있으니 현성으로선 웃음이 났던 것이다.
그때 박희철이 다시 말을 이었다.
“나도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저한테요?”
“그려, 혹시 투자할 곳이 있기는 있는 건가?”
박희철은 그렇게 물으면서도 지금 이 상황이 어색하기만 했다. 어린애한테 한두 푼도 아니고 자신의 전 재산을 건다는 자체가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따지고 들면 이해 안 되는 것이 어찌 그뿐이겠는가.
우선은 자신이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때 그 순간 버스에서 내리지 않고 그대로 관광을 갔더라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사실 이제 와서 현성을 의심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이건 이해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더 이상은…….
잠깐 생각하던 박희철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때 현성이 대답했다.
“지금 투자처가 궁금하신 거지요?”
“솔직히 아무리 자네를 믿는다고 해도 궁금한 건 사실이네.”
그럴 것이다.
금액이 얼마가 될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전 재산을 건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투자처에 대한 궁금증은 당연한 일일 터.
더군다나 그 상대가 어린 학생이 아니던가.
현성은 박희철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세한 건 나중에 현금 확보가 다 끝나면 말씀드릴 거고요, 일단은 땅이란 것만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성이 지금 생각하는 곳은 1기 신도시 중의 하나인 일산이다.
1980년대 중반 조성된 저유가, 저환율, 저금리의 3저 현상에다가 ’86 서울아시안게임’과 ’88 서울올림픽’의 기대심리로 인한 경기 호재로 많은 사람이 주택시장으로 몰리게 된다.
심지어 기업들까지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서울은 물론 수도권 일대에서 부동산 가격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폭등하는 부동산값에 전문 투기 세력인 ‘복부인’까지 가세하자, 어쩔 수 없이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착수했고, 결국 신도시 건설이라는 발표를 하게 된다.
그중 한 곳이 일산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일산인가?
그것은 현성의 군 생활 때문이다.
1991년 3월 봄, 이때 현성의 계급은 병장이었다.
현성은 파주 법원리에서 복무했다. 2기갑 여단에 소속된 6233 전차부대였다. 영화에서나 보던 전차를 처음 볼 때는 신기하기만 했었다.
그곳에서 현성은 운전병이었다.
군대라는 곳이 노는 꼴을 못 본다. 심지어는 없는 일도 만들어서 하는 곳이다. 오죽하면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고 할까.
2월 마지막 날이었다.
급 전문으로 여단의 명령이 각 대대로 하달됐다.
[전투-춘계진지공사]앞에 ‘전투’자가 붙은 것이다. 딱 봐도 느껴지는 포스가 달랐다.
내용은 매년 하던 보수 차원이 아니라 진지를 완전히 새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것도 폐타이어로 말이다. 유사시 피해가 가장 적다는 이유였다.
이게 다 사담 후세인 때문이었다.
1991년 1월 17일 새벽 0시 50분. 달도 뜨지 않은 어두운 밤 사우디아라비아의 미 공군 기지에서 발진한 F15E 폭격기들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로 돌진했다.
작전명은 ‘사막의 폭풍’, 바로 걸프 전쟁의 시작이었다.
전쟁 발발 이후 4시간 동안 바그다드에는 무려 1만 8,000톤의 폭탄이 퍼부어졌다.
그 후에도 제공권을 장악한 다국적군은 이라크와 쿠웨이트에 하루 평균 2,000회의 어마어마한 융단 폭격을 가했다.
그런데 문제는 피해 규모였다.
다국적군이 발표한 수치와 이라크 측이 공개한 피해의 규모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엉뚱한 데 있었다.
그것은 모형 전차와 폐타이어로 만든 튼튼한 진지 때문이었다.
후세인은 수많은 모형 전차를 진지 안에 만들어 설치했던 것이다.
그렇다 보니 실제로 파손된 전차의 숫자는 다국적군이 발표한 숫자와 현저하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조족지혈, 어차피 처음부터 게임이 안 되는 전쟁이었다.
걸프 전쟁은 전쟁 발발 후 43일 만에 다국적군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다. 말이 다국적군이지 결국은 미국의 승리였다.
이 전쟁으로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위용을 뽐내며 중동 지역에 확고하게 입지를 다지게 된다.
어쩌면 미국의 목적은 따로 있었을 것이다.
걸프 전쟁은 ‘디지털 전쟁’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걸프 전쟁 당시 위력을 과시한 최신 무기들은 ‘전자오락’ 하듯 전쟁을 하는 것이 가능함을 입증하고도 남았다.
양쪽의 사망자 수만 비교하더라도 그것은 확연히 드러났다.
미군 측 전사자는 141명이었지만, 이라크의 사망자는 15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그 결과, 세계 무기 수출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42%에서 1991년 53%, 1992년 60%로 수직 상승하게 된다.
즉, 미국의 기간산업인 군수업에 걸프 전쟁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것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현실적으로 중요한 건 대한민국 군의 분석이었다. 전쟁에서야 당연히 후세인이 졌지만, 전략적으론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게 모형 전차와 폐타이어를 이용한 진지 공사였다.
일명 ‘후세인 따라잡기’
지금 생각하면 헛웃음이 날 뿐이다.
하지만 그때는 전쟁을 방불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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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건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