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5)
회귀해서 건물주-15화(15/740)
또 하루가 지났다.
여전히 현성의 움직임은 없었다.
그런데 가끔 몸이 심하게 요동쳤다. 그럴 때마다 몸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정확히는 어긋난 뼈가 마치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한 소리였다.
밤이 깊었다.
아무리 여름이지만, 깊은 산중이라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현성이 정신을 잃은 곳은 절벽 위다. 게다가 바닥은 커다란 암반이다. 밤이슬이 내리자 암반은 촉촉이 젖기 시작했다.
그때 달빛이 누워 있는 현성의 몸을 비췄다. 달빛에 드러난 현성은 여전히 미동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현성의 몸에서 김이 나기 시작했다. 김이 난다는 것은 열이 난다는 얘기다.
산삼을 먹었을 때 가장 기본적인 특징이 발열(發熱)이긴 하다. 그런데 그렇다 쳐도 정도가 너무 심했다. 암반의 촉촉한 습기마저 말라가고 있었다.
현성은 꿈을 꿨다.
한 여인이 나타났다. 그녀다. 전생에서 죽는 순간까지도 애타게 불렀던 그녀, 아내 윤지수다.
현성은 반가움에 손짓까지 하며 윤지수를 불렀다.
– 여보!”
아무 대답이 없다.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왜 이러지?
– 윤지수!”
다시 큰소리로 불러봤지만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어?’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돌아서서 가지 않는다는 것, 얼굴은 보여주니 말이다.
그녀가 멀어지면서 손짓을 했다. 어서 일어나 자신을 따라오기라도 하라는 듯.
꿈틀.
현성은 그녀를 따라가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왜 이러지?’
그녀가 다시 손짓을 했다.
현성은 있는 힘을 다해 몸을 움직였다.
벌떡.
“머, 뭐야?”
잠시 시간이 지나서야 현성은 기억이 났다. 분명히 마지막 뿌리에 달린 옥주를 먹을 때까지만 해도 정신은 멀쩡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지럽더니 정신을 잃고 말았다.
“이 정도였어?”
산삼을 먹자마자 기절을 했으니 이유야 산삼 때문이란 건 분명한 거였다.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핏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갔기 때문이다.
산삼의 크기는 고작해야 손가락 세 마디 정도였다. 대신 뿌리가 길긴 했다. 물론 동글동글한 모양의 돌기도 꽤 많이 달려 있긴 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먹고 정신을 잃어? 약성이 그 정도였어?
“약성(藥性)?”
정신을 잃은 이유가 산삼의 약성 때문이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성은 손목의 시계를 확인했다.
“헐.”
요일을 확인해 보니 이틀이나 지난 후였다.
하루도 아니고 이틀?
그렇다면…….
“혹시?”
킁킁.
현성은 갑자기 코를 실룩거리며 자신의 몸에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잠깐.
“개뿔이네.”
현성은 혹시나 기대를 했었다. 왜냐하면 들은 얘기가 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된 삼삼이나 아니면 어떤 약을 먹은 후에 간혹 명현현상이 온다고 들었었다. 무협 소설에서도 보면 단골 소재였다.
물론 다 믿은 건 아니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몸에서 시커먼 땟국물이나 아니면 끈적끈적한 것이 나오면서 몸에서 지독한 냄새가 난다고 했었다.
“그런 거 없는데…….”
이틀 만에 깨어날 정도의 약성(藥性)이라면 분명 뭔가 흔적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아무런 흔적도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그런데 확실히 다른 건 있었다.
그건 몸의 상태였다. 왠지 모르게 몸이 정리된 느낌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몸이 가벼웠다.
“그럼 된 거지!”
현성이 내린 결론이다. 그리고 약성이란 것이 바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몸이 가벼워졌다는 자체로 만족하기로 한 현성이다.
그때 동쪽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붉은 태양이 서서히 구름 속을 뚫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현성은 양팔을 벌려 태양을 온몸으로 받았다.
후끈.
태양 빛 때문인지 몸 아래쪽부터 전체적으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여름이지만 고도가 높기에 새벽 공기가 제법 찰 텐데도 오히려 시원하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절벽을 내려온 현성은 배낭을 챙겼다.
“고놈 참….”
배낭 안에 있던 비상식량은 이미 준치가 깔끔하게 먹어 치운 상태라 아무 것도 없었다.
그나저나 준치가 보이지 않았다.
이젠 제법 야생티를 내려는지 이른 새벽임에도 보이지 않았다.
현성은 주머니를 뒤져 남아있던 마지막 더덕 하나를 바닥에 내려놨다. 준치의 아침밥이다.
그리곤 며칠 전 능선에서 봤던 그 장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휙!
산삼의 효과일까? 현성의 몸놀림이 며칠 전과는 또 달랐다.
오늘은 며칠 전 7부 능선에서 봐뒀던 곳을 돌아보기로 했다. 멀리서 봤지만, 예전에 봤던 지형과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산삼은 추위에 강한 내한성 한지식물(寒地植物)이다. 즉, 추위에는 강하나 더위에는 약하다. 그렇다 보니 고지대(高地帶)에 서식지를 둔 이유이기고 하다.
산삼이 자라기에 최적의 환경은 경사가 완만해 배수가 잘되고, 동쪽으로 활엽수와 침엽수가 섞여 자라는 혼효림(混淆林) 지대가 가장 좋다.
혼효림을 꼽는 이유는, 침엽수만 있는 곳은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활엽수만 있는 곳은 겨울에 잎이 다 떨어질 경우 햇빛을 지나치게 받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둘이 섞여 있어야 햇빛의 과다함이나 부족함 없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시간쯤 움직였을까.
“어라?”
현성은 자신이 생각해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몸이 며칠 전과는 분명히 달랐다. 꽤 빨리 움직였는데도 몸엔 전혀 부담이 없었다.
역시 산삼은 산삼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막 들 때였다.
“뭐지?”
이 알 수 없는 익숙함은…….
현성의 시선이 사방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특별히 뭐를 찾는 건 아니었다. 그저 어디서 언젠가 봤던 느낌이라 기억을 되살리기 위함이었다.
“아!”
짧은 탄성과 함께 현성은 어느 방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분명 경사지가 틀림없는데 마치 평지를 달리듯 현성의 속도는 상당했다.
쿵쿵!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생각났다.
지금 달리고 있는 이 길이 맞는다면 틀림없을 것이다.
“으악!”
너무 흥분한 탓일까.
그만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달리던 속도가 있어 몇 바퀴를 굴렀지만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오로지 산삼 생각뿐이었다.
찾기만 한다면, 인생역전(人生逆轉)은 아니더라도 그 발판은 어느 정도 될 것이다.
없어보니 세상이 얼마나 팍팍한지도 알았다.
친구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친척 간에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움츠린 어깨만큼이나 마음도 좁아졌고, 그러다 보니 주위에 사람도 많지 않았다.
한때는 과(科)를 살려보려 공인회계사가 되겠다고 졸업을 하고도 2년을 더 매달렸었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스물아홉이 되던 해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더는 할 자신이 없었다. 이러다간 정말 폐인이 될 듯싶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역시 공부는의지로만 되는 게 아니었다.
그때 아버지가 농협에서 천만 원을 빌려 현성에게 줬다. 방 딸린 6평짜리 비디오 대여점, 거기서부터 시작했었다.
대한민국 프로농구가 출범하던 해였다.
정말 악착같이 살았다. 새벽 두 시까지 영업을 하면서도 피곤한 줄 모르고 일했다. 하지만 대형 체인들이 밀려오면서 그것도 한계에 봉착하고 말았다.
자본 앞에 버틸 자 누가 있겠는가?
그래도 현성은 버텨냈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갈 곳이 없었으니까.
버티자니 오죽했겠는가?
현성은 넘어졌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자!”
잠깐이지만 옛 기억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더 이상 전생과 같은 삶을 다시 살 수는 없다.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조건 찾아야 한다.
현성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20분쯤 달렸을까.
어느 순간 현성의 발걸음이 멈췄다. 발걸음 대신 이번엔 고개가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뭔가를 찾기 위함이다.
저벅.
예전 기억을 되살려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
그곳엔 절벽이 있었다. 멀리서 봤던 그곳이 맞다. 그리고 바로 현성의 시선이 다시 절벽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성의 시선이 절벽 아래에서 멈췄다. 그곳엔 역시나 작은 동굴이 있었다. 예전에도 분명히 봤던 작은 동굴이다. 깊지는 않았지만, 눈이나 비 정도는 잠깐 피할 수 있을 정도.
“틀림없다!”
현성의 동공이 점점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고개를 모로 홱 돌렸다.
이제 마지막으로 한 곳만 확인하면 된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산삼이 있는 곳을 말이다.
그저 단순한 산삼이 아니다. 앞으로 살아갈 미래의 발판이다. 그리고 꿈이다.
그래서였을까.
심장박동수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퍽퍽.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가슴을 주먹으로 세게 쳤다. 전생에서 심장병의 기억 때문인지 처음엔 놀라긴 했지만, 분명 그 느낌하고는 확실히 달랐다.
아플 때의 쪼그라드는 느낌과 설렘에서 오는 심장박동은 분명히 달랐다.
쿵! 쿵!
터질 듯한 긴장감과 뭐라 표현하기 힘든 설렘과 희열, 여러 가지 감정들이 온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현성은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분명 기억에 의하면 절벽에서 대략 50m쯤 떨어진 곳이었다.
있을까?
아니, 있어야만 한다. 이건 무조건이다.
어머니의 사고가 아버지한테 일어난 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자연 현상이기 때문이다. 사람 일이야 뭐라 할 말이 없지만, 이건 분명 다른 문제다.
후후!
저절로 호흡이 가빠졌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그곳이 나온다. 생각 같아서는 단걸음에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게 또 말처럼 쉽지 않았다.
두근두근!
터질 듯한 긴장감을 억누르고 한 발을 더 내디뎠다.
우뚝!
현성은 어느 순간 멈췄다. 발걸음뿐만이 아니고 숨마저 멈췄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
그때 주변을 유심히 살피던 현성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이……, 있다! 있어!”
그리고 바로 현성의 목소리가 깊은 산에 울려 펴졌다.
“심…… 봤……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