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51)
회귀해서 건물주-151화(151/740)
151
현성은 바로 물었다.
“무슨 일이야?”
– 하, 할머니가 이상해.
“할머니가 이상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 할머니가 조금 전부터 열이 많이 나고 설사도…….
“병원은?”
– 그게……, 할머니가 안 가신다고.
“왜?”
– 그 그게…….
말을 못 하는 김일수였다.
“119에 연락해야지!”
– …….
현성의 다급한 목소리에도 김일수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마냥 김일수의 대답을 기다릴 순 없었다.
이제 고2, 그것도 어려서부터 할머니의 손에서 자란 김일수다. 그러기에 그의 충격은 더 클 것이다.
게다가 할머니가 병원을 안 간다고 버틴다고 한다.
더 이상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일수야! 지금 간다!”
뚝.
현성은 그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그리곤 바로 가게를 빠져나왔다.
후! 후!
현성은 있는 힘껏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이 시간엔 버스도 없다. 유일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자전거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예전 체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게 다 그때 산에서 먹은 산삼과 물찬 더덕 덕분이란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전생에서 골골하던 체력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될 정도였다.
그래서였을까.
현성이 탄 자전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얼마쯤 달렸을까.
드디어 김일수의 집에 도착한 현성.
“일수야!”
“어, 왔냐?”
김일수의 표정에서 그동안 얼마나 무서워했는지 알 수 있었다. 어차피 덩치만 컸지 그래봤자 이제 고2 학생이란 걸 여실히 보여주는 김일수였다.
“할머니는?”
“방에, 아직 열도 그대로고…….”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는 김일수였다.
할머니 신유복의 상태는 현성이 예상한 것보다 심각했다. 열은 기본이고 이제는 복통까지 호소하고 있었다.
“할머니, 저녁에 뭐 드셨어요?”
“감자…….”
겨우 말하는 신유복이었다.
“혹시 상하지 않았었어요?”
“글쎄, 오늘 아침에 찐 건데…….”
정확하지는 않지만 상한 감자가 요인인 듯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 그 원인이 아니었다.
신유복이 고통스러워 한다는 것.
현성은 신유복을 보며 말했다.
“할머니, 병원 가야 돼요.”
“아, 안 돼.”
신유복은 배를 움켜잡으면서도 고개를 심하게 흔들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신유복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두렵다는 얘기다.
그때 옆에 있던 김일수가 신유복을 보며 말했다.
“할머니, 돈 때문에 그런 거지?”
“…….”
신유복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배를 움켜주고 고통스러워할 뿐이었다.
그제야 현성은 신유복이 왜 병원을 안 가겠다고 했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문제는 돈이었다.
그 시대의 아픈 현실이었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그럴 수밖에 없는 가난의 현실.
현성은 신유복을 잠깐 바라봤다.
여전히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신유복이었다.
더 이상 망설일 수가 없다고 생각한 현성은 김일수를 향해 소리 질렀다.
“119 불러!”
“뭐?”
“부르라고. 사람이 먼저야. 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김일수였다.
김일수도 두려운 것이다. 신유복이 걱정하는 걸 그 어린 김일수마저 이 급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고민을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가난이다.
씁쓸했지만 더 이상 감성에 젖어 있을 수는 없었다.
현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전화기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수화기를 든 현성은 바로 119를 눌렀다.
통화를 끝낸 현성은 어이가 없었다. 지금 당장 출동할 차량과 인원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대형 교통사고가 나는 바람에 모든 인력과 장비가 그곳에 파견됐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었지만 시골에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그 시대의 현실이었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로 보내주겠다는 말만 듣고 끊을 수밖에 없었다.
전화를 끊은 현성은 신유복을 바라봤다.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어떤 상황인지 모르니 안타까울 뿐이었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병원이라야 10km쯤 떨어진 작은 의원밖에 없다. 거기 아니면 횡성이나 홍천 시내밖에 없다. 원주는 너무 멀고.
횡성이나 홍천 그리고 원주는 차가 없으면 갈 수 없는 거리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데가 학교 근처에 있는 개인 의원이다.
휴우!
현성의 입에서 저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현성은 고민에 빠졌다.
어찌할 것인가?
중요한 건 언제 올지도 모르는 119를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에 신유복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그 부담감은 평생 안고 갈 짐이 될 것이다.
잠시 후.
고민을 끝낸 현성은 김일수를 보며 말했다.
“직접 모시고 간다!”
“뭐?”
김일수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여기서 병원까지의 거리가 절대 가까운 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소한 10km다. 그 거리를 직접 환자를 옮긴다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김일수가 되물었다.
“그게 말이 돼?”
“아니면 이대로 가만히 있을 거야?”
“그거야…….”
“만약 가만히 있다가 할머니가…….”
현성은 차마 뒷말을 다 할 순 없었다. 하지만 그 뒷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리 없는 김일수였다.
김일수는 할머니 신유복을 바라봤다. 엎드려 고통 속에서 헤매는 할머니의 모습이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지금까지 자신을 키워준 유일한 사람이다. 어렸을 적엔 할머니의 소중함을 몰랐다. 하지만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으면서 할머니의 고마움을 알게 됐다.
현성의 말처럼 할머니가 만약에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그 죄책감을 감당할 수 있을까?
아니, 죄책감이 문제가 아니다.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다. 그것도 하나밖에 없는 할머니.
김일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도대체 이 상황에서 무엇을 고민했는지 자신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정신을 차린 김일수는 현성을 바라봤다.
눈빛을 마주한 두 사람.
김일수가 먼저 말했다.
“가자! 이대로 우리 할머니를 내버려 둘 수는 없어!”
조금 전에 갈등하던 김일수의 모습이 아니었다.
김일수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내가 할머니 업을게.”
현성은 그런 김일수를 보며 손을 내저었다.
이건 의지로 되는 문제가 아니다. 김일수의 체력으로 신유복을 업고 뛴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리고 중요한 건 지금 신유복을 업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신유복은 지금 복통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고 뛸 경우 그 충격은 그대로 복부로 전달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안고 뛰는 것.
“아니, 그건 아니야.”
현성의 제재에 움찔하는 김일수였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할머니는 지금 업으면 안 돼. 그렇게 되면 충격이 복부로 전달돼서 더 위험해질지도 몰라. 어쩔 수 없이 안아야 돼. 그리고 네 체력으로는…….”
순간 김일수는 할 말이 없었다.
체력.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욕심 같아서야 뭔들 못하겠는가. 하지만 욕심으로 될 문제가 아니라는 걸 더 잘 아는 김일수였다.
어쩔 수 없이 현성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선 현성은 신유복을 향해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할머니, 지금부터 제가 할머니 안고 뛸 겁니다. 최대한 충격이 안 가도록 하겠지만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돼요. 알았죠?”
신유복은 여전히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있었다.
병원 가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하지만 행동과는 다르게 눈빛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두려운 것이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고통 앞에서 두렵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 이상은 안 된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 현성은 허리를 굽혀 신유복을 힘껏 들어 올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일수가 현성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탁탁.
“현성아, 우리 할머니 부탁한다!”
김일수의 목소리에 간절함이 묻어나는 순간이었다.
“간다!”
현성은 문을 박차고 그대로 방을 나섰다.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니다. 두려운 건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두려움보다 친구 할머니인 신유복의 고통이 우선이었다.
현성의 모습은 금방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후! 후!
현성의 호흡은 일정했다.
누가 봐도 이건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신유복이 아무리 체중이 못 나가도 50kg은 넘는다. 그런 사람을 안고 뛴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말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 불가능한 일을 현성이 지금 해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현성도 불안하고 겁도 났었다.
과연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 걱정은 말 그대로 기우였다.
신기한 경험을 했다. 그건 다름 아닌 현성 자신의 몸이 어떤 상황에 대처하는 적응 능력이었다.
현성이 긴장을 하자 몸에서 알아서 에너지가 분비되듯 체력이 따라준다는 것이었다.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몸에서 에너지가 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괜찮냐?”
김일수가 뒤에서 뛰어오면서 물었다.
“끄떡없어!”
“대단하네. 어떻게…….”
김일수는 뛰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벌써 집을 출발한 지 30분이 지났다. 그렇다고 속도가 느린 것도 아니다. 맨몸으로 따라가는 자신이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다.
그런데도 현성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처음 속도 그대로 달리고 있는 것이다. 무슨 철인도 아니고, 이게 가능한 일인가 말이다.
체력이 예전보다 좋아졌다는 것은 느꼈지만 이 정도로 강한 줄은 몰랐다.
그때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난 괜찮은데 할머니가 괜찮으신지 모르겠다.”
현성의 말이 끝나자 신유복이 괜찮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혹시라도 뛰는 데 방해될까 봐 현성의 목을 끌어안은 팔에 힘을 더 주는 신유복이었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할머니 이제 한 시간 정도만 더 가면 되니까 조금만 더 참아요.”
여전히 고개로 대답하는 신유복이었다.
얼마나 더 달렸을까.
뒤에서 따라오던 김일수의 호흡이 가빠지는 게 느껴졌다.
헉헉.
그런 김일수를 향해 현성이 소리쳤다.
“야, 정신 차려.”
“어!”
힘들게 겨우 대답하는 김일수였다.
이 속도로 계속 달린다면 얼마 못 가 김일수는 더 이상 현성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속도를 줄일 수는 없었다. 지금 중요한 건 김일수가 아니라 신유복의 고통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더 달리자 뒤따라오던 김일수와의 거리가 점점 더 벌어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다. 그 몸으로 여기까지 따라온 것만으로도 어쩌면 대단한 일이었다.
고민할 문제가 아니었다.
현성은 김일수를 향해 소리쳤다.
“야, 나 먼저 간다. 병원으로 와.”
다른 말은 굳이 필요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유복을 1분 1초라도 빨리 병원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일수도 알았다는 듯 손짓을 하며 겨우 말을 이었다.
“미, 미안하다. 도저히…….”
현성은 김일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속도를 올렸다.
얼마쯤 더 달렸을까.
현성의 목을 감싸고 있던 신유복의 팔 힘이 점점 빠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현성은 신유복을 불렀다.
“할머니!”
“으…….”
“조금만 더 참으세요. 이제 이 고개만 넘으면 병원 나오니까 앞으로 10분이면 돼요. 힘들어도 그때까지만 참아요.”
신유복은 대답 대신 팔에 힘을 더 주는 것으로 자신의 의지를 전달했다.
휴우!
드디어 병원에 도착한 현성은 1층에 설치된 벨을 눌렀다. 그러자 잠시 뒤 3층에 불이 켜지면서 의사가 내려왔다.
그때 당시엔 시골에서 작은 의원은 이런 식으로 운영됐었다. 응급 환자일 경우에는 이런 식으로 비상벨을 눌러 의사를 호출하곤 했었다.
“응급입니다!”
현성이 소리치자 의사 김선우는 서둘러 1층으로 내려와 병원 문을 열었다.
“어디가 어떻게?”
“그게…….”
현성은 신유복의 증상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러자 김선우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신유복을 침대에 눕힌 후 진찰하기 시작했다.
역시 예상대로 상한 음식이 원인이었다.
급성 장염에 설사로 인한 탈수 증세까지 겹쳤다고 했다. 거기다 기력도 많이 쇠한 탓에 몸이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소견이었다.
다행히도 다른 큰 병은 아니라는 말에 현성의 입에선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헉헉!
병원으로 뛰어 들어온 김일수는 현상을 보자마자 물었다.
“우리 할머닌?”
현성은 손가락으로 입술을 막으며 조용히 말했다.
“조금 전에 막 잠드셨어. 항생제하고 진통제 맞으셨고 탈수 증세가 심해서 수액을 맞아야 한대. 그러니까 오늘은 여기서 자고 아침에 할머니 모시고 집으로 가.”
“병명은 뭐래?”
“급성 장염이래. 아무래도 그 감자가 상했었나 봐. 그리고 할머니가 기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래. 그래서 더 아팠던 거고.”
현성이 천천히 설명을 하자 김일수의 눈에선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었다.
침대 옆으로 다가간 김일수는 조용히 신유복의 손을 잡았다. 오늘따라 움푹 파인 주름이 더욱더 깊게만 느껴지는 김일수였다.
“할머니, 많이 아팠지……?”
혼자 속삭이듯 중얼대는 김일수, 그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 떨어졌다.
병원 밖으로 나온 두 사람.
현성이 먼저 김일수를 보며 말했다.
“나, 간다. 할머니 아침에 잘 모시고 가. 그리고 이거.”
현성은 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김일수한테 내밀었다.
“이게 뭐야?”
“할머니 병원비 내고 남는 건 고기라도 좀 사드려. 기력이 많이 쇠하셨다고 하더라.”
봉투를 확인한 김일수는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야, 무슨 돈을 이렇게 많이……, 이걸 내가 어떻게 받아?”
“받아 둬. 그거 그냥 주는 거 아니야. 나중에 요리사 돼서 월급 타면 열 배로 갚아.”
“…….”
김일수는 할 말이 없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누군가로부터 이렇게 큰 호의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항상 혼자라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현성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김일수는 자신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짐을 느꼈다.
“고맙다! 김현성!”
사라지는 현성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152
회귀해서 건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