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52)
회귀해서 건물주-152화(152/740)
가게로 돌아온 현성은 샤워를 마친 후 방으로 들어왔다.
시계를 보니 이제 막 새벽 한 시를 지나고 있었다.
“휴우…….”
저절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나마 작은 병원이라도 있어 다행이었다. 이 병원마저 없었다면 신유복의 고통은 더 심했을 것이다.
물론 이 병원도 나중엔 없어진다. 농촌의 인구가 줄면서 어쩔 수 없이 폐원하게 된다. 그때가 아마 2000년대 초반이었을 것이다.
어느 날 고향에 내려와 보니 병원 자리에 다른 업종이 들어와 있었다. 결국, 면 소재지에 작은 병원 하나도 버티지 못했던 것이다. 그만큼 농촌 인구 유출이 심했던 것이다.
현성은 잠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신유복을 안고 뛰는데도 체력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힘이 더 솟는 느낌이었다.
긴장을 하자 몸에선 자동으로 비상 상황에 적응이라도 하듯 몸이 알아서 반응한 것이다. 현성 스스로도 놀란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제 드디어 오픈이다.”
많은 시간을 기다렸다. 이제 드디어 내일 아침이면 정식으로 가게 문을 열게 된다.
비록 전생에서 장사는 오래 해봤지만, 라면 장사는 또 처음이다. 설렘과 기대감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이제 이 밤이 지나면…….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눈이 감겨 버렸다.
***
삐비빅. 삐비빅.
탁상시계의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새벽 5시.
현성은 가게 밖으로 나왔다.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함이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앞으로 장사를 하려면 그만큼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체력이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관리를 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현성은 힘차게 첫발을 내디뎠다.
후후.
가게를 출발한 현성은 학교로 향했다. 가게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는 채 10분이 안 걸린다. 운동을 하기에 학교 운동장만 한 곳은 없다. 게다가 철봉도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한 시간 후.
운동을 마친 현성은 다시 가게로 향했다.
골목에 막 들어섰을 때였다. 누군가 가게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비록 거리가 있었지만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현성은 얼른 가게 앞으로 달려갔다.
“아버지!”
“어, 현성아. 운동하고 오는 길이냐?”
“네, 아무래도 체력이 우선이라, 아침 일찍 다녀오는 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일찍 어쩐 일이십니까?”
“낮에 오려다가 그땐 아무래도 바쁠 거 같아서 미리 왔다 가려고.”
현성은 아버지를 바라봤다.
이 시간엔 버스도 없다. 집에서 여기까지 오려면 최소한 두 시간은 걸리는 거리다. 그 말은 두 시간 전에 집에서 출발했다는 얘긴데…….
현성은 시계를 확인했다.
이제 막 여섯 시를 지나고 있었다.
그 말은 최소한 집에서 새벽 네 시 전에는 집을 나왔다는 얘기가 된다.
현성은 아버지를 보며 물었다.
“아버지, 집에서 몇 시에 나오셨어요?”
“네 시가 좀 안 돼서 나왔다. 네가 장사를 시작한다고 하니 내가 긴장이 돼서 그런지 잠도 안 오더라. 그래서 그냥…….”
“그럼 혹시 한잠도 안 주무신 겁니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그래도 하나도 안 피곤하니까 걱정하지 말거라.”
그런 거였다.
아버지는 결국 밤을 꼬박 새웠다는 얘기가 된다.
자식이 뭐라고…….
현성은 아버지를 바라보며 할 말이 없었다.
이게 바로 자식을 둔 아버지의 마음인가 싶었다.
현성은 얼른 가게 문을 열고 아버지를 안으로 모셨다.
“아버지 들어가요.”
“응, 그래.”
가게로 들어온 아버지는 가게 이곳저곳을 구경하더니 안채로 들어갔다. 현성도 아버지 뒤를 따라 안채로 들어갔다.
아버지가 현성을 보며 말했다.
“지난번에 왔을 때보다 훨씬 좋아졌구나.”
“네, 특히 여기 마당에 신경을 좀 많이 썼어요. 그러다 보니 지붕 만드는 데 시간이 좀 걸렸고요.”
“이렇게 만들어 놓으니까 손님 받을 공간이 많이 늘었구나. 하여간 대단해. 아무리 봐도 신기하단 말이야.”
아버지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이제 고작 고2다. 그런 녀석이 처음에 장사를 한다고 할 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이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게를 계약하고 수리하는 과정을 보면서, 처음 우려했던 마음은 오히려 기대감으로 바뀌고 말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이 널찍한 주방과 이곳 안채였다.
처음 주방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라면 가게치고는 주방이 너무 넓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이유를 듣고서야 이해를 했던 부분이다.
그리고 안채를 단순한 주거공간에서 영업공간으로 개조하는 것을 보고 또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중 가장 놀라운 건 마당의 활용 방법이었다.
마당 전체에 지붕을 설치함으로써 그 공간을 영업장소로 바꾼 것이다. 아무나 생각할 수 없는 기발한 방법이었다.
그때 현성이 아버지를 보며 물었다.
“아버지, 아침 드셔야지요?”
“나야 집에 가서 먹으면 되지.”
“그러지 마시고 여기서 저랑 아침 드시고 가세요. 그렇지 않아도 이제 막 아침 준비하려고 했었는데…….”
“그럼, 어디 모처럼 아들이랑 단둘이서 아침 좀 먹어볼까?”
기대 섞인 아버지의 모습에 현성은 씩 웃었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와 단둘이서 식사를 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아침의 시작이었다.
걱정하는 마음에 밤을 지새우고 현성을 찾아온 아버지.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위해 아침을 준비하는 현성.
현성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히 퍼지는 순간이었다.
얼마 후.
아침 식사를 마친 아버지는 현성의 어깨를 몇 번 두드려 주고는 가게를 나섰다. 그리고 아버지가 떠난 그 자리에는 흰 봉투가 하나 놓여있었다.
아버지의 마음이었다.
걱정은 되지만 뭐라 말하기보단, 그저 지켜보며 마음으로 응원하는 아버지.
예전엔 느낄 수 없었던 아버지의 사랑 방식이었다. 아니, 어쩌면 아버지의 사랑은 변함이 없었을 것이다. 단지, 현성 자신만이 느끼지 못했던 아버지의 사랑이리라.
아버지의 나이가 된 후에나 느낄 수 있었던 그런 마음이었다.
오픈하기 한 시간 전.
오늘 오픈 시간은 열 시다. 개천절이라 학생들이 학교에 안 오는 관계로 시간을 뒤로 미룬 상태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김일수였다.
반가우면서도 걱정이 앞섰다.
시간상으로 볼 때 벌써 나타나서는 안 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야, 할머니는 어쩌고 벌써 나왔어?”
“많이 좋아지셔서 아침에 일찍 집에 모셔다드리고 지금 막 나오는 길이야.”
“굳이 그렇게까지 서두를 필요 없었는데. 난 오후에나 나올 줄 알았지.”
“잠이 안 오더라.”
사실이었다.
현성이 떠나고 한숨도 못 잤다. 처음엔 피곤해서 바로 잠들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은 점점 맑아지면서 잠이 안 오는 것이었다.
누군가에 대한 고마움.
이런 감정은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이었다.
현성이 김일수를 보며 물었다.
“피곤하겠네?”
“아니, 한잠도 안 잤는데도 피곤한 게 아니라 오히려 기분이 더 좋아. 나도 이런 기분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이야.”
현성은 김일수를 보며 씩 웃었다.
그러자 김일수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현성아, 정말 고맙다. 쪽팔리지만 나 그 돈 할머니를 위해서 받을 거야. 그리고 너의 그 고마운 마음 평생 잊지 않고 기억할게.”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김일수의 눈빛 속에서 그의 진심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대신, 너무 부담은 갖지 마라.”
“응, 알았어. 하지만 꼭 기억할 거다. 그리고 요리사 되면 그땐 진짜 꼭 갚을 거야.”
현성은 빙긋 웃었다.
지금은 돈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김일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의지다. 그 의지를 고취 시킬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입술을 굳게 다문 김일수를 바라보는 현성의 눈빛이 어느 때보다도 빛나는 순간이었다.
딸랑.
그때 가게 문이 열리면서 신명순과 김지숙이 들어왔다.
김지숙은 앞으로 가게에서 같이 일할 40대 초반의 여자다. 얼마 전 신명순의 소개로 간단한 면접을 본 후 채용하기로 한 사람이다.
“오셨어요?”
“우리 사장님이 일찍 나오셨네요.”
현성이 먼저 인사를 건네자 신명순이 반갑게 인사를 받았다. 그런데 대답하는 신명순의 말투가 바뀌어 있었다.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사장은 무슨 사장이요. 그냥 평상시대로 부르세요. 갑자기 왜 그러세요?”
“그건 아니죠. 그때하고 지금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른데. 이제부턴 당연히 사장님이라고 불러야죠. 그게 맞아요.”
“제가 불편합니다. 그냥 예전처럼 불러주세요.”
“안 됩니다.”
현성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신명순의 대답은 완강했다. 지금 처음에는 조금 어색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적응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친한 사이지만 그럴 수록에 가게에서의 위계질서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는 것이 신명순의 주장이었다.
그때 김지숙이 한 소릴 더 거들었다.
“사장님, 그건 언니 말이 맞아요.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사장님인데 막 이름 부를 수는 없지요. 이런 건 처음 시작할 때 제대로 질서가 잡혀야 합니다.”
“그래도…….”
현성으로선 난처한 상황이었다. 신명순이나 김지숙의 말을 들어보면 그 또한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어색함이 문제였다.
그렇다고 더 이상 자신의 고집을 부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옆에 있던 김일수의 말이 이어졌다.
“그건 어머니나 아주머니 말이 맞는 거 같습니다. 우리야 어차피 일하는 사람이고 사장님은 엄연히 사장님인데 당연히 사장님이라고 불러야죠.”
“너까지…….”
김일수까지 동조를 하고 나서자 현성으로선 달리 할 말이 없었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떡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 여러분의 뜻이 그렇다고 하니 저로서도 더 이상은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지나친 예의는 저도 불편하니까 적당히 그냥 편하게 불러주세요.”
“네, 사장님!”
세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큰소리로 대답했다.
현성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고 말았다.
시계를 보니 10시가 거의 다 돼가고 있었다.
현성은 세 사람을 보며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오늘 잘들 부탁드립니다. 첫날이니까 다들 긴장하시고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해 주십시오. 특히, 뜨거운 라면이니까 안전사고에 특별히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사장님!”
현성의 말이 끝나자 일제히 대답하는 세 사람이었다.
신명순과 김지숙은 주방으로 들어가고 현성은 홀을, 김일수는 안채 쪽을 담당하기로 했다.
신명순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사장님, 오늘 노인정에서 어르신들은 몇 시에 오신다고 했지요?”
“아마 점심 드시러 오신다고 했으니까 12시 조금 안 돼서 안채 쪽에 자리를 준비하면 될 겁니다. 한 20명 되신다고 하니까 그 정도 예상하시면 될 겁니다.”
3일 전에 현성은 면사무소 앞에 있는 노인정에 다녀왔다.
마을 어른들께 인사를 하고자 함이었다. 그래서 약속한 시간이 오늘 점심시간이다.
처음엔 라면이라 초대하기에 조금은 조심스러웠지만, 다행히도 노인회장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새로 나온 씬라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약속을 잡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시계가 열 시를 가리키자 현성은 가게 문을 열어젖혔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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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건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