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53)
회귀해서 건물주-153화(153/740)
현성이 놀라자 문 앞에 서 있던 이우진이 현성을 보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형! 나야.”
“어? 그래 우진아. 언제부터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어?”
“10분쯤 지났어.”
“그냥 문 열고 들어오지 그랬어.”
현성의 말에 이우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건 아니지. 영업시간은 지켜야지.”
“영업시간?”
“옛날에 엄마가 그랬거든. 영업시간은 꼭 지켜야 한다고.”
현성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들어와.”
“아니, 잠깐만.”
이우진은 뒤를 돌아보며 누군가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시선은 골목 끝을 향해 있었다.
“왜? 누가 오기로 했어?”
“잠깐만 기다려 봐. 그래도 내가 영업부장인데 실력은 보여줘야지”
“뭐? 하하…….”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웃음이 터진 건 이우진의 눈빛 때문이었다.
너무도 심각한 눈빛, 그리고 진지한 표정. 마치 꼭 누군가가 오리라는 확신에 찬 그의 모습이었다.
그때였다.
현성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골목으로 한 무리의 아이들이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그 인원이 장난이 아니었다.
이우진이 입을 씰룩이며 말을 이었다.
“자식들, 이제 오네.”
“쟤들 뭐야?”
“뭐긴 뭐야, 라면 먹을 얘들이지. 형, 라면 준비해 줘.”
“진짜야?”
현성은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 대충 봐도 30명은 훨씬 넘는 숫자였기 때문이다.
“어때?”
이우진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정확히 42명의 친구들을 데리고 왔던 것이다.
그런 이우진을 보며 현성은 물었다.
“진짜 네가 다 부른 거야?”
“내가 예전에도 말했을 텐데. 내가 영업력이 좀 된다고. 우리 반 얘들인데 몇 명 빠지고 다 온 거야.”
현성은 가게 앞에 모인 42명의 아이들을 바라보며 웃음밖에 안 나왔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가게 안은 꼬맹이 손님들로 가득했다.
홀은 기본이고 안채까지 가득 찼다.
그러다 보니 주문하는데도 정신이 없었다.
그때 이우진이 다시 아이들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
“얘들아, 우리 이왕이면 메뉴 통일하자. 여기 일하는 형들이 초보라 여러 가지로 주문하면 힘들어지니까 한 가지 맛으로 통일하자. 씬라면 1단계로 먹을 사람?”
이우진은 일어나서 메뉴를 취합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1단계, 그다음엔 2단계, 마지막으로 3단계까지 다 조사를 한 다음에 현성 앞으로 쪼르륵 걸어왔다.
“형, 모두 3단계로.”
“다 똑같이?”
“3단계 먹겠다는 얘들이 제일 많아. 그러니까 다 똑같이 3단계로 줘.”
“괜찮겠어?”
현성은 진심으로 걱정됐다. 일반 청양고추도 아니고 하바네로다. 그것도 3단계라니. 청양고추보다 최소 10배는 매운 하바네로.
지금 이 어린 친구들은 이 맛을 모른다. 아니, 상상도 못 할 것이다.
그저 자존심에 친구가 먹는다니까 너도나도 지기 싫어서 선택을 했으리라.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가장 맵다고 하니까 말이다.
‘어쩌지?’
현성은 고민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이제 고작 초등학교 3학년. 이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강렬한 맛일 것이다.
하지만 안 줄 수도 없는 문제였다.
그때, 현성의 고민을 알 리 없는 이우진이 현성을 툭 쳤다.
“형, 뭐해? 씬라면 3단계로 42개. 주문 안 받아?”
“어? 어. 알았어. 진짜 3단계로 괜찮겠어?”
“형도 참, 별걱정을 다하네. 일단 줘 봐.”
피식.
현성은 웃고 말았다.
잠시 뒤에 어린 친구들의 모습이 상상됐기 때문이다.
잠시 후.
아니나 다를까. 우려했던 일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었다.
“우우우우…….”
“아아아아…….”
연신 물을 먹으며 라면을 먹는 녀석들이 대부분이었다. 손부채질은 기본이고 머리에서 땀이 비 오듯 흐르는 녀석들도 많았다.
그런데 그중에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라면을 먹는 몇몇 녀석도 있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이우진이었다.
현성은 이우진 옆으로 다가갔다.
“안 매워?”
“별로.”
“진짜?”
“응, 이거 진짜 3단계 맞지?”
확인까지 하는 이우진이었다.
그런 이우진을 바라보며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럴 리가 없다. 현성도 맛을 보았지만 두 번 다시는 먹고 싶지 않은 맛이었다.
이때까지도 현성은 모르는 게 있었다. 이우진이 친구들 앞에서 자존심 때문에 이를 악물고 참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만큼 친구들 앞에선 라면 먹는 것조차도 지고 싶지 않았던 이우진이었다.
어쨌거나 이우진이 씬라면 3단계를 먹은 것은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는 날이었다. 그 후로 이우진은 항상 씬라면 기본으로만 먹었다.
그 시각.
최민성은 오상철한테 보고하기에 바빴다.
“그러니까 제 눈으로 직접 확인했는데 아무리 못 돼도 40명은 넘었습니다. 그것도 다 어린 학생들로 말입니다.”
“오늘은 학교도 쉬는 날 아닌가?”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도 첫 손님은 학생들이었습니다. 그것도 자그마치 40명이 넘게.”
오상철은 아침부터 신경이 날카로울 수밖에 없었다.
바로 오늘이 그 꼬맹이가 라면 가게를 오픈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어젯밤에는 그 녀석과 차별을 위해서 인삼 칼국수를 만들어 보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생각 같아서는 괜찮을 거 같아서 시도를 해보았지만 결론은 동생 오상미에게 무시만 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조금 전 최민성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첫 손님이 단체 손님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것도 한두 명도 아니고 40명이 넘는다고 했다.
더군다나 오늘은 개천절이라 학교가 쉬는데도 불구하고 학생들로 가득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평일에는 어느 정도일지…….
오상철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생각만으로도 짜증이 밀려 올라왔기 때문이다.
오상철이 최민성을 보며 물었다.
“참, 저번에 알아보라는 건 어떻게 됐어?”
“세무서랑 군청 말이죠?”
“그래, 혹시 법에 걸리는 거라도 없던가?”
“그게, 두 군데 다 알아봤는데…….”
꿀꺽.
오상철은 최민성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곤 바로 물었다.
“그런데?”
“빈틈이 없었습니다. 이미 등록증에 안채까지 사업장에 포함을 시켰더라고요.”
“뭐라…….”
오상철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혹시나 어리기에 등록 절차에 미흡했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혹시나 싶어 최민성에게 조사를 의뢰했던 건데, 그건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의 착각이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도대체 이놈은…….’
잠시 말이 없던 오상철이 최민성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준비하라는 일은 어떻게 됐어?”
“네, 준비 다 됐습니다. 이따 오후에 홍천 시내에서 3명이 올 겁니다.”
“실수하지 말고 똑바로 해.”
“걱정 마시고 저만 믿으십시오.”
최민성의 자신감에 오상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상철의 입가에는 어느새 비릿한 미소가 만연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조금 전 실망했던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이우진을 비롯한 그의 친구들이 떠나고 30분쯤 지났을 때 노인정에서 어르신들이 라면 가게에 도착했다.
“이거 오라고 해서 오긴 했는데, 괜히 민폐만 끼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노인회장인 서민규가 가게로 들어서며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현성이 반갑게 맞이했다.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오히려 이렇게 찾아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지요. 사실 라면 드시러 오시라고 말씀드리기가 죄송스러웠거든요.”
“별소릴 다 하는구먼. 우리 같은 늙은이를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
서민규는 오히려 감사하다는 듯 손사래까지 치며 초대해준 것에 대해 감사를 전했다.
현성은 그런 서민규를 보며 말했다.
“안채로 드시죠. 그리로 모시겠습니다.”
“안채?”
서민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곳에 처음 오는 것은 아니다. 2년 전, 그러니까 여기 전 주인이 식당 할 때 가끔 온 적이 있었다.
그땐 분명히 안채는 그냥 가정집이었다. 그런데 지금 젊은 친구는 분명히 안채라고 했다. 그 말은 안채를 영업장소로 바꿨다는 얘긴데…….
서민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어차피 어린아이다.
바꿔봤자 그저 안채에 있는 방에 테이블을 놓고 손님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이 바뀌는 데는 불과 1분도 안 걸렸다.
현성을 뒤따라간 서민규.
“헛!”
그의 입에서 갑자기 탄성이 흘러나왔다.
안채의 모습이 자신이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특히, 마당 전체에 지붕을 올린 다음 그 공간에 테이블을 설치함으로써 버려질 수 있었던 공간을 라면 먹기에 최적의 장소로 바꿨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서민규는 현성을 보며 물었다.
“아니 이걸 자네가 만들었다고?”
“왜요?”
“도저히 믿기지 않아서 그러네.”
서민규는 눈으로 직접 보면서도 믿기 어려웠다.
자신이 알기로 현성은 고등학생으로 알고 있다. 그런 친구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자체가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긴 따지고 들자면 학생의 신분으로 장사를 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긴 했다.
짝짝…….
서민규는 갑자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대단하네. 어린 친구가 보통이 아니야.”
“부끄럽게 왜 이러십니까?”
“아니야, 사람이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네. 처음 노인정을 찾아왔을 때부터 알아봤어. 요즘 누가 우리 같은 늙은이한테 장사한다고 인사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틀림없이 꼭 대박 날 걸세. 안 그런가? 이보게들…….”
서민규는 갑자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짝짝짝짝짝…….
약속이라도 한 듯 모여 있던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한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건 현성이었다.
‘아니, 무슨…….’
황당했지만, 그 상황에 현성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