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54)
회귀해서 건물주-154화(15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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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고개만 연신 숙일 뿐이었다.
잠시 후.
현성이 주전자를 들고 나타나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서민규가 현성을 향해 물었다.
“그거 혹시 막걸린가?”
“네, 회장님. 아무래도 신고식인데 술이 빠질 수가 있나요?”
“역시 젊은 친구가 뭐를 아는구먼.”
“자, 그럼 제가 라면 오기 전에 막걸리부터 한 잔씩 올리겠습니다.”
현성의 말이 떨어지자 자리에 앉아있던 어르신들의 표정이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역시 막걸리를 준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라면만 준비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아니라는 결론이었다.
술이 때로는 꼭 필요할 때가 있다는 걸 살아본 경험에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성이 잔을 다 채우자 서민규가 자리에서 일어나 술잔을 높이 들었다.
“자, 여러분, 우리 이 젊은 친구가 대박 나기를 다 같이 건배합시다. 제가 선창을 할 테니까 큰 목소리로 따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민규가 술잔을 앞으로 쭉 내밀며 큰소리로 외쳤다.
“젊은 친구의 대박을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졌다.
그렇게 신고식은 어르신들의 즐거움 속에서 무사히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현성이 모르는 게 있었다. 진짜 신고식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날 오후.
버스에서 세 명의 남자가 내리자 최민성이 그들의 옆으로 다가갔다.
최민성이 먼저 이춘식을 향해 물었다.
“이 친구들인가?”
“네, 이번에 같이 일할 친구들입니다. 저랑 친한 친구들이니까 아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입 하나 만큼은 무거운 친구들이니까 뒤탈도 없을 겁니다.”
이춘식은 자신이 데려온 최희철과 안용수를 최민성에게 간단하게 소개했다.
그러자 최민성이 손을 내밀었고 최희철과 안용수는 번갈아 악수를 하며 90도로 최민성을 향해 허리를 굽혔다.
좀 과한 행동에 눈살을 찌푸릴 법도 할 텐데 최민성은 오히려 흡족한 듯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인사를 끝내자 최민성이 이춘식을 향해 말했다.
“오늘은 첫날이니까 적당히 해. 앞으로 몇 번 더 부를 거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쇼.”
“끝나고 바로 여기 다방으로 들어와. 그러면 그때 일당하고 다음 계획을 말해 줄 테니까.”
“네, 사장님.”
이춘식은 최민성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바로 최희철과 안용수를 향해 눈짓을 보냈다.
“따라와.”
“어.”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이춘식의 뒤를 따랐다.
세 사람이 눈앞에서 멀어지자 최민성은 장미다방으로 향했다.
다방 안에서 최민성을 기다리던 한 남자.
그가 최민성을 향해 짧게 물었다.
“어떻게 됐어?”
불빛에 이빨을 드러낸 이는 다름 아닌 오상철이었다.
최민성이 그를 향해 대답했다.
“지금 막 출발했습니다. 이제 10분 뒤에는 그 자식이 아주 혼쭐이 날 겁니다.”
오상철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순간이었다.
그때 옆에 앉아 있던 장미다방 오초희 사장이 묘한 웃음을 지으며 오상철 곁으로 다가앉으며 오상철을 불렀다.
“오빠, 무슨 좋은 일 있나 봐요?”
“끌끌.”
오상철은 대답 대신 기분 좋다는 듯 본인 특유의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러자 오초희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웃지만 말고 뭐 좀 시켜야지잉. 이러다 나는 손가락만 빨게 생겼네.”
“응? 아, 그래. 달달하게 커피 두 잔 가져와.”
“오빤!”
오초희가 눈을 부라리며 오상철을 바라봤다. 그 의미를 모를 리 없는 오상철이었다. 그런 그의 입술이 실룩거렸다.
“오 마담, 여긴 아가씨 안 바꿔?”
“무슨 말이야. 우리 애들 온 지 이제 6개월밖에 안 지났는데.”
“이 바닥에서 6개월이면 끝난 거 아니야? 맘에 드는 년이라도 있어야 커피를 사주던가 하지 이거야 원…….”
오상철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자 오초희가 웃음을 흘리며 다시 말을 이었다.
“오빠한테는 내가 있잖아. 오늘따라 왜 이래?”
“에휴, 알았다, 알았어. 내가 무슨 말을 하겠니? 두 잔 더 타.”
오상철의 말이 떨어지자 오초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주방으로 향했다. 오상철과 거리가 멀어지자 처음에 웃던 웃음은 그녀의 얼굴에서 금방 사라졌다.
‘치사한 새끼.’
최민성과 헤어진 이춘식은 입이 귀에 걸려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받을 일당을 생각하니 저절로 웃음이 나온 것이다.
자그마치 만 원을 준다고 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받는 금액이 아니었다. 바로 할 일이 돈 받는 액수에 비해 너무 하잘것없다는 것이다.
그저 라면 먹다가 깽판만 적당히 치다가 나오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다. 기껏해야 한 시간 정도.
그래서였을까.
이춘식은 말할 것도 없고 그의 뒤를 따르는 최희철과 안용수의 표정 어디에도 긴장감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때 최희철이 이춘식을 보며 물었다.
“우리는 그저 라면만 먹으면 되는 거지?”
“그렇다니까.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희 둘은 그저 라면만 먹다가 적당히 분위기 봐서 움직이면 돼.”
“오케이, 그 정도야 일도 아니지 뭐. 그런데 사장이 어리다며?”
“듣기로는 고2라는데, 가보면 알겠지. 어떤 새낀지 모르겠지만 꼴통이 분명할 거야. 그렇지 않다면 이게 말이 되냐고?”
이춘식은 처음 최민성으로부터 라면 가게 사장이 고등학생이라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이건 말이 안 되는 얘기였다.
그런데 또 중요한 건 그게 사실이라는 것이다.
궁금증이 밀려왔다.
도대체 어떤 놈이기에 그 나이에 장사를 할 수 있는지…….
그때 안용수가 이춘식을 보며 다시 말했다.
“야, 근데 우리 너무 쪽팔린 거 아니야?”
“이 새끼가,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생각을 해봐. 고2가 장사하는 라면 가게에 25살 먹은 우리가 지금 간다는 게 말이야. 그것도 애가 하는 장사를 망치겠다고 가는 거니…….”
안용수는 자신이 말하면서도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할 일이 없어서 따라오긴 했지만 기분이 찜찜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춘식이 그런 안용수를 힐끗 보며 말을 이었다.
“네가 아직 배가 덜 고팠구나?”
“쩝.”
안용수는 할 말이 없다는 듯 입을 닫고 말았다.
그때 저만치에 최민성이 말한 골목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이춘식이 최희철과 안용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다들 정신 차려. 이런 일 아무 때나 들어오는 거 아니니까.”
“알았어.”
최희철이 대답하자 안용수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시각.
현성은 손님맞이에 바빴다.
손님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초등학교 1, 2학년들이었다. 그것도 한두 명도 아니고 30명씩이나 한꺼번에 온 것이다.
학교가 쉬는 날이라 학생들이 별로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고 만 것이다.
이상한 건 그 학생층이 모두 저학년이라는 것이다. 물론 나중이지만 확인 결과 이우진의 영업력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어이가 없었지만 이우진의 영업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영업은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했던 말이 그냥 한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남자 셋이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현성은 반갑게 그들을 맞았다.
가게로 들어온 이춘식과 최희철 그리고 안용수는 가게 안을 대충 훑고는 주방 맞은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현성이 다가가 말했다.
“손님, 주문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춘식은 대답 대신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리곤 물었다.
“네가 여기 사장이야?”
“네?”
순간 현성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나이로 봐서는 분명히 자신보다 많은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뜸 이렇게 반말로 치고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묻는 그의 눈빛이었다.
마치 미리 알고 와서는 확인하는 그런 눈빛이었기 때문이다.
이춘식이 다시 물었다.
“여기 사장 맞지?”
“네, 어쩌다 보니……. 근데 혹시 저를 아시는지요?”
“당연히 모르지. 하지만 여기 사장이 학생이라는 소문은 들었거든. 그래서 확인차 물었던 거야. 왜 기분 나쁘니?”
당연히 좋을 리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앞에서 티를 낼 수는 없는 문제였다. 그들의 눈에 현성은 어차피 고등학생으로밖에 안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가소로웠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현성은 미소를 띤 채로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냥 조금 놀랐을 뿐입니다.”
“확인했으니 됐고, 우리 라면 좀 줘.”
“네, 알겠습니다. 매운 정도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혹시 4단계는 없니?”
“3단계도 충분히 맵습니다. 더 매운 건 오히려 위장에 안 좋기 때문에 우리 식당에서는 안 팔고 있습니다.”
“아니. 줘.”
“네?”
현성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보통, 이 정도로 설명하면 당연히 메뉴판에 있는 3단계를 주문하는 게 맞는다.
그런데 지금 이 사람은 일부러 시비라도 거는 듯 메뉴판에 없는 것을 주문하고 있었다.
‘이 새끼 뭐야?’
현성의 머릿속에 의문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냥 4단계 달라고.”
한 번 더 재촉하는 이춘식이었다.
어차피 못 만들 건 없다. 고춧가루를 한 스푼 더 넣으면 된다. 만드는 건 의외로 쉽다. 문제는 그 매운 정도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손님이 원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현성은 이춘식을 보며 물었다.
“괜찮으시겠어요?”
“주기나 해.”
“다른 두 분도 마찬가지죠?”
현성이 묻자 최희철과 안용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주문을 확인한 현성은 주방으로 향했다.
“어머니, 4단계로 3개요.”
“4단계요?”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신명순이 불안하다는 듯 다시 물었다.
“괜찮을까요?”
“그냥 주세요. 본인들이 원하는 데 달리 방법이 없어요.”
“하긴…….”
신명순은 찝찝한 기분으로 돌아섰다. 걱정은 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자신이 뭐라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주문하신 라면 나왔습니다. 뜨거우니까 냄비 조심해주시고요. 맛있게 드십시오.”
현성은 테이블에 라면 냄비 세 개를 내려놓은 후 뒤로 물러났다.
그러기를 잠깐.
탁.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이춘식이 손을 번쩍 들었다.
“여기!”
현성은 바로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입니까?”
“이걸 지금 나보고 먹으라고?”
“왜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너무 매워서 먹을 수가 없잖아. 이걸 어떻게 사람이 먹어?”
“네?”
현성은 황당해서 말도 안 나왔다. 분명히 주문하기 전에 누차 얘기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본인이 끝까지 우기는 바람에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맵다고 하면 어쩌란 말인가.
현성은 이춘식을 향해 말했다.
“제가 분명히 말씀드렸잖아요. 아주 매우니까 괜찮겠냐고, 그래서 확인까지 했던 거 아닙니까?”
“지금 따지자는 거야?”
“따지자는 게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제 말이 틀렸습니까?”
그때 이춘식이 말했다.
“돈 주면 되잖아.”
“뭐라고요?”
“그래, 그러니까 이 라면값 준다고. 주면 되는 거잖아. 그러니까 다시 끓여와. 이번엔 3단계로.”
“…….”
현성은 순간 할 말이 없었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말이 상대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라면값을 주겠다는 얘기는 자신의 과오를 인정한다는 말이 된다.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으니 그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는 것이다.
현성은 이춘식을 슬쩍 바라왔다.
아무 일 없다는 듯 너무나 평온한 눈빛, 그리고 여유까지 부리는 저 표정.
현성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드리워지는 순간이었다.
이유야 어쨌든 50년을 넘게 살아온 인생이다. 상대의 표정에서 어느 정도는 그의 의중을 알 수 있다는 얘기다.
고의(故意)!
현성이 내린 결론이었다. 지금 앞에 있는 이 녀석들은 처음부터 작정을 하고 여기에 들어왔다는 얘기다.
어쩐지 처음 주문할 때부터 이상하긴 했었다.
자신의 실수다.
처음 메뉴판에도 없는 4단계를 시킬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처음부터 이 자식들은 라면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라면을 시킨다? 그리곤 보란 듯이 돈까지 주겠다며 또다시 라면을 주문한다?
그렇다면…….
그 이유야 뻔하지 않겠는가.
도발(挑發).
지금 이 자식들은 현성에게 일부러 집적거려 현성이 폭발하길 바라는 것이다. 현성의 자존심을 건드리겠다는 얘기다.
왜 그러는지 이유야 모르겠지만 이자들의 목적은 현성이라는 얘기가 된다.
피식.
현성의 입가에 다시 한번 미소가 번지는 순간이었다.
상대의 목적을 간파한 이상 당할 현성이 아니었다.
“네, 알겠습니다. 3단계로 다시 끓여오겠습니다.”
현성은 큰소리로 대답한 후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예상대로라면 이번 라면도 이들은 거부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라면값도 이들은 지불할 것이란 거다.
어차피 목적은 라면이 아니라 현성일 테니 말이다.
잠시 후.
“여기, 라면 3단계 나왔습니다.”
현성은 이춘식의 표정을 살폈다. 역시나 아직은 아무런 동요가 없었다.
그때 이춘식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다시!”
“넵. 이번엔 몇 단계로 끓여드릴까요?”
현성은 기다렸다는 듯 이춘식의 말을 받았다.
그러자 이춘식은 잠깐 주춤거리며 말을 이었다.
“어? 어, 2단계로…….”
“네, 알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리시면 금방 끓여오겠습니다.”
현성이 사라지자 최희철이 이춘식을 보며 물었다.
“야, 뭐해?”
“그러니까, 이게 아닌데…….”
이춘식은 황당 그 자체였다. 처음 계획은 이게 아니었다. 라면을 다시 끓여오라고 하면 여기 꼬맹이 사장이 발끈해서 자신들한테 덤벼야 얘기가 된다.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최소한 짜증이라도 내야 한다. 그래야 그다음에 자신들이 행동으로 옮길 수가 있기 때문이다.
각본은 그랬었다.
이춘식은 주방으로 사라진 현성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 새끼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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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건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