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59)
회귀해서 건물주-159화(159/740)
가정집이 아니라면 식당이란 얘긴데, 이 근처에는 음식점이 몇 군데 더 있긴 하다. 하지만 그 거리가 그렇게 가깝지만은 않다. 더군다나 현성의 가게는 골목 안쪽이지 않은가.
누군가 일부러 버리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쓰레기였다.
아니 어떤 미친놈이 여기까지 일부러 쓰레기를 버리러 왔단 말인가. 제정신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종량제 봉투를 쓰던 시기도 아니다. 그냥 봉지에 넣어서 버리면 미화원 아저씨들이 알아서 수거를 하던 시대다. 굳이 이렇게까지 남의 식당 앞에 버릴 이유가 없다는 거다.
현성은 쓰레기가 담긴 봉투를 대로변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여기에 오래 두면 냄새가 바닥에 배어 자칫하면 영업하는 데 지장을 줄 수 있다. 더군다나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오는 특유의 냄새는 영업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다 치웠음에도 그 특유의 냄새들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주방으로 들어가 호스를 수도꼭지에 연결한 후 식당 앞을 물청소하기 시작했다.
물만으로는 냄새를 제거할 수 없어 결국 세제까지 뿌린 후에야 그 고약한 냄새를 잡을 수 있었다.
문제는 앞으로다.
분명 누군가의 고의적인 투척이라면 매일 이와 같은 일은 반복될 거라는 거다.
지금까지 이런 경우는 없었다. 어제 처음으로 오픈을 하고 이제 두 번째 맞는 날이다. 그런데 기다렸다는 듯이 쓰레기 투척이라.
근처에 음식점은 여기 말고도 몇 개가 더 있다. 그중 유일하게 라면만 파는 곳은 현성뿐이다.
‘그런데 왜?’
더군다나 현성의 주 고객층은 학생들이다. 다른 곳과는 분명히 차별이 되는 곳이다.
그런데 굳이 현성을 경계할 이유가 있을까.
단순한 시기심?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지만 지금으로선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래, 일단은 좀 더 지켜보자.”
만약 이게 정말 고의적인 행동이었다면 이번 한 번만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찝찝하지만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것.
정말 우려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어쩔 수 없이 밤을 새워서라도 범인을 잡아야 할 것이다.
현성이 청소를 마치고 안채로 사라지자 멀리서 검은 물체가 하나 나타났다.
“낄낄. 누가 이기나 해보자.”
검은 물체는 현성의 가게 앞을 지나가며 이빨을 드러내며 웃고는 골목을 빠져나갔다.
***
6시 30분.
가게 앞에 도착한 신명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침부터 물청소를…….”
누가 봐도 물청소를 한 자국이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청소를 할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다. 당연히 이곳 사장인 김현성일 것이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유는 하나다.
물론 아무리 사장이라지만 이제 고작 고2인 학생이다. 한창 아침잠에 빠져 허우적거릴 나이란 얘기다. 그런데 이렇게 일찍 물청소를 할 정도로 부지런을 떤다는 자체가 이해하기 힘든 신명순이었다.
신명순은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며 현성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네, 오셨어요? 근데 그 존댓말 여전히 불편합니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겠습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한 일주일만 지나면 자연스러워질 테니까요. 사람의 적응 능력이 생각보다 빠르답니다.”
“굳이 적응하고 싶지 않은데요.”
현성도 신명순의 의도를 알기에 처음에는 거부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어제 하루 지나 보니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었다.
신명순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이건 제 말이 맞아요. 지금 당장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나중을 위해서는 사장님이 견뎌내야 하는 시간입니다.”
“굳이…….”
현성도 더 얘기하고 싶었지만 신명순의 강한 어투에 더는 말할 수가 없었다.
그때 신명순이 현성을 보며 다시 물었다.
“혹시 아침에 물청소했어요?”
“아, 그거요. 말도 마십시오. 새벽부터 제가 쓰레기 치우느라 아침 운동도 못 하고 죽는 줄 알았습니다.”
“쓰레기요?”
“글쎄, 오늘 새벽에…….”
현성은 새벽에 있었던 일을 신명순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신명순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니, 어떤 미친놈이 남의 가게 앞에다 쓰레기를?”“그러게 말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갑니다.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설마 또 그런 일이 벌어질까요?”“제가 볼 땐 한 번으로 끝날 거 같지는 않습니다. 누군가 악의적으로 그랬다면 아마 또다시 그런 짓을 할 거라고 봅니다.”
신명순의 인상이 확 구겨지는 순간이었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김지숙이 들어왔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언니도 안녕……, 아니, 언니 표정이 아침부터 왜 그래? 무슨 일 있어요?”
김지숙은 신명순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신명순이 바로 입을 열었다.
“어떤 미친놈이 쓰레기를…….”
신명순은 조금 전 현성한테 들은 얘기를 그대로 김지숙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김지숙의 표정도 금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진짭니까, 사장님?”
김지숙은 현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 그래서 골치가 아픕니다. 아무래도 조만간에 날 잡아서 밤새야 할 거 같습니다.”
“결국, 누군가 고의적으로 그런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렇지 않다면 없던 쓰레기가 갑자기 가게 앞에 쌓일 일이 없지 않겠습니까?”
“하긴, 그런데 도대체 누가……?”
“어떤 놈인지 모르겠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게 마련입니다. 며칠 더 두고 봐야죠. 그래도 정 안 되겠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범인을 잡아야죠.”
김지숙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은 별거 아니라는 듯 다음 말을 바로 이었다.
“그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그건 그렇고 몸은 괜찮으세요? 어제 설거지하느라 많이 피곤하셨을 텐데…….”
“아니요, 오히려 바쁘니까 시간도 빨리 가고 좋던데요. 그리고 고생은 언니가 했지요. 뜨거운 불 앞에서 그 많은 라면을 끓이느라고.”
김지숙은 신명순을 바라봤다.
그러자 신명순이 말을 이었다.
“물론 라면을 그렇게 많이 끓여보기는 나도 생전 처음이었지만 그래도 모처럼 신명 나는 하루였어. 사장님이 다른 거 다 제쳐두고 왜 라면 하나만 고집했는지 알겠더라고.”
신명순의 말에 현성은 씩 웃었다.
영업을 시작하기 하루 전이었다.
고민이 있었다.
고민의 원인은 다름 아닌 바로 어묵 때문이었다. 어묵도 함께 팔 것인가. 아니면 오로지 라면 하나만 팔 것인가. 이것이 문제였다.
고민을 했던 이유는 신명순의 어묵 판매량이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솔직히 고민이 안 될 수가 없었다.
현성은 끝내 어묵을 팔지 않기로 했다. 물론 욕심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았던 이유는 한 가지에 집중하자는 초심 때문이었다.
물론, 어묵을 같이 팔게 되면 매출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시간과 에너지는 분산될 수밖에 없을 거라는 게 현성의 판단이었다.
욕심 때문에 초심을 잃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신명순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물론 하루밖에 안 지났지만, 사장님의 말씀이 맞았던 거 같습니다. 제 욕심엔 어묵도 같이 팔고 싶었지만 어제 하루 라면을 끓여보니 도저히 시간이 안 나더군요.”
“물론 며칠 더 지나 보면 확실히 알겠지만 제 생각에도 라면 하나만 선택하기를 잘한 거 같습니다.”
“어묵을 쉽게 포기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사장님의 그 결단력이 대단하십니다.”
“참, 어머니도……, 저는 단지 욕심 때문에 실수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나마 살아온 경험 탓일까. 이번엔 욕심 때문에 더 많은 걸 잃는 우는 피한 듯싶었다.
시계를 보니 7시를 막 넘어서고 있었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어? 아저씨?”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박희철이었다.
“7시부터 영업하는 거 맞지?”
“네, 그런데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어쩐 일이십니까?”
“자네하고는 좀 있다 따로 얘기 나누기로 하고, 안녕하십니까? 신 여사님, 또 뵙습니다.”
박희철은 신명순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신명순이 고개를 숙이며 박희철의 인사를 받았다.
“어서 오세요. 회장님. 그런데 이렇게 일찍, 설마 라면 드시러 오신 건 아니실 테고…….”
“아닙니다. 라면도 먹고 여기 김 사장이랑 할 얘기도 있고 해서 일찍 왔습니다. 그럼 한 그릇 얼큰하게 부탁드리겠습니다. 대신 여기 김 사장이랑 할 얘기가 있으니 천천히 끓여주시면 됩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여기는 같이 일할 동생입니다.”
신명순은 박희철에게 김지숙을 소개했다.
그러자 김지숙이 먼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회장님, 안녕하세요.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김지숙이라고 합니다. 막냇동생뻘이니 말씀 편하게 놓으십시오.”
“지숙 씨라고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럼 가끔 뵙도록 하겠습니다.”
인사를 마친 박희철은 현성을 보며 말했다.
“나 좀 잠깐 보세.”
“네.”
두 사람은 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박희철이 먼저 물었다.
“어제 얼마 찍었어?”
현성은 피식 웃었다.
박희철이 이른 아침부터 이곳에 온 이유일 것이다.
“그게 그렇게 궁금하십니까?”
“이 사람아,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 어제 내가 서울에서 늦게 오는 바람에 오고 싶어도 오지도 못하고 밤새 얼마나 궁금했는지 아는가?”
“그렇게 궁금하셨으면 새벽에 전화라도 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아무리 급해도 그건 또 아니지. 내 욕심 챙기겠다고 그럴 수야 있나?”
역시 예전의 박희철이 아니었다.
그런 박희철을 보며 현성은 다섯 손가락을 쫙 펼쳤다.
“5만 원 넘었습니다.”
“정말인가?”
“네, 저도 개천절이라 학교도 쉬고 그래서 은근히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학생들이 많이 다녀갔습니다. 특히 초등학생들이 많이요.”
“휴우! 그나마 다행이네. 난 그것도 모르고 종일 혼자 걱정만 하고 있었네.”
박희철의 표정이 처음 들어올 때와는 다르게 어느새 편안한 표정으로 변해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현성은 박희철을 보며 물었다.
“이제 좀 안심이 되십니까?”
“솔직히 자네는 매번 이 자리가 대박이 날 거라고 말했지만 듣는 내 입장에서는 얼마나 불안했는지 아는가?”
역시 사람이란 보지 않고 믿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박희철이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박희철만큼은 현성 자신의 말을 믿어줄 줄 알았다.
현성은 박희철을 보며 말을 이었다.
“이젠 된 거죠?”
“물론 더 두고 봐야 확실히 알겠지만, 일단은 좀 안심이 되네. 사실 그동안 자네한테는 말도 못 하고 속으로만 혼자 끙끙 앓았다네. 물론 그렇다고 전혀 안 믿은 건 아니니까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는 말게.”
“됐습니다. 어차피 의미 없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뭘 그렇게 꽁하게 나오는가?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알아주게. 난 그동안 불안해하면서도 내가 해야 할 일은 다 했다네.”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해야 할 일이요?”
“그래, 내가 어제 서울을 왜 갔는지 아는가?”
“그거야 저는…….”
“현금을 만들기 위해서지. 그나마 큰 거래처가 몇 군데 있었거든. 그동안 이자 안 줘도 된다고 했더니 어제 바로 올라오라는 거야. 그렇지 않으며 6개월 뒤에나 가능하다는 거고.”
“현금이요?”
“자네가 며칠 전에 그랬지 않은가. 빠르면 빠를수록,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현성은 박희철을 바라봤다.
지금 박희철의 말대로라면 이자 수익을 포기하고 현금을 회수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포기한 그 이자 부분도 적은 금액은 아닐 테고 말이다.
“지금 그 말씀은?”
“생각보다 빠른 시간 내로 모든 현금이 준비될 거 같다는 얘기네. 물론 어려운 사람들한테는 더 이상 재촉하지 않기로 했네.”
“그러셨군요. 이미 준비를 거의 다 하셨다는 말씀이시네요?”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불안한 건 사실이네. 인간의 본성이겠지. 하지만 자네만 바라보기로 마음먹은 이상 더 시간을 끈다는 것도 시간 낭비라는 생각에 서두르기로 했네.”
현성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이렇게 되면 상황 전개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성이 예상하기론 빨라봤자 연말, 그러니까 12월이나 돼야 모든 준비가 끝날 줄 알았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1, 2주 내로 모든 준비는 마친다는 얘기다. 날짜로 따지자면 예상보다 한 달하고도 보름 이상 빨라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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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건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