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60)
회귀해서 건물주-160화(160/740)
현성은 박희철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일찍 오신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군요?”
“부인하지는 않겠네. 하지만 꼭 그 이유만은 아니었네. 무엇보다도 과연 대박 난다는 자리의 첫날 매출이 얼마인지도 무척 궁금했다네.”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한 모습으로 모든 걸 얘기해주는 박희철이 새삼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일단, 믿어주시고 서둘러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라는 걸 제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직접 행동으로 옮겨주셨으니 이젠 제가 그에 상응하는 답을 할 차례군요.”
“우선은 여기 가게부터 바로 세우게. 첫날은 그 정도면 됐고 앞으로 더욱더 노력해서 지금의 딱 두 배만 끌어 올리게.”
“두 배요?”
두 배라면 하루 1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라는 얘기다.
라면만 팔아서 하루 10만 원이라…….
결코 쉬운 금액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못 할 것도 없다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처음 문을 열면서 고민했던 부분, 즉 오전에 일반 손님들만 어느 정도 받쳐 준다면 그 금액도 가능할 것이다.
역시 관건은 오전의 매출이라는 얘기다.
그때 박희철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지는 말게.”
“그 말씀은?”
“이미 내 마음의 결정은 내린 상태란 말일세. 단지 나중에라도 자네의 말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일 뿐이니까. 그리고…….”
박희철은 마지막 말을 다 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궁금한 현성은 바로 물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겁니까?”
박희철은 대답 대신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런데 이상한 건 현성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었다.
마치 친손자를 바라보는 듯한 그윽한 눈빛.
‘저 눈빛의 의미는 무엇이란 말인가?’
현성이 가만히 있자 박희철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자네를 위해서네.”
“네? 저를 위해서요?”
“그렇다네. 바로 자네 자신을 위해서라도 꼭 목표치를 이루게. 사람이 살다 보면 목표를 이뤄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인생길은 많이 다르다네. 더군다나 자네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가?”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박희철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사회를 경험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가 아닌가?”
“그거야…….”
현성이 회귀한 줄 알 리 없는 박희철 앞에서 현성이 할 수 있은 말은 특별히 없었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시기일세. 자네가 목표를 이룬 후에 기뻐하는 그 모습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네. 그 이유가 내가 확인하고 싶은 마음보다 훨씬 크다네.”
그제야 현성은 박희철이 자신을 왜 그런 눈빛으로 바라봤는지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을 듯싶었다.
박희철은 지금 자신의 확인보다 현성 스스로가 목표를 이룬 후에 기뻐할 모습을 더 보고 싶은 것이다.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더 보고 싶은 마음.
현성은 박희철을 잠시 바라봤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의 행복을 우선으로 생각할 수 있는 마음.
결코, 아무나 쉽게 가질 수 없는 마음이다. 그런데 지금 다른 사람도 아닌 박희철이 그러고 있지 않은가.
아무리 예전의 박희철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건 현성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어쩐지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긴 했었다.
현성은 박희철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아저씨, 새삼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으십니다.”
“허허, 이 친구가……, 그건 자네가 아직 나를 몰라서 하는 소리지. 나도 알고 보면 속정이 깊은 사람이라고.”
“헤헤. 그러게 말입니다. 오늘 새로운 모습을 봤습니다. 역시 보람을 느낍니다.”
“그 말은 지금 나를 살려준 보람이 있다는 얘기지?”
“그게 또 그렇게 되나요? 하하…….”
현성은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러자 박희철도 기분 좋다는 듯 큰 소리로 웃었다.
웃음을 그친 박희철이 다시 말했다.
“빠르면 일주일, 늦어도 열흘이면 모든 현금은 준비가 될 걸세.”
역시 조금 전에 현성이 예상했던 시기와 맞아 들어갔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또 이상했다. 물론 예상이야 했지만 막상 그 얘기를 본인의 입으로 직접 들으니 기분이 설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날짜가 어느 정도 잡히자 이젠 그 금액이 궁금해졌다.
그렇다고 대놓고 묻기에는 경우가 또 아닌 듯싶어 박희철을 바라보는 것으로 질문을 대신했다.
현성의 마음을 읽기라도 했던 걸까?
박희철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혹시 내가 준비할 현금이 어느 정도나 될 거로 생각하는가?”
“그거야 제가 어찌…….”
“당연히 궁금하겠지?”
현성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궁금하지 않다면 당연히 거짓말일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건 박희철의 말하는 어투였다. 왠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마치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때 박희철이 다시 말했다.
“아마도 자네가 예상하는 금액보다는 적을 걸세.”
“네?”
현성은 일순 당황했다.
그렇지 않아도 왠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당당했던 박희철이었다. 그런데 일순간 그의 모습이 왠지 작아지는 듯하더니 목소리까지 작아졌다.
그리고 한 가지 이해하기 힘든 건 현성 자신은 얼마를 예상한다고 말한 적도 없다. 그런데 박희철은 이미 현성의 속내를 알기라도 한 듯 말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현성이 먼저 말했다.
“알아듣게 말씀해 주십시오.”
“혹시라도 실망할까 봐 미리 말하는 거네. 괜히 그 기대에 못 미칠까 봐 말이야.”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게 만드는 박희철이었다.
갑갑한 마음에 현성은 앞뒤 다 자르고 재차 물었다.
“얼맙니까?”
“허허……, 자네 성격도 만만치 않구먼.”
“지금 이 상황에 성격 따지게 생겼습니까? 아예 처음부터 말씀을 안 하셨으면 모를까 이건 아니죠.”
“그렇겠지, 더 이상은 못 버티겠구먼.”
꿀꺽.
박희철을 바라보는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때 박희철의 입이 열렸다.
“1억이 안 되네.”
“…….”
현성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박희철은 분명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한다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입에서는 1억이 안 된다는 말이 나왔다.
결국, 그의 현재 재산은 1억이 안 된다는 말과 같다.
아무리 작은 동네이지만 그래도 명색이 사채업자이지 않은가 말이다. 박희철이 내년이면 환갑이다. 결코, 짧은 세월을 살아온 게 아니다.
‘그런데 1억이 안 된다?’
정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상식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얘기다.
이제 와서 박희철이 자신한테 거짓말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론은 나왔다.
현성은 박희철을 보며 물었다.
“사연이 길겠군요?”
“허허……, 벌써 계산이 끝난 건가?”
“그렇지 않고서는 말이 안 되니까요. 아저씨가 살아온 세월이 있는데 상식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는 얘기는 무슨 사연이 있다는 거로밖에 설명이 안 되지 않겠습니까?”
박희철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뭔가 있다는 얘기다.
그때 박희철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의외로군.”
“뭐가 말입니까?”
“나는 이유부터 따질 줄 알았네. 그런데 자네는 내 인생의 굴곡을 먼저 짚어냈지 않은가?”
“그거야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는 거 아니겠습니까?”“그래서 자네가 대단하다고 하는 거야. 아무나 그러지는 않거든. 더군다나 자네는 이제 고2인 점을 감안한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지. 내 입장이 아닌 상대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 쉬운 게 아니니까 말일세.”
현성이 회귀한 줄 모르는 박희철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얘기였다.
그러자 현성이 말했다.
“그 사연을 여기서 다 들을 수는 없을 테고 나중에 기회 되면 말씀해 주십시오.”
현성은 얘기를 여기서 끊으려 했다. 이 자리에서 박희철의 살아온 인생사를 다 들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또 박희철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자 예의라 생각했다. 궁금하다는 이유로 아무 자리에서나 물을 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현성의 생각일 뿐이었다.
박희철의 입에서는 다른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우선 자네가 배려해주는 것은 고맙네. 그런데 이렇게까지 내 입으로 말해놓고 다음으로 넘긴다는 것도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그래도 이 자리에서 말씀하시는 건…….”
“장소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들어줄 사람이 누구인지가 중요한 거 아니겠는가. 다른 사람 앞이라면 나도 말 못 할 걸세. 하지만 자네는 다르지.”
현성은 머리를 긁적였다. 한편으론 그렇게까지 생각해주는 박희철이 고마웠다.
“내가 언젠가 얘기했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아들이 둘 있었네. 내가 못 배운 게 한이 돼서 두 녀석만큼은 가르쳐야겠다는 마음으로 어려서부터 외국으로 유학을 보냈네.”“아, 네…….”
“나름대로 한은 풀었지. 두 녀석 다 박사학위까지 받았고 가정도 꾸렸으니까.”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박희철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 후로 박희철의 말은 계속됐다.
큰아들은 일본에서, 작은아들은 미국에서 자리를 잡고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 건 5년 전 모든 재산을 정리해서 유산 상속을 마친 후부터라고 했다.
두 녀석 다 약속이라도 한 듯 그 후론 발길을 끊었다는 것이다. 처음엔 무슨 일이 있겠지 하고 생각했다고 했다.
전화를 할 때마다 바쁘다는 이유로 매번 그냥 지나가더니 언젠가부터는 아예 통화 자체가 안 된다는 것이다.
나중에야 그것이 마지막이란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자신의 못 배운 한을 풀고자 어려서부터 외국으로 보낸 것인데 그게 하필 가장 안 좋은 결과물로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왔다는 것이다.
처음엔 너무 억울해서 죽으려고도 생각했었다고 했다. 자식한테 버림받고 무슨 면목으로 살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했다.
그러다 마지막 순간 오기가 발동했고,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선산까지 정리해서 다시 발판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리곤 그때부터 악착같이 오로지 돈만 좇으며 살아왔다고 했다. 남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는 걸 알면서도 그런 건 전혀 안중에도 없었다고 했다.
오로지 돈, 돈만이 남은 인생의 모든 것으로 생각하고 살아왔다고 했다.
그러던 중에 현성을 만나면서 관광버스 사고가 있었고, 그때부터 또 다른 삶을 살 게 됐다고 했다.
그렇다 보니 평생을 모았던 재산은 자식들 손에 다 넘어갔고 오기로 살아오면서 그동안 번 돈이 이게 다라는 거였다.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 사연이 있으셨군요?”
“남들한테는 창피해서 말도 못 한다네. 자식 농사 망쳐놓고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아저씨가 잘못한 것도 없잖아요.”
“이게 어디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일인가? 모든 게 자식 교육 제대로 못 시킨 못난 내 책임이지.”
“…….”
휴우.
현성의 입에선 대답 대신 한숨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꽉 막히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도 믿었던 만큼 그 배신감은 또 어땠을까.
현성은 박희철을 바라봤다.
고개를 숙인 그의 모습에서 묘한 감정을 느꼈다.
철석같이 믿었던 자식으로부터의 배신, 그것도 하나가 아니 둘 다.
어찌 보면 그 상황에서도 다시 독기를 품었다는 박희철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박희철이 입을 열었다.
“복수를 하고 싶었네.”
“지금 복수라고 하셨습니까?”
현성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여기서 복수의 대상은 말 안 해도 누구인지 충분히 알고도 남기 때문이다.
박희철은 지금 자식들을 상대로 복수라는 말을 끄집어낸 것이다.
박희철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이해가 안 되겠지?”
“…….”
“그놈들은 돈밖에 모르는 놈들이네. 그래서 내가 그동안 악착같이 돈을 벌었던 이유이기도 하고. 언젠가는 내 앞에 꼭 무릎을 꿇게 만들 걸세. 내 가슴에 대못을 박았던 놈들…….”
박희철의 입에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들이 쏟아졌다.
박희철이 그동안 사채업을 하면서 왜 그토록 남의 눈에서 피눈물까지 빼가면서 자신의 배를 채웠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듯싶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박희철의 그동안 행동이 면책되는 건 아니었다.
박희철의 얘기가 끝나자 현성이 물었다.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으신 건가요?”“내가 죽은 마누라 묘지 앞에서 약속했거든. 어떡하든 이놈들 무릎을 꼭 꿇리겠다고.”
“그럼 아직 돈을 많이 벌어야겠네요?”
박희철은 현성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성이 바로 물었다.
“그래서 이번에 서두른 이유도…….”
“솔직히 말하면 내 욕심이 들어갔네. 인정하지.”
박희철은 솔직한 마음으로 모든 걸 인정했다.
자식과 부모.
지금 박희철에게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애틋한 감정이 아니다. 하긴 복수라는 말까지도 서슴없이 꺼냈던 박희철이다.
오죽하면…….
현성은 그런 박희철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요! 그 개도 안 먹는다는 돈 제가 책임지고 벌어보겠습니다. 1억이 안 된다고 하셨는데, 그 초기 자본금이 도대체 얼마나 됩니까?”
박희철의 얘기를 듣고 나니 은근 오가까지 생기는 현성이었다.
그러자 박희철은 한 번 더 입을 달싹이고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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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건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