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63)
회귀해서 건물주-163화(163/740)
서민규와 그의 친구들은 현성을 바라보며 짙은 미소를 지었다.
안채로 들어온 서민규는 현성을 보며 말했다.
“우리 다 같이 씬라면 1단계로 주게. 먹어보고 괜찮다 싶으면 내일은 2단계도 도전해볼 참이네.”
“네, 알겠습니다. 저희가 쓰는 고춧가루가 하바네로라는 고춘데 매운맛만 있는 게 아닙니다. 끝 맛은 달콤한 맛도 있으니 드셔보시면 아시겠지만 맛이 괜찮을 겁니다.”
“허허, 이 친구 장사 처음 하는 거 맞는가?”
“예쁘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럼 주문 넣어 드릴 테니까 드시고 가십시오. 저는 이제 학교에 가봐야 해서 가시는 건 못 뵙겠습니다.”
“아, 학생이었지? 그려 늦기 전에 어서 가보게. 우리는 알아서 먹고 갈 테니까 신경 쓰지 말고.”
현성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후 안채를 나와 주방으로 향했다.
“어머니, 씬라면 1단계로 다섯 개요. 그리고 타이머는 15초 더 늦추시고요.”
“15초요?”
“네, 앞으로도 연세 있는 분들 거는 2분 30초가 아니라 2분 45초로 맞추시면 됩니다.”
“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역시 우리 사장님 세심하시네요.”
신명순은 그 이유를 더 묻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현성이 무슨 말을 하는지 충분히 이해했기 때문이다.
현성이 학교로 떠나자 김지숙이 신명순을 보며 물었다.
“언니, 사장님은 갑자기 왜 15초를 더 끓이라는 거야?”
“너도 나이 먹으면 알게 돼.”
“엥? 그게 무슨 소리야? 그렇게 말하면 사장님은 어떻게 설명하려고?”
“그러니까 사장님 소리 듣는 거야. 역시 괜히 사장님이 아니란 거지. 나도 미처 생각을 못 했는데 그걸 또 생각을 하시네…….”
신명순은 사라진 현성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
“뭐라고?”
오상철은 최민성의 보고를 받으며 어이가 없었다.
혹시나 싶어 지켜보라고 했었다. 아침 7시부터 라면 가게를 연다고 하길래 처음엔 미쳤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최민성의 말대로라면 그게 미친 짓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오상철은 최민성을 보며 물었다.
“그러니까 처음엔 박희철이 가게로 들어갔단 말이지?”
“네, 정확히 7시 딱 되니까 가게 안으로 들어가더라고요.”
“미친놈, 그 라면 한 그릇 먹겠다고 7시부터 거기를 간단 말이야.”
“근데, 그게…….”
최민성은 말끝을 흐리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자 가만히 있을 오상철이 아니었다.
“뭐야? 다른 이유라도 또 있다는 거야?”
“제사 생각할 때는 단순히 라면만 먹으러 온 게 아닌 거 같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단순하게 라면만 먹기엔 거기서 머물렀던 시간이 너무 길었습니다.”
오상철의 미간이 좁혀지는 순간이었다.
“그럼 아침부터 따로 볼일이라고 있었다는 얘기야?”
“제 생각으론 그렇습니다. 그리고 요즘 희철이 형님의 행동도 이상하고요.”
“희철이가 왜?”
“글쎄, 얼마 전부터 이자를 안 받는다는 겁니다. 사채업자가 이자를 안 받는다는 게 말이 되냐고요?”
“뭐라고?”
오상철은 어이가 없었다.
누구보다도 악랄하기로 소문났던 박희철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사채 이자를 은행이자로 받는다는 얘기까지는 들었다.
그것도 말이 안 되는데, 이젠 또 아예 이자 자체를 안 받는다고 하니 오상철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것이었다.
오상철은 다시 물었다.
“이자를 안 받는 대신에 조건은?”
“다음 주까지 상환하는 조건이랍니다.”
“그러니까 그 말은 다음 주까지 상환만 하면 그동안의 이자는 안 내도 된다는 얘기네?”
최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오상철이 다시 물었다.
“그때까지 상환을 못 하는 사람들은?”
“그냥 은행이자로 계속 쓰라고 했다고 합니다.”
“재촉도 안 하고 그냥 써라? 그것도 사채 이자도 아니고 은행이자로?”
“네, 너무 이상하지 않습니까?”
오상철은 고개를 모로 틀었다. 이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얘기다.
박희철이 누구인가?
군내에서는 알아주는 사채업자다. 복리이자는 기본이고 날짜라도 어기는 날에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걸어 각서를 강요하던 악질 중의 악질이었다.
그런 그가 이제는 상환하는 조건으로 그동안의 이자를 안 받는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는가?
상식적으로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을 지금 박희철이 몸소 행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그 말은 결국 상식으로 접근해서는 풀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답은 나왔다.
지금 박희철이 원하는 건 원금 회수다. 비싼 이자를 포기하면서까지 원금을 회수해야 하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원금을 회수하는 이유…….’
사채업자가 원금을 회수한다? 그것도 피 같은 이자를 포기하면서까지…….
‘그렇다면…….’
또 다른 투자처.
그래! 지금 박희철은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낸 것이다. 이자를 포기할 정도로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투자처.
그때였다.
최민성이 오상철을 급히 불렀다.
“형님!”
“왜? 뭐라도 생각난 게 있어?”
“혹시 며칠 전에 홍천 리조트에서 투자 설명회 있었다는 거 알고 계십니까?”
“거 뭐냐……, 온천 얘기 말이지?”
그 얘기라면 오상철도 알고 있는 얘기다.
누군가로부터 연락이 왔었다. 그런데 하필 그날 다른 데 볼 일이 있어 참석을 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알아봤지만 그리 신뢰가 안 가는 내용이라 신경을 안 썼던 일이다.
최민성이 다시 말했다.
“거기에 희철이 형님도 왔었답니다. 제가 아는 사람이 거기서 봤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갔겠지. 그런데 빠질 놈이 아니니까.”
“혹시 그것 때문이 아닐까요?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 희철이 형님의 행동이 설명이 안 됩니다.”
“지금 자네 말은 희철이가 원금을 회수해서 거기다 투자를 한다는 얘기지?”
최민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제 생각엔 틀림없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피 같은 이자를 포기하면서까지 원금을 회수할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음……,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닌 거 같긴 한데, 그게…….”
오상철은 끝말을 흐렸다. 어딘가 찝찝한 구석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자 최민성이 오상철을 보며 물었다.
“왜요? 뭔가 걸리는 거라도 있습니까?”
“내가 알아본 바로는 아직 온천이 터진 것도 아니고, 가능성이 있다는 정돈데……, 과연 그 정도의 정보에 박희철이 움직였을까 싶네.”
“그런가요?”
“내 생각으로는 그게 아무래도…….”
오상철은 여전히 확신할 수가 없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널 정도로 투자에 있어서만큼은 신중한 박희철이다. 그런 그가 그 정도의 가능성만 가지고 투자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럼에도 그가 지금 움직였다는 거다.
오상철은 최민성을 불렀다.
“이봐.”
“네, 형님.”
“아무래도 우리가 뭔가를 놓치고 있는 거 같네. 그렇지 않고서야 박희철이 저렇게 움직일 수가 없단 말이지.”
“그럼 어떻게……?”
최민성은 오상철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오상철이 다시 말했다.
“일단 온천 건부터 다시 자세히 알아봐. 아무래도 우리가 모르는 고급 정보가 더 있을 걸세. 아무리 생각해도 박희철이 움직였다는 게 마음에 걸려.”
“네, 알겠습니다. 다시 좀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번지수를 완전히 잘못 찾은 줄 모르는 두 사람은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표정이었다.
잠시 후.
오상철이 다시 최민성을 보며 물었다.
“그건 그렇고, 학생들이 아침부터 라면 가게로 들어가더란 말이지?”
“정확히는 첫차가 도착하고 10분이 지나자 학생들이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저도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이른 아침부터 라면이라니…….”
“그래, 학생들은 몇 명이나 들어가던가?”
“그게 대충 셌는데, 최소한 50명은 넘은 거 같습니다. 도저히 제 머리로는 이해가 안 가는데 사실입니다.”
이해가 안 가는 건 오상철도 마찬가지였다. 아침 7시부터 문을 연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최민성의 말대로라면 아침부터 라면 가게는 학생들로 가득 찼었다는 얘기가 된다.
오상철은 황당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지금 50명이라고 했는가?”
“형님이 생각해도 믿어지지 않으시죠?”
“아니, 무슨 라면을 아침부터…….”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집에서 아침은 안 먹고 오는 건지 이거야 원…….”
넋이 나간 채로 허공만 바라보는 두 사람이었다.
그나마 정신을 먼저 차린 건 오상철이었다.
“역시 난 놈은 난 놈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누가 그 시간에 라면을 먹을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보통 놈은 아닌 거 같습니다.”
“라면도 라면이지만 더 놀라운 건 안채의 공간을 미리 만들었다는 것이네. 그 녀석은 이미 이런 상황을 예측했다는 거지.”
최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만약에 안채에 공간이 없었다면 홀만 가지고는 그 인원을 수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등굣길이라 학생들의 시간은 촉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줄을 서서 먹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촉박한 시간을 해결한 것이 바로 공간의 확보였다.
최민성이 말했다.
“무서운 놈이네요. 어떻게 미리 그 계산까지 했던 걸까요?”
“어찌 보면 남들이 다 꺼렸던 그 가게를 선택했을 때부터 그놈의 머릿속에는 이미 모든 계산이 끝났다는 얘기겠지.”
“설마요?”
“설마가 아니야.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라고. 우리는 생각조차 못 했던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오상철의 표정이 다른 때와는 다르게 진중했다. 그만큼 현성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는 얘기다.
오상철이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가 그동안 그 녀석을 너무 무시했던 게야.”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그저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게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흠…….”
오상철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어리다는 이유로 너무 만만하게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자신의 오판이었음이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오상철은 최민성을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
“이제부턴 우리도 더욱 정신을 차려야 될 거야. 허투루 생각했다가는 오히려 우리가 당할 수도 있다는 거 명심해.”
“네, 형님.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우리도 이제부터는 7시에 문을 열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글쎄…, 그게 말처럼 쉬운 문제가 아니라서 말이지…….”
오상철의 표정이 일순 굳어졌다.
최민성의 말처럼 아침 7시부터 문을 열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먼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동생 오상미를 설득시키는 일이다.
단순히 통보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지금 영업시간에서 3시간을 더 늘려야 하는 문제다.
체력적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불가능한 얘기다.
결국, 사람을 더 늘려야 한다는 얘긴데…….
오상철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으로선 그것도 무리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매출구조에서 그건 오히려 인건비의 부담으로 바로 자신의 목줄을 죌 것이다.
적어도 지금으로선 해결책이 아니란 얘기다.
오상철은 최민성을 보며 말했다.
“그 방법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고, 일단 오늘 오후에 전단지가 도착할 거야.”
“전단지요?”
“우리가 지난번에 얘기했던 라면값을 내리기로 했어.”
“아……, 그거요. 하긴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우리는 여러 메뉴 중에 하나를 내리는 거지만 그 꼬맹이 입장에서는 메뉴가 하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것을 내린다면 그 타격이 그만큼 클 테니까요. 그리고 안 내린다면 우리야 더 좋은 거고요.”
최민성은 이빨을 드러내며 좋아했다.
그러자 오상철이 다시 말을 이었다.
“오늘 오후에 전단지 나오면 얘들 하교 시간에 맞춰서 뿌리라고.”
“그거야 문제없습니다. 어차피 꼬맹이들 몇 명 불러서 뿌리면 되니까요. 그리고 이왕 뿌리는 김에 주택가도 다 뿌리죠, 뭐. 특히 노인정 앞에는 꼭 뿌릴 겁니다.”
“참! 그러고 보니 그 노인정의 늙은이들 말인데, 그 늙은이들도 오늘 아침에 라면 가게에 갔다고 그랬지?”
“네, 그 노인회장인 민규 형님이 친구들 몇 명을 데리고 들어가더라고요.”
“별……, 늙은이들이 아침부터 뭔 라면을 먹겠다고, 쯧쯧…….”
오상철은 혀까지 차며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노인정 근처에는 뿌리지 마.”
“네?”
“어차피 뿌려봐야 도움도 안 될 인간들이고, 와도 귀찮아. 그리고 가게에 늙은이들 들어와 봤자 먹는 데 시간만 오래 걸리고 냄새만 나.”
“네? 아……, 네. 냄새요…….”
최민성은 대답을 하면서도 오상철을 힐끗 바라봤다. 그리곤 오상철 모르게 천천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