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64)
회귀해서 건물주-164화(164/740)
164
라면 가게를 빠져나온 현성은 곧장 학교로 향했다.
“헛!”
현성의 발걸음에 힘이 넘쳤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남한테는 말도 못 하고 있던 고민거리가 어느 정도 해소됐기 때문이다.
‘과연 학생들이 이른 아침부터 라면을 먹을 것인가?’
오픈하기 전부터 고민하던 문제다.
그런데 그 문제가 드디어 오늘 아침에 검증을 마쳤다. 물론, 첫날 하루 분위기로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가능성만큼은 충분히 확인된 셈이다.
최소한 영업시간을 다시 조정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얘기다.
만약에라도 아침에 라면을 먹는 학생이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영업시간을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처음부터 모든 가능성은 염두에 두고 있던 상태였다.
일종의 도전이었다.
전생에서 이곳 전 주인은 아침부터 영업을 하지는 않았었다. 아마도 학생들이 이른 아침부터 라면을 먹을 거라고는 생각을 안 한 듯했다.
지금 현성의 영업시간은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다. 반면, 전 주인의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였다.
전 주인과 영업시간 대를 비교하면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현성이 오전 일찍 시작하는 반면에 전 주인은 오후 늦게 영업시간을 마감한다는 차이가 있다.
결국, 오전이냐, 밤이냐의 차이다.
전생에선 밤 10시까지도 학생들 손님이 있었다. 그 이유는 고3 학생들 때문이다. 야자가 9시에 끝나는 관계로 그 학생들이 마지막으로 라면 가게를 찾아준 것이다.
이미 검증된 것이었기에 단순히 장사를 위해서라면 현성도 그 시간까지 영업을 하는 게 맞는다.
하지만 현성으로선 그럴 수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현성은 영업도 영업이지만 공부를 겸해야 하는 학생 신분이기 때문이다.
만약 10시까지 영업을 한다면 공부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너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학교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한 학기만 지나면 현성도 고3이다.
라면 장사를 하겠다고 학생 신분을 포기할 수 없다는 거다.
그래서 고심 끝에 선택한 방법이 영업시간을 아침 일찍 앞으로 당기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영업을 마치고도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영업과 공부,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는 현성으로선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게 오늘 아침에 어느 정도 검증된 것이다.
40분이란 짧은 시간 동안 50명이 넘는 학생이 다녀갔다. 물론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안채를 개조해서 영업장소를 그만큼 넓게 확보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밤 장사는 굳이 안 해도 된다는 얘기다. 영업도 공부도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않고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오늘 검증된 것 중에 중요한 또 한 가지가 있다.
그건 바로 학생을 제외한 일반인들의 방문이었다. 학생들로만 운영하기에는 매출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반 손님들의 방문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던 때였다.
장사라는 게 처음 시작할 때 자리를 못 잡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현성의 경우는 주 고객이 학생층이다.
평상시에는 상관이 없겠지만 문제는 방학 때다. 아무리 평상시에 매출을 올린다고 하더라도 방학 때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매출이 뒷받침이 안 된다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평상시에 일반 손님의 비중을 늘리는 게 그만큼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고맙게도 노인정의 어르신들이 그 첫걸음을 해줬다. 처음이란 얘기는 앞으로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 그러면 된 거다.
자고로 장사는 입소문이다.
한 번 왔던 사람을 또 오게 하면 되는 것이고,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데리고 올 수만 있게끔 한다면 그 장사는 흥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선 그만큼 정성을 다해야 하고 손님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
앞으로 현성이 풀어야 할 숙제다.
현성이 학교 정문에 도착했을 때였다.
“오빠!”
서인혜가 현성 앞으로 쪼르륵 달려왔다. 아마도 미리 와서 기다린 듯했다.
그런 서인혜를 현성이 반갑게 맞았다.
“어? 인혜야. 혹시 여기서 오빠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응.”
“기다릴 거면 가게로 오지 그랬어? 그러다 내가 더 늦기라도 했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가게로 찾아가면 오빠 부담될까 봐.”
어제도 바쁜데 부담된다면서 잠깐 얼굴만 보고 돌아갔던 서인혜다. 요즘 들어 부쩍 조심하는 그녀다.
현성은 그런 서인혜를 보며 말했다.
“새삼스럽게 부담은 무슨 부담?”
“내 마음이 그냥 그래. 오빠는 바쁜데 철딱서니 없이 막 찾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이제 나도 철들어야지.”
현성은 그런 서인혜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뭐라 할까, 며칠 사이에 변한 그녀의 모습이 조금은 낯설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혹시 요즘 무슨 일 있어?”“아니, 무슨 일은 아니고, 오빠가 갑자기 장사를 한다고 생각하니까 어른이 된 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엄마가…….”
서인혜는 끝말을 흐렸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아주머니가 왜, 뭐라고 그러셔?”
“오빠 장사하는데 괜히 자꾸 찾아가고 그러지 말라고. 놀이터가 아니고 엄연히 사업장이라고 그러시더라고.”
“사업장?”
서인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서인혜를 바라보며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린애한테 그렇게까지 말한 서인혜의 어머니도 이해하기 힘든 건 사실이었다.
그때 서인혜가 말했다.
“오빠, 오늘 영업은 몇 시에 끝나?”
“오늘도 7시에 끝나는데, 왜?”
“토요일인데도 7시에 끝나는 거야?”
“일요일에 쉬는 대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무조건 똑같아. 그리고 오늘은 더군다나 장날이잖아.”
서인혜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말이 없던 서인혜가 현성을 보며 다시 물었다.
“오늘 우리 집에 올 수 있어?”
“집?”
“응, 엄마가 끝나고 집으로 올 수 있냐고 묻던데. 저번에 내 일도 있고, 고마웠다고 저녁이나 먹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
저번 일이라면 서인혜의 가출을 얘기할 것이다.
잠시 생각한 현성은 바로 말했다.
“알았어, 영업 끝나고 바로 갈게. 아마 7시 30분 전까지는 갈 수 있을 거야.”
“알았어, 오빠. 엄마한테 그렇게 전할게.”
무미건조한 서인혜의 답변이었다.
현성으로선 이런 서인혜의 모습이 낯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너 오늘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다른 날하고 너무 다른 거 알아?”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머릿속이 좀 이상해. 오빠 미안, 나 먼저 가볼게. 그럼 이따 봐.”
서인혜는 현성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정문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무슨 일이지?’
아무리 봐도 평상시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현성은 사라진 서인혜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교실로 발길을 돌렸다.
정문을 벗어난 서인혜는 교실로 향했다.
‘내가 왜……?’
나도 모르게 현성 오빠한테 화를 내고 말았다. 마음은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겉으로 나오는 말은 엉뚱하게도 퉁명스럽게 대하고 말았다.
오빠는 아무 잘못도 없다.
변한 건 엄마다. 처음엔 현성 오빠 얘기도 잘 들어주고 그러던 엄마가 자신이 가출을 한 후부터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더니 이젠 현성 오빠를 만나지 말라고 한다.
이유를 물었지만 자세히 가르쳐 주지도 않고 무조건 아직은 너무 어리다는 말만 반복한다.
내가 원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지금으로선 그저 따뜻한 품이 그리운 것뿐인데, 엄마는 왜 현성 오빠를 만나지 말라고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도대체 왜?’
현성이 교실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였다.
뒤에서 누군가 불렀다.
“현성아.”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목소리만으로도 알 수 있는 녀석, 김일수였다.
“뭐야? 이제 오는 거야?”“늦잠을 잤어. 제 딴에는 어제 좀 피곤했었나 봐.”
“어제 첫날이라 더 피곤했을 거야.”
“그래서 그런 건 아니고 어젯밤에 좀 늦게 잤거든.”
늦게 잤다는 말에 현성은 김일수를 바라봤다.
“네가 늦게 잤다고?”
“응, 모처럼 새벽까지 공부 좀 했거든. 히히…….”
말하는 본인도 민망한지 웃는 김일수였다.
현성은 걷던 걸음을 멈추고 김일수를 바라봤다.
물론 요즘 들어 예전과는 다르게 공부를 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기껏해야 10시까지 하면 한계라고 본인의 입으로 어제까지도 그렇게 말했던 녀석이다.
“진짜야?”
“그렇다고 뭘 그렇게까지 놀라고 그러냐?”
“당연히 놀라지. 잠보가 잠 안 자고 새벽까지 공부했다는데, 그래서 몇 시까지 했는데?”
“2시.”
“진짜 새벽 2시까지 네가 공부를 했다고?”
김일수는 자랑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대견하다는 얘기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너 때문에.”
“뭐?”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얼핏 들어도 이해가 안 가는 말이었다.
현성은 바로 말했다.
“이 자식이 오늘 아침에 사람을 놀리려고 작정을 했나……,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알아듣게 설명을 해 봐.”
“사실은…….”
김일수의 설명이 이어졌다.
현성을 보며 어제 깨달은 게 있다고 했다.
분명 나이는 같은데 한 가게를 책임지고 운영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과 비교하게 됐고 종일 많은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리고 영업을 마치고 집에 가서도 그 생각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했다.
얘기를 듣던 현성이 물었다.
“그래서?”
“자려고 누웠는데 도저히 잠이 안 오는 거야.”
“그래서 공부를 한 거야?”
김일수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건 아니고, 생각을 해봤는데 나 자신이 한심하더라고?”
“한심?”
“응, 지금까지 살아온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한 거야. 너는 이 나이에 벌써 가게까지 오픈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는데, 도대체 지금까지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았는가 싶더라고.”
“…….”
김일수의 대답에 현성은 순간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전혀 예상 밖이었다. 어제 같이 일을 하면서도 그런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다. 그저 내 일처럼 열심히 해주는 모습이 고마웠을 뿐이다.
그런데 그 순간에 그런 생각을 했을 줄은 정말 몰랐다.
그때 김일수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여기가 이상하더라.”
김일수는 자신의 가슴을 가볍게 주먹으로 두드렸다.
현성은 여전히 할 말을 잊은 채 김일수를 바라봤다. 그러자 김일수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달았어.”“……?”
“이건 아니구나. 이런 식으로 계속 살아서는 안 되겠구나. 진짜 정신 차리자.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자식, 아침부터 제대로 한 방 먹이는구나.”
처음엔 황당했지만 그런 김일수가 고맙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툭.
현성은 가볍게 김일수의 어깨를 쳤다.
그러자 김일수는 씩 웃고는 말을 다시 이었다.
“쪽팔리는 얘긴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
현성은 순간 김일수를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평상시의 김일수가 아닌 듯했다.
지금 김일수의 말대로라면 눈물이 날 정도로 그만큼 내면의 울림이 있었다는 얘기다.
현성은 씩 웃으며 말했다.
“자식, 그게 뭐가 쪽팔리냐?”
“하긴 내가 너 앞에서 이런 거로 쪽팔리면 안 되지. 그동안 한 짓이 있는데. 어쨌거나 그렇게 울고 나니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더라고.”
김일수의 눈빛이 유독 빛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다시 일어나서 공부를 했다는 거야?”
“바로 한 건 아니고 먼저 생각을 했어. 저번에 네가 나한테 요리사 하라고 그랬잖아?”
“그랬지.”
“솔직히 그땐 나도 모르게 네가 하라고 하니까 분위기에 휩쓸려 하겠다고 했었거든.”
“그랬었냐? 어찌 됐든 중요한 건 하기로 했다는 게 중요한 거잖아. 안 그래?”
현성의 말에 김일수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러자 현성은 의아한 눈빛으로 김일수를 바라봤다.
김일수가 바로 말을 이었다.
“다르더라고.”
“달라? 하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래서 스스로 생각하고 나니까 마음이 다르단 얘기지?”
김일수는 약간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혔다. 이럴 때 보면 덩치만 컸지 영락없이 고2 소년의 모습을 한 김일수였다.
그런 김일수를 바라보며 현성은 빙긋 웃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깨달은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미소가 나오는 건 당연했다.
그때 김일수가 다시 말했다.
“옛날 노트를 다시 끄집어냈어.”
“옛날 노트? 그건 또 뭐야?”
“내가 아주 어려서부터 할머니한테 물어보고 정리해 놨던 요리비법 노트.”
“그런 게 있었어?”
김일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