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65)
회귀해서 건물주-165화(16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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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언젠가부터 그만뒀었는데 이제부터라도 다시 시작하려고.”
“지금 그 말은 어려서부터 이미 너는 요리사가 꿈이었던 거네?”
“그냥 요리가 좋았어.”
“결국은 돌고 돌아 이제야 어렸을 적 꿈을 찾는 거네?”
김일수는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그래서 새벽까지 공부를 한 거고?”
“신기하게도 그게 되더라고. 글쎄, 공부하는데 잠이 안 오더라니까. 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야. 히히…….”
여전히 부끄러워하는 김일수였다.
순수함 속에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했다.
현성은 살짝 미소를 짓고는 말을 이었다.
“야, 김일수! 어렸을 적 꿈을 되찾은 거 축하한다.”
“이게 다 잘난 네 덕분이다. 고맙다.”
김일수는 가볍게 현성의 어깨를 툭 쳤다. 그리곤 두 사람은 약속이라고 한 듯 서로를 마주 보며 빙긋 웃고는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드르륵.
현성이 교실로 들어가 자리에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이정우가 다가왔다.
그리곤 대뜸 물었다.
“어땠어?”
“뭐가?”
“뭐긴 뭐야? 당연히 아침 장사 말이지.”
“자식, 그거 궁금해서 어떻게 참았어? 근데 네가 더 예민한 거 같다.”
어제 오픈하는 날도 잠깐 얼굴만 내밀고 사라진 녀석이다. 괜히 있어봤자 도와주지도 못하면서 민폐만 끼친다는 이유였다.
라면이라도 먹고 가라고 얘기했지만 한사코 서둘러 자리를 피했던 녀석이다. 그게 제 딴에는 현성을 위하는 길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여튼 전생에서도 그렇고 지금도 마음 씀씀이가 고마운 녀석임에는 틀림없다.
이정우가 재차 물었다.
“어땠냐니까?”
“자식, 숨넘어가겠다. 이렇게 정우가 신경 쓰는데 손님이 없으면 큰일 나지.”
“손님이 있었다는 얘기네?”
“그래, 인마. 다행히도 있었어. 그러니까 이제 숨 좀 돌려.”
현성은 이정우를 바라봤다.
그제야 조금 안심된다는 듯 그의 표정이 조금 풀리는 듯했다.
그런 이정우를 보며 현성이 물었다.
“야, 이정우, 그렇게 신경이 쓰이냐?”
“당연하지. 내 친구가 처음으로 사업을 하는 건데……. 그리고 엄마를 봐서라도 그렇고. 어젯밤에도 걱정이 많으시더라고.”
왜 그렇지 않겠는가.
신명순의 입장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것이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이정우도 말은 못 하지만 그 마음은 같았을 것이다.
현성이 다시 말했다.
“정우야, 너무 걱정하지 마. 물론 불안하기는 하겠지만 일단 믿고 지켜봐 줘.”
“알았어. 내가 자꾸 이러는 것도 너한테는 부담되지?”
“아니, 부담이라기보다는 서로한테 도움이 안 되니까. 나도 나지만 너한테도 이건 도움이 안 될 거야.”
어차피 이정우는 고2, 예민한 나이일 수밖에 없다.
현성이야 상관없겠지만 이정우의 경우는 다르다. 어느 한 곳에 집중하면 일상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예민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현성은 이정우를 보며 물었다.
“너, 요즘 공부 잘 안 되지?”
“어? 어떻게 알았어?”
“머릿속에 온갖 다른 걱정뿐인데 공부가 될 일이 없잖아. 안 그래?”
“헤헤, 하긴…….”
순순히 인정하는 이정우였다.
그런 이정우를 보며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거 봐. 그러니까 오늘 이 시간 이후로 걱정은 그만하고 공부에 신경 써.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위해서도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공부라는 거 잘 알고 있지?”
“알았어. 일단 아침에 손님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안심이 된다. 그리고 네 말처럼 이젠 다른 생각 안 하고 공부만 할게.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잘 생각했어. 그리고 운동도 소홀히 하면 안 돼. 알지?”
“자식, 누가 보면 네가 내 형인 줄 알겠다. 알았어, 인마. 나도 운동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할 테니까 너도 라면 열심히 팔아.”
“알았어. 우리 열심히 하자고.”
이정우는 현성을 향해 씩 웃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제 딴에는 현성이 많이 걱정이 됐던 것이다.
현성은 사라지는 이정우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걸을 때면 다리에 힘이 없어 많이 불안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젠 꾸준한 운동 탓인지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이정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현성의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드리워져 있었다.
첫 시간은 국어 시간이었다.
“자, 누가 오늘 배울 데 읽어볼 사람?”
국어 선생의 말이 끝나자 교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늘 있는 일이라 전혀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그때였다.
누군가 손을 번쩍 들었다.
“어? 김일수 학생!”
국어 선생도 놀랐는지 목소리가 당연히 커졌다. 그러자 모든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동시에 누군가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와아아…….”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한 사람이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같은 반응이 나왔다.
“와아아아아아…….”
“김일수우우우우…….”
“이게 뭔 일이래…….”
반 분위기가 갑자기 이상해지자 국어 선생이 손을 휘저으며 말을 이었다.
“자자, 조용, 조용. 거기 김일수 학생 일어나서 오늘 배울 데 읽어 보도록.”
국어 선생이 간신히 분위기를 만들어 주자 김일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국어책을 펼쳤다.
“흠….”
자신도 긴장했는지 목부터 푸는 김일수였다.
김일수가 읽기 시작했다.
“글의 구성요소에는 먼저…….”
현성의 시선은 국어책이 아닌 김일수한테 갈 수밖에 없었다. 상상도 못 한 김일수의 행동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는 것인가.
얼마 전까지도 온갖 못된 짓은 다 하던 김일수다. 한마디로 망나니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김일수였는데…….
짝짝짝…….
김일수가 끝까지 다 읽자 갑자기 박수 소리가 들렸다. 반 친구들이 박수를 친 것이다. 그런데 그 분위기가 또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단지, 교과서를 읽었을 뿐인데 박수를 친다는 건 일반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경우다. 그런데 그 상황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건 누가 봐도 그 상황이 특수한 경우라는 걸 인정하는 셈이다.
지금의 이 상황이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변화.
김일수가 모든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틀을 깨고 나온 것이다.
그때 국어 선생의 말이 이어졌다.
“김일수 학생!”
“네.”
“박수를 받은 소감이 어떤가?”
국어 선생도 지금까지의 김일수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잘 알기에 묻는 것이다.
김일수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부끄럽습니다.”
“부끄럽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친구들 앞에서 설명해 줄 수 있겠는가?”
“그게 한마디로 표현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지나온 삶에 대한 부끄러움입니다.”
“부끄럽다는 얘기는 앞으로는 그렇게 살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겠는가?”
현성은 새삼 국어 선생의 행동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다. 어찌 보면 그저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상황을 그냥 넘어가지 않고 분위기를 리드하며 김일수가 친구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변화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그 마음에 한없이 고마웠다.
김일수의 짧은 대답이 이어졌다.
“네, 그렇습니다.”
“좋네. 굳이 내가 길게 얘기할 문제는 아닌 것 같고, 반 친구들이 박수를 쳤다는 얘기는 자네의 변화를 환영한다는 뜻일 걸세. 마지막으로 친구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가?”
“그동안 상처 준 친구들한테 미안하다는 말 꼭 전하고 싶습니다.”
김일수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국어 선생의 말이 이어졌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중요한 건 그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는 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진심 어린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는 건 기본이다.”
학생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국어 선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국어 선생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오늘 김일수 학생이 보여준 행동에 나는 충분히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건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보는데……, 그렇지 않은가?”
“……네.”
몇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앞으로 이 친구의 변화는 여러분이 직접 지켜보기 바란다. 아무쪼록 오늘 이 시간이 헛된 시간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란다.”
국어 선생의 말이 끝나자 김일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교단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반 친구들은 다시 한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물론, 평상시 수업 시간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국어 선생의 배려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만큼 김일수의 오늘 행동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뭔가가 있었다는 얘기다.
현성은 멀리서 김일수를 바라봤다.
오늘 아침에 등굣길에 보여줬던 그의 새로운 모습이 새삼 떠올랐다. 이유야 어찌 됐든 자신을 돌아보게 됐고, 그로 인해 나름 깨달음도 얻은 김일수다.
앞으로 그의 변화에 기대라도 하는 듯 현성은 한참 동안 김일수를 바라봤다.
국어 시간은 김일수의 활약(?)으로 모두가 함께하는 시간이 되었다. 늘 졸던 학생들마저도 오늘만큼은 잠을 자는 학생들이 없었다.
김일수의 변화가 가져온 2학년 2반의 또 다른 작은 변화였다.
***
모든 수업이 끝나고 종례 시간.
담임 신민호가 김일수를 호명했다.
“김일수.”
“네.”
“오늘 한 건 했다며?”
“…….”
머리를 긁적일 뿐 아무 말이 없는 김일수였다.
그러자 신민호가 다시 말했다.
“어쨌건 오늘 기분 좋다. 내가 지금까지 2학년 2반을 맡아오면서 오늘처럼 기분 좋은 날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종례는 여기까지. 주말 잘들 보내고 월요일에 보자. 이상!”
지금까지의 종례 시간 중 가장 짧은 종례 시간이었다.
신민호가 교실을 나가자 여기저기서 환호 소리가 들렸다. 단 1초라도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토요일 오후 학생들의 마음이었다.
잠시 후.
“빨리 가자.”
김일수가 현성에게 다가와 말했다.
“그래, 그나저나 토요일엔 손님이 얼마나 올지 모르겠다.”
“그러게 말이야. 나도 그게 궁금하다. 많이 와야 할 텐데…….”
마치 자신의 일처럼 걱정하는 김일수다.
그때 이정우가 두 사람 앞으로 다가오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