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67)
회귀해서 건물주-167화(167/740)
167
김일수가 전단지를 흔들며 말했다.
“이 전단지를 뿌린 시간이 언제인지 아십니까?”
“그거야 우리는 장사만 하고 있었으니까 모르지.”
“오늘 학교 수업이 끝난 직후였습니다. 일부러, 그것도 교문 앞에서. 그렇다면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글쎄 우리로선 무슨 말인지…….”
신명순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김일수를 바라봤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전단지를 받았을 겁니다. 그 말은 거의 모든 학생들은 상미식당에서 라면값을 내렸다는 걸 알았을 거라는 겁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신명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김일수가 다시 말을 이었다.
“오늘 점심때 여기는 아주 바빴죠?”
“그랬지. 화장실도 갈 시간이 없었으니까.”
“그게 이상하다는 겁니다. 분명히 학생들은 여기 오기 전에 전단지를 이미 받았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이곳으로 라면을 먹으러 왔다는 겁니다.”
그제야 신명순은 김일수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일수 학생의 말은 상미식당이 가격을 내린 걸 알면서도 학생들은 그쪽으로 가지 않고 여기로 왔다는 걸 얘기하고 싶은 거지?”
“네, 그렇습니다. 상식적으로 단순히 가격만 비교하자면 학생들은 그쪽으로 몰려갔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그러지 않았다는 거죠.”
“듣고 보니 이상하네. 그 이유가 뭘까?”
“저도 지금 그걸 모르겠다는 겁니다.”
김일수는 잠시 생각하더니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게 나도 이해가 안 가. 그래서 아까부터 생각했던 건데, 그 이유가…….”
현성이 말끝을 흐리자 듣고 있던 신명순이 바로 물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데요?”
“그게……, 제 생각으로는 매운맛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매운맛이요?”
“네, 제 생각엔 그거밖에 없어요.”
낮부터 줄곧 생각하던 거였다.
김일수의 말처럼 학생들은 이미 라면값이 차이가 나는 걸 알면서도 라면을 먹으러 왔다. 그 말은 라면값을 무시할 정도로 다른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신명순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물었다.
“정말 그럴까요?”
“어머니도 오늘 라면을 끓이면서 분명히 느꼈을 겁니다. 하루 만에 매운 라면을 찾는 학생들이 거의 배는 늘어난 걸 말입니다.”
“그건 그래요.”
신명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낮에 라면을 끓이면서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하루 만에 이게 가능한 건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앞으로도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게 사장님이 말했던 매운맛의 열풍이라는 겁니까?”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신명순이 다시 물었다.
“이렇게 되면 상미식당에서도 가만히 있을까요? 어떡하든 매운 라면을 끓이겠다고 덤벼들 텐데.”
“물론 그렇겠죠. 하지만 당분간은 매운맛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아직 하바네로라는 고추가 우리나라에 일반화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다행이고…….”
“그리고 설사 그 하바네로 고춧가루를 구한다고 하더라도 양념장을 만들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쓰는 그 양념장이 보기에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그거 만드는 게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현성의 말이 끝나자 신명순이 급히 관심을 보였다.
“참! 말이 나와서 말인데요, 그 양념장 만드는 방법은 사장님만 알고 계신 건가요?”
“네, 그건 제가 처음부터 말씀드렸지만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는 영업 비밀입니다.”
“그래서 신기하다는 겁니다. 그걸 어떻게 아셨는지…….”
“죄송하지만 그 문제는 저도 더 말씀드릴게 없습니다. 어머니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제 원칙인 만큼 그렇게 이해해 주세요.”
현성도 그 양념 비밀을 안건 전생에서 우연히 요리 방송 프로그램을 보다가 알게 됐던 거다. 평상시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백종운이 나오는 프로그램은 거의 빼놓지 않고 봤었다. 그러던 중 백종운이 레시피를 자세하게 얘기한 적이 있었고 그것을 기억했던 것이다.
신명순이 다시 말했다.
“상관없어요. 저는 그저 사장님이 그 양념을 만든다는 게 신기해서 물어봤을 뿐 다른 의도는 없어요. 장사만 잘되면 되니까.”
신명순의 말이 끝나자 김지숙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 문제는 처음부터 분명히 얘기했던 부분이라 이견이 없는 듯했다.
그때 김지숙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그럼 우린 이번 가격 인하에 대해서는 별도로 대응할 게 없다는 얘기네요?”
“네, 아마도 지금 저쪽에서는 황당해할 겁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가격이 절대적 기준이 아니란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고요.”
“무조건 싼 게 좋은 건 아니란 거지요?”
“제 생각엔 그렇습니다. 물론 싸면 좋겠지만 손님들이 원하는 건 무조건 싸기보다는 적정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음식을 먹고 짜증이 나는 경우는 가격에 비해 음식의 질이 현저히 떨어졌을 때다.
반면, 음식값이 다소 비싸다고 하더라도 그 값만큼 질적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만 있다면 그것을 가지고 뭐라 할 사람은 없다.
그건 전생에서 살아오면서 수없이 경험했던 일이다.
결국, 음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그 질에 맞는 적정가격이지 단순히 싼 가격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지숙이 다시 물었다.
“적정가격이요?”
“네, 삼영라면이나 안숑탕면이면 250원이 아니라 200원을 받아도 됩니다. 하지만 씬라면의 경우는 원가가 비싸기 때문에 그 가격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일반 손님들도 알 거란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 같은 일이 벌어졌을 겁니다.”
“손님들이 알아서 그 가격을 인정했다는 얘기네요?”
“그렇지요. 아무리 어린 학생들이지만 무조건 싸다고 해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그걸 오늘 학생들이 증명해준 셈인 거죠.”
현성의 말이 끝나자 김지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신명순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렇게 되면 그 연놈들만 바보짓 한 셈이 되는 거네요?”
“아마도 지금쯤이면 후회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내린 가격을 바로 올릴 수도 없을 테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겁니다.”
“호호…, 아우! 꼬셔라!”
신명순은 대놓고 좋아하고 있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지숙이 신명순을 보며 말했다.
“언니, 그렇게도 좋아?”
“좋고말고. 내가 그 인간들한테 당한 생각을 하면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아.”
신명순의 입에서 거친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10년을 고생했던 자리에서 권리금 한 푼 못 받고 쫓겨났으니…….
현성은 신명순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마음을 대신했다.
잠시 후,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리고 월요일부터 아침에 밥을 할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밥이요?”
신명순은 의외라는 듯 현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 아침에 밥을 안 먹고 오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은 거 같더라고요.”
“오늘 아침에 보니까 그렇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한 건데 라면만 가지고는 아침이 부족할 거 같아서요. 아예 밥을 주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하긴 그 나이 때에 라면 하나 가지고는 부족하기야 하겠지요. 밥을 주면 학생들이야 좋아하겠지만 그만큼 라면은 덜 팔릴 거 같은데요?”
“물론입니다.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 말씀은…….”
신명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현성의 말대로라면 라면이 덜 팔릴 걸 알면서도 밥을 주겠다는 얘기다. 더 팔아도 모자랄 판에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그럴 필요가 있겠나 싶었다.
그때 현성이 다시 말했다.
“아침이라도 제대로 먹였으면 해서요.”
“네? 제대로요?”
“네, 하루의 시작이잖아요. 든든하게 아침이라도 먹이고 싶습니다.”
신명순은 현성을 바라봤다.
지금 현성이 말하는 건 부모의 마음과 같은 그런 마음이 아닌가. 자식을 키우고 있는 자신조차 그런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저 하나라도 더 팔 욕심뿐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사장님 말씀은 학생들한테 든든한 아침을 먹이고 싶다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아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엄마인 저도 그런 생각을 못 했는데…….”
“사실 오늘 아침에 많은 학생들이 라면을 먹는 걸 보고 짠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침 첫차가 너무 이르다 보니 아침도 제대로 못 먹고…….”
현성의 말이 길어졌다.
말은 길었지만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하나였다. 아침 못 먹고 오는 학생들을 위해 따뜻한 밥이라도 주자는 거였다.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신명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결국, 사장님 말씀은 내 아들딸처럼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인 거네요?”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고요, 그렇게 해야 제 마음이 편할 거 같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았어요. 그건 그렇고 밥값은 얼마로 받으실 생각이십니까?”
“그런 거 없는데요. 돈 받고 팔 거면 처음부터 얘기도 안 꺼냈을 겁니다.”
“네에?”
신명순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그도 그럴 것이 현성은 지금 공짜로 밥을 주겠다고 하지 않는가.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신명순이 바로 물었다.
“그게 말이 됩니까?”
“안 될 것도 없어요. 저도 계산해 봤는데 밑지는 장사는 아닙니다. 그리고 아침에 한해서만 밥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합니다.”
“그래도 그렇지…….”
신명순으로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물론 아침에 한정해서 공깃밥을 준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5, 60개는 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시간이 지나면 그 이상도 가능할 것이다.
소문은 금방 퍼질 것이고 어쩌면 100개까지도 늘어날 수가 있다. 금액으로 따지자면 공깃밥 한 그릇에 100원씩만 잡아도 최소 오천 원에서 최대 만 원이 될 수도 있다.
테이블 회전율이 두 번만 돌아도 가능한 금액이다.
현성은 지금 그 금액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신명순은 현성을 보며 말했다.
“포기하기엔 금액이 너무 큰데요, 사장님.”
“얼마 정도 나오는데요?”
“최소 오천 원에서 많게는 만 원입니다. 그걸 지금 그냥 포기하겠다는 겁니까?”
“아마도 계산이 잘 못 되었을 겁니다. 어머니는 지금 한 그릇에 100원을 계산하셨지요?”
신명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판매 금액이 아닌 원가로 계산하셔야지요. 그렇게 되면 그 금액이 많이 줄 겁니다. 아마 한 그릇당 대충 3, 40원 정도 잡으면 될 겁니다.”
“아, 그런가요?”
“네, 그렇습니다. 물론 그렇게 잡아도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그 정도는 우리가 감수할 정도는 됩니다. 대신 모르긴 몰라도 학생들은 분명히 늘어날 겁니다.”
“아, 네, 아무래도…….”
신명순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학생들이 늘 것이란 건 자신도 조금 전에 생각했던 부분이다.
라면에 밥까지 준다면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300원이라는 가격이라면 가성비로는 최고일 수밖에 없다.
그때 조용히 듣고 있던 김지숙이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되면 상황이 뒤바뀐 거 맞지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그렇잖아요. 상미식당에선 라면에 밥까지 먹게 되면 350원이 되잖아요. 공깃밥이 100원이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 식당은 300원이면 되니까 결과론적으론 우리가 50원 더 싼 결과가 된 거잖아요.”
“그게 또 그렇게 되는군요. 거기까지는 생각 못 했는데 재밌게 됐네요. 하하…….”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되면 오상철의 반응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현성이 공깃밥을 무료로 줌으로써 라면 가격은 상대적으로 오상철이 비싸졌다. 현성과 금액을 맞추려면 오상철의 경우 공깃밥값을 50원 내려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오상철은 그럴 수 없을 거란 거다.
왜냐하면, 단순하게 50원 내려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