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68)
회귀해서 건물주-168화(168/740)
168
그날 저녁.
“뭐라고?”
“저도 조금 전에 그 여자한테 연락을 받았는데, 글쎄 월요일 아침부터는 공깃밥을 공짜로 준답니다.”
“공짜로?”
“네. 그렇습니다.”
오상철의 인상이 일그러지는 순간이었다.
잠시 생각을 하던 오상철이 최민성을 보며 다시 말했다.
“아니, 그 자식 미친 거 아니야?”“그러게 말입니다. 밥을 공짜로 주다니……,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골치 아프네. 따라 하자니 답이 안 나오고, 그렇다고 무시하자니 손님들이 신경 쓰이고, 이 일을 어찌해야 할지…….”
오상철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문제는 학생들의 반응이다.
라면 가격을 내려 봤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거의 없었다. 처음 라면값을 내릴 때만 하더라도 당연히 학생들이 움직일 줄 알았다. 학생의 입장에서 50원이라는 금액이 절대 적은 금액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결과는 그 반대였다. 학생들의 반응은 요지부동이었다. 아니, 오히려 쏠림 현상은 더 심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일이었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상대방이 움직인 것이다. 그런데 상대가 들고나온 수가 단순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 하자니 답이 안 나오고, 무시하자니 신경이 쓰이고.
그때 최민성이 물었다.
“형님, 어떡하실 겁니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으로선 방법이 없어. 그렇다고 오늘 가격을 내렸는데 거기다 밥까지 공짜로 줄 수도 없는 문제잖아.”
“그렇긴 한데……, 괜찮을까요?”
“일단은 좀 더 두고 보자고. 그리고 지금 중요한 건 그것보다도 왜 학생들이 가격에 요지부동이었는지 그것부터 알아내는 게 급선무야.”
“아, 그렇군요.”
최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오상철이 다시 물었다.
“뭐 생각나는 거 없나?”
“그렇지 않아도 조금 전에 전화 받으면서 들은 얘기가 있습니다.”
“김지숙이란 그 여자한테 말인가?”
“네, 역시 돈이 좋긴 좋은가 봅니다. 돈을 조금 더 준다고 했더니 이젠 알아서 그쪽 정보를 넘기고 있습니다. 흐흐…….”
최민성은 이빨을 드러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오상철이 말했다.
“적당히 알아서 잘해.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니까 적당히 써먹다가 알아서 날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필요한 정보만 다 나오면 그날로 끝일 테니까요.”
“알았어. 그건 그렇고, 그 여자가 뭐래?”
“그쪽에선 매운맛 때문이라고 분석을 했다고 하던데요.”
“매운맛?”
오상철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최민성이 다시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음식에 있어서도 매운맛 열풍이 불 거라고 했답니다.”
“그 꼬맹이가 말인가?”
“네, 그러면서 이번에 학생들이 여기로 오지 않은 이유도 자신이 만든 매운 양념 때문일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답니다.”
“매운맛 열풍이라…….”
오상철은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러자 최민성이 말했다.
“근데 형님은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나도 솔직히 이해가 안 가. 무슨 얼어 죽을 갑자기 매운맛 열풍?”
“그러게 말입니다.”
두 사람은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때 오상철이 다시 물었다.
“그 여자는 그 매운 라면을 먹어봤다고 하던가?”
“네, 먹어봤는데 자기는 너무 맵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중요한 건 학생들이 좋아한다는 겁니다. 오늘은 주문량의 50%가 매운 라면이었답니다.”
“뭐? 그 말은…….”
오상철은 깜짝 놀랐다.
조금 전까지도 긴가민가했다. 그런데 지금 저 말대로라면 진짜 매운맛을 학생들이 좋아한다는 말이 아닌가.
이렇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오상철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 매운맛이란 게 도대체 뭐야?”
“혹시 하바네로라고 들어보셨습니까?”
“하바네로? 그건 또 뭐야?”
“고추 이름이랍니다. 멕시코산이라고 하던데, 저도 처음 들어봤습니다.”
오상철은 궁금하다는 듯 최민성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지금 그 매운맛을 내는 게 멕시코산 하바네로라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그 고추가 도대체 뭔데 이 난리를 친단 말이야?”
“일반 청양고추보다 열 배는 더 맵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의하라고 메뉴판에 경고 문구까지 적혀 있다고 합니다.”
여전히 어리둥절한 오상철이었다.
그때 최민성이 다시 말했다.
“근데 중요한 건 그 매운맛에 중독이라도 된 듯 점점 더 그 맛을 찾는 학생들이 늘어난다는 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를 못 하겠구먼.”
“결국, 이해의 문제가 아니란 얘기 아니겠습니까? 우리도 모르게 그 꼬맹이 말처럼 매운맛 열풍이 시작됐는지 모르겠습니다.”
“허……!”
오상철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잠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이 없던 최민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어찌할까요? 우리도 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비?”
“이대로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기는 한데…….”오상철은 뭐가 아쉬운지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최민성이 바로 물었다.
“뭐 걸리는 거라도 있습니까?”
“그 꼬맹이 말이야.”
“꼬맹이가 왜요?”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해서 말이야. 도대체 어떻게 미리 알고 처음부터 매운 라면을 선택했는지 그게 이해가 안 된단 말이야.”
“그거야 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중요한 건 우리도 빨리 대비를 해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겠지…….”
“제가 최대한 빨리 그 하바네로라는 고추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상철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밖으로 나가려던 최민성이 갑자기 오상철을 불렀다.
“참! 형님.”
“왜? 무슨 할 말이라도 남은 거야?”
“그 꼬맹이 오늘 매출이 얼만지 아십니까?”
오상철은 눈을 크게 뜨고는 최민성을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다른 얘기 하다가 그 얘기가 빠졌구먼. 그래 오늘은 얼마나 올랐다고 하던가?”
“칠 만 원이 넘었다고 합니다. 오늘은 글쎄 장날이라고 마을 이장을 비롯해서 동네 사람들까지 다녀갔다고 합니다.”
“아니, 그 꼬맹이가 뭔데 이장까지 거기를 왔다 간단 말인가?”
“글쎄 말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진짜 도깨비 같은 놈입니다.”
“그나저나 칠 만 원이라니…….”
오상철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만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 어이가 없긴 최민성도 마찬가지인 듯 그의 입에선 한숨만이 흘러나왔다.
그 시각.
영업을 마치고 가게를 나온 현성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벼웠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일반 손님들이 30명 이상이나 가게를 찾아줬기 때문이다. 상권 특성상 주가 학생들이다 보니 어떡하든 일반 손님들을 늘리는 게 앞으로 장사하는 데 있어 꼭 풀어야 할 숙제였다.
물론 부족한 숫자이지만 자신감을 갖기에는 절대 작은 숫자가 아니었다.
골목을 벗어난 현성은 서인혜의 집으로 방향을 잡았다. 아침에 서인혜가 집으로 초대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일까?’
아침에 서인혜의 행동은 분명히 평상시의 모습과는 달랐다.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하던 표정이었다.
20분쯤 걸었을까.
서인혜의 집 앞에 거의 도착했을 때였다.
“오빠.”
대문 앞에서 기다리던 서인혜가 현성을 보자 쪼르륵 달려 나왔다.
“어? 인혜야. 미리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응, 시간 보니까 거의 올 시간이 됐길래 미리 나와 있었지. 근데 그건 뭐야?”
서인혜는 현성이 들고 있는 봉지를 가리키며 물었다.
“삼겹살, 아침에 보니까 인혜가 힘도 없고 그렇기에 이거라도 먹으면 좀 괜찮아질까 하고.”
“오빠도 참……, 하여간 못 말린다니까.”
“기분 안 좋을 땐 고기가 최고야. 얼른 들어가자.”
서인혜가 앞서고 현성이 그 뒤를 따랐다.
집에 들어가자 서인혜의 어머니인 이세희가 현성을 반겼다.
“어서 와, 현성 학생.”
“안녕하셨어요? 아주머닌 언제 봬도 고우십니다.”“호호, 별소릴…….”
이세희는 부끄럽다는 듯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러자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서인혜가 피식 웃었다.
“엄마는 그냥 인사치레로 한 말을 가지고 뭘 또 그렇게 좋아하고 그래?”
“얘는 내가 언제 좋아했다고…….”
이세희는 눈을 흘기며 서인혜를 바라봤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성이 한 소릴 더 보탰다.
“아주머니, 저 절대로 인사치레 아닙니다. 진짜 고우니까 곱다고 한 겁니다.”
“호호…, 그만해. 자꾸 그러면 인혜 입에서 또 무슨 말이 나올지 몰라. 괜히 자꾸 사람 부끄럽게 하지 말고.”
이세희는 여전히 부끄럼을 탔다.
그러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서인혜는 빙긋 웃고 말았다. 그리곤 조금 전에 현성한테 건네받은 봉지를 내밀었다.
“엄마, 이거 삼겹살이래. 오빠가 사 온 거야.”
“삼겹살? 아니, 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이런 걸 사 오고 그래?”
이세희는 현성을 슬쩍 바라봤다.
삼겹살.
물론 별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들고 온 사람이 고2 학생이라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그 나이에 남의 집에 오면서 뭔가를 사 들고 온다는 자체가 기본 이상은 된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현성을 바라보는 이세희의 눈빛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때 서인혜가 입을 열었다.
“요즘 오빠 잘나가잖아. 장사 잘된다고 친구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해.”
“아, 참! 현성 학생 라면 가게 시작했다고 했지? 내가 정신이 없어서 물어보지도 못했네. 장사는 좀 어때?”
이세희는 현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현성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 이제 이틀밖에 안 돼 잘 모르겠지만 다행히도 시작은 괜찮습니다. 최소한 이번 달은 지켜봐야 알 거 같습니다.”
“그래도 시작이 괜찮다니 다행이네. 난 솔직히 인혜한테 처음 장사한다는 얘기를 듣고 믿어지지 않았다네.”
“다들 그렇게 말씀들 하십니다. 저도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고요.”
“어찌 됐건 대단해. 그리고 이왕 시작했으니 꼭 잘됐으면 좋겠네.”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언제 시간 나시면 한번 나오십시오. 비록 라면이긴 하지만 맛있게 끓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세희는 현성의 말에 미소로 화답을 했다. 그리곤 손으로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 이제 방으로 들어가지. 저녁 준비는 이미 다 됐으니까 얼른 들어가서 저녁 먹자고.”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