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7)
회귀해서 건물주-17화(17/740)
“얘가, 무슨 소리야? 난 멀쩡하다니까. 조금만 기다려.”
어머니는 막무가내였다.
그런데 부엌으로 들어가려던 어머니는 현성의 얼굴을 보며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현성아, 잠깐만……, 얼굴이 왜 이래?”
“왜요?”
“얼굴이 변했어.”
“어머니도 참, 그래 봤자 한 달도 안 됐는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러자 어머니는 아버지를 보며 말했다.
“현성이 아버지, 우리 현성이 얼굴이 이상해요.”
“얼굴이 왜?”
아버지는 그 말과 함께 현성의 얼굴을 바라봤다. 유심히 바라보던 아버지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현성에게 바짝 다가갔다.
그러자 현성은 뒤로 주춤 물러났다.
“아버지, 왜 이러세요?”
“가만히 있어 봐.”
아버지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허! 참……, 별일이네.”
“왜요? 뭐가 잘못됐어요?”
아버지는 대답 대신 고개만 좌우로 저을 뿐이었다.
이제 궁금한 건 현성 자신이었다.
도대체 얼굴이 어떻게 변했기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저러시는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그것도 오래된 것도 아니고 그래봤자 채 20일도 지나지 않은 기간인데 말이다.
처음엔 그저 놀리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러기엔 아버지나 어머니의 표정이 너무 이상할 정도로 심각해 보였다.
그렇다면 확인해보면 될 터.
현성은 벌떡 일어났다. 벽에 걸린 거울을 보기 위함이었다.
“어?”
진짜 얼굴이 변했다. 현성은 어려서부터 얼굴빛이 검은 편이었다. 나중에 성인이 된 후에도 조금 나아지기는 했으나 별반 차이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예민한 학창시절엔 항상 콤플렉스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지금 거울 속의 얼굴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혹시?’
아무리 생각해도 그거밖에 없다. 산삼 먹은 거 밖에.
이틀이나 기절해 있었다. 그 정도로 약성이 강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산삼의 성분에 피부 색깔을 바꾸는 게 있다는 건가.
아직까지 살면서 산삼에 그런 효능이 있다는 것은 들어보질 못했다.
히죽.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중요한 건 산삼의 성분이 아니라, 현재 자신의 얼굴빛이란 생각이 들자 웃음이 저절로 나왔던 것이다. 아무러면 어떤가 말이다.
현성은 마루에서 내려와 어머니 아버지 앞으로 다가갔다.
“오래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네요.”
“뭐?”
“하하, 말이 그렇다고요.”
회귀해서 얼굴빛이 변했다? 생각할수록 웃음밖에 안 나왔다.
아버지 어머니는 신기한 듯 현성의 얼굴을 몇 번씩이나 만져보고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그건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얼굴도 얼굴이지만 현성이 의아한 건 또 있었다.
바로 산삼에 대한 부모님의 기대였다.
가장 먼저 물어볼 줄 알았다. 그런데 얼굴이 이상하네 마네 하면서 정작 산삼에 대해서는 아무런 질문도 없다는 것이다.
산삼은 아예 포기를 했던 것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기대가 없었거나, 하여간 언뜻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현성은 어머니를 보며 물었다.
“어머니, 산삼은 안 궁금해요?”
“아! 맞다.”
“전 분명히 산삼 캔다고 갔었는데요.”
“그러고 보니 산삼은 까맣게 잊고 있었네. 자식이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는데 그게 생각났겠니?”
아!
그런 거였다. 산삼은 현성 다음 이었던 것이다.
현성은 아무 말도 안 하고 그저 어머니와 아버지를 잠깐 바라봤다.
그때 어머니가 현성을 보며 슬쩍 물었다.
“그래서, 캤어?”
“네 캤지요.”
“정말?”
“그럼요, 보여드릴게요.”
나이를 먹어도 어쩔 수 없었다. 빨리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배낭을 열었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말이 빨랐다.
“밥부터 먹고.”
“네?”
현성은 순간 뭔가 싶었다. 도라지도 아니고 더덕도 아니다. 그 귀한 산삼이다. 산삼이란 말이다. 후순위로 물러날 게 아니란 거다,
그런데?
그때 아버지가 어머니를 보며 눈짓을 했다.
그러자 어머니도 고개를 끄덕이며 얼른 부엌으로 사라졌다.
현성은 이게 뭔가 싶었다. 그렇다고 이 상황에 배낭을 열고 산삼을 꺼내 자랑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이게 아닌데…….
그때 부엌에서 찌개 냄새가 솔솔 마루로 풍겨 나왔다.
꼬르륵.
‘그래, 밥부터 먹자.’
어차피 배낭 속의 산삼이 발이 달려 도망갈 것도 아니니 말이다.
현성은 피식 웃으며 부엌으로 향했다. 지금까지는 밥 생각도 없었는데 찌개 냄새에 바로 반응하는 자신이 웃겼기 때문이다.
현성이 부엌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어머니 저 왔습니다.”
“밥상 들어주려고? 이렇게 고마울 때가 있나, 아들 고마워.”
“아니 무슨 밥상 하나에 또 이렇게 감동을 하시고 그러십니까?”
“처음이니까….”
어머니의 말에 현성은 일순 할 말이 없었다.
그랬구나. 그러고 보니 밥상도 한 번 들어본 적이 없는 현성이었던 것이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현성은 배낭 속에서 산삼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어머니와 아버지.
“현성아!”
“김현성!”
어머니와 아버지는 현성이 꺼내놓은 산삼을 보며 입이 딱 벌어졌다. 한두 뿌리도 아니고 자그마치 여섯 뿌리다.
그럼 그렇지, 이게 당연한 반응이었다.
현성은 그제야 어깨에 힘이 조금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때 갑자기 어머니의 목소리가 커졌다.
“왜 진작 안 보여줬어?”
“네?”
이건 또 무슨 소린지?
현성은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다. 분명 밥 먹기 전에 산삼 캤다고 얘기를 했었다. 그때는 싹 무시하고 이제 와서 왜 안 보여줬냐고?
잠깐, 그러고 보니 밥부터 먹자고 했던 사람은 따로 있었다.
현성은 아버지를 바라봤다.
“아버지.”
“……왜?”
산삼에 빠진 아버지는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도 그저 대충 할 뿐이었다.
“뭐라고 할 말 없으세요?”
“무슨 말?”“허! 아…, 아닙니다. 그냥 더 구경하세요.”
현성은 말하기를 포기했다. 이미 온 정신이 산삼에 팔린 아버지는 아무 말도 안 들리는 듯했다.
분명 밥부터 먹으라고 한 사람은 아버지였는데 말이다.
아까는 무슨 마음이고, 지금은 또 무슨 마음인지…….
대충 예상은 갔다.
현성이 진짜로 산삼을 캐 오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현성이 캤다고 하니 어디서 작은 삼 한 뿌리를 캐온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열어보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니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리라.
현성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며 피식 웃고 말았다.
얼마 후.
현성은 삼삼 중에 가장 큰 산삼 두 뿌리를 골랐다.
“이거 한 뿌리씩 드세요.”
“뭐라고?”
“저는 이미 산에서 하나 먹었습니다.”
“뭐?”
아버지 어머니는 아무 말도 못 하고 현성을 바라보기만 했다. 마치 제정신이 아닌 사람을 쳐다보는 듯했다.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부분이다. 현성도 솔직히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생의 기억대로라면 여덟 뿌리가 있어야 했다.
그런데 막상 다 캐고 보니 여섯 뿌리였다. 물론 시간적 차이가 있으니 숫자에 차이가 있으리라고는 예상했지만, 이렇게 두 뿌리씩이나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
처음 산에 올라갈 때만 하더라도 무조건 아버지 어머니부터 한 뿌리씩 드시게 할 작정이었다.
그런데 막상 예상이 빗나가자 욕심이 생겼다.
빚 갚고, 남은 거로 뭔가를 시작하기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게 뭔지를 생각하자, 답은 바로 나왔다.
가족!
우선순위에 ‘가족’이란 두 글자를 올려놓으니, 고민은 순식간에 정리가 되었다.
돈?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으로선 가족이 우선이었던 것이다.
끄응!
산삼 한 뿌리씩을 들고 고민에 빠진 두 사람.
어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 귀한 걸 우리가 어떻게 먹니?”
“귀하니까 드셔야지요.”
“현성 아버지, 이거 어떻게 해요?”
결국, 어머니는 공을 아버지한테 넘기고 말았다. 아버지의 표정에서도 곤란해 하는 모습이 역력히 들어났다.
“허!”
아버지는 입에서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걸 어찌 먹는단 말인가?
그 어린 게 빚 갚겠다고 산속을 헤매면서 찾아낸 산삼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거의 20여일을 말이다.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그 어린 게 그동안 산속을 얼마나 돌아다녔을지 생각하면 말은 못 했지만,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먹으란다고 냉큼 받아먹는다는 건, 사람으로선 도저히 할 짓이 아니었다. 그것도 부모라는 사람이 말이다.
아버지는 결심한 듯 어머니의 산삼까지 함께 현성 앞에 다시 내려놨다.
“현성아, 마음만 받으마. 이건 도저히 아닌 것 같다.”
“그 그래, 현성아 우리가 그걸 어떻게…….”
옆에서 어머니도 마음을 보탰다.
현성도 안다. 아버지 어머니가 왜 그러는지.
왜 모르겠는가. 그래서 그 마음이 더 고맙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현성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잠깐 바라보다 무슨 생각인지 씨익 웃었다. 그러자 두 사람도 멋쩍은 듯 빙긋 웃었다.
그때였다.
툭! 툭!
“혀 현성아!”
“김현성!”
아버지와 어머니의 입에선 거의 동시에 돌고래 소리가 터져 나왔다.
현성의 손엔 노두(蘆頭)와 몸통이 분리된 산삼 두 뿌리가 들려있었다. 이렇게 안 하면 결코 두 사람은 산삼을 먹지 않을 것이라는 게 현성의 판단이었다.
전생에서 아버지도 그렇고 어머니까지도 아쉬움만 남긴 채 하늘나라로 보내드렸다. 나중에 아무리 가슴 아파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할 수 있을 때, 하는 게 맞다.
괜히 나중에 제사상 앞에서 통곡해봐야 자기 면피를 위한 몸부림밖에 안 된다.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는 법, 다시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척.
현성은 아버지와 어머니한테 산삼 한 뿌리씩을 다시 건넸다.
“이젠 마음 편하게 드시면 됩니다.”
“참,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여전히 아버지는 불편한 기색이 남아 있는 듯 보였다. 자꾸 말하면 오히려 더 불편할 듯싶어 현성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풉!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어머니 뭐 하세요?”
“응? 이거 혹시 붙이면 붙나 하고, 이게 돈이 얼마짜린데…….”
어머니는 부러진 노두를 산삼 몸통에 붙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아버지.
“붕대로 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