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70)
회귀해서 건물주-170화(170/740)
170
이세희의 설명이 끝나자 현성은 바로 물었다.
“아니, 아주머니가 아저씨를 처음 만난 것도 중3이었단 말씀입니까?”
“그래.”
“아저씨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고요?”
“그렇다니까.”
현성은 이세희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학창 시절에 만났고, 이세희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에 결혼식을 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 해에 아저씨는 군대에 바로 갔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지금 서인혜와 현성의 나이와 똑같은 시기에 두 사람은 만난 것이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그래서 지금 인혜가 아주머니처럼 될까 봐 저한테 이러시는 거고요?”
“딸은 엄마 팔자를 닮는다는 말이 있잖은가? 지금 인혜 하는 짓이 딱 나의 옛 모습을 보고 있는 거 같단 말이야.”
“아……, 그러셨군요.”
현성은 그제야 이세희가 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서까지 현성을 경계했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때 이세희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리고 여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보다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만나야 돼.”
“네?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내가 살아보니까 왜 그런지 알겠더라고.”
“그 말씀은 혹시 아주머니가…….”
이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먼저 쫓아다녔었거든. 처음엔 그런 거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살아보니까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알겠더라고.”
“그래서 지금 인혜와 저를…….”
“그래 맞아. 누가 그 엄마에 그 딸 아니랄까 봐 역시 내 예상대로 인혜 혼자 현성 학생을 쫓아다니는 거였어.”
“아니, 그렇다고…….”
“물론 현성 학생 입장에서는 황당하고 어이가 없겠지만 나로서는 어쩔 수 없었어. 내가 직접 겪은 일이라 누구보다도 잘 알아. 아마 나중에 어른이 돼서 나이를 더 먹으면 지금의 내 심정을 이해하는 날이 올 거야.”
휴우!
현성의 입에선 자신도 모르게 낮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처음엔 너무나 황당하기만 했었다. 누가 봐도 이제 고2인 학생 앞에서 할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세희의 얘기를 듣고 나니 그 생각이 달라졌다.
이세희의 결혼생활이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예상할 수 있는 건 그리 행복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자신의 삶을 딸이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면 어느 엄마가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현성은 이세희를 보며 말했다.
“제가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그 말은 지금 내 말을 알아들었다는 얘기네?”
“물론 저도 처음에 아무것도 몰랐을 때는 황당하기만 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학생인 저에게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아주머니의 말씀을 듣고 나니 다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네요.”
“고마워. 그렇게라도 이해를 해줘서.”
이세희의 표정이 조금 전보다는 안정을 찾은 듯했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제가 어떡하길 바라십니까?”
“만나지 마.”
“네?”
“다행히도 우리 인혜한데 아무런 감정도 없다니까 잘됐네. 그냥 깔끔하게 안 만나면 돼.”
이세희의 답변은 단호했다.
현성은 이세희를 힐끔 바라봤다.
물론,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대답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강하게 나올 줄은 미처 몰랐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인혜는요?”
“인혜도 시간이 지나면 금방 괜찮아질 거야.”
“진짜 그럴까요?”
“어차피 모든 건 시간이 약이야. 그러니까 학생은 내 말대로 우리 인혜하고 안 만나면 돼.”
여전히 단호한 이세희였다.
현성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물론 이세희의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는 동의 못 합니다.”
“뭐라고?”
“저는 아주머니의 말씀에 동의 못 하겠다는 말입니다. 인혜는 이제 중3입니다. 누가 봐도 가장 예민한 시기라는 겁니다. 그런 인혜한테 갑자기 이런 행동은 옳지 않습니다.”
“아니, 학생…….”
이세희는 현성을 바라볼 뿐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벌써 잊으신 건 아니죠?”
“……?”
“며칠 전에 있었던 일 말입니다. 학교 가는 문제로 가출을 했던 아이입니다. 그런 아이한테 지금 이건 아니지 않나요? 그 뒷감당을 어찌하시려고요?”
현성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이세희는 할 말이 없는지 현성을 바라볼 뿐이었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물론 아주머니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닌데 이런 방식은 아닙니다. 잘못했다가 인혜가 또 가출이라도 하면 어쩌실 겁니까?”
“그거야…….”
“안 한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이제 한참 예민한 아이라 진짜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말입니다.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는 법이거든요.”
현성으로선 인정할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못 보내준다는 말 한마디에 집을 나갔던 서인혜다. 진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민한 시기에 이런 식으로 사람의 관계를 끊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잠시 말이 없던 이세희가 입을 천천히 열었다.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는 법이라고?”
“이미 소용이 없다는 얘깁니다. 저는 사실 지난번에 인혜가 가출했을 때 혹시라도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십니까?”
“그거야 당연히 나도…….”
“물론 아주머니가 더 놀라셨겠지요? 그런데 그런 일을 또 감당하시겠다고요? 저는 못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주머니의 방식에 동의를 못 하겠다는 겁니다.”
이세희는 난감하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욕심이었던 걸까.
점점 자신의 예전 학창 시절을 보는 듯해서 마음이 불안했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현성과의 만남 자체를 차단시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처음엔 힘들더라도 나중엔 해결될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현성은 다른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서인혜의 돌발 행동.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미 얼마 전에 한 번 겪었던 일이다. 그날만 생각하면 지금도 놀란 가슴이 다시 뛰려 한다.
현성의 말처럼 또다시 그런 일이 없으란 법도 없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세희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했기 때문이다.
한동안 말이 없던 이세희가 천천히 고개를 들며 말했다.
“그땐 이미 늦다는 거지?”
“그렇죠.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인생은 진행형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진행형?”
“연습이 없다는 거죠.”
인생도 연습이 있다면 누구도 후회하거나 실수할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그래서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더 살아가는 맛이 있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그때 이세희가 물었다.
“지금 몇 살이지?”
“네? 새삼스럽게 그건 왜요?”
“아니, 아무리 봐도 고2 학생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닌 거 같아서 말이야.”
“아…, 네. 전 또 무슨 소린가 했습니다. 제가 그래서 가끔 애늙은이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헤헤…….”
현성은 가볍게 웃어넘겼다.
최소한 이세희보다 10년은 더 살아본 현성이다. 그래서인지 막냇동생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때 이세희가 다시 말했다.
“학생의 얘기를 듣고 보니 내 생각이 너무 짧았다는 생각이 드네. 그렇다면 우리 인혜를 어찌하면 좋을까?”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두십시오.”
“그냥?”
“네, 제가 볼 땐 인혜 같은 경우엔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게 제일 좋을 거 같습니다. 공부도 잘하고 자기 앞가림도 확실히 하는 녀석이라 오히려 건들면 비뚤어질 가능성이 더 많은 아이입니다.”
현성은 이어서 다시 말했다.
“그리고 아주머니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그런 일이란 건 우리 인혜와 학생이 사귈 일은 없다는 말로 들리는데, 내 생각이 맞는 거야?”
“네, 그렇습니다.”
“그걸 어떻게 확신해? 사람의 일이라는 게 모르는 일이잖아. 특히 남녀 관계에선 말이야.”
현성이 회귀한 줄 모르는 이세희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렇다고 현성으로서도 더 이상은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믿고 안 믿고는 아주머니 자유이겠지만 제가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거란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 말을 내가 어찌 믿느냐고?”
“저도 갑갑하네요. 그 이유를 설명 드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게.”
이세희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그 말은 우리 인혜와 사귈 수 없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는 얘기잖아?”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는 또 설명을 못 하겠다는 것이고?”
“네.”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갑갑하기는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회귀했다는 사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에게는 아내 윤지수가 있다는 사실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이 갑갑할 뿐이었다.
그때 김세희가 말했다.
“말해 봐.”
“네?”
“그 이유 말이야.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이 안 가는데 도대체 우리 인혜와 사귈 수 없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네.”
“아니요, 말 못 합니다. 말씀을 드려도 이해 못 하실 거고요. 그냥 그렇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현성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현성의 생각이었다.
이세희의 입장은 또 달랐다.
“이건 경우가 아니지. 처음부터 아예 말을 한 했으면 모를까, 이런 식으로 사람을 놀리면 안 되는 거지. 안 그래?”
“네?”
“사람을 놀려도 유분수지, 이건 아니야. 그럴 거면 처음부터 그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지. 말을 해놓고 이런 식의 마무리가 어디 있어? 이해를 하든 못 하든 그건 내 문제야, 일단 말해 봐.”
어째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갔다.
난감한 건 현성의 몫이었다.
이세희의 입장을 모르는 바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뭐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뭐해?”
이세희가 현성을 바라보며 한 번 더 다그쳤다.
그러자 금붕어가 입을 벌리듯 현성의 입이 뻐끔 열렸다.
“그게…….”
하지만 그게 다였다. 할 말이 없었다.
뭐라고 말하겠는가?
회귀했다고 말할 것인가, 아니면 아내 윤지수를 말할 것인가 말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현성의 사정인 거고 앞에 앉아있는 이세희는 갑갑해 미칠 지경이었다.
“그게 뭐? 뭔데 말을 못 해?”
“말이 안 되는 얘기니까요.”
“그러니까 그 말도 안 되는 얘기가 도대체 뭐냐고?”
이세희의 목소리가 커졌다.
갑자기 이세희 앞에서 쭈구리가 된 현성.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진짜 이럴 거야?”
“저 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