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71)
회귀해서 건물주-171화(171/740)
171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는 현성이었다.
말하는 순간 더 큰 난관에 부딪힐 생각을 하니 도저히 말이 안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현성의 마음을 알 수 없는 이세희로서는 갑갑해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처음엔 그저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현성이 말을 안 하자 그 궁금증은 더욱 커지기만 했다. 이젠 오기마저 생겼다.
그런 이세희의 입이 다시 열렸다.
“김현성!”
“제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 간절했다.
“김현성!”
“아, 알았어요. 그만 해요. 대신 이상한 소리 하기 없습니다.”
“알았으니까 얼른 말해 봐. 후…….”
마지막 한숨에서 이세희의 인내가 다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여기서 더 시간을 끌었다가는 진짜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를 판이었다.
현성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에겐 이미 아내가 있습니다.”
“…….”
“이름은 윤지수, 나이는 저보다 7살이 많습니다.”
“…….”
“…….”
두 사람은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잠시 후.
이세희가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현성을 불렀다.
“현성 학생.”
“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야? 아내라니……,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거 맞지?”
“역시 못 믿으시겠죠? 그래서 제가 처음부터 말씀 안 드리려고 했던 겁니다.”
당연한 얘기다.
고2짜리의 입에서 아내란 말이 나온다는 자체가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얘기였다. 그런데 거기서 한술 더 떠 7살이나 연상이라고 했으니 이세희의 반응은 당연한 거였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사실이라는 것.
현성은 인상 하나 안 바뀌고 다시 말했다.
“아주머니가 어떻게 생각하든 제 말은 사실입니다.”
“어른한테 이러는 거 아니네. 어느 정도 말이 되는 얘기를 해야지, 그러면 못쓰네!”
애써 감정을 억누르기라도 하듯 이세희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물론 이해하기 힘드시겠지만 이러는 저도 갑갑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이럴 텐가?”
“그래요, 그만두죠. 어차피 제가 아무리 얘기해도 안 믿으실 거니까.”
현성도 더는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처음부터 믿을 거란 기대도 없었다.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것이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현성은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려고?”
“가야지요. 어차피 더 있다가는 좋은 소리 나올 거 같지도 않고, 아주머니도 하실 말씀은 다 하신 거 같고요.”
현성이 자리에서 막 일어나려 할 때였다.
“그렇게 우리 인혜가 싫은가?”
이세희의 입에서 이상한 말이 나왔다.
현성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이 왜 나오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렇지 않은가, 얼마나 인혜가 싫었으면 말도 안 되는 거짓말까지 하면서 그렇게 말하겠는가 말이야.”
“지금 그 말씀은…….”
“내가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올 정도네. 그리고 솔직히 자존심도 상하고…….”
이세희의 입장에서는 황당 그 자체였다.
아무리 자신의 딸내미가 싫어도 그렇지, 어떻게 고2짜리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아내라니, 그게 말이 되는가? 그리고 뭐 7살 연상?
생각할수록 황당하고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그때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아주머니, 뭔가 오해가 있으신 거 같은데요?”
“오해는 무슨 오해, 얼마나 싫었으면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까지 하느냔 말일세.”
“누가 누구를 싫어한다는 겁니까? 지금 제가 인혜를 싫어한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지 않은가?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런 말도 안 되는 황당한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허…….”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이런 식으로 오해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 했다. 그저 갑갑한 마음에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다.
이세희의 말이 이어졌다.
“왜, 내 말이 틀렸는가?”
“당연히 틀렸지요. 그건 진짜 오해입니다. 물론 제가 인혜에 대해서 이성적인 감정만 없는 것뿐이지 인혜를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엎어치나 매치나 그게 그거지, 다 말장난 아닌가 말이야?”
“…….”
현성은 황당해서 할 말이 없었다.
일이 이상하게 꼬이고 말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꼬인 상황을 풀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어쩐다?’
그때였다.
드르륵.
방문이 열리면서 서인혜가 들어왔다.
“엄마, 여기 콜라.”
“응, 그래.”
“근데 무슨 일 있었어? 표정이 왜 그래?”
이세희의 표정은 누가 봐도 ‘나 화났음’ 이런 분위기였다.
이세희는 콜라를 밥그릇에 따르더니 벌꺽벌꺽 마시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서인혜가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오빠, 무슨 일이야?”
“응? 무슨 일은……, 그런 거 없어.”
“근데 엄마 표정이 왜 이래?”
“어? 그, 그게…….”
현성이 말을 못 하자 옆에 있던 이세희가 서인혜를 보며 말했다.
“글쎄, 아내가 있단다.”
“뭐?”
“그것도 7살이나 많은 여자란다.”
이세희는 마치 어린아이가 이르듯이 서인혜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큭큭…….”
서인혜가 웃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현성은 서인혜를 바라봤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상황이 최소한 웃을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황당한 또 한 사람.
이세희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서인혜를 바라봤다.
그때 서인혜가 웃으며 말했다.
“엄마, 혹시 그 여자 이름이 윤지수 아니야?”
“어? 네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어?”
“맞구나? 난 또 무슨 소리라고…….”
서인혜는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녀의 표정이었다.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평온한 표정이었다.
그러자 이세희가 바로 물었다.
“뭐야 그 반응은?”
“난 이 얘기 벌써 오래전에 들었어?”
“누구한테?”
“누구긴 누구야, 오빠 동생인 지연이한테 들었지.”
이세희는 여전히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지연이가 그러더라고. 어느 날 꿈을 꿨다면서 미래의 아내를 만나기 위해 인천에 간다고 오빠가 그랬다는 거야.”
“꿈?”
“응, 꿈에서 미리 봤다는 거야.”
이세희는 더 황당했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꿈을 꿨다고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직접 간다는 게.
이세희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현성한테로 향했다.
“사실이야?”
현성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네.”
“꿈을 꾼 것도?”
“네, 모든 게 인혜가 말한 그대로입니다.”
“아니 무슨…….”
할 말이 없는 이세희였다.
도저히 말이 안 된다.
설사, 꿈을 꿨다고 치자.
말 그대로 꿈일 뿐이다. 그런데 그 꿈을 현실로 끌고 들어온다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세희는 다시 물었다.
“진짜 인천까지 갔단 말이지?”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이세희는 물으면서도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현성의 답변이 이어졌다.
“네, 물론입니다.”
“그래서?”
이세희는 자신도 모르게 다급한 마음에 바로 물었다.
“못 만났습니다.”
“못 만나…….”
이세희는 현성이 못 만났다고 하자 마음 한구석에서는 왠지 모를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때였다.
서인혜가 다시 웃기 시작했다.
“호호…….”
“왜 웃어?”
“웃기잖아. 지금 엄마는 오빠가 그 여자를 못 만났다고 하니까 아쉬워하고 있잖아. 도대체 뭘 기대하는 거야?”
“어? 내가 그랬나…….”
이세희는 그제야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그때 서인혜가 말했다.
“처음엔 나도 솔직히 기분이 이상했는데 그냥 무시하기로 했어. 어차피 꿈이라잖아. 꿈에서 뭔들 못 하겠어?”
“하긴…….”
“그런데 어쩌다가 그 얘기가 나왔어?”
“어? 그게…….”
이세희는 난감했다.
발단은 자신의 질문이었다.
인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말끝에 현성이 대답한 말이 아내가 있다는 말이었다.
그렇다고 지금 이 상황에서 자신이 먼저 현성한테 그런 질문을 했다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세희가 제대로 답변을 못 하자 서인혜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어차피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그만하고, 엄마한테 뭐 하나 물어도 돼?”
“나한테?”
“응, 오빠 앞에서 이런 거 묻는다는 게 좀 그렇지만 어차피 오빠와 연관된 문제니까 지금 이 자리에서 엄마한테 확인하려고.”
사뭇 진지한 서인혜였다.
그런 서인혜를 바라보는 이세희의 눈빛에선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졌다.
“뭔데?”
“며칠 전에 엄마가 나한테 그랬잖아. 오빠 만나지 말라고.”
“어? 그, 그랬지.”
순간 이세희는 당황스러웠다.
물론 자신이 한 말은 맞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당사자가 눈앞에 있는 상황에서 직접적으로 물어올지는 몰랐다.
“이유가 뭐야?”
“어? 이유…….”
“며칠 동안 나도 생각해 봤는데, 내 머리로는 이해가 안 돼. 오빠가 나쁜 사람도 아니고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요즘은 가게까지 하면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산다는 거 엄마도 잘 알잖아. 그런데 왜 만나지 말라는지 나는 도저히 모르겠어.”
“그게…….”
이세희는 할 말이 없었다. 서인혜가 말한 것이 하나도 틀린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걱정하는 건 다른 이유다.
여자는 자고로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 하나만 놓고 볼 때 현성은 나무랄 데는 한 곳도 없다.
문제는 그런 현성이 자신의 딸내미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여자로서 사랑 없는 삶이 얼마나 힘들고 삭막한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자신이다. 겪어봤기에 말리고 싶은 그런 마음인 것이다.
이세희의 말이 이어졌다.
“인혜야, 지금부터 엄마가 하는 얘기 잘 들어. 그러니까…….”
이세희는 지금까지 한 번도 꺼낸 적이 없던 자신의 얘기를 말하기 시작했다. 물론 조금 전에 현성한테도 대충 얘기했던 말이다.
이세희의 설명이 길어질수록 서인혜의 표정은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놀라기도 하고 가끔은 침울해하는 표정이었다.
“…… 그래서 엄마가 반대했던 거야.”
“…….”
이세희의 설명이 끝나자 서인혜는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깐.
서인혜가 입을 열었다.
“엄마.”
“응?”
“일단, 말하기 쉽지 않은 얘긴데 말해줘서 고마워.”
“솔직히 말하고 싶지 않았어. 나도 여잔데 창피한 얘기잖아. 하지만 네가 엄마를 따라오는 거 같아서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세희의 표정에서 서인혜를 얼마나 걱정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엄마!”
서인혜의 목소리에 조금 전보다 힘이 더 들어갔다.
“응, 말해.”
“물론, 엄마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엄마하고 달라.”
이세희는 서인혜를 바라보며 물었다.
“뭐가 다른데?”
“시대가 바뀌었어. 그때야 어땠는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내 생각은 다르다고. 엄만 내가 오빠를 왜 만난다고 생각해?”
“그거야 당연히 좋아서…….”
“맞아. 근데 그게 다야. 이제 내 나이 열여섯이야. 근데 뭐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 내가 지금 좋으면 됐지. 안 그래?”
서인혜의 답변에는 거침이 없었다.
그러자 이세희가 조용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