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73)
회귀해서 건물주-173화(173/740)
173
“고모!”
“어? 그래, 네가 어린 나이에 많이 힘들겠구나. 이게 다 어른들이 못나서 벌어진 일이다.”
김선영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현성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반면, 현성으로선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무엇보다도 기분이 나쁜 건 고모인 김선영의 말하는 태도였다.
전생에서도 항상 그런 식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무슨 말을 하든 듣지는 않고 무조건 자신의 고집대로 일방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한다는 것이다.
그땐 현성도 김선영의 압박감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조용히 듣기만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엄연히 다르다.
나이로만 따져도 김선영보다 10년 이상은 더 살았으니 말이다.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여전하시군요.”
“응? 뭐라고?”
“상대방 말이 여전히 안 들리시는 건가요? 아니면 안 들으시는 건가요?”
현성은 돌려 말하지 않았다. 예의를 지키겠다고 굳이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김선영의 동공이 잠시 흔들리는 듯했다.
“아니, 무슨 말이 그래?”
“상대방의 말도 한 번쯤은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니라고 하는데 왜 자꾸 본인 말만 하는 겁니까?”
“혀, 현성아.”
김선영은 황당 그 자체였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반응이었다. 그것도 한참 어린 조카의 입에서 나온 말치고는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리고 생각을 해보십시오. 세상에 어느 부모가 어린 자식한테 강제로 장사하라고 시키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 말은…….”
“네, 당연히 제가 원해서 한 일입니다. 아버지 어머니도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말리셨고요. 그런데 제가 우겨서 한 일이니까 더 이상은 아버지 어머니한테 뭐라고 하지 마세요.”
“…….”
현성의 말이 끝나자 김선영은 멋쩍은지 아무 말 없이 아버지를 바라봤다.
그러자 아버지가 말했다.
“그만해라. 고모도 다 걱정돼서 한 소리니까.”
그래도 끝까지 김선영을 챙기는 아버지였다.
현성도 굳이 길게 얘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단지, 아버지와 어머니를 무시하는 그 태도가 맘에 안 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했던 것이다.
현성은 아버지의 입장을 생각해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미우나 고우나 아버지의 유일한 핏줄이었기 때문이다.
방안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잠시 후, 김선영이 아버지를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
“그건 그렇고 요즘은 빚 없어?”
왜 그 말이 안 나오나 싶었다. 전생과 바뀐 것은 하나도 없었다. 전생에서도 김선영은 같은 말을 했었다. 그리곤 아버지가 무안할 정도로 잔소릴 해댔었다.
세월이 그렇게 지났음에도 그 기억만큼은 아직도 생생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건 아버지의 대답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다 갚았어.”
“오빠, 그게 무슨 소리야? 아직 가을 추수도 다 끝나지 않았는데…….”
김선영은 황당했다.
보통 가을 추수가 끝나야 빚도 어느 정도 갚는다. 그렇다고 모든 빚을 다 정리하는 것도 아니다. 급한 것부터 갚고 나머지는 이자만 갚고 원금은 다시 이월시킨다.
이게 보통 김선영이 알고 있는 농촌의 현실이었다.
그때 아버지가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
“현성이가 갚아 줬어.”
“현성이가?”
이건 또 무슨 소린가?
김선영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김선영이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자 아버지가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은 현성이가 산삼을 캤어.”
“아니, 그 귀하다는 산삼을?”
“응, 그것도 자그마치 여섯 뿌리나 캤지 뭐야.”
말하는 아버지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밝았다. 전생에 잔소리하던 김선영 앞에서 비굴할 정도로 머리를 조아리던 그런 아버지가 아니었다.
“그걸 팔아서 빚을 다 갚았다는 얘기지?”
“그걸 다 판 건 아니고 세 뿌리는 먹고 나머지 세 뿌리만.”
“아니, 그 귀한 산삼을 안 팔고 먹었단 말이야?”
김선영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만큼 놀랍다는 얘기였다.
반면, 아버지의 표정은 느긋했다.
“돈보다 귀한 게 건강이라며 우리를 챙기는데 어쩔 수 없더라고…….”
은근 자랑하는 듯한 아버지의 말투에 현성은 피식 웃었다.
그러자 김선영은 아쉽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쨌거나 현성이 덕분에 산삼도 먹고 빚도 다 갚을 수 있었어.”
아버지의 설명이 끝나자 김선영은 현성을 힐끔 바라봤다. 그리곤 슬쩍 물었다.
“아버지 말이 사실이야?”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운이 좋았습니다.”
“우리 현성이가 효자로구나. 아버지 빚도 다 갚아주고 장사도 하고 집안의 기둥이네.”
현성은 빙긋 웃었다. 전생과 비교해서 너무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생 같았으면 이 시간쯤이면 아버지와 어머니는 죄지은 것도 없으면서 김선영의 기세에 눌려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여유 있는 아버지, 그리고 그 옆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에서는 비굴함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뒤에 앉아있는 김지연의 얼굴에도 웃음이 만연했다.
그때 김선영이 김지연을 보며 물었다.
“지연이가 올해 중3이라고 했니?”
“네, 고모님.”
“그래 고등학교는 어디로 갈 참이냐?”
“전 이미 정했어요. 춘천여고 가기로. 오빠가 이미 학비하고 생활비도 다 줬는걸요.”
김지연은 어느 때보다도 밝은 표정이었다.
반면 김선영의 표정은 놀랍다는 듯 눈이 동그래졌다. 그리곤 아버지를 보며 물었다.
“지연이 말이 사실이야?”
“응, 그뿐만이 아니고 요기 집 앞에 있는 땅도 샀는데.”
“그러니까 지금 산삼 팔아서 빚도 갚고 지연이 학교도 보내고 땅까지 샀다는 말이지?”
“그렇다니까.”
아버지의 얼굴엔 웃음기가 가득했다.
전생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극과 극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사실을 아는 사람은 현성 혼자라는 것.
그런 현성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그때 어머니가 말했다.
“참! 고모 식사하셔야죠?”
“네, 언니. 얘기하다 보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잠깐만 기다려요, 금방 따끈따끈한 밥으로 준비할 테니까요.”
어머니가 자리에서 막 일어나려 할 때였다.
현성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고모, 제가 고모 드리려고 생고기로 목삼겹살을 사 왔거든요, 화롯불에 금방 구워드릴 테니까 잠깐만 기다리세요.”
“호호, 우리 현성이가 고모를 위해서 고기를 사 왔단 말이야?”
“그럼요, 고모가 많은 것도 아니고 단 한 분뿐인데 이 정도는 챙겨야지요.”
자고로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살아본 세월이 있는데 이 정도는 자연스럽게 립서비스 할 수 있는 현성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김선영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호호, 그래, 우리 조카 최고다, 고마워. 그럼 어디 우리 현성이 고기 굽는 실력 좀 볼까.”
“네, 고모니이이이임~”
쓰는 김에 콧소리도 좀 섞었다.
김선영은 2박 3일을 쉬다 삼척으로 돌아갔다. 전생에서 바로 다음 날 집으로 돌아간 거에 비하면 하루를 더 있다간 셈이다.
그 하루의 의미는 단순히 시간적인 개념이 아니라 그만큼 심적으로 평온했다는 의미일 터,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고모인 김선영까지 만족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 모든 게 회귀한 덕분이었다.
***
며칠 후.
현성의 예상은 적중했다. 아침에 밥을 공짜로 주자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고 아침 손님은 거의 100명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진풍경이 하나 생겼다.
“아침부터 이게 무슨 일이야?”
“아, 글쎄 라면을 먹겠다고 아침부터 줄을 선다고 하네.”
“아니 무슨 그 라면에는 금딱지라도 붙였는가? 무슨 아침부터 라면을…….”
“그게 아니고 밥을 공짜로 준다고 하더군. 300원에 라면하고 공깃밥까지 주니까 학생들이 줄을 서는 거지. 하여간 그 사장이 어린 학생이라는데 그러고도 뭐가 남는지 모르겠어.”
지나가는 사람들끼리 나눈 대화다.
그 걱정을 하는 사람은 또 있었다.
신명순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사장님, 밥값을 50원이라도 받는 게 어떻겠어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학생들은 물론이고 동네 사람들까지도 걱정을 하더라고요. 그러다 가게 접는 거 아니냐고?”
“하하,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다 계산기 두드려보고 내린 결정이니까요.”
신명순은 여전히 걱정스럽다는 표정이었다.
물론 라면값 원가가 다른 라면보다 비싸기 때문에 그런 걱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성의 생각은 달랐다.
밥을 안 줄 때 남는 수익은 한 그릇당 90원 정도가 남는다. 물론 그 또한 라면을 한 번에 대량으로 구매하기에 가능한 금액이다. 구매량의 20%를 추가로 주는 판촉 물량이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공깃밥을 무료로 줄 경우 수익은 50원 선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이게 꼭 줄어든 것만은 아니다. 수익이 준 만큼 총매출량은 늘어나기 때문에 전체적인 총 수익의 변화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장기로 봐서는 총 수익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지금은 100명이지만 조금만 더 늘어나도 총 수익은 오히려 더 많아지게 된다. 흔히 말하는 박리다매, 이익을 적게 보는 대신에 많이 파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며칠 만에 그게 검증이 됐다는 것이고.
현성은 신명순을 보며 다시 말했다.
“아마도 이번 주만 지나면 총 수익은 밥을 안 줄 때보다 더 많아질 겁니다.”
“정말인가요?”
“네, 분명 그럴 겁니다. 게다가 그뿐만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