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74)
회귀해서 건물주-174화(174/740)
174
“다른 게 또 있나요?”
당연하다. 현성이 노리는 건 광고 효과다.
사람이 많이 오면 많이 올수록 입소문은 퍼지게 돼 있다. 더군다나 학생들이 아닌가. 그만큼 친구들 사이에서 라면 가게 얘기가 나올 것이라는 거다.
“광고입니다.”
“아, 광고요…….”
신명순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그리고 제가 추가로 생각하는 건 분위기입니다.”
“분위기요?”
“기다리는 분위기요. 얼핏 생각하면 음식점에서 줄을 서서 기다린다는 자체가 짜증 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겁니다. 오히려 기다림 자체가 즐거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물론 그 시간이 너무 길면 안 되겠지만요.”
전생에서 TV로 수없이 봐왔던 장면이다. 맛집이라고 소문나면 30분은 기본이고 심지어는 한 시간 이상씩 기다리는 경우도 많이 봤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짜증을 내 거나 지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연출도 어느 정도는 있겠지만 대다수가 그 자체를 즐긴다는 것이다.
현성 역시 짜장면 한 그릇을 먹기 위해 30분 넘게 기다린 적이 있었다. 그때 느낀 기분이지만 기다림 자체가 행복이었다. 줄이 점점 줄어들 때 나도 이제 곧 먹을 수 있다고 느꼈던 행복감.
신명순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정말 그럴까요? 저는 아직 어디 음식점에 가서 줄은 서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요.”
“아마 틀림없이 그렇게 될 겁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건 그렇고 쓰레기 문제는 어떻게 할 겁니까?”
“그게 저도 골치 아픕니다. 아무래도 누군가 일부러 그러는 거 같은데 조만간에 밤을 새워서라도 범인을 잡아야 할 거 같습니다.”
오늘 새벽에도 쓰레기는 가게 앞에 쌓여 있었다. 그런데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날은 버리고 어느 날은 또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러 들키지 않으려고 머리를 쓴다는 얘기다.
그럴 경우 범인을 잡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볼 때 최소 3일 동안 연속으로 밤을 새운다면 그중에 하루는 걸릴 것이다.
‘잡히기만 해봐라.’
누군지 모르겠지만 반드시 잡고 말 것이다.
그때 신명순이 말했다.
“사장님 이제 학교 갈 시간인데요.”
“가야지요. 오늘 아침도 수고하셨고, 남은 시간도 수고해주세요. 저는 수업 마치고 오겠습니다. 아무래도 오늘 밤부터 3일 동안은 밤을 새워야 할 거 같습니다.”
“그러게요, 어떤 놈인지 모르겠지만 왜 그 짓거리를 하는지 모르겠네요. 하여간 오늘 밤부터 고생 좀 하시겠네요.”
그때 주방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던 김지숙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현성과 신명순은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가게를 나온 현성은 발걸음을 서둘렀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10분이나 늦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학생들 손님이 많았다는 얘기다.
그래서였을까.
걷는 발걸음에 힘이 넘쳤다.
골목을 막 벗어났을 때였다.
누군가 저만치에서 먼저 걸어가고 있었다. 물론 뒷모습만으로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지난번에 맹장 수술을 받은 이수혁이었다.
“수혁아.”
현성이 부르자 이수혁은 걷던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봤다.
“어, 현성아…….”
이수혁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요즘 들어 어디가 아픈지 유독 힘이 없어 보이는 녀석이다.
처음 맹장 수술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만 해도 친구들하고 친해지려고 노력하던 모습이 역력했었다. 그런데 어는 순간부터 예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간 듯한 모습이었다.
억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그냥 지켜보기만 했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선 그 정도의 차이가 좀 심해진 듯싶었다.
현성은 이수혁을 보며 물었다.
“야, 너 어디 아파?”
“아니.”
“근데 요즘 왜 이렇게 힘이 없어?”
“그냥…….”
만사가 귀찮다는 듯 말이 짧았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요즘 학교생활은 좀 어때?”
“솔직히 재미없다. 공부도 싫고 친구도 싫고. 모든 게 다 귀찮다. 사실 오늘도 학교 가기 싫어서 꾸물대다가 이제야 오는 거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너무 갑작스러웠다. 이수혁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리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이수혁이 누구인가.
학교에서만큼은 누구보다도 학교생활에 충실한 모범생이다. 공부도 반에서 2등이고 그의 아버지가 농협 조합장이다.
겉으로 봐서는 어느 것 하나 부러울 게 없는 그런 녀석이다.
전생에서도 항상 모범생이었던 그다. 그런 이수혁이 왜 이렇게…….
‘사춘기?’
현성의 머릿속에 순간 세 글자가 떠올랐다.
“야, 너 혹시 사춘기냐?”
“사춘기?”
“그래, 인마. 신체적으로는 이차 성징이 나타나며 정신적으로는 자아의식이 높아지면서 심신 양면으로 성숙기에 접어든다는 사춘기 말이야.”
현성은 생각나는 대로 사춘기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러자 이수혁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야, 내가 무슨 중2냐?”
“킥킥…….”
중2라는 말에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러자 이수혁이 다시 말했다.
“현성아, 너 먼저 학교 가라. 난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은 안 되겠다.”
“야, 그게 무슨 소리야?”
“난 오늘 학교 안 갈란다. 나도 땡땡이라는 거 한번 쳐보련다. 그러니까 너 먼저 들어가.”
현성은 황당할 뿐이었다.
지금까지 결석 한 번 안 하던 녀석이 갑자기 학교에 안 가겠다고 하니 현성으로선 황당했던 것이다.
“야, 너 진짜 왜 그래?”
“내가 학교 하루 안 간다고 뭐가 잘못되는 것도 아니잖아. 사실 나도 예전부터 땡땡이라는 거 한번 쳐보고 싶었거든.”
“너 정말로 학교 안 갈 거야?”
이수혁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다?’
현성은 잠깐 고민에 빠졌다.
그러기를 잠깐.
“야,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 나 전화 한 통화 하고 올게.”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학교 정문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로 뛰어갔다.
동전을 넣은 현성은 급히 번호를 눌렀다.
– 여보세요.
“선생님 저 현성입니다.”
– 야, 이 시간에 학교에 안 오고 웬 전화야?
“저 오늘 학교 안 갑니다.”
–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일 생긴 거야?
“자세한 건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수혁이도 안 갑니다.”
– 뭐? 이수혁이는 또 왜?
“그냥 그렇게만 아십시오. 이만 전화 끊습니다.”
– 야, 김현성 너 인마…….
수화기 너머로 소리치는 담임 신민호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현성은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은 현성은 이수혁이 서 있는 곳으로 다시 뛰어갔다.
현성이 다가오자 이수혁이 물었다.
“웬 전화?”
“응, 담임한테.”
“담임한테?”
“담임이 알고는 있어야지. 한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이나 결석하는데 얘기는 해줘야지. 담임이 무슨 죄가 있냐?”
“두 사람?”
“인마, 나도 안 간다. 몰랐으면 모를까, 알고서야 너를 혼자 두고 어떻게 학교 가냐?”
이수혁은 현성의 엉뚱한 행동에 놀랍다는 듯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자 현성이 씩 웃으며 말했다.
“야, 우리 오늘 뭐 하고 놀까?”
“너 진짜 안 갈 거야?”
“안 간다니까. 만약 너 같으면 이 상황에 혼자 학교에 갈 수 있겠냐?”
현성은 진심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이수혁의 행동이 마음에 많이 걸렸었다. 언젠가부터 친구들하고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생활하는 모습이 자꾸 눈에 들어왔었다.
쉬는 시간도 마찬가지고 점심시간에도 항상 혼자였다.
그래서 조만간 대화라도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회귀하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은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나마 산 세월이 있다 보니 눈에 띄었던 것이다.
이수혁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자식 의외다. 그렇다고 같이 학교에 안 갈 줄은 몰랐네. 어찌 됐건 혼자보다는 네가 있으니까 든든하기는 하네.”
“그런데 너 같은 모범생이 어떻게 학교에 안 갈 생각을 했냐?”
“숨이 막히더라고.”
“왜 무슨 일이 있었어?”
현성의 질문에 잠깐 생각하던 이수혁이 다시 말했다.
“엄마 때문에, 너도 알잖아. 우리 엄마가 다른 엄마들하고 좀 다르거든.”
“그거야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거잖아.”
“물론 그렇다는 것도 아는데, 정도가 너무 심해. 어떤 때는 내가 숨이 막힌다니까.”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전생에서도 이수혁의 어머니는 학교 내에서도 소문이 날 정도로 남들과 달랐다.
무슨 일만 생기면 득달같이 학교로 쫓아와 학교를 뒤집어놓곤 했었다.
그러다 보니 이수혁은 항상 혼자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오늘 어쩔 거야?”
“사실은 나도 잘 모르겠어. 막상 학교에 안 간다고 하니까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노는 것도 놀아본 놈이 노는 법.
현성은 피식 웃었다.
“야, 우선 이 동네부터 벗어나자.”
“동네를 벗어나자고?”
“학교도 안 간 놈들이 여기서 놀 수는 없잖아. 돌아다니다가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어쩌려고?”
“아! 맞다. 근데 어디로 가지?”
“일단 따라와.”
현성이 앞장섰다. 그러자 이수혁이 현성의 뒤를 따랐다.
“여긴 라면 가게잖아?”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 가방은 두고 가야지. 이거 메고 종일 다닐 수는 없잖아. 네 것도 이리 줘.”
이수혁의 가방까지 받아든 현성은 라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놀란 건 주방에 있던 신명순과 김지숙이었다.
“아니, 사장님 학교는 어쩌시고?”
“일이 생겼습니다.”
“일이요?”
“네, 그래서 말인데 오늘 오후엔 제가 아무래도 좀 늦을 거 같습니다. 그러니 일수랑 세 분이 오늘 영업을 해주셔야겠습니다.”
현성의 말에 놀란 신명순이 눈을 크게 뜨며 바로 되물었다.
“장사하는 거야 우리가 어떻게 알아서 하겠지만 무슨 일이기에 학교도 안 가고 어디를 가시려고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묻지 마시고 그냥 봐주십시오. 그럼 저는 이만……, 오늘 수고해주십시오.”
현성은 가방을 안채에 두고 얼른 가게를 빠져나왔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이수혁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야, 그러고 보니 너 이따가 라면 팔아야 하잖아.”
“미리 말씀드렸으니까 알아서 하실 거야. 좀 바쁘긴 하겠지만 하루 이틀 하시는 것도 아니고 잘하실 거야.”
“괜히 나 때문에…….”
“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얼른 가자. 오늘은 네가 먼저야.”
현성은 앞장섰다. 물론 신경이 안 쓰이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이 빠지면 그만큼 다른 사람들이 많이 힘들 것이다. 하지만 방황하는 친구를 모른 체할 수는 없는 문제였다.
터미널에 도착한 두 사람.
이수혁이 물었다.
“어디로 갈 거야?”
“원주로 가자. 그래도 놀기엔 시내가 낫지.”
“원주?”
“그래, 너 혹시 롤러장 가봤냐?”
1980년대 후반에 전국적으로 유행했던 놀이 장소다. 그땐 그만한 놀이가 없었다. 훗날에 다시 복고풍이 유행하면서 롤러장이 다시 등장하긴 한다.
이수혁이 다시 물었다.
“롤러장? 얘기는 들어봤는데 아직 한 번도 못 가봤는데.”
“오늘 거기 가보자.”
“너는 가봤어?”
물론 가봤다. 근데 문제는 전생에서 가봤다는 것.
대학 1학년 때였다. 과 친구들과 주말이면 자주 가곤 했었다. 하지만 앞으로 2년 후에나 벌어질 일이다.
현성으로선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처음이야, 오늘 수혁이 핑계 대고 가보는 거지 뭐.”
“좋아. 가보자.”
이수혁은 힘차게 대답했다. 어느새 갑갑해 하던 아까의 모습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현성은 그런 이수혁을 힐끔 바라봤다.
오죽했으면 숨이 막힌다고 했을까.
한편으론 이해가 되면서도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때 원주로 가는 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하고 있었다.
버스에 올라탄 두 사람은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평일이고 오전이다 보니 승객은 거의 없었다. 두 사람을 포함해 열 명이 채 안 됐다.
버스가 출발하자 이수혁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고맙다.”
“자식, 별소릴 다 한다.”
“아니, 진짜야. 솔직히 아까는 갑갑하더라고. 막상 학교에 안 간다고 생각하니까 할 게 아무것도 없는 거야.”
“그건 그렇고 어머니한테 괜찮겠어?”
어머니 얘기가 나오자 이수혁의 표정이 금방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