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76)
회귀해서 건물주-176화(176/740)
176
화장실에서 볼일을 마친 현성은 급하게 운동장으로 뛰어갔다.
“왜 혼자 와?”
반장 이영민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무슨 소리야? 수혁이 먼저 안 왔어?”
“아니, 안 왔는데…….”
현성은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다. 이미 와 있어야 할 이수혁이 없다니…….
현성은 두리번거리며 이수혁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야, 저, 저기…….”
누군가 손가락으로 학교 건물 옥상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건물 꼭대기에는 누군가 서 있었다.
“쟤 수혁이 아니야?”
“그런 거 같은데, 그런데 수혁이가 왜 저기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후다닥.
현성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학교 건물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현성이 움직이자 반 친구들도 우르르 뛰기 시작했다.
잠시 후.
건물 옥상에 도착한 현성.
일단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로 이수혁을 불렀다.
“수혁아!”
“가까이 다가오지 마.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오면 나 여기서 뛰어내릴 거야.”
“아, 알았어. 안 다가갈 테니까 우리 얘기 좀 하자.”
이게 갑자기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조금 전까지도 같이 있던 이수혁이다. 그런 이수혁이 지금 옥상에서 뛰어내리겠다고 하니 현성으로선 놀라울 뿐이었다.
하지만 놀라고만 있기에는 지금의 상황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는 것이었다.
현성은 다시 이수혁을 불렀다.
“수혁아, 이유가 뭐야?”
“이유? 너도 봤잖아, 우리 엄마가 어떻게 하는지.”
“야, 그렇다고 이건 아니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
“어차피 숨이 막혀 죽으나 여기서 떨어져 죽으나 마찬가지야.”
물론 아침에 힘들다는 얘기는 들었다. 오죽하면 결석 한 번 안 하던 녀석이 학교에 안 간다고 했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결정을 내릴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수혁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야.”
“이대로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니야.”
“그래,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그래도 어떤 식으로든 방법을 찾아야지 이건 아니지.”
“방법? 너도 봤잖아. 우리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아까 그 상황에서도 어떡하든 무단결석만은 막겠다고 그랬던 사람이 우리 엄마야.”
“그거야…….”
현성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었다. 솔직히 아까 그 상황에서도 학교에 보내려는 유수민의 행동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숨이 막힌다고 하는데도 그 말은 무시한 채 학교를 고집했던 유수민이었다.
현성은 다시 말했다.
“맞아. 아까는 내가 생각해도 어머니가 잘못했어. 그지?”
“어? 어.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냐?”
“그러게 말이야. 자식이 숨이 막힌다고 하는데도 막무가내로 학교를 고집할 건 아니지. 최소한 얘기는 들어줘야지.”
“내 말이…….”
이수혁은 현성이 자신의 생각에 동의해주자 조금 전보다는 흥분이 가라앉은 듯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수혁아, 근데 너 그거 아냐?”
“뭘?”
“우리 반에 일수 말이야.”
“여기서 갑자기 일수 얘기가 왜 나와?”
“걔 엄마도 아빠도 안 계신다는 거.”
현성은 일부러 김일수를 팔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다른 말은 할 수가 없었다. 어떡하든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무슨 말이라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이수혁이 관심을 보였다.
“정말이야?”
“그래, 나도 예전엔 몰랐는데 요즘 친해지고 난 다음에 알았어.”
“그럼 일수는 지금 누구랑 사는 거야?”
“어려서부터 외할머니 손에 컸다고 하더라. 그런데 걔 소원이 뭔지 알아?”
“소원?”
“그래, 저번에 걔네 집에 갔을 때 그러더라. ‘엄마’라고 한 번만 불러봤으면 좋겠다고.”
현성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몇 발자국 이수혁 앞으로 다가갔다. 조금이라도 거리를 좁히기 위함이었다.
그러자 이수혁이 말했다.
“다가오지 말라니깐.”
“얘기하기엔 거리가 너무 멀어서 그런다. 그건 그렇고 우리 좀 앉을까?”
현성은 그 말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서 있는 것과 앉아 있는 것의 심리적 상태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선 이수혁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이 최우선이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그러자 잠시 쭈뼛쭈뼛하던 이수혁이 말했다.
“일단 저기 문부터 잠가.”
“어? 문?”
“옥상 문 말이야. 조금 있으면 선생도 올라 올 거고 엄마도 올라올 거 아니야? 지금으로선 아무도 보고 싶지 않아.”
“어, 그래. 무슨 말인지 알았어.”
현성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옥상 문을 잠갔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이수혁이 있는 곳으로 가까이 걸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있으니 옥상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수혁이 다시 물었다.
“일수 소원이 ‘엄마’를 한 번 불러보는 거라고?”
“응, 나도 그 얘기 처음 들었을 땐 마음이 아프더라.”
“그런데 지금 그 얘기를 나한테 하는 이유가 뭐야?”
“글쎄다, 이유라기보다는 그런 친구도 있다는 거야. 그런 거에 비하면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지 한 번쯤은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 도움이 될 만한 무슨 말이라도 해주고 싶은데 문득 일수가 생각난 거고.”
“…….”
이수혁은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스윽.
현성은 그런 이수혁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다행히 손을 빼거나 반항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다. 처음 옥상에 올라왔을 때만 해도 금방 무슨 일이라도 날 듯 흥분한 이수혁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처음보단 안정을 많이 찾은 듯했다.
현성은 고민에 빠졌다.
이제 조금 있으면 옥상 문도 열릴 것이다. 지금이야 이쪽에서 잠갔으니 못 열지만 곧 열쇠로 옥상 문을 열고 들어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 전에 어떡하든 이수혁을 설득시켜야 한다.
고민을 끝낸 현성은 다시 말했다.
“수혁아, 우리가 살면서 당연한 것들이 때로는 누군가에겐 특별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거 알아?”
“갑자기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우리에겐 당연한 부모님이 누군가에게는 갖고 싶은 특별한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거야.”
“지금, 일수 얘기하는 거야?”
“응, 맞아. 너나 나는 부모님 계신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일수한테는 평생 가질 수 없는 특별한 것이거든.”
“……그렇겠지.”
이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물론 지금 네가 엄마 때문에 겪는 고통도 모르는 건 아니야.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것도 사치일 수도 있다는 거야.”
“사치?”
“그래, 그 누군가는 ‘엄마’라는 말조차 부르고 싶어도 부를 수 없으니 말이야.”
“아…….”
이수혁은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지?”
“응, 물론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나도 힘든 건 사실이야. 내가 아침에도 말했지만 어떤 때는 진짜 숨이 막혀. 그럴 때는 진짜 죽고 싶다고.”
“알아, 하지만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방법이 없으니까…….”
이수혁의 목소리가 안정을 찾은 듯 누그러졌다. 처음 옥상에 올라왔을 때 뛰어내리겠다고 소리치던 그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수혁의 상태를 확인한 현성은 다시 말했다.
“수혁아.”
“어?”
“앞으로 살다 보면 수많은 일들이 생길 거야. 그럴 때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거야?”
“그, 그거야…….”
이수혁은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난 이번엔 네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데, 네 생각은 어때?”
“그, 그게 사실은 나도 처음엔 이럴 생각이 없었어. 나는 단지…….”
이수혁의 설명이 이어졌다.
처음엔 갑갑한 마음에 그냥 3층으로 올라온 것뿐이라고 했다. 그런데 하필 그때 옥상 문이 열려있었고 옥상으로 나오게 됐다고 했다.
잠시라도 아무도 없는 곳에서 조용히 있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던 중에 반 친구들이 자신한테로 몰려온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처음엔 오히려 자신이 당황했다고 했다.
그 뒤로도 설명은 이어졌지만 결국 결론은 옥상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어쩌다 보니 상황에 떠밀려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이수혁의 설명이 끝나자 현성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야, 그러니까 너도 예상하지도 못했던 상황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됐다는 거네.”
“응, 그렇다 보니 솔직히 조금 황당하기도 하고 그래.”
“그럼 이제 어쩔 거야?”
“그러게 말이다. 이제 곧 저 문으로 엄마가 들어올 텐데…….”
이수혁의 표정이 난감하다는 듯 순간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유수민뿐만이 아닐 것이다. 담임은 물론이고 아니, 어쩌면 교장 선생까지도 이미 문 앞에 와있을 것이다.
이대로 저 문이 열린다면 이수혁은 웃음거리밖에 안 된다.
최소한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
현성은 이수혁을 바라봤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이수혁이었다.
하긴 이제 고작 고2다. 그런 그에게 이 상황에서 무엇을 바라겠는가.
잠깐 생각하던 현성이 이수혁을 불렀다.
“수혁아!”
“어?”
“이제부터 너는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그러니까…….”
현성은 이수혁에게 뭔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현성은 옥상 입구로 뛰어갔다.
그리곤 옥상 문을 열었다.
철컥.
옥상 문이 열리자 예상대로 많은 사람이 문밖에 서 있었다.
유수민은 물론이고 담임과 교장 그리고 교감에 이어 체육 선생까지도 기다리고 있었다.
“수혁아!”
유수민이 가장 먼저 이수혁을 부르며 뛰어 들어왔다.
그때 현성이 유수민의 앞을 가로막았다.
“어머니, 지금 수혁이한테 다가가면 안 됩니다. 이제 겨우 마음의 안정을 찾았거든요.”
“우리 수혁이 괜찮은 거야?”
“네, 지금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라 자극하시면 안 됩니다.”
유수민은 어쩔 줄 몰랐다.
그때 담임 신민호가 현성의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체육복 갈아입고 속이 안 좋아 먼저 화장실 갔었는데, 나와 보니까 수혁이가 그만…….”
현성은 있는 사실 그대로 말했다.
그러자 신민호가 다시 물었다.
“그래서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처음엔 뛰어내리겠다는 걸 간신히 달래서 마음을 돌려놨습니다.”
“이유가 뭐야?”
“그건…….”
현성은 옆에 있는 유수민을 바라봤다.
그러자 유수민이 말했다.
“나 때문이라는 거야?”
“그게…….”
현성은 말하기 애매한 상황이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현성이 말을 제대로 못 하자 유수민이 다시 말했다.
“혹시 아까 차 안에서 말했던 숨이 막힌다는 그 말인 거니?”
“과외 시간을 두 시간이나 더 늘렸다면서요?”
“그거야 성적이 안 오르니 어쩔 수 없이…….”
“숨을 쉴 수가 없답니다.”
“하아…….”
유수민은 막혔던 한숨을 토해냈다.
조금 전 교무실에서 이수혁이 옥상에 올라갔다는 얘기를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물론 힘들어하는 기색은 있었지만 이런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그 원인이 자신 때문이라니…….
유수민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그래서, 수혁이가 원하는 게 뭐야?”
“어머니가 자신의 얘기를 제발 좀 들어달랍니다. 아무리 얘기를 해도 안 들어주니 자신도 어쩔 수 없이 그만…….”
“그게 다야?”
“네, 어머니와 진심으로 대화를 나누고 싶답니다.”
“…….”
유수민은 잠깐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깐.
“내가 어떻게 하면 돼?”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된 겁니까?”
“그래, 자식이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당연히 들어줘야지.”
“그럼 저를 따라오십시오.”
현성은 유수민을 데리고 이수혁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이수혁과 5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발걸음을 멈췄다.
현성은 이수혁을 불렀다.
“수혁아, 어머니 오셨어.”
“…….”
“이제 어머니한테 하고 싶은 얘기 다 해. 난 저쪽으로 물러나 있을 테니까.”
이수혁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은 유수민을 보며 말했다.
“어머니, 여기 앉으세요. 그리고 더 가까이 가시면 안 됩니다. 그러면 수혁이가 위험합니다. 이 거리만큼은 꼭 지켜주세요.”
“휴우……! 알았어.”
“그리고 한 번 더 부탁드리는데 수혁이 얘기 잘 들어주세요. 저놈도 오죽했으면 이러겠습니까?”
“알았어. 하여튼 현성 학생 고마워. 그만 가봐.”
“네, 그럼…….”
현성은 일어나 유수민을 등지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걷는 현성의 입가에는 어느새 옅은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