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79)
회귀해서 건물주-179화(179/740)
179
“냄새요.”
“냄새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가게에 도착했는데 냄새가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당연히 어제에 이어 오늘도 쓰레기가 없다고 생각한 거죠.”
“아……, 그런 겁니까?”
현성은 그제야 김지숙이 이해됐다.
처음엔 순간적으로 ‘이건 뭐지’ 싶었다. 말도 안 했는데 다 알고 있다는 듯 말하는 김지숙이 이해가 안 됐던 것이다.
미안한 마음에 현성은 고개를 숙였다.
“미안합니다. 전 그것도 모르고…….”
“아니, 괜찮아요. 사장님이 아무래도 밤샘을 하다 보니까 피곤하신지 많이 예민해지신 거 같네요.”
“아무래도 그런 거 같습니다. 어찌 됐건 잠깐이지만 제가 실수를 했네요. 같이 일하면서 이러면 안 되는데…….”
현성은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그 순간에 같이 일하는 사람을 의심할 수 있었는지 자신 스스로에게조차 놀랄 정도였다.
반면, 김지숙은 티 나지 않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처음 현성이 물었을 땐 순간적으로 당황스러워 아무 생각이 없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현성이 밤샘을 한다고 정보를 준 것도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때 신명순이 들어왔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그나저나 오늘도 쓰레기는 없었나 보네요?”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어머니도 냄새로 안 겁니까?”
“물론 냄새도 냄새지만 물청소가 안 돼 있잖아요. 쓰레기 버린 날은 사장님이 꼭 물청소를 했었으니까 바로 알지요.”
“아, 그러셨군요.”
현성은 역시 자신이 너무 예민해져 있었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김지숙이 신명순을 보며 물었다.
“언니, 커피 마실래요?”
“주면 고맙지.”
“잠깐만 기다려요, 내가 금방 커피 줄게요.”
웃으며 주방으로 향하는 김지숙이었다.
현성은 그런 김지숙을 힐끔 바라봤다. 잠깐이지만 잠시 오해했던 부분에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커피를 거의 다 마셨을 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박희철이 들어왔다.
“어? 아저씨, 이렇게 일찍 어떤 일이세요?”
“오늘도 서울 가는 길인데, 자네한테 할 얘기도 있고, 그리고…….”
박희철은 빙긋 웃으며 신명순을 바라봤다.
언제부터였을까.
박희철이 신명순을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끼고 있던 현성이었다.
“아저씨도 참…….”
현성은 빙긋 웃었다.
그러자 신명순이 당황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머, 회장님도 참 아침부터 왜 그러세요? 사람 부끄럽게…….”
“부끄럽긴 뭐가 부끄럽습니까? 저는 아침에 여사님을 뵙고 나면 하루가 아주 즐겁답니다. 그리고 참 이거.”
박희철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신명순에게 내밀었다.
“회장님, 이게 뭡니까?”
“별건 아니고 영양 크림입니다. 요즘 같은 환절기에 좋다고 해서 준비했습니다. 여사님같이 고우신 분이 피부 상하시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회장님도 참……, 그건 그렇고 아침 식사는 하셨어요?”
“당연히 안 먹었지요. 제가 여기 오는데 아침을 먹고 오겠습니까? 이 친구랑 얘기 끝나면 라면 좀 끓여 주십시오.”
“네, 그리고 이거 고맙습니다.”
신명순은 부끄럽다는 듯 얼른 주방으로 사라졌다.
마주 앉은 두 사람.
현성이 먼저 물었다.
“오늘은 또 왜 서울에 가시는 겁니까?”
“일이 잘 풀리려고 그러는지,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어제 연락이 왔더라고.”
“잘됐네요.”
“그러게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투자금액이 좀 더 늘어날 거 같네.”
말하는 박희철의 얼굴에 웃음이 만연했다.
그건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였을까.
현성의 목소리가 커졌다.
“정말입니까?”
“허허, 그리도 좋은가?”
박희철은 현성이 좋아하자 조금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그렇지 않아도 자네의 그 말 때문에 나도 나름 신경을 더 썼다네. 그랬더니 다행히도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더구먼.”
“잘됐네요. 대충 어느 정도나 늘어나는 겁니까?”
박희철은 빙긋 웃으며 손바닥을 쫙 폈다.
“5백이네.”
“5백이요? 의외로 금액이 많이 늘었네요.”
“그러게 말일세. 그리고 날짜도 예상보다 빨라질 거 같네.”
지난번에 박희철이 말하길 늦어도 열흘을 넘기지 않는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다음 주를 넘기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현성은 박희철을 보며 물었다.
“그럼 다음 주 내로 자금이 다 준비된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렇지, 그러니 다음 주 일요일에 움직이자고. 아무래도 자네 쉬는 날이 좋겠지?”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주 일요일에 가는 거로 알고 있겠습니다. 드디어 시작이군요. 실망하게 하지 않을 테니 기대하십시오.”
현성의 얼굴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다행히도 박희철이 5백을 더 만들었다. 그렇게 되면 총투자금액이 5천5백이 된다.
이 정도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어차피 지금 현성이 사려는 곳은 예전 군 시절에 가봤던 도봉산 아래에 있는 야산이다. 논이나 밭이 아니기에 상대적으로 다른 곳에 비해 값은 저렴할 것이다.
하지만 그곳은 나중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오게 된다. 그렇게 될 경우 최소 100배는 기본일 것이다. 물론 그 이상도 가능할 것이고.
5천5백의 100배라…….
현성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박희철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그리 좋은가?”
“좋고말고요. 앞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참 많거든요.”
“건물주 말인가?”
“어? 어떻게 아셨어요? 혹시 제가 말씀드렸던가요?”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박희철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젊은 친구가 벌써 이렇게 기억이 없어서 어쩌누. 지난번에 나한테 건물주가 되겠다고 말한 걸 벌써 잊었단 말이야?”
“헤헤, 제가 요즘 생각이 많다 보니……, 가끔 깜박깜박합니다.”
“에끼, 이 사람아. 그건 그렇고 요즘 장사도 잘된다며?”
“벌써 소문이 났습니까?”
현성은 모르는 척 물었다.
“당연하지. 좁은 동네가 아닌가. 그리고 듣자 하니 아침엔 공깃밥을 공짜로 준다고 하던데, 그 말이 사실인가?”
“네, 맞습니다. 사실은 그 덕분에 요즘 학생들이 더 많이 오고 있습니다.”
“혹시 처음부터 계획을 했던 것인가?”
“그건 아닙니다. 처음엔 그저 한창 클 나이인 학생들인데 라면만 먹는 모습이 안쓰러워 그렇게 했던 겁니다. 그런데 그게 그만…….”
“허허, 안쓰러웠다?”
박희철은 헛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이제 고작 고2다. 그런 녀석이 제 또래 친구들을 보고 안쓰러운 감정이 들었다는 게 박희철로서는 이해가 안 갔던 것이다.
박희철이 다시 말했다.
“물론 손해 보는 건 아니지?”
“이거 왜 이러십니까? 저도 엄연히 장사꾼입니다.”
“그 말은 그렇게 주고도 남는다는 얘기네?”
“물론 한 그릇당 수익은 줄었지만 총매출을 기준으로 따지면 이득입니다.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박리다매라고 보시면 됩니다.”
“박리다매라…….”
박희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때 신명순이 라면을 들고 박희철 앞으로 다가왔다.
“조금 있으면 학생들 올 시간이라 제가 알아서 끓여왔습니다. 그리고 이건 오늘 아침에 한 밥이니까 라면 다 드시고 국물에 말아 드시면 됩니다.”
“아, 이게 요즘 소문난 바로 그 밥이군요?”
“우리 사장님 작품입니다. 저도 처음엔 우려를 많이 했었는데 지나고 보니까 사장님의 선택이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사람 수가 많이 늘었다는 말씀이네요?”
“네, 그렇습니다. 요즘은 아침에 100명은 기본입니다.”
박희철은 현성을 바라봤다.
물론 소문에 장사 잘된다는 얘기는 들었다. 하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박희철은 현성을 보며 물었다.
“그럼 요즘 매상이 꽤 되겠는데, 혹시 내가 예전에 말했던 목표치에 도달했는가?”
예전에 박희철이 현성한테 목표치를 정해 준 적이 있었다. 바로 10만 원이었다. 박희철은 지금 그걸 묻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아닌데, 낮에 일반 손님들만 조금 더 늘어나면 머지않아 그 정도는 나올 거 같습니다.”
“허허, 라면만 팔아서 그 정도라…….”
박희철은 잠시 웃더니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어? 네가 이 시간에 웬일이야?”
현성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이수혁이었기 때문이다.
이수혁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오늘 아침은 라면으로 먹어볼까 하고.”
“어머니가 뭐라 안 그러셔?”
“너한테 간다고 하니까 아무 소리 안 하시던데.”
“정말이야?”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수혁의 어머니가 누구인가. 누구보다도 이수혁에 관해서 만큼은 하나부터 열까지 철두철미하게 챙기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자식이 아침부터 라면을 먹겠다는데도 가만히 있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현성이 믿지 못하겠다는 모습을 보이자 이수혁이 씩 웃으며 말했다.
“지난번 옥상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요즘 엄마가 예전하고 많이 달라졌거든. 예전 같으면 당연히 있을 수 없는 일이지.”“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됐고, 나 라면이나 줘.”
“알았어. 어머니가 그렇게 변하실 줄이야…….”
현성은 여전히 못 믿겠다는 표정이었다. 사람이 쉽게 변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현성이었다.
물론 박희철을 보면 예외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만큼 유수민은 이번 일로 충격을 많이 받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변한 건 유수민뿐만이 아니었다.
이수혁 또한 요즘 학교에서 보면 예전 모습과는 몰라보게 많이 달라져 있었다. 친구들하고도 잘 어울리고 무엇보다도 그동안 우울했던 그의 표정이 많이 변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웃음도 많아진 이수혁이다.
현성은 그런 이수혁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잠시 후.
현성은 이수혁 앞에 라면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자, 어서 먹어.”
“그래, 이게 바로 요즘 대세라는 그 씬라면이냐?”
“뭐야? 너 혹시 지금 씬라면이 처음이야?”
“히히, 우리 집에선 라면 안 먹어. 우리 엄마가 좀 그렇거든. 그래서 학교에서 애들이 씬라면 얘기할 때마다 사실은 무지 궁금했었어.”
“…….”
현성은 할 말이 없었다. 물론 유수민이 다른 어머니들하고 다르다는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남들은 없어서 못 먹는 라면을 유수민은 일부러 안 먹인 것이다.
그 시절만 해도 라면이 그리 흔한 것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시골에선 먹을 것이 더욱 귀하던 시대다.
현성의 경우만 하더라도 한 달에 한두 번 라면을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라면이라도 끓이는 날에는 얼마나 좋아했었는지 모른다.
라면도 씬라면은 비싸서 못 먹고 삼영라면이 주였다.
그만큼 어려웠던 시대다.
후루룩.
라면을 한 젓가락 먹은 이수혁이 현성을 쳐다봤다.
“야, 라면이 원래 이런 맛이었냐?”
마치 신세계를 경험한 듯한 이수혁이었다.
현성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그래, 처음 라면을 먹어본 느낌이 어때?”
“죽여!”
“뭐?”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맛은 처음이야. 도대체 우리 엄마는 이렇게 맛있는 걸 왜 못 먹게 한 거야?”
이수혁은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으로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현성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밖에 안 나왔다. 물론 사람마다 사는 환경이 다 같을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까지 다를 줄은 몰랐다.
라면을 다 먹은 이수혁.
“현성아, 내가 한심하지?”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같은 친구인데, 너는 라면을 팔고 있는데, 나는 그 라면을 오늘 처음 먹어본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말이 안 될 거야 없지. 어차피 사람은 각자 사는 환경이 다를 뿐인 거지. 그걸 가지고 한심하다고 표현하는 건 좀 아닌 거 같은데.”
현성은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다. 물론 처음에 놀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걸 가지고 한심하다고 생각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현성의 대답에 이수혁은 빙긋 웃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다. 사실 라면을 먹으면서 나는 내가 한심스럽더라.”
“인마, 그런 생각을 왜 해?”“너랑 비교하니까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혹시 남는 앞치마 있냐?”
이건 또 무슨 소린가.
현성은 이수혁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이수혁이 씩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