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8)
회귀해서 건물주-18화(18/740)
어머니를 놀리고 있었다.
피식.
그러자 어머니가 아버지를 보며 조소(嘲笑)를 날렸다.
그리고 곧 이어지는 어머니의 한마디.
“왜? 빨간약은 안 바르고?”
현성은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하지만 미처 방에 도착하기도 전에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푸푸, 푸하하…….
그리고 잠시 뒤 아버지와 어머니의 웃음소리도 집안에 울려 퍼졌다.
***
다음 날.
현성은 산삼을 팔기 위해 첫차를 탔다. 서울로 가기 위함이었다.
아버지도 함께 가겠다는 걸 억지로 말리고 혼자 버스에 올라탄 것이다.
차에 오르자마자 현성의 입가엔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
누군가 차에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수형, 어디 가요?”
김민수였다.
전생에서 산삼 여덟 뿌리를 혼자 쳐드신 동네 형이다.
당연히 좋은 감정일 리가 없었다.
아무리 사람이 욕심이 난다 해고 그렇지, 한두 뿌리도 아니고 자그마치 여덟 뿌리다. 거기다 같이 일주일씩이나 개고생을 하고 산삼을 먼저 발견한 것도 현성 자신이었다. 그런 식으로 혼자 입을 싹 닦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김민수가 말했다.
“홍천 시내에 볼일이 있어서. 그런데 너는 이른 아침부터 어디 가냐?”
“서울이요.”
서울이란 말에 김민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때만 해도 서울이라 하면 특별한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생각 될 정도였으니 김민수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김민수가 바로 물었다.
“서울은 왜?”
“경동시장에 산삼 팔려고요.”
현성은 일부러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시장에 물건을 팔 듯 덤덤하게 말했다.
그러자 김민수의 쪽 찢어진 눈이 번쩍 뜨였다.
“지금 산삼이라고 그랬냐?”
“네.”
“진짜야?”
김민수는 믿지 못 하겠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피식.
현성은 대답 대신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오래전 일이지만 서운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 현성의 모습이 김민수 눈에 좋아 보일 리가 없었다.
“그런데 대답하는 태도가 왜 그래?”
“미안해 형, 어제 산삼을 좀 캤더니 많이 피곤했나 봐요.”
이건 또 무슨 개소리?
산삼을 캐서 피곤하다고? 피곤할 정도로 산삼을 캤다는 얘기는 한두 뿌리가 아니라는 말인데,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나…….
얼핏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아버지를 따라 약초 일을 배운지가 5년이 넘었다. 그래도 1년에 한두 뿌리 캘까 말까 했었다. 그런데 그런 산삼을 피곤할 정도로 캤다니, 김민수로서는 이해 안 가는 게 당연했다.
궁금하면 또 못 참는 김민수였다.
“몇 뿌리나 캤는데?”
“알면 배 아플 텐데…….”
“장난하지 말고.”
현성은 씩 웃으며 손바닥을 쫙 폈다.
그러자 김민수의 작은 눈이 한 번 더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다, 다섯 뿌리?”
“아니, 먹은 거까지 합치면 두 뿌리 더. 그랬더니 온몸이 장난이 아니네요.”
“그럼 다 합쳐서 일곱 뿌리? 어디서?”
‘미친 새끼. 너 같으면 가르쳐주겠냐?’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성은 또 친절하게 가르쳐줬다.
“앞산!”
앞산?
허!
김민수는 또 한번 어이가 없었다.
그 후로 김민수는 집요하게 장소에 대해서 물어왔다. 처음엔 현성도 절대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김민수가 아니었다.
현성은 모르는 척 그 장소를 자세하게 말해줬다. 물론 그 반대쪽으로.
설명을 마친 현성은 김민수를 보며 다시 한번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김민수는 고맙다며 서울 가서 점심 사먹으라며 천 원을 현성에게 건넸다.
천 원을 손에 쥔 현성.
팔랑.
천 원짜리 지폐를 왼손으로 잡고 오른 손가락으로 튕기자 경쾌한 소리가 났다.
현성은 김민수를 보며 씩 웃었다.
“고마워요, 모든 게 다 형 덕분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런 게 있어요. 아무튼 세상은 그래서 공평하다고 하는 건가 봐요.”
“공평……?”
김민수는 무슨 소린지 못 알아듣겠다는 듯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현성의 소심한 복수는 그렇게 끝이 났다.
***
서울에 도착한 현성.
현성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목적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대한민국 최대의 한약재 시장인 경동시장이다.
한의원과 건재상들이 밀집해 있는 대한민국 한약재의 집산지로, 전국 약재의 80%를 공급하고 있는 곳이다.
그중에서 현성이 지금 찾아가는 이곳, 거래량으로는 경동시장에서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큰 약재상이다.
경동시장 사거리에서 우체국 쪽으로 5분쯤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왼쪽에 위치한 3층 건물이다.
예전에 군대 동기인 김동수와 왔던 곳이다. 첫 휴가와 말년 휴가, 딱 두 번 왔었다.
김동수.
전생에 현성의 군대 동기이자, 지금 목적지인 성심 약재상의 외동아들이다.
하지만 현재 김동수는 현성을 당연히 모른다. 몇 년 뒤에나 군대에서 만날 인연이니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면 김동수의 존재가 지금으로선 필요 없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왜 이곳으로 온 걸까?
“허…, 일이 이렇게 풀리네.”
현성은 헛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수많은 약재상 중에 이곳을 찾아온 이유는 단 하나다. 그것은 산삼 가격을 최고로 받기 위함이다.
어떻게?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군대 동기인 김동수가 그의 아버지인 김진용의 거래 방식을 현성에게 상세히 말해줬었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내부정보였다.
“김동수, 네가 날 도와주는구나.”
약재상 앞에 도착한 현성은 간판을 바라봤다.
[성심약재상]역시나 예전 그대로다.
1, 2층은 약재상이고 3층은 살림집으로 꾸며진 건물이다.
어쭈!
그러고 보니 김동수, 너도 건물주 아들이구나. 결국 나중엔 건물주 되는 거고.
전생에서 마지막으로 건물주한테 당해서 그런지 자신도 모르게 예민해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잠깐.”
건물주?
건물주라…….
“못 할 것도 없잖아.”
현성은 피식 웃었다.
갑자기 무슨 자신감인지 가슴 속에서 뭔가 꿈틀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문제는 초기 자본인데…….”
뭐가 있을까……?
이 산삼 세 뿌리 가지고는 빚 갚고 나면 뭔가를 하기에는 부족할 테고.
그나저나 막내는 산삼을 잘 먹었나 모르겠다.
아침에 출발하기 전에 막내 먹이라고 산삼 한 뿌리를 아버지한테 건네고 나왔다.
직접 주고 싶었지만, 개학이 며칠 안 남았다고 며칠째 방학 숙제 하러 친구네 집에 가는 바람에 보지도 못하고 나왔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은 회귀해서 아직 얼굴도 한번 못 본 상태다.
딸랑.
현성이 약재상 문을 열고 들어가자 문에서 소리가 났다.
“어서 오세요.”
종업원이 현성을 보자 쪼르륵 다가오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아는 사람이다. 예전에 봤던 얼굴이라 그런지 반가웠다. 그렇다고 아는 체를 할 수도 없는 상황.
“네….”
어쩔 수 없이 가볍게 인사를 한 후, 가게 안을 스윽 둘러봤다.
혹시나 김동수가 있는지 훑어본 것이다. 그러자 종업원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뭐 찾는 거라도 있으세요?”
“아닙니다. 2층에 사장님 계십니까?”
김동수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불러 달라고 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설사 부른다 해도 김동수는 현성을 모르니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때 종업원이 다시 물었다.
“2층에 계시긴 하는데, 어쩐 일인지요?”
“아, 물건 좀 팔려고 왔습니다.”
“물건이요?”
종업원은 현성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핏 봐도 고등학생이다. 무슨 잡상인도 아니고 불쑥 들어와서는 물건을 팔겠다니…….
그러자 현성은 종업원의 표정을 보며 안심하라는 듯 조용히 말했다.
“잡상인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산삼입니다.”
“네?”
“2층으로 올라가면 되겠습니까?”
“잠깐만요, 지금 산삼이라고 그러셨죠?”
종업원은 산삼이란 말에 눈빛부터 달라졌다. 그러더니 현성을 한 번 더 쳐다보고는 잠깐 기다리라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면서도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현성을 힐긋 돌아보기까지 했다.
잠시 후.
“산삼을 파시겠다고요?”
김동수의 아버지, 김진용 사장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예전엔 동기의 아버지니 ‘아버님’이라 불렀었다. 하지만 지금이야 당연히 그렇게 부를 수도 없는 것이고.
현성은 고개를 숙이며 김진용 사장에게 인사부터 했다.
“안녕하십니까? 말씀부터 편하게 놓으십시오.”
“허허…, 그럴 순 없지요. 아무리 어려도 고객인데…….”
역시나 여전했다.
예전에 김동수와 첫 휴가를 나왔을 때 김진용 사장이 직접 얘기했었다.
자신만의 철칙이라고.
아무리 어려도 고객한테는 말을 안 놓는다고 했다. 그렇게 해야 고객 스스로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할뿐더러, 그 바탕 위에 신뢰가 쌓여 거래도 더 잘 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김진용 사장의 얘기였다.
그의 아들인 김동수는 나중에 다른 얘기를 했다.
그저 장사를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팔 때는 어떡하든 더 비싸게, 반대로 구매할 때는 가격을 후려치기 위한 방법일 뿐, 그 외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고 했다.
고객에 대한 존중? 지나가던 소가 웃는다고 했다.
김동수의 술버릇이다. 술만 어느 정도 들어가면 할 말 못 할 말 다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김동수네 가족사까지도 현성은 대부분 알게 됐었다.
어차피 현성의 목적은 산삼을 파는 것.
굳이 아무 의미 없는 얘기로 더 시간 끌고 싶지는 않았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편하신 대로 하십시오.”
“일단 물건부터 보여주시겠습니까?”
“네, 그러지요.”
현성은 대답과 함께 배낭에서 산삼 한 뿌리를 조심스럽게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나머지 두 뿌리는 배낭 안에 그대로 뒀다. 따로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거래가 그렇듯 장사꾼한테 이긴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공산품이 아닌 산삼 같은 경우엔 그 금액이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가 많다.
모르면 많이 당하는 거고, 알면 그나마 덜 당하는 것이다.
즉,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김진용 사장의 거래 방식을 안다면, 얘기는 달라지지 않겠는가. 어차피 거래는 사람이 하는 것이니 말이다.
현성이 이곳에 찾아온 이유다.
그렇다면 어떻게 알았을까?
답은 김동수다.
첫 번째 휴가 때였다.
당연히 술 먹고, 영업 비밀이라며……, 아버지 김진용의 거래방식에 대해서 주절주절 잘도 떠들었었다.
그땐 그런가 보다 했다. 들어봤자 별 소용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오늘 같은 날이 있을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동수야 고맙다.’
현성이 지금 여유를 부리는 이유다.
“오!”
김진용 사장은 산삼 삼매경에 빠져 연신 감탄사만 흘리고 있었다. 누군가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현미경까지 들고 난리도 아니었다.
“허허…….”
처음 종업원이 와서 말할 때만 해도 큰 기대 없었다.
시골에서 어쩌다 작은 산삼 한 뿌리 캐서 들고 올라오는 경우가 가끔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어린 친구라 그 기대치는 더 적었다.
그런데 산삼을 보는 순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대물!’
이 정도 크기에 약통(몸통)이 두 개다. 모양도 사람(人) 형태로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두 번째 약통이 이 정도로 완전히 형성되었다는 건 최소한 30년은 넘었다는 얘기다. 휴면기까지 포함한다면 그 이상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잔뿌리조차 하나도 끊어지지 않고 줄기와 잎사귀, 그리고 탐스러운 빨간 열매까지도 고스란히 달려있었다. 마치 산에서 금방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