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83)
회귀해서 건물주-183화(183/740)
183
쾅!
가게로 돌아온 오상철은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새벽부터 이게 무슨 개망신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아까는 진짜 창피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누가 아니래, 그건 그렇고 아까 그 꼬맹이는 누구야?”
차라리 어른한테 욕이라도 얻어먹었다면 덜 창피했을 것이다. 이건 뭐 증손자뻘 되는 녀석이 나타나서는 훈계를 하는데 뭐라 할 말도 없고 미치는 줄 알았다.
“아, 그 꼬맹이요. 제가 알기론 전 주인의 아들로 알고 있습니다.”
“전 주인이라면 심장마비로 죽은 그 여자 말인가?”
“네.”
최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오상철이 인상을 쓰며 다시 말했다.
“그리고 그 꼬마 녀석 말이야, 생각할수록 얄밉단 말이야.”
“어느 꼬마 말인지…….”
“누군 누구야, 그 라면 가게 꼬맹이 사장 말이지.”
“아, 네.”
오상철은 약이 오르는지 물을 한 컵 먹고는 다시 말했다.
“아까 일부러 동네 사람들 다 깨라고 그 새벽에 큰소리로 빽빽 소리 지르는 거 봤지?”
“누가 아니랍니까? 하여간 보통 녀석이 아닙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물론 보통 영악한 놈이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네.”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여간…….”
오상철은 다시 생각해도 끔찍했다.
누가 봐도 고의성이 다분했다. 그 새벽에 그렇게 큰 소리를 지르니 사람들이 안 일어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싸움 구경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일어난 사람들이야 궁금하니 당연히 나와 볼 테고.
물론 그 꼬맹이가 노린 것도 그것일 것이다. 문제는 그 어린 것이 어떻게 그 순간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휴우.
한숨을 내쉰 오상철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게 다 그년 때문이야.”
“김지숙이 말입니까?”
“그래, 그 녀석 정보만 제대로 전해줬어도 이런 개망신은 안 당했을 거 아니야.”
“그게…….”
최민성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었다. 김지숙 또한 최선을 다한 것을 알기 때문이다.
분명히 미리 얘기는 했었다.
꼬맹이 사장이 밤샘을 할 건지 얘기를 안 했으니까 조심하라고.
그리고 최민성 자신 또한 이번엔 만류했었다. 혹시나 모르니까 조심하자고. 하지만 3일을 밤샘했기 때문에 문제없을 거라며 일을 진행한 건 오상철 본인이었다.
그렇다고 이 분위기에서 다른 말을 했다가는 난리가 날 것이기에 그저 입 다물고 있는 게 상책일 것이다.
오상철이 화가 덜 풀렸는지 다시 인상을 썼다.
“그년한테 한 달에 얼마 준다고 했지?”
“3만 원이요.”
“너무 많은 거 아닌가? 정보도 제대로 못 빼 오는데.”
“하지만 그건 처음부터 우리가 제시한 조건이라 뭐라고 말하기엔 애매한 부분입니다.”
사실이다.
김지숙이 먼저 조건을 내세운 것도 아니다. 이쪽에서 먼저 접근을 했고 금액 또한 이쪽에서 제시한 금액이다. 김지숙은 그저 이쪽 조건을 받아들인 것뿐이다.
그런 상황에 이제 와서 그 금액을 가지고 말한다는 건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
오상철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이 갑갑한 양반아, 상황이 바뀌면 계약 조건도 바뀌는 거지. 무슨 큰일을 한다고 장사도 안 되는데 한 달에 3만 원씩이나 줘?”
“그 말씀은 다시 조정이라도…….”
“그걸 내 입으로 꼭 말해야 하나? 그 정도 얘기했으면 알아서 해야지.”
“……아, 네.”
개새끼다.
최민성은 대답을 하면서도 속으론 욕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아쉬워서 먼저 사정한 것도 오상철이었다. 그 금액을 정한 것 또한 오상철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 값을 깎으란다.
최민성의 표정이 정상이라면 그것이 이상할 터.
오상철이 눈치라도 챈 것일까.
“왜, 싫어?”
“저, 그게 싫다기보다는 아직 한 달도 안 된 상황이라…….”
“그러니까 미리 준비하라고. 그리고 저번에도 말했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니까 그러기 전에 적당한 선에서 자르고.”
“네, 알겠습니다.”
더러워도 어쩌겠는가. 최민성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오상철이 다시 말했다.
“참, 지난번에 얘기했던 그 고추는 어떻게 됐어?”
“하바네로 고추 말입니까?”
“그래, 그 하바 뭐시기.”
“조만간에 수입 되는 대로 연락 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 수입업자가 말하는데 요즘 들어 그 고추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답니다.”
“그게 사실이야?”
“네, 없어서 못 팔 정도랍니다.”“없어서 못 판다……?”
오상철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렇게 되면 그 꼬맹이가 얘기했던 ‘매운맛의 열풍’이 사실이라는 얘기가 된다. 그렇게 되면 라면뿐만이 아닐 것이다. 모든 음식에 매운맛의 열풍이 분다는 얘긴데…….
‘도대체 어떻게…….’
오상철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오상철은 최민성을 보며 다시 말했다.
“혹시 모르니까 처음 주문할 때 많이 주문해.”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고춧가루는 수입하면 되는데, 문제는 그 고춧가루를 그대로 사용하는 게 아니랍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오상철은 최민성을 보며 바로 물었다.
“고춧가루를 그대로 사용 안 한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그걸로 양념장을 만들어서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 여자가 그러던가?”
최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오상철이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그 고춧가루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 번 더 가공을 해야 한단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어떻게?”
“그걸 모르겠습니다. 글쎄 그 꼬맹이가 양념장 만드는 건 아무한테도 안 가르쳐 준답니다.”
“허…….”
오상철은 어이가 없었다.
산 넘어 산이라고, 고춧가루만 구하면 모든 게 다 해결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고춧가루를 해결하고 나니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오상철은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지금 그 얘기는 양념장을 그 꼬맹이가 만든다는 얘기지?”
“네, 그렇습니다. 저도 그게 이해가 안 갑니다. 저는 당연히 신 사장이 만드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아니, 그 꼬맹이가 뭘 안다고 양념장을 만들어?”
“저도 그게 이해가 안 가는데 중요한 건 그게 사실이라는 겁니다. 더군다나 그 방법을 어느 누구한테도 안 가르쳐 준답니다. 심지어는 신 사장한테도.”
오상철은 또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일이 또 생겼기 때문이다. 당연히 신명순이 만들 거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란다.
이제 고작 고2다. 그런 녀석이 무슨 재주로 양념장을 만든단 말인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얘기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사실이라는 것.
‘그렇다면…….’
오상철은 잠시 고민에 빠진 듯 아무 말이 없었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고민을 끝낸 듯 오상철이 최민성을 보며 말했다.
“이제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그게 뭡니까?”
“양념장을 빼내는 거지.”
“지금 도둑질이라도 하자는 겁니까?”
최민성은 황당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착하게 산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도둑질까지는 해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최민성의 표정이 변하자 오상철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왜, 내가 도둑질이라도 시킬까 봐?”
“조금 전에 하신 말씀이…….”
“이 친구야 머리는 뒀다 국 끓여 먹을 텐가? 이럴 때 그 여자를 써먹으란 말이야.”
“그 여자라면…….”
최민성은 그제야 오상철의 의중을 알아챘다.
결국은 김지숙을 이용해 양념장을 훔쳐 오라는 얘기다. 물론 직접 손을 대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건 도둑질은 도둑질, 기분이 썩 좋을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거부할 수 없다는 것.
그때 오상철이 다시 입을 열었다.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그리고 가급적이면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
“……아, 네.”
최민성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오상철의 눈매가 가늘어지며 말했다.
“왜? 하기 싫어?”
“그건 아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
최민성이 껄끄러워하자 오상철이 뭔가를 결심이라도 한 듯 눈빛을 번뜩이더니 말을 이었다.
“아니, 그럴 게 아니라 지금 전화를 하게. 아무래도 자네한테 혼자 맡겼다가는 일이 제대로 될 거 같지가 않구먼.”
“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새벽에 어떻게…….”
“어서!”
최민성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 시각이 새벽 5시다. 어느 미친놈이 혼자 사는 여자한테 이 시간에 전화를 한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었다.
“형님, 이건 아니죠.”
“어차피 신랑은 병원에 있다며? 그럼 혼자 있을 텐데 뭐가 문제야?”
“지금 새벽 5시입니다. 그런데 이 시간에 어떻게 전화를 합니까? 이건 도저히 말이 안 되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지금 못 하겠다는 얘긴가?”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아니, 지금 당장!”
오상철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 말은 결국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거다.
오상철이 누구인가.
하고 싶은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최민성이 전화를 안 한다면 오상철 자신이 나서서 직접 전화를 하고도 남을 그런 사람이다.
휴우!
최민성의 입에서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알겠습니다. 제가 전화하죠.”
“진즉에 그럴 것이지.”
오상철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최민성을 바라봤다.
디디딕.
최민성은 어쩔 수 없이 김지숙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한참 울리자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간신히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 아마도 잠결에 받은 듯했다.
“지숙 씨 날세.”
– 민성이 아저씨? 그런데 이 새벽에 무슨 일이에요?
“사실은 오늘 새벽에…….”
최민성은 우선 새벽에 있었던 쓰레기 사건부터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김지숙이 놀랍다는 듯 다시 물었다.
– 그게 진짜예요?
“새벽부터 개망신을 단단히 당했네.”
– 내가 그래서 조심하라고 분명히 말했잖아요. 우리 사장이 나이는 어려도 얼마나 독종인데.
“그러게 말이야. 설마 누가 오늘까지 지키고 있으리라고 생각이나 했겠나.”
– 그건 그렇고, 이 시간에 무슨 일입니까?
“그게…….”
– 무슨 일인데요?
“다름이 아니고 그 양념장 말인데…….”
최민성은 양념장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최민성의 설명이 끝나자 김지숙이 어이없다는 투로 말했다.
– 지금 저보고 이젠 도둑질까지 하라는 거예요?
“말 표현이 너무 과격하네. 우린 그저 정보공유 차원에서…….”
– 정보공유 차원이요? 이거 왜 이러세요? 누가 들으면 웃어요.
“말이 그렇다는 거고, 그나저나 가능하겠어요?”
– 글쎄요, 잠깐 나도 생각 좀 해보고요.
김지숙은 잠깐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깐.
수화기 너머로 김지숙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 언제까지요?
“우리야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그리고 이왕이면 그 양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 시간도 빠르고 양도 많이…….
김지숙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듯하더니 다시 말했다.
– 혹시 이거 맨입은 아니죠?
“어? 그게…….”
최민성은 순간 놀라 수화기를 손으로 막았다. 그리곤 바로 오상철을 바라봤다.
“형님, 이 여자가 돈 달라는데요?”
“한 달에 한 번 주잖아.”
“그거 말고 별도로 요구하는 거 같은데요. 어떻게 합니까?”
“이런 쌍…….”
오상철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다시 말했다.
“일단 물어봐. 얼마나 요구하는지. 하여간 돈밖에 모르는 년이라니까.”
최민성은 수화기에서 손을 뗀 후 다시 말했다.
“혹시 얼마를…….”
“아무리 적어도 한 장은 받아야겠는데요. 위험수당치고는 그것도 싸긴 하지만…….”
최민성은 다시 수화기를 손으로 막았다. 그리곤 다시 오상철을 보며 말했다.
“형님, 만 원이요. 어떡할까요?”
“만 원? 이년 이거 완전 도둑년이네. 양념장 하나에…….”
“어떡할까요?”
최민성의 질문에 오상철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생각 같아서는 필요 없다고 당장 전화를 끊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가 없었다.
어차피 양념장이 필요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오상철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최민성이 수화기에서 손을 뗀 후 다시 말했다.
“한 장, 오케이. 대신 오늘까지.”
– 알았어요. 오늘 밤 8시에 그곳에서 봐요.
뚝.
전화를 끊은 김지숙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