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85)
회귀해서 건물주-185화(185/740)
185
집으로 돌아온 이만수.
유수민이 그를 맞았다.
“아니, 아침부터 어디를 다녀오세요?”
“잠깐 볼일이 있어서 어디 좀 갔다 오는 길이야. 그건 그렇고 수혁이는?”
“이제 막 아침 먹고 양치하고 있어요. 금방 나올 거예요.”
그때 이수혁이 가방을 메고 나왔다. 그러자 이만수가 이수혁을 불렀다.
“수혁아, 잠깐 나 좀 보자.”
“네? 저 지금 라면 가게 나가봐야 하는데요.”
“잠깐이면 돼. 5분만 아빠 보고 가.”
5분이란 말에 이수혁은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상한 건 아버지의 태도였다. 평상시와는 왠지 다른 모습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수혁이 자리를 잡고 앉자 이만수가 먼저 물었다.
“일은 힘들지 않고?”
“네, 할 만합니다. 처음엔 두려웠는데 막상 해보니까 나름대로 재미도 있고 괜찮습니다.”
“그래? 그럼 다행이네.”
“그런데 저한테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이수혁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이만수가 말했다.
“이번 중간고사 말인데…….”
“네? 중간고사요?”
중간고사라는 말에 이수혁은 놀란 듯 고개를 번쩍 들어 이만수를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중간고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이수혁 자신에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과외 선생 없이 혼자 준비하는 대신에 성적은 최소한 현상 유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과외를 중단하는 조건이었다.
그래서 더욱더 긴장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만수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이번 중간고사와 과외는 별개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결과에 상관없이 3학년 되기 전까지 과외는 없다.”
“아빠…….”
이수혁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 이만수의 말대로라면 설사 이번 중간고사에서 결과가 안 좋게 나오더라도 과외는 안 받아도 된다는 얘기가 된다. 처음 약속했던 조건을 이만수 스스로가 깨겠다는 얘기다.
이수혁이 어리둥절할 때였다.
“여보!”
유수민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자 이만수가 유수민을 보며 말했다.
“당신하고는 조금 있다가 수혁이 간 다음에 얘기합시다. 그러니 지금은 그냥 가만히 계세요.”
“아니 어떻게…….”
유수민은 어이가 없는지 이만수를 노려볼 뿐이었다.
그때 이수혁이 다시 물었다.
“아빠, 지금 그 말씀은…….”
“압박감에서 헤어나란 얘기야. 결과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친구들하고 즐겁게 공부하라고.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 아빠. 그런데…….”
이수혁은 옆에 있는 유수민을 바라봤다.
그러자 이만수가 다시 말했다.
“네 엄마는 내가 잘 얘기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그리고 참, 시험 끝나고 아빠랑 산에 한 번 가자.”
“네? 진짜요?”
이수혁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자 이만수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좋아?”
이수혁은 유수민을 슬쩍 바라본 후 고개를 심할 정도로 끄덕였다. 그 모습을 바라본 유수민은 어이가 없는지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러자 이만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수혁아, 일단 이번 시험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해. 대신 너무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그 과정 속에서 친구들하고 소중한 추억도 만들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을 하든 네가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거야.”
“아빠, 오늘 무슨 일 있었어요?”
“왜, 이상해?”
“솔직히 적응이 안 돼요. 꼭 꿈꾸는 것 같기도 하고…….”
이만수는 이수혁의 반응에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이렇게 말하고 있는 자신조차 너무 어색할 정도니 이수혁의 입장에서는 오직 하겠는가.
“그동안은 아빠가 바쁘다는 핑계로 하나밖에 없는 아들내미한테 신경을 못 썼는데 이제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신경 좀 쓰려고 그런다.”
이수혁은 여전히 의구심이 들었다. 너무 갑작스럽게 변한 이만수의 모습에 도저히 적응이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꾸 되묻는다는 것도 더 이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 어쨌든 감사합니다. 저도 더 열심히 할게요. 그리고 엄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이번 기회에 더 열심히 해서 엄마 아빠한테 인정받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게요.”
“어? 그, 그래.”
유수민의 대답이 이어졌다. 그런데 대답하는 유수민의 표정이 조금 전과는 많이 변한 듯한 모습이었다.
이수혁이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그럼 저는 늦기 전에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이왕 하는 거, 가서 열심히 하고 밤늦게 길 조심하고…….”
“네, 아빠.”
이수혁은 그 말을 끝으로 안방을 나와 현성의 가게로 향했다.
이수혁이 나가고 방안에 남은 두 사람.
유수민이 이만수를 보며 먼저 물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믿어보려고.”
“네?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예요?”
“우리가 그동안 수혁이를 너무 새장 속에서만 키운 거 같아서 말이야.”
“새장이요?”
유수민은 갑자기 ‘새장’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물론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관리를 하긴 했지만 그것이 새장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이만수의 말이 이어졌다.
“벗어나고 싶었다고 하더군.”
“우리 수혁이가요?”
“그려, 오죽 갑갑했으면 한 번도 빠지지 않던 학교에 안 갔을까. 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그런 녀석을 다시 학교에 데려다 놨으니, 우리도 참…….”
“그거야 누가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줄 알았나요?”
“그러니까 우리가 부족했다는 거야. 그나마 현성 학생이 그날 수혁이를 잘 붙잡아 줬으니 다행이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어쩔 뻔했냐고.”
“하아…….”
그날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떨리는 유수민이었다. 교무실에서 이수혁이 옥상으로 올라갔다는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물론 힘들어한다는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는 미래를 위해서 버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이만수가 다시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이젠 우리 수혁이 숨 좀 쉬게 놔둡시다.”
“그, 그건 안 돼요, 아직은…….”
“언제까지 그럴 건데? 그러다 애가…….”
이만수는 말을 중간에서 잘랐다. 차마 자신의 입으로 더 이상은 말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유수민이 말했다.
“그러지 말고 어차피 본인이 약속한 게 있으니까 이번 시험 끝나고 다시 얘기해요.”
“아니, 여보. 그건 아니야. 그 약속 누가 만든 건데? 결국, 우리 욕심이잖아. 미안하지만 이번엔 나도 양보 못 해요.”
“아니, 왜 갑자기…….”
유수민으로서는 이만수의 행동이 맘에 안 들었다. 지금까지 이수혁의 교육 문제만큼은 100% 자신이 담당해 왔었다.
물론 이번 사건이 작은 사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끼어드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그때 이만수가 다시 말했다.
“내가 아침에 어디 갔다 왔는지 알아요?”
“그거야 모르죠.”
“현성이 학생한테 갔다 왔어요. 자식이 일을 한다는데 최소한 얼굴은 비춰야 할 거 같아서, 그리고 할 말도 있었고.”
유수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한 번은 갔다 와야겠다는 생각은 자신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잘하셨네요. 그렇지 않아도 한 번은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어린 친구가 그럽디다. 수혁이 좀 믿어달라고. 옆에서 보기에 얼마나 갑갑했으면 그런 소리를 했겠소?”
“그거야 같은 친구니까…….”
“그러니까요, 친구도 그러는데 우리한테는 자식이지 않소? 부모가 자식을 안 믿어주면 누가 우리 수혁이를 믿어 주겠소?”
“그건…….”
할 말이 없는 유수민이었다.
그러자 이만수가 다시 말을 이었다.
“물론 내 눈에도 아직은 아이로밖에 안 보이는 건 사실이오. 하지만 그게 잘못됐다는 걸 이번에 현성 학생을 보면서 깨달았소.”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미 우리가 생각하는 아이가 아니란 것이오. 한 가게를 맡아서 운영하는 모습이 어른과 다를 바가 없었소. 아니, 오히려 그 열정만큼은 우리 어른들보다도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지는 않았소.”
그건 이미 유수민도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처음에는 하루 이틀 하다가 말겠지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들려오는 소문은 그와는 정반대였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손님이 줄을 선다는 것이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김현성 학생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다 같을 수는 없으니까.
유수민의 말이 이어졌다.
“그 학생이야 그렇다 쳐도 우리 수혁이는 다르지요.”
“왜 그렇게 생각해요? 엄연히 같은 친군데. 단지 우리 눈에만 어리게 보인다고는 생각하지 않소?”“우리 눈에만……?”
“그렇소. 내가 볼 땐 당신과 나의 눈에만 그렇게 보였던 거요. 수혁이가 거기서 일을 시작하면서 뭐라고 했는지 아오?”
“글쎄요…….”
유수민은 고개를 갸웃했다. 사실 어제저녁에 라면 가게에서 앞으로 일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옥상에서 한 약속이 있기에 어쩔 수 없이 허락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중간고사에서 예전의 성적을 유지한다는 조건이었다.
이만수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새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다고 했답니다.”
“새장이요?”
“그렇소. 나도 처음에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어이가 없었는데, 잘 생각해 보니까 오히려 그렇게 말한 우리 수혁이가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소. 아! 우리 수혁이도 이제 더 이상은 어린아이가 아니구나, 하는 그런 생각 말이오.”
“…….”
유수민은 마땅히 할 말이 없었다.
그러자 이만수가 바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이젠 우리도 우리 수혁이 인정해 줍시다. 그리고 좀 더 지켜봅시다. 물론 처음이라 불안하긴 하겠지만 그 또한 우리가 감내해야 할 몫이 아니겠소?”
“아직은…….”
“아니요, 내가 볼 땐 지금이 다행이라고 생각하오. 만약 고3이 돼서 이랬다고 생각해 보시오. 아마 그때는 당신이 더 힘들었을 거 같은데, 안 그렇소?”
“하긴 그건 또……, 휴우!”
유수민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고3이 돼서 지금처럼 방황을 했다면 그땐 정말 더 힘들었을 것이다.
이만수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당신이 좀 힘들더라도 이번엔 수혁이를 위해서라도 양보를 좀 해주는 게 어떻겠소?”
“그게 진짜 수혁이를 위하는 길일까요?”
“난 우리 수혁이를 믿소. 아마 분명히 잘 해내리라 생각하오.”
“일이야 그런데, 문제는 시험이…….”
유수민의 얼굴엔 여전히 그늘이 드리워졌다.
그런 그녀를 보며 이만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물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면 좋겠지만, 그것까지는 우리가 욕심을 내지 맙시다. 이번 중간고사는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것 때문에 수혁이를 힘들게 하지는 맙시다.”
“…….”
대답이 없는 유수민이었다.
그러자 이만수가 진중한 눈빛으로 유수민을 바라봤다.
“내가 수혁이 교육에 관해서는 처음으로 당신한테 부탁하는 거요. 이번엔 나의 선택을 한 번 믿어주시오.”
“……아, 알았어요.”
유수민은 힘들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의 선택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몰랐다.
***
“사장님, 그 말이 정말입니까?”
김지숙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현성에게 물었다.
조금 전이었다.
김지숙이 가게에 도착했을 때 현성은 뭐가 좋은지 얼굴에 웃음꽃이 만연했다. 물론 그 이유를 모를 리 없는 김지숙이었다.
이미 새벽에 최민성으로부터 쓰레기 건에 관해서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그렇다니까요. 글쎄 그 새벽에 두 양반이 리어카에 쓰레기를 싣고 와서는 가게 앞에 버리지 뭡니까?”
“그래서요?”
“아주 개망신을 줬지요.”
“어떻게요?”
김지숙은 여전히 모르는 척 현성의 말에 장단을 맞췄다. 그러자 현성은 더욱 신나서 대답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그게 그러니까…….”
현성은 동네 사람들이 그 새벽에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한 것과 마지막으로 전 주인의 아들 이우진이 두 사람을 훈계하는 장면까지 설명하고 나서야 얘기를 끝마쳤다.
그러자 김지숙이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호호……, 그 양반들 아주 어린애한테 개망신을 당했군요? 그런데 나잇살이나 먹은 양반들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가네요.”
“누가 아니랍니까?”
“그건 그렇고 명순이 언니가 오늘은 좀 늦네요.”
“금방 오시겠죠, 뭐. 아직 조금 여유가 있으니. 근데 저는 잠깐 화장실 좀…….”
“아, 네. 다녀오세요. 저는 주방에서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요.”
현성이 화장실로 사라지자 김지숙의 얼굴엔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 그리곤 빠른 걸음으로 주방으로 향했다.
잠시 후.
김지숙은 한 손에 국자를 들고 양념장이 있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