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87)
회귀해서 건물주-187화(187/740)
187
중간고사 하루 전.
김일수와 이정우 그리고 이수혁과 현성, 네 사람은 현성의 가게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밤 12시가 되자 이수혁이 먼저 말했다.
“일수야, 오늘은 배 안 고프냐?”
이수혁의 말에 시계를 확인한 김일수가 대답했다.
“뭐야? 벌써 12시야? 무슨 시간이 이렇게 빨라?”
“와, 너 지금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공부한 거야?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하더니 네가 딱 그 짝이로구나.”
“헤헤, 급하니까 그렇게 되네. 진짜 하루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진짜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을 텐데 말이야.”
현성은 그런 김일수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얼마 전까지도 공부와는 전혀 관계가 없을 거 같던 김일수였다. 그런 그가 지금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공부를 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현성은 그런 김일수를 보며 물었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그동안 실컷 놀았잖아. 이제라도 정신 차려서 해봐야지. 진짜 오늘은 라면 먹는 시간도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 정도야?”
“히히,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래도 먹을 건 먹고 해야지. 그나저나 라면은 몇 개나 끓일까?”
“열 개는 끓여야 하지 않겠냐?”
김일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옆에 있던 이수혁이 같이 일어나며 말했다.
“일수야, 오늘은 내가 끓이면 안 될까?”
“네가? 열 개를 한꺼번에 끓여야 하는데 끓일 수 있겠어?”
“네가 옆에서 물양만 맞춰줘. 그러면 그다음은 내가 끓일게. 난 그 물양을 못 맞추겠더라고.”
“알았어, 가자.”
두 사람이 주방으로 향하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정우가 말했다.
“설거지는 내가 할게.”
김일수가 알았다는 듯 손을 번쩍 들었다.
김일수와 이수혁 그리고 이정우, 처음엔 어색한 조합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젠 제법 서로의 관계가 돈독해졌다.
이수혁이 나중에 합류하면서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전생에서는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었던 그들이다.
특히 김일수와 이정우는 더욱 그랬다. 물론 김일수의 경우는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현성은 옆에 있는 이정우를 보며 물었다.
“요즘 몸은 어때?”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해서 그런지 요즘은 다리 경련도 없고 좋아. 다 네 덕분이다.”
“무슨 소리야? 열심히 한 건 넌데. 그건 그렇고 공부는 좀 어때?”
“재밌어.”“재밌어?”
현성은 이정우를 힐끔 바라봤다.
의외였다. 거의 꼴찌에서 놀던 녀석의 입에서 공부가 재밌다는 말이 나왔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중요한 건 그 한마디로 지금 이정우의 심정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잠시 후.
이수혁이 라면 냄비를 들고 왔다.
“야, 라면 먹자.”
며칠 전 처음으로 라면 맛을 봤다는 이수혁이 이젠 라면을 직접 끓인 것이다. 사람은 역시 환경의 변화에 가장 빨리 적응하는 종족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이수혁이었다.
네 사람은 누가 먼저일 것도 없이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예나 지금이나 야식으로 라면만큼 훌륭한 음식이 있을까 싶다.
라면을 다 먹자 현성이 말했다.
“내 생각인데, 시험 끝날 때까지 우리 여기서 밤샘할까?”
현성의 말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김일수였다.
“난 찬성. 그렇지 않아도 시간이 부족하던 참에 잘됐다. 시험 끝나고 낮에 잠깐씩 자면 되니까 아예 시험 끝날 때까지 밤샘하는 것도 괜찮을 거 같은데. 다들 어떻게 생각해?”
물론 시험 기간에는 아줌마를 두 명 쓰기로 했다. 그렇기에 김일수가 저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김일수의 의견에 이정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도 찬성. 일수 말처럼 낮에 잠깐 자고 저녁에 다시 모여서 밤샘하는 것도 좋을 거 같다. 그리고 공부를 해보니까 낮보다는 밤에 더 집중이 잘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이제 남은 사람은 한 사람.
이수혁은 잠시 고민에 빠진 듯했다.
하지만 이수혁의 고민도 길지는 않았다.
“알았어. 나도 집에서 낮에 자고 저녁 시간에 맞춰 다시 나올게. 우리 다 같이 이번 시험 기간은 함께 밤새는 거다.”
“하하, 하하하…….”
이수혁의 말이 끝나자 이정우가 갑자기 웃었다.
그러자 김일수가 이정우를 보며 물었다.
“뭐야? 그 웃음은?”
“신기해서 그런다. 내가 시험 때문에 밤샘을 한다는 게.”
“하긴 나도 마찬가지다. 너나 나나 시험 때문에 밤샘을 한다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믿어지지 않는다.”
“누가 아니래?”
이정우와 김일수는 서로를 마주 보며 빙긋 웃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현성의 입가에도 어느새 옅은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시간은 빨리 지나갔다. 새벽 두 시를 지나 어느새 네 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그 시각.
잠을 못 이루는 두 사람.
“여보, 지금 몇 시예요?”
유수민이 이만수에게 물었다.
그러자 이만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시계를 확인했다.
“네 시가 넘었는데.”
“네 시요?”
유수민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자신의 눈으로 시계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시간을 확인한 유수민이 이만수를 바라봤다.
“잘하고 있을까요?”
“그러게, 잘하고 있겠지.”
“그렇겠죠?”
유수민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내심 불안한 마음뿐이었다.
12시 조금 넘어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물론 이수혁으로부터 온 전화였다. 내용인즉슨 친구들하고 내일 시험 때문에 밤샘을 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시간이 자꾸 지나면서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불안감.
그러다 보니 지금 이 시각까지 잠을 못 잔 것이다.
유수민은 이만수를 불렀다.
“여보.”
“왜?”
“당신도 잠이 안 오죠?”
“그러게, 오늘 밤은 이상하게 잠이 안 오네.”
이만수도 알고 있었다. 말로는 아들 녀석을 믿어주자고 말은 했지만 정작 상황이 이렇게 되니 왠지 불안한 마음만 더 커진다는 것을 말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데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아비로서 믿어주고 싶었다. 그래야 한다고 믿었고,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닥치니 그게 또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유수민의 말이 이어졌다.
“여보, 나는 이대로는 안 될 거 같은데 어쩌지요? 도저히 잠이 안 올 거 같아요.”
“흠…….”
이만수는 대답하지 못했다. 유수민의 마음이 곧 자신의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그 마음을 알기라도 한 걸까.
유수민이 다시 말했다.
“한 번 나갔다가 올래요?”
“…… 그럴까 그럼.”
굳이 두 사람은 긴말이 필요 없었다. 어차피 서로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갈 채비를 끝낸 이만수가 말했다.
“집에 꿀 있지?”
“꿀이요?”
“응, 빈손으로 갈 순 없잖아. 애들이 밤샘을 한다는데…….”
누군가 지금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면 틀림없이 비웃을 것이다. 속마음은 자식을 믿지 못하여 확인차 가면서 겉으론 안 그런 척 가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지금으로선 그럴 수밖에 없는데…….
부창부수라고 했던가.
유수민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꿀물 좀 탈까요?”
“그래, 넉넉히 좀 타요. 애들 고생하는데…….”
두 사람은 그렇게 가증스러운 모습으로 집을 나섰다.
얼마 후.
현성의 가게에 도착한 두 사람.
가게 안을 살피던 유수민이 조용히 이만수를 불렀다.
“여보!”
“어.”
“저기 보여요? 우리 수혁이 공부하는 거. 그리고 그 옆에 친구들도…….”
말하는 유수민의 목소리에서는 미세하게 떨림이 있었다. 그만큼 긴장을 했던 것이다.
사실 가게 앞까지 오면서도 불안한 마음은 여전했었다.
혹시 말로만 친구들과 공부를 한다고 하면서 다른 짓이나 하고 있지 않을까.
심지어 가게에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도 했었다.
그만큼 아들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착실히 공부하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격해졌던 것이다.
이만수의 말이 이어졌다.
“그러게, 저렇게 잘하고 있는데, 우리가 아무래도 괜한 걱정을 했나 보오. 나 자신이 부끄럽소.”
“그러게 말이에요. 수혁이한테 너무 미안하고…….”
말을 잇지 못하는 유수민이었다.
그러자 이만수가 다시 말했다.
“어차피 지난 일 아니겠소. 앞으로 믿어주면 되는 것이고.”
“네.”
“자, 여기서 이러지 말고 어서 안으로 들어갑시다. 고생하는 녀석들한테 어서 꿀물이라도 좀 먹입시다.”
유수민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딸랑.
두 사람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깜짝 놀란 네 사람.
그중에서도 이수혁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엄마, 아빠 이 시간에 웬일이세요?”
“웬일은……, 밤새워 공부한다고 해서 꿀물 타서 위문 공연 온 거지.”
“정말?”
미안할 정도로 반기는 이수혁이었다.
“안녕하세요?”
현성이 인사를 건네자 김일수와 이정우도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이만수가 웃으며 인사를 받았다.
“늦게까지 고생들이 많구나. 여기 꿀물 좀 가져왔으니 이거 마시고 해.”
“네, 감사합니다. 그렇다고 이 시간에 일부러 나오신 겁니까?”
“잠도 안 오고…….”
차마 아들이 의심스러워 왔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현성은 빙긋 웃었다.
갑자기 아버지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집에서 공부할 때면 하루도 안 빠지고 꿀물을 타주시던 아버지였다.
그때 유수민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아침은 우리 집에서 준비하고 싶은데 괜찮겠니?”
“네? 아침을요?”
“우리 집이 여기서 멀지 않으니까 시험 기간만이라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는데. 아침마다 라면만 먹고 시험 볼 수는 없지 않겠니?”
“그렇지 않아도 그 문제 때문에 걱정이었는데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저희로서는 너무 감사하죠.”
어쩔 수 없이 밤을 새우기 위해서는 밤12시에 라면을 먹어야 한다. 안 먹고 버틴다는 건 체력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침이었다. 밤에 라면을 먹고 아침에 또다시 라면을 먹기에는 아무리 젊은 청춘들이라 해도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고민이었는데 그 문제를 지금 유수민이 깔끔하게 해결해준 것이다.
유수민이 현성을 보며 다시 물었다.
“아침밥은 몇 시에 준비하면 될까?”
“음…, 여기서 씻고 저희가 7시까지 가도록 하겠습니다. 수고스럽겠지만 그 시간에 맞춰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 알았어. 그럼 내가 그 시간까지 준비할 테니까 그때 보자고.”
그렇게 현성이 걱정했던 아침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이만수와 유수민이 가게를 떠나고 다시 테이블에 둘러앉은 네 사람.
현성이 이수혁을 보며 말했다.
“고맙다. 네 덕분에 큰 걱정 덜었다.”
“고마운 거로 따지면 내가 더 고맙지. 지금 내가 이렇게 이 자리에 너희들과 같이 있다는 게 난 더 고마워.”
“어쨌든 중요한 건 이번 시험이야. 아무리 과정이 좋아도 결과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거 잘 알지?”
“물론이지. 그래서 더 열심히 하는 거고.”
그때 김일수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자, 두 사람 잡소리 그만하고 이제 공부 시작하자. 아침 밥값은 해야지!”
그러자 옆에 있던 이정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녀석 볼수록 대견하단 말이야.”
“뭐? 너 이 자식, 대견? 형님한테 못 하는 소리가 없어.”
“참! 우리 이번에 시험 잘 보는 사람한테 ‘형님’이라고 부르기로 했지?”
“맞다! 그걸 깜박하고 있었네. 야, 이정우 너 그 약속 꼭 지켜라.”
“누가 할 소리!”
두 사람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으르렁거렸다. 두 사람은 이때까지도 모르고 있었다. 선의의 경쟁이 이번 시험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