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89)
회귀해서 건물주-189화(189/740)
189
“이수혁, 그리고 김현성이다.”
“네?”
반장 이영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신민호를 쳐다봤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수혁은 얼마든지 1등을 해도 이상할 게 없다. 항상 2등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현성은 다르다. 지금까지 7등에서 10등 사이를 오가던 현성이다. 그런 현성이 단박에 1등을 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왜? 믿어지지 않나?”
“수혁이는 그렇다 쳐도 솔직히 현성이는 …….”
“그건 네가 그만큼 현성에 대해서 관심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내가 알기로 현성이는 라면 장사를 하면서도 새벽 두 시까지 공부를 한 거로 알고 있다. 내가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만도 몇 번 있었으니 그건 사실일 거다. 그리고…….”
신민호는 그동안 자신이 지켜봤던 현성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신민호의 설명이 길어질수록 머리를 끄덕이는 학생의 수는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신민호의 설명이 끝나자 반장 이영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는 솔직히 그 정도까지 열심히 한 줄은 몰랐습니다. 1등을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군요.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그리고 칭찬을 받을 사람이 한 명 또 있다. 바로 김일수다.”
“우리 반 꼴찌 김일수 말입니까?”
“그래, 우리 반에서 꼴찌만 하던 김일수가 이번엔 20등으로 올라왔다.”
“네?”
이영민은 또다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근래 들어 김일수의 변화는 확실히 있었다. 예전과 다르게 수업 시간에도 자지 않고 수업을 듣는 태도며 쉬는 시간에도 예전처럼 노는 것이 아니라 미리 예습하는 것을 보긴 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그 정도로 성적이 오르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그때 신민호가 다시 말했다.
“네 사람 자리에서 잠깐 일어나라.”
신민호의 말이 떨어지자 자리에서 일어나는 네 사람. 그런데 그 표정들이 각양각색이었다. 이수혁의 밝은 표정과는 다르게 많이 쑥스러운 듯 상기된 김일수와 이정우. 그리고 약간은 무덤덤한 현성이었다.
네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다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짝짝짝…….
현성은 서 있는 이수혁과 김일수 그리고 이정우를 차례대로 바라봤다.
전생과 비교하면 너무나 다른 모습들이었다.
특히, 김일수와 이정우의 모습은 비교 자체가 안 될 정도로 바뀐 모습이었다. 꼴찌만 하던 녀석들이 15등과 20등을 한 것이다.
물론 등수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건 그들의 가능성을 봤다는 것이다.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 그들의 삶은 지금까지와는 많이 달라지리라는 것이다.
담임이 조회를 끝내고 나가자 이정우가 현성의 책상으로 쪼르륵 달려왔다.
“야, 어떻게 된 거야?”
“뭐가?”
“아무 소리도 없다가 갑자기 1등이라니?”
“나도 1등까지 할 줄은 몰랐어. 운이 좋았던 거지 뭐.”
“자식, 겸손은……, 하여간 대단하다. 공부면 공부, 장사면 장사 요즘 네가 못 하는 게 뭐야? 어찌 됐든 축하한다.”
자신의 일처럼 좋아하는 이정우였다.
그런 이정우를 보며 현성이 말했다.
“너도 이번에 잘했어. 열심히 하는 거야 알았지만 15등까지 올라올 줄은 몰랐어.”
“히히, 솔직히 나도 꿈만 같아. 내가 15등을 하다니…….”
“이제 가능성을 확인했으니까 앞으론 더 열심히 하는 거야.”
“알았어. 나도 이번에 확실히 알았어. 하면 된다는 사실을 말이야.”
이정우는 주먹을 흔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때였다.
툭.
누군가 뒤에서 현성의 어깨를 툭 쳤다.
그리고 들려온 묵직한 목소리.
“축하한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김일수였다.
“어, 고맙다. 그리고 너도 축하한다. 이번에 열심히 하더니 기어코 해내고 말았구나.”
“다 네 덕분이다!”
투박한 말투였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자식, 하여간 잘했어. 그리고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거 알지?”
“어!”
김일수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따라 웃는 모습이 더욱더 듬직하고 멋있어 보이는 김일수였다.
***
그날 오후.
수업을 마친 이수혁은 집으로 곧장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어머니 유수민을 불렀다.
“엄마!”
부엌에 있던 유수민은 이수혁의 부름에 미소를 머금은 채 물었다.
“무슨 일인데 다 큰 녀석이 이렇게 어미를 불러?”
“엄마, 놀라지 마.”
“원 녀석도, 뭔데 그렇게 호들갑이야?”
“엄마, 1등 했어. 내가 1등 했다고.”“뭐?”
유수민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렇지 않아도 시험이 어제 끝났기에 성적이 궁금하던 차였다.
하지만 먼저 물어보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번 성적이 잘 안 나오리란 걸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묻는 것조차 두려웠었다.
그런데 1등이라니…….
유수민은 이수혁을 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우리 반에서 1등 했다니까. 매번 2등만 했었는데 드디어 내가 이번에 1등을 했다고.”
“그게 진짜야?”
“그렇다니까. 엄마도 안 믿기지? 사실 나도 꿈만 같아.”
“수혁아!”
유수민은 이수혁을 두 팔로 꼭 껴안았다.
꿈만 같았다.
지난번 가출과 옥상 사건 때문에 불안한 마음으로 가득했었다. 지금까지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그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본인의 요구에 의해 과외도 중단한 상태라 성적에 대한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모든 불안 요소를 극복하고 보란 듯이 1등을 한 것이다.
유수민은 껴안았던 팔을 풀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처음엔 솔직히 나도 과외를 그만두니까 많이 불안했었어. 그런데 아빠로부터 시험 성적에 상관하지 말라는 말을 들은 후부터 오히려 책임감이 더 들더라고.”
“그게 정말이야?”
“아빠가 그만큼 나를 믿는다는 거잖아. 그렇다 보니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어.”
사실이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이 어떡하든 이번 시험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었다. 최소한 지난 시험보다는 나은 결과를 얻고 싶었다.
밤을 새우면서도 오로지 그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
유수민은 다시 말했다.
“그래서 밤까지 새웠던 거고?”
“엄마도 알다시피 내가 원래 밤에는 약하잖아.”
“사실은 처음에 나도 그래서 불안했었어. 과연 밤을 새울 수 있을까 하고 말이야. 그것도 3일씩이나.”
“그런데 신기한 건 하다 보니까 그게 되더라고. 그래서 이번에 알게 됐어. 사람의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이야.”
새로운 경험이었다.
처음엔 못 버틸지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이 점점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알았다. 사람에게 있어 정신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말이다.
“결국, 아빠의 선택이 옳았다는 거네.”
“옳은지 그른지는 잘 모르겠고, 나는 그저 나를 믿어준 아빠가 고마울 뿐이었어. 그래서 그 고마움에 보답하고 싶었던 거고.”
유수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수혁이 다시 말했다.
“그리고 중요한 건 과외를 안 받고도 혼자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찾았다는 거야.”
“그게 가능하다는 말이지?”
“물론 처음엔 쉽지 않았어. 그런데 막상 혼자 하다 보니까 요령이 생기더라고. 그리고 친구들이랑 모르는 문제를 같이 풀다 보니까 재미가 붙는 거야.”
“친구들?”
친구들이란 말에 유수민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냐하면,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의 성적이 안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은 안 했지만, 오히려 공부하는 데 방해만 될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런 친구들이 도움이 됐다고 하니 이해가 안 간 것이다.
유수민은 다시 물었다.
“그 친구들이 도움이 됐다고?”
“나도 처음엔 도움이 안 될 줄 알았어. 그런데 그 반대더라고. 그 친구들이 모르는 문제를 나한테 물어보면 내가 가르쳐주고 그랬거든. 그런데 거기서 중요한 걸 깨달았어.”
“중요한 거? 그게 뭐야?”
“가르치다 보니 전체의 흐름이 보이는 거야. 그리고 문제 출제자의 의도도 보이고 말이야. 뭐라고 할까, 문제를 보는 시각이 넓어진다고나 할까, 하여간 나에겐 새로운 경험이었어.”
유수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배우는 입장과 가르치는 입장은 시각의 차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한다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넓어질 것이라는 게 유수민의 판단이었다.
“그럴 수도 있겠네.”
“그리고 현성이 같은 경우엔 내가 도움을 많이 받았고.”
“음…,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유수민이 의문을 가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성이 이수혁보다 공부는 못 하는 거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수혁의 대답이 이어졌다.
“예전의 현성이 아니었어. 특히 예상 문제를 찍어주는데 아마 이번 시험에서 70% 이상은 적중했을 거야.”
“70%씩이나?”
“나도 시험 보고 놀랐어. 참, 이번에 현성이 나랑 공동 1등 한 거 모르지?”
“현성이가 1등을 했다고?”
“사실 나도 깜짝 놀랐어. 예전의 현성이하고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야. 공부면 공부, 장사면 장사 못 하는 게 없어. 그뿐만이 아니야…….”
이수혁은 그동안 현성의 변화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특히 김일수와 이정우에 관한 얘기였다.
이수혁의 설명이 끝나자 유수민이 물었다.
“꼴찌 하던 얘들이 15등과 20등을 했다고?”
“그렇게 만든 게 바로 현성이야.”
“그게 말이 돼?”
“나도 이해가 안 가는데 그 모든 게 현성의 작품이라는 거야. 하여간 이번에 같이 공부하면서 나도 많은 걸 배웠고.”
유수민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이수혁의 말이 이어졌다.
“엄마, 그래서 말인데…….”
“왜, 무슨 할 말 있어?”
“이번 기회에 과외 하는 거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 보려고.”
“글쎄다, 아직은 너무 경솔한 거 아닐까?”
유수민은 걱정이 앞섰다. 물론 이번 시험에서 과외 선생의 도움 없이 1등을 한 거는 고무적인 일이긴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과외를 안 받기에는 불안했기 때문이다.
이수혁의 말이 이어졌다.
“좋아요, 그럼 기말고사까지 한 번 더 기회를 줘. 어차피 2학년 마칠 때까지는 과외는 중단하기로 한 거니까 기말고사 끝나고 결정해도 늦지 않을 테니까, 그때 결정하는 거로.”
“그건 나도 찬성. 그나저나 현성이 말인데,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변할 수가 있는 건지 그게 나는 이해가 안 간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근데 중요한 건 예전의 현성이 분명히 아니라는 것과 걔 주위에 있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거야. 그리고 나는 걔네 가게에서 앞으로도 알바를 계속할 거라는 거고.”
“그 말은 우리 수혁이한테 좋은 일이 계속 생긴다는 얘기네.”
“아마도…….”
“호호, 그렇게만 된다면 이 어미가 무슨 걱정이 있겠니? 하여튼 그래서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는 거야.”
얼마 전까지도 친구는 대학이나 간 후에 사귀라던 유수민이었다. 역시 사람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유수민이다.
***
며칠 후, 이른 새벽.
“오셨어요?”
현성은 박희철을 반갑게 맞았다.
오늘 이렇게 일찍 박희철을 만난 이유는 드디어 그토록 고대하던 땅을 구매하러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잘 잤는가?”
박희철이 현성을 보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현성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밤새 못 잤습니다.”
“아니 왜?”
“막상 땅을 산다고 생각하니까 잠이 안 오더라고요. 아저씨는 편히 주무셨어요?”
“허허, 말도 말게. 나 또한 밤새 잠을 설쳤다네.”
왜 그렇지 않겠는가? 한두 푼도 아니고 자그마치 5천5백이다. 돈도 돈이지만 어찌 보면 박희철의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다. 잠이 온다면 그게 이상할 터였다.
“식사는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서 드시면 되겠지요?”
“그러면 되겠지. 자, 어서 가자고. 일산까지 가려면 아무래도 서둘러야 할 걸세.”
“네, 그러죠.”
두 사람은 가게를 나와 승용차에 올라탔다.
“자, 준비됐는가?”
“네, 이제 땅 사러 출발해 볼까요?”
“그럼 출발하네.”
부우웅.
두 사람을 태운 승용차는 새벽어둠을 헤치고 앞으로 힘차게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