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9)
회귀해서 건물주-19화(19/740)
김진용 사장의 시선이 이번엔 뿌리에 달린 돌기, 바로 옥주에 꽂혔다. 옥주가 생성됐다는 얘기는 심령이 그만큼 오래됐다는 증거다.
어린 산삼에서는 옥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꿀꺽.
김진용 사장은 입이 마르는지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곤 창가 쪽에 서 있는 현성을 슬쩍 바라봤다.
아차! 싶었다.
어쨌거나 거래 당사자가 아닌가. 표정관리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물건에 대한 욕심 때문에 그만 깜박하고 말았다.
30년을 넘게 장사했지만, 이런 대물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처음 산삼을 보는 순간 정신이 홀리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후!
김진용 사장은 짧게 호흡을 조절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함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상대가 어리다는 것이다.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태평한 표정으로 창밖만 볼 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흐흐.
잘하면 한방에 큰 건 하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성이 누구인지 알 리 없는 김진용 사장은 김칫국부터 바가지로 퍼마시고 있었다.
피식.
창밖을 보던 현성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산삼에 대한 평가는 이미 김진용 사장의 첫 눈빛에서 확인했다.
물건만 확실하다면 그다음부턴 김진용 사장의 거래 패턴에 맞춰주면 된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기 아들, 김동수가 건네준 정보다.
땅 짚고 헤엄치는 척 흉내만 내면 되는 것이다.
“흠흠.”
현성은 헛기침으로 시작을 알렸다.
저벅.
망설일 것도 없이 바로 김진용 사장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곤 김진용 사장을 보며 조용히 물었다.
“감별은 끝나셨습니까?”
“네, 대충…….”
역시 능구렁이다. 조금 전에 분명 현미경까지 들고 난리 블루스를 쳐놓고는 대충이란다.
가소로웠다.
괜히 무게 잡는 저 심보를 모를 리 없었다. 어차피 뻔히 예상되긴 했지만, 막상 접하니 웃음밖에 안 나왔다.
현성은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다시 물었다.
“대충 보셔도 대물이란 건 아신단 말씀이시죠?”
“네에?”
이게 아닌데…….
김진용 사장은 순간 황당했다. 그저 여지를 남긴 것뿐인데, 아예 대물로 몰고 간다. 그것도 애매하게 칭찬을 하는 듯 말이다. 어째 분위기가 묘해졌다.
현성은 입을 쓱 닦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안하면 웃음이 들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역시, 제가 제대로 찾아온 듯합니다.”
칭찬 일색, 김동수가 가르쳐준 첫 번째 방법이다.
칭찬에 유독 약하다고 했다. 그러다 보면 거래 분위기도 당연히 좋아지고 말이다.
그래서일까.
김진용 사장의 입가에 웃음이 들어났다.
“허허…, 젊은 친구가 왜 이러시나?”
“사실은 누가 소개를 해주더라고요.”
물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했다. 현성은 바로 다음 방법을 옵션으로 추가했다.
인맥, 두 번째 방법이다.
물론 그 누가의 주인공은 김진용 사장의 외동아들인 김동수다. 어차피 누군가를 밝힐 이유는 없으니 상관없는 문제고 말이다.
일단 이렇게 해서 기본 베이스는 깔았다.
분위기는 이만하면 됐고, 이제부턴 본게임이다.
현성은 김진용 사장을 보며 물었다.
“전문가가 보시기에 심령이 어느 정도나 되는 것 같습니까?”
“그게…….”
김진용 사장은 약간 골치가 아팠다. 어린 친구라 대충 20년 정도 불러서 거래를 끝내려고 했었다.
그런데 왠지 냄새가 난다. 분명 외모로 봐서는 고등학생인데, 하는 행동은 영락없이 애늙은이다. 이럴 경우 잘못 걸리면 개망신이다.
물론 그 개망신의 대가는 피 같은 돈인 거고.
김진용 사장의 생각이 길어지자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 오래 생각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음, 글쎄요. 워낙 귀한 산삼이라.”
역시 김진용 사장의 입에서는 예상한 답변이 나왔다.
한 번에 안 가겠다는 얘기다.
어쩔 수 없이 현성도 주판알을 굴리기 시작했다. 여차하면 하룻밤을 자고 갈 수도 있다. 이제 급할 건 없다.
어차피 여기 온 목적은 산삼값을 최고로 받기 위함이다. 앞으로의 인생이 달린 문제다. 서두를 필요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다.
어차피 김진용 사장에 대해서는 뼛속까지 꿰고 있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끝까지 가봅시다.’
현성은 이쯤에서 숨겼던 미끼 하나를 더 던졌다.
“참, 말씀 안 드렸는데요, 제가 강원도에서 여기까지 오면서 설마 한 뿌리만 가져왔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아니, 그 말은…….”
툭툭.
현성은 대답 대신 배낭을 가볍게 두드렸다.
물건을 더 푼 이유는 간단했다. 물량으로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이었다.
그러자 역시나 김진용 사장의 눈빛이 달라졌다.
“몇 뿌리나 더?”
“많지는 않습니다만, 우선 이 녀석 견적부터 받아보고 결정하려고요.”
‘결정하려고요?’
김진용 사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 이 말은 여차하면 그냥 들고 나가겠다는 말이 아닌가?
허!
그것도 상대의 면상 앞에서 대놓고…….
김진용 사장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상황이 달라졌다.
한 뿌리가 아니고 더 있단다. 눈치로 봐서는 두세 뿌리가 더 있는 듯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조차도 정확히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흥정을 하겠다는 얘기다.
‘이놈 뭐지?’
고심이 깊어지는 김진용 사장이다.
어리다고 장난쳤다가는 평생 후회할 일을 만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그래! 정면승부다.
찌릿.
이 바닥에서 자그마치 30년이다. 머리가 아닌 몸이 먼저 반응을 했다.
이놈은 지금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산삼 가지고 장난치면 뒤도 안 돌아보고 가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 방법은 하나.
초심으로 돌아가 정석으로 간다. 처음 아버지한테 배웠던 그 가르침대로.
김진용 사장의 얼굴빛이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일단 앉읍시다.”
“그러죠.”
김진용 사장의 경직된 말투와 다르게 현성은 편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짜인 각본대로 연기만 하면 되기에 긴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진용 사장이 현성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다 꺼내시죠?”
“네?”
“이건 경우가 아닙니다.”
“네?”
현성은 순간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거래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추가 물량까지 언급했다. 그런데 오히려 상대는 더 세게 나왔다.
‘뭐가 잘못된 거지?’
현성이 고민에 막 빠지려 할 때, 김진용 사장이 또다시 입을 열었다.
“먼저, 실례가 안 된다면 본인 소개 좀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네? 아, 그러죠. 저는…….”
현성이 말하려 하자 김진용 사장이 현성의 말을 끊었다.
“이런 실례를, 제 소개가 먼저이겠군요. 보다시피 조그만 약재상을 운영하고 있는 김진용입니다. 아들 녀석이 하나 있는데,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이고요. 아마도 우리 손님과 얼추 비슷할 것 같기도 하네요.”
‘뭐야?’
뭔가 잘못돼가고 있다.
갑자기 웬 자기소개?
그것도 뭐 조그만 약재상?
가증스러웠다.
그리고 또 묻지도 않은 자식까지? 물론 김동수를 말하는 것일 것이고.
의도가 뭘까?
그때 김진용 사장이 현성을 보며 눈짓을 보냈다.
‘이젠 네 차례’라고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자꾸 구석으로 몰리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답변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현성도 입을 열었다.
“김현성입니다. 올해 오십…, 아니 동수와 동갑입니다.”
“네?”
“왜 그러십니까?”
“우리 동수를 알아요?”
“아! 그게…….”
현성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조심한다는 게 판세에 밀리다 보니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이유는 뻔했다.
예상했던 각본에서 어긋나자 머릿속은 꼬이기 시작했고, 결국 실언을 하고 만 것이다.
현성의 예상대로라면 김진용 사장은 배낭 속에 있는 산삼 때문에라도 더 적극적으로 거래에 임해야 한다.
그러면 당연히 산삼값은 올라갈 테고, 그것이 바로 현성이 예상했던 바고 궁극적인 목적이었다.
물론 김진용 사장의 아들 김동수가 예전에 알려준 방법이다. 물건에 대한 욕심, 그것이 김진용 사장의 빈틈이라면 빈틈이라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상황이 이상하게 바뀌었다.
욕심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설 줄 알았는데, 오히려 한발 물러나면서 갑자기 경우가 아니라면서 통성명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성이 모르는 게 있다.
김동수는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이나 기억이 별로 없다. 그리고 김동수는 김진용 사장이 뒤늦게 얻은 자식이다. 그러다 보니 김동수가 어려서 할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났던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할아버지 얘기는 현성에게 말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것이고,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현성으로선 머리가 복잡한 게 당연한 거다.
김진용 사장은 지금 아버지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다.
후!
현성은 짧게 호흡을 끊으며 순간 머리를 굴렸다.
‘어쩌지?’
그나마 살아온 세월 탓인지 고심은 길지 않았다.
“조금 전에 사장님이 그러셨잖아요?”
“제가 말입니까?”
“네, 자제분이 고2라고…….”
어차피 우기기로 작정한 이상 물러서면 안 된다. 현성은 김진용 사장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김진용 사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거야 그런데, 제가 우리 아들 이름까지 얘기했던가요?”
“네, 저는 분명히 들었는데요. 그렇지 않다면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사장님?”
“하긴…….”
김진용 사장은 대답을 하며 현성의 얼굴을 슬쩍 훑었다.
‘요 녀석 봐라.’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조금 전에 했던 말까지 깜박할 정도는 아니란 얘기다.
그건 그렇다 치고, 문제는 이 녀석의 태도다.
어린 녀석이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저나 우리 동수 이름은 어찌 알았을까?
‘혹시 뒷조사?’
김진용 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설마 그렇게까지 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이 상황이 설명이 안 된다.
도대체 이놈은 누구란 말인가.
허!
일단 두고 보면 알겠지.
때로는 일부러 속아주는 것도 상대를 이용하기엔 좋은 방법.
김진용 사장의 입가에 미소가 갑자기 번졌다.
그러자 현성도 김진용 사장의 미소에 한시름 놓았다. 김동수 문제는 그렇게 아무 일 없이 넘어간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실 조금 전에는 자신도 무척 당황스러웠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른 두 사람은 그 후로 산삼보다는 일상의 대화로 약간의 시간을 보냈다.
잠시 후.
김진용 사장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그럼, 우리 동수하고 동갑이라니 말을 편하게 하겠네.”
“네, 당연히 그러셔야죠. 저도 그게 편합니다.”
현성은 대답을 하면서도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김동수가 말했던 것과 김진용 사장의 행동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아무리 고객의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하대를 하는 경우는 없다고 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원칙이 변한다?
아닐 텐데.
그렇다면 그건 무슨 의미일까?
현성은 여전히 김진용 사장의 심경 변화에 의문만 쌓여갔다.
그때 김진용 사장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말이야…….”
김진용 사장은 작정한 듯 훈계를 시작했다.
경우가 아니라고 했다. 최소한 물건은 다 보여주고 거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상도도 아니고 예의도 아니고 어디 가서 그러지 말라는 말까지 들었다. 마지막엔 아들과 동갑이라 이런 말도 한다고 했다.
삶은 콩을 메주 틀에 넣고 밟듯이 아주 제대로 밝고 있는 김진용 사장이었다. 반면 완전 쭈구리가 된 현성은 연신 고개만 주억거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