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90)
회귀해서 건물주-190화(190/740)
190
현성과 박희철이 새벽부터 달려와 도착한 곳은 일산동구 중산동에 위치한 한 야산이었다. 여기서 조금만 더 위쪽으로 올라가면 고봉산이 나온다.
“자네가 말한 곳이 여긴가?”
“네, 그렇습니다!”
현성의 목소리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만큼 현성의 입장에서는 흥분을 했다는 얘기다.
흥분을 한 이유는 간단하다. 전생에서 군 시절에 왔던 곳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는 이곳이 신도시 개발하느라 정신이 없을 때였다.
흥분된 현성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심드렁한 표정으로 박희철이 물었다.
“그러니까 자네 말로는 여기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이 일대가 다 아파트 단지로 변하는 겁니다.”
“허허, 이거야 원…….”
현성의 자신 있는 대답에도 불구하고 박희철은 영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위가 온통 논과 밭이고 더군다나 서 있는 이곳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돌로 이루어진 돌산이었기 때문이다.
“왜, 막상 보니까 제 말이 안 믿어지십니까?”
“그러니까 자네 말은 앞으로 이곳이 3년 뒤에 개발이 된다는 얘기지?”
“네, 그렇습니다. 정부에서는 미친 듯이 치솟는 부동산값을 잡기 위해서 1차로 산본, 중동, 평촌 등에 대규모 택지개발을 발표하지만, 집값은 안정되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 보니 어쩔 수 없이 2차로 서울과 가까운 이곳에 신도시를 개발하게 될 겁니다.”
“신도시라…….”
박희철은 잠시 말을 잊고 팔짱을 낀 채 주변 경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현성은 그런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어차피 재촉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박희철에게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허허벌판에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하는데 어찌 그 말을 쉽게 믿겠는가 말이다.
그저 이럴 땐 조금의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는 게 미덕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현성이었다.
얼마 후.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었는지 박희철이 입을 열었다.
“이곳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볼만하겠군.”
“상전벽해, 딱 그 짝일 겁니다. 누가 이곳에 아파트가 들어서리라고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그러게 말일세.”
“길게도 필요 없습니다. 딱 3년입니다. 3년만 묻어두면 됩니다.”
박희철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3년 뒤에는 개발이 된다는 얘기지?”
“정확히 말하자면 그건 아닙니다. 일산 신도시 발표가 3년 뒤고 개발은 그로부터 1년 뒤에 시작이 될 겁니다. 아무래도 보상이 끝나려면 시간이 좀 걸리거든요.”
“우리는 별도의 보상이 필요 없으니 발표되면 바로 빠지는 거고?”
“네, 그렇습니다. 어차피 주택도 아니고 우리로서야 땅값만 맞으면 바로 빠지는 거죠. 길게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주택이라면 다르다. 하지만 땅 같은 경우는 가격만 맞으면 굳이 더 있을 필요가 없다. 어차피 발표되는 순간 땅값은 거의 정해지기 때문이다.
박희철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조심스럽게 물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대충 어느 정도나 오르겠는가?”
“제 생각으론 여기 정도라면 적어도 100배는 예상합니다. 어쩌면 그 이상도 가능할 겁니다.”
“배, 백배? 그게 정말인가?”
“그 정도는 기본이죠. 서울까지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이 아닙니까?”
“백배라…….”
박희철은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런 박희철을 보며 현성은 말했다.
“구경 다 하셨으면 이제 슬슬 복덕방으로 갈까요?”
“알았네. 난 아무리 생각해도 실감이 안 나서 말이야…….”
“아마도 그러실 겁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건데 복덕방에 가셔서 신도시 얘기는 절대 꺼내시면 안 됩니다. 그랬다가는 정말 골치 아파집니다.”
“알았네. 그 정도야 나도 알지.”
박희철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눈짓을 보냈다. 그리곤 뭐가 궁금한지 바로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지금 여기 같은 경우는 시세가 어느 정도나 할까?”
“아무리 여기가 야산이라 해도 평당 5천 원은 하지 않을까요?”
“이런 돌산이 5천 원씩이나 한단 말인가?”
“네, 제 예상으로는 그렇습니다.”
지금 당장은 아무리 쓸모없는 땅이라 해도 지역적 위치의 기대감으로 그 정도는 되리란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두 사람은 야산을 내려와 시내로 향했다.
승용차로 10분쯤 움직이자 복덕방이 눈에 띄었다.
“저기로 가면 되겠는가?”
“네, 어차피 아무 데나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땅만 구매하면 되니까요.”
“참, 땅을 사게 되면 명의는 어떻게 할 텐가?”
“그거야 당연히 아저씨 이름으로 해야죠. 이 돈이 어떤 돈인데요. 아저씨의 전 재산이 아닙니까?”
“그렇기야 하지만…….”
박희철은 말끝을 흐리며 여운을 남겼다.
현성이 바로 물었다.
“다른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자네 때문에 그렇지.”
“제가 왜요?”
“불안해할까 봐.”
피식.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박희철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이제야 눈치를 챘기 때문이다.
“제가 아저씨를 못 믿기라도 한다는 말씀이시네요?”
“이 사람아, 지금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닐세. 그게 지금 한두 푼짜리 거래인가? 자네 말처럼 100배의 수익이 난다면 자그마치 50억이 넘는 돈일세. 자고로 사람이 돈 앞에서는 부모 형제도 없는 법이거든.”
“그래서 지금 저보고 공동명의라도 하자는 말씀이신가요?”
현성은 박희철을 바라봤다.
그러자 박희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자네가 원한다면 당연히 그렇게라도 해야지.”
“됐습니다.”
“허……, 됐다고?”
박희철은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어려도 그렇지 이런 문제를 그냥 넘긴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박희철은 다시 물었다.
“정말 괜찮겠는가?”
“네, 괜찮습니다. 저는 아저씨를 믿습니다.”
“허허, 이 친구가……, 도대체 나를 어디를 보고 믿는다는 건가?”
박희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김현성이 누구인가. 고등학생인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가게를 운영할 정도로 경제관념이 박힌 녀석이다.
당연히 공동명의를 요구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와 반대로 믿겠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자그마치 50억이 넘는 금액을 그냥 맡기겠다는 얘기다.
그때 현성이 말했다.
“아저씨가 저를 먼저 믿어 주셨잖아요.”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아저씨가 저를 믿어주셨기에 가능했다는 얘깁니다. 만약 아저씨가 저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거란 말씀입니다.”
“그거야 내가 처음부터 투자를 하겠다고 했던 거고.”
“그러니까요. 솔직히 어느 누가 저같이 어린놈한테 투자를 하겠냐는 겁니다. 그것도 한두 푼도 아니고 5천 5백씩이나 말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제가 아저씨를 못 믿고 공동명의로 하자는 게 말이 됩니까?”
현성은 진심이었다.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을 믿고 여기까지 따라와 준 건 박희철이기 때문이다.
“나야 다른 사람하고는 경우가 다르지. 나를 살려준 것도 자네가 아닌가 말일세.”
“물론 그렇기야 하지만 그렇다고 전 재산을 투자한다는 것은 웬만큼 상대를 믿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거든요.”
“그래서 자네도 나를 믿는다는 것이고?”
“아저씨가 저를 믿었듯이 저도 아저씨를 믿는 겁니다.”
“허허, 참…….”
박희철은 할 말이 없었다.
물론 심적으로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수없이 고민하고 망설이고 갈등했었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진짜 마지막 전 재산인데. 하지만 마지막 내린 결론은 현성의 말처럼 ‘믿어보자’는 것이었다.
현성이 말했다.
“이제 그 명의 문제는 정리된 겁니다.”
“자네 뜻이 그렇다는데 어찌하겠는가. 하여간 어린 친구가 가만히 보면 보통 사람들하고는 생각이 달라.”
“자, 그럼 이제 복덕방으로 들어가 볼까요?”
“그러세. 거기 돈 가방도 챙기고.”
두 사람은 승용차에서 내려 복덕방으로 향했다.
거래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다행히도 현성이 원했던 야산이 매물로 나와 있는 상태였기에 거래는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시세는 현성이 예상했던 것보다 높게 나왔다. 아무래도 지역적으로 미래 가치가 있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듯했다.
거래를 마친 두 사람은 기분 좋게 복덕방을 나왔다.
승용차로 다시 돌아온 두 사람.
박희철이 현성에게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이거 잘 보관하게.”
“이걸 왜 저한테 주십니까?”
“내가 나를 못 믿어서 그러네.”
“네?”
현성이 고개를 갸웃하자 박희철이 다시 말을 이었다.
“나중에 혹시라도 욕심날까 봐 그러네. 혹시 또 아는가? 노망나서 혼자 먹겠다고 튀면 어쩌려고?”
“설마요.”
현성은 씩 웃으며 박희철을 바라봤다. 그러자 박희철이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도 모르는가? 그리고 돈 앞에 장사는 없다네. 자네 말대로라면 최소 50억이 넘는 돈이네. 과연 그 돈 앞에서 제정신일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내가 장담하는데 결코 한 사람도 없을 걸세.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고.”
박희철의 목소리에선 확신이 느껴졌다. 그만큼 돈의 위력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성이라고 왜 모르겠는가.
그동안 살면서 여러 번 봤었다. 형제, 친구 그리고 심지어는 부모와 자식 간에도 돈 때문에 의절하는 것을 말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의절뿐이겠는가. 그보다 더한 살인까지도 서슴지 않는 것이 돈이 가지고 있는 속성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현성이었다.
잠시 후.
박희철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혹시 뭐 잊어버린 거 없는가?”
“네? 무엇을 말입니까?”
“허허, 이 친구가 이렇다니까. 지분 말일세. 나중에 자네의 몫은 받아야 할 거 아닌가?”
“아, 그거요…….”
생각을 안 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특별히 요구할 기준이 없다 보니 뭐라 말하기가 애매한 상황이었다.
현성이 다른 말이 없자 박희철이 다시 말했다.
“편하게 말해보게.”
“솔직히 그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저로서는 뭐라 말씀드리기가 애매합니다.”
“하긴 그럴 수도 있겠구먼. 그렇다면 내가 정해야 한다는 얘긴데…….”
박희철은 잠시 고민하는 듯했다.
그러기를 잠깐.
박희철의 입이 다시 열렸다.
“8:2 어떤가?”
8:2로 나눈다 하더라도 50억 기준일 때 10억이다. 물론 2할을 기준으로 할 때다. 그 돈이면 못할 게 뭐 있겠는가? 박희철이 준 땅에 식당을 오픈하는 데도 별문제가 없을 것이다.
“저야 감사하죠. 최소 10억은 넘는 금액인데…….”
“허허, 이 친구야 그 10억은 내 몫일세.”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2할은 내 몫이라는 얘기네.”
현성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박희철은 지금 분명히 2할이라고 했다. 10할 중 2할이라는 얘기는 나머지 8할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설마…….
현성은 바로 물었다.
“설마 8할이…….”
“자네 몫일세. 3년 후엔 내 나이 63세일세. 다 늙은 늙은이가 무슨 돈이 그렇게 필요하겠는가. 어찌 보면 그 10억도 욕심일 테지. 하지만 그건 내가 마지막으로 할 일이 있어 그러는 거니 그 정도는 봐주게.”
“아니, 아저씨 그래도 이건 너무…….”
말이 안 되는 경우였다.
박희철이 처음에 8:2라고 하기에 당연히 10할 중 2할이 현성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했었다. 2할만 해도 10억이 넘는 돈이라 많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박희철은 2할이 아니라 8할이 현성의 몫이라고 했다. 8할이면 40억이 넘는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현성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박희철을 바라봤다.
그러자 박희철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마음껏 살아보시게. 그 돈으로 자네가 하고 싶은 거 원 없이 하면서 말이야.”
“아저씨!”
“어차피 나는 자네 없었으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네. 자네 앞에서 내가 어찌 욕심을 부리겠는가. 부디 내 몫까지 멋지게 살아 주시게.”
“무슨 말을 어떻게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과한 선물이지만 아저씨의 그 마음 잊지 않고 혼자보다는 주위 사람들과 함께 멋지게 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네.”
박희철은 현성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두 사람을 태운 승용차는 어느새 한남대교를 막 건너고 있었다. 한강에 비친 저녁노을이 황홀할 정도로 붉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