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93)
회귀해서 건물주-193화(193/740)
193
“해장 라면입니다.”“네? 해장 라면이요?”
“네, 그렇습니다. 그동안 씬라면을 팔면서 느꼈던 게 아저씨들은 씬라면을 해장국 개념으로 생각한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그럴 바에는 차라리 씬라면을 해장국으로 만들자는 겁니다.”
전생에서 현성도 술을 마신 다음 날에는 가끔 씬라면으로 해장을 한 적이 있었다.
물론 그럴 때면 씬라면에 김치를 넣기도 하고 때로는 콩나물을 넣어 끓여 먹곤 했었다.
그렇게 먹고 나면 어떤 해장국을 먹은 거 못지않게 속이 풀린다는 느낌이었다.
현성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신명순이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장님 말씀을 듣고 보니 맞는 거 같습니다. 아저씨들 대부분이 씬라면을 먹고 하는 말이 ‘해장국이 따로 없네’라는 말이었거든요.”
“제 말이 그 말입니다. 그러니까 차라리 우리는 씬라면을 해장국처럼 끓이자는 겁니다.”
“그 말은 씬라면에다 다른 걸 추가한다는 말씀이네요?”
“맞습니다. 뭐를 넣을 거 같습니까?”
“음……, 아무래도 해장국이니까…….”
신명순이 뭔가를 생각할 때였다.
“혹시 콩나물…….”
옆에 있던 김지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자 현성이 김지숙의 말을 바로 받았다.
“네, 맞습니다. 보통 해장국 하면 제일 처음 생각나는 게 콩나물국이잖아요. 그리고 실제로 콩나물에는 간을 해독하는 아스파라긴이 풍부하다는 건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고요. 게다가 콩나물은 찬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숙취로 뜨거워진 간의 열을 내려주고 진정시켜주는 효과가 있다는 거죠. 아마 해장국 재료로 이만한 게 없을 겁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값이 싸다는 거겠죠?”
“물론입니다. 가성비를 따지자면 아마 콩나물이 최고일 겁니다. 굳이 라면값을 올리지 않고도 팔 수 있고요.”
어차피 라면 한 그릇에 들어가는 콩나물의 원가는 불과 10원이 채 안 될 것이다. 그 말은 곧 라면값을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가 된다. 혹시라도 들어가는 재료가 비쌀 경우에는 라면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콩나물이기에 그럴 우려가 없다는 얘기다.
그리고 콩나물을 쓸 경우 또 다른 장점이 있다. 그건 바로 조리 과정이 단순하다는 것이다. 그냥 라면 끓이면서 콩나물을 집어넣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만약에라도 그 조리 과정이 복잡하다면 그 또한 신메뉴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콩나물이기에 그럴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현성은 신명순을 보며 물었다.
“어때요? 이만하면 신메뉴로 괜찮겠습니까?”
“어차피 제일 싼 게 콩나물이고 조리 과정도 단순해서 신메뉴로 선택하기에는 딱 좋을 거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마지막 문제만 남았군요.”
“마지막 문제요?”
신명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현성이 말한 마지막 문제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그건 옆에 있는 김지숙과 김일수도 마찬가지였다.
참다못한 김지숙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더 생각할 게 남은 겁니까?”
“맛입니다.”
“맛이요?”
“네, 맛입니다. 진짜 콩나물을 넣은 씬라면이 해장국으로 손색이 없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물론 현성은 전생에서 먹어봤기 때문에 그 맛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 혼자만의 평가였다.
사람의 입맛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한 사람보다는 그래도 여러 사람의 평가가 더 나을 거라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말 그대로 검증을 한 번 더 받고 싶었던 것이다.
“아, 검증이요…….”
김지숙은 그제야 현성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조용히 있던 김일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피식 웃었다. 김일수가 왜 일어났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현성이 바라보자 김일수가 말했다.
“콩나물 사 오면 되죠? 사장님?”
“역시 눈치 하나는…….”
김일수는 역시 눈치 빠른 곰이었다.
얼마 후.
각자 양은 냄비를 하나씩 앞에 두고 둘러앉은 네 사람.
표정들은 하나같이 다들 심각했다. 그만큼 신메뉴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얘기다.
“그럼, 다 같이 맛을 볼까요?”
“그럴까요? 그런데 이거 은근 긴장되는데요.”
신명순이 말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튼 드셔 보시고 냉정하게 평가해 주시면 됩니다.”
네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숟가락으로 국물부터 맛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어머?”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김지숙이었다.
그런 김지숙을 보며 현성이 물었다.
“어때요?”
“역시 콩나물이 들어가서 그런지 국물이 확실히 다른데요. 사장님은 어떠세요?”
“네,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뭐라 할까, 역시 콩나물 특유의 시원한 맛이 느껴지는 거 같습니다.”
“오! 이거 아무래도 느낌이 좋습니다. 이 정도면 어른들뿐만이 아니고 일반 학생들도 좋아할 거 같은데요.”
현성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확실히 콩나물이 들어가자 국물 맛은 달라진 게 분명했다. 거기다 얼큰한 맛과의 조화도 잘 어울리는 듯했다.
그때 신명순이 말했다.
“국물뿐만이 아니고 콩나물 씹는 식감도 상당히 좋은데요. 그냥 면만 먹을 때 와는 또 다른 느낌이에요.”
“맞습니다. 그냥 면말 먹을 때 와는 씹는 맛이 확실히 다르데요. 이거 왠지 대박 느낌이 팍팍 느껴지는데요.”
옆에 있던 김일수도 거들었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 이 정도면 학생들까지는 장담할 수 없겠지만, 아저씨들 입맛에는 충분히 어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성은 세 사람을 보며 물었다.
“그럼 신메뉴로 해장 라면 다들 괜찮은 거죠?”
“네, 저는 찬성이요.”
“저도요.”
“저도 찬성입니다.”
신명순과 김지숙 그리고 김일수까지 순서대로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자 현성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내일부터 이 해장 라면을 신메뉴로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장님, 드디어 10만 원 찍는 건가요?”
신명순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현성도 기분 좋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하, 그거야 두고 봐야지요. 그리고 제가 처음부터 말씀드렸지만 장사 잘되면 저 혼자만 좋은 거 아닙니다. 저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매출이 올라가는 만큼 여러분들의 보너스도 올라갈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거 받으세요.”
현성은 미리 준비한 봉투를 신명순과 김지숙 그리고 김일수 앞으로 하나씩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신명순이 물었다.
“특별 보너스입니다. 여러분 덕분에 여기까지 무사히 왔고, 더군다나 어제는 300개를 넘기는 기록도 세웠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신메뉴도 정했고요. 그래서 제가 드리는 선물입니다.”
“아니, 우리야 받아서 좋기는 한데……, 한 달도 안 됐는데 이렇게 주셔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어리지만 저도 엄연히 장사꾼입니다. 손해 보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마음 편하게 받아 주세요.”
“그래도 이건 좀…….”
신명순은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옆에 있던 김지숙이 나섰다.
“언니, 받으세요. 사장님이 어디 보통 사장님입니까? 나이만 어렸지 생각은 깊으신 분 아닙니까? 알아서 주셨을 거니까 그거 받으시고 내일부터 더 열심히 하시면 되죠.”
“네, 아주머니 말씀이 맞습니다. 충분히 받으실 자격 있으니까 이왕이면 기분 좋게 받아 주세요.”
현성도 다시 거들었다.
그러자 신명순이 다시 말했다.
“……네, 그럼 주시는 거니 즐거운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신명순은 어렵게 봉투를 집어 들었다.
그러자 이번엔 김지숙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호호, 우리 사장님 정말 최곱니다. 제가 10년을 넘게 일해 봤지만, 보름 만에 보너스 받아보기는 처음입니다.”
“좋아하시니 제가 오히려 더 즐겁습니다.”
“우리 사장님은 말씀도 예쁘게 참 잘하십니다. 공부면 공부, 장사면 장사, 이젠 말씀까지 잘하시고 하여간 대단하십니다. 나이는 비록 어리지만 제가 많이 배웁니다.”
“아주머니도 참…….”
현성은 빙긋 웃고 말았다.
그때 김일수가 현성을 보고 고개를 숙였다. 고맙다는 의미였다.
때로는 말이 없어 더 믿음이 가는 그런 녀석이다.
현성은 그런 김일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느 사업이고 혼자 아무리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맞아야 되고, 그 사람들이 즐거워야 한다. 그러면 그 사업은 잘될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물론 그 동기부여 하는 데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현금만큼 좋은 게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현성이었다.
현성이 오늘 특별 보너스를 준비한 이유다.
***
모든 사람들이 퇴근하고 혼자 남은 현성.
“후우.”
현성은 짧게 심호흡을 했다.
이제 신메뉴도 정했다. 다행히 시식 결과 모두가 만족하는 맛이었다. 계획대로라면 일주일 내로 목표치인 10만 원에 도달할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에 할 일이 있다.
바로 광고다.
상품을 파는 데 있어 광고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좁은 동네에서 입소문만큼 빠른 광고는 없다. 입소문을 내려면 우선은 맛을 보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현성은 노인회장인 서민규에게 전화를 걸었다.
“회장님, 라면 가게 김현성입니다.”
– 어, 김 사장이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다름이 아니라 신메뉴가 나와서 어르신들께 시식회를 갖고 싶은데 혹시 내일 시간 되시겠습니까?”
– 신메뉴?
“네, 해장 라면입니다. 콩나물 넣고…….”
현성은 간단하게 신메뉴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서민규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일단은 호의적인 반응이라는 얘기다.
– 설명만 들어도 벌써 군침이 도는구먼. 그래, 내가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혹시 내일 오전 10시까지 가게로 오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 물론이지. 그 시간이면 다들 노인정에 있을 테니까 내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데리고 가겠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그 시간에 뵙겠습니다. 참, 저는 학교에 가야 하니까 그 시간에 없을 겁니다. 대신 우리 아주머니들이 잘 모실 거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 어쨌든 고맙네. 이렇게 매번 챙겨줘서 말이야.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하지요. 그럼 이만…….”
전화를 끊은 현성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로써 신메뉴에 대한 기본 작업은 끝났다. 이제 어르신들의 시식회가 끝나고 나면 신메뉴에 대한 반응은 며칠 안에 승부가 날 것이다.
***
집으로 돌아온 김지숙.
그의 손에는 하얀 봉투가 들려 있었다. 조금 전에 현성으로부터 받은 보너스다.
“어떻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한 달도 안 됐는데 보너스라니…….
뭘까?
혹시 어려서 그런 걸까?
‘음…….’
그건 아니다.
비록 보름밖에 안 됐지만 어리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든다.
오히려 그 반대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될 정도로 그의 행동은 어른스럽다.
처음 오픈 준비를 할 때부터 그의 행동은 남달랐다. 주방을 키우고 홀을 줄이는 대신 안채를 개조했다.
그 활용도는 지금에 와서 빛나고 있다. 그의 선택이 옳았다는 얘기다.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그의 행동은 어찌 설명할 것인가?
어린 게 아니라면…….
답은 하나, 경영 방침이라는 얘기가 된다.
아무리 작은 가게이지만 엄연히 사업장이다. 그 사업장에서 보름 만에 일매 9만 원을 찍었다.
그리고 이제 거기서 만족하는 게 아니라 더 큰 목표를 향해 신메뉴까지 만들어 냈다.
현실에서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얘기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오늘 그의 행동이다.
보너스를 준 그의 방식이다.
그냥 현금도 아니고 이미 봉투까지 준비한 그였다.
그 말은 미리 사전에 준비를 했다는 얘기가 된다. 일시적인 충동으로 한 행동이 아니란 얘기다.
돈으로 사람을 다루는 법을 그는 이미 알고 있다는 얘기다.
돈 앞에 장사 없는 법이다.
돈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만큼 돈의 노예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 돈을 받는데 비굴하거나 기분이 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즐겁고 감사한 마음까지 든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오늘이 그랬다. 어린 사장으로부터 봉투를 받을 때 감정이 그랬다.
즐겁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개가 저절로 숙여질 정도였다. 심지어 그 순간에는 어리다는 생각보다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사람을 지금까지 속여 왔다.
돈 몇 푼에 그런 사람을 판 것이다. 매일매일 정보를 넘겨주고 양념장도 도둑질까지 해가면서 팔았다.
아무리 돈이 궁하지만……, 이건 아니다.
미친 짓이었다.
‘아! 그동안 무슨 짓을 저지른 건가.’
김지숙은 눈을 감았다.
얼마 후.
눈을 뜬 김지숙.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차라리 죗값을 받자.”
집에서 나온 김지숙은 현성의 가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