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94)
회귀해서 건물주-194화(194/740)
194
“그러니까 지금까지 매일매일 저의 정보를 그 인간들한테 건넸다는 거죠?”
“……네.”
“그리고 저번에 쓰레기 때문에 제가 밤샘할 때도 마찬가지고?”
“……네.”
“하아!”
현성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아무리 등잔 밑이 어둡다지만 이런 식으로 뒤통수 맞을 줄은 정말 몰랐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같이 일하는 직원이 누군가에게 가게 매상은 기본이고 심지어는 사장의 일거수일투족까지 매일 보고했다고 한다.
그뿐인가?
쓰레기 버리는 범인을 잡겠다고 3일 동안 밤샘을 했는데 그걸 또 범인에게 알려줘서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말았다.
물론 다행히도 4일째 되는 날에는 정보를 흘리지 않은 관계로 범인을 잡았으니 망정이지 만약 그때도 범인을 못 잡았다면 지금까지도 그 범인을 잡겠다고 밤샘을 했을 걸 생각하니 현성으로선 황당하다 못해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현성은 김지숙을 불렀다.
“아주머니!”
“네.”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어요?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제가 아주머니한테 어떻게 했는데…….”
“…….”
김지숙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하긴 이 상황에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현성은 다시 물었다.
“그리고 참, 그 양념장 얘기는 또 뭡니까?”
“그게……, 그쪽에서 필요하다고 해서…….”
“혹시 그걸로 양념장 맛을 알아내려고 했건 겁니까?”
“제가 알기론 그렇습니다.”
“그래서요?”
“네?”
“그래서 그 양념장 맛을 알아내기라도 한 겁니까?”
현성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만큼 감정이 격해졌단 얘기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양념장은 엄연히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영업비밀이다. 그런데 그것을 김지숙은 경쟁업소에 넘겨준 것이다.
법적으로도 걸면 걸린다는 얘기다.
그때 김지숙이 말했다.
“아직은 못 알아낸 거 같습니다.”
“그걸 어떻게 압니까?”
“또 연락이 왔었거든요.”
“또요?”
“네.”
“그래서 이번에도 양념장을 또 준 겁니까?”
“아니요, 이번엔 안 줬습니다.”
“아니요?”“네…….”
김지숙은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어차피 한 번 줬다면 당연히 두 번째도 주는 게 맞는다. 그런데 김지숙은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건 또 무슨 경우인가.
현성은 그 이유를 바로 물었다.
“무슨 이유로 이번엔 안 준 겁니까?”
“그게……, 저도 양심이 있는데 두 번째까지는 못 주겠더라고요.”
“네? 양심이요……?”
현성은 어이가 없었다.
김지숙은 지금 자신의 입으로 분명히 양심이라고 했다. 이 상황에 어떻게 자신의 입으로 양심이란 말이 뻔뻔하게 나올 수 있는지 현성으로선 그게 신기할 정도였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지금 양심이라고 하셨습니까?”
“……네.”
“아니, 어떻게 이 상황에 양심이란 말이 나올 수 있습니까? 뻔뻔한 겁니까? 아니면…….”
‘생각이 없는 겁니까?’
마지막 말은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김지숙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어리석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지금 그 말씀은 혹시 돈 때문이란 건가요?”
“……네, 먼저 그쪽에서 돈을 주겠다고 하길래, 그만…….”
“결국은 돈 받고 정보를 팔았다는 얘기네요?”
김지숙은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평상시에 그런 모습을 봤다면 현성의 성격상 연민이라도 느꼈을 테지만 오늘만큼은 김지숙의 지은 죄 때문인지 조금의 동정심도 들지 않았다.
현성은 김지숙을 보며 물었다.
“그래서 얼마나 받은 겁니까?”
“월 3만 원이요.”
“월이요? 그 말은 매달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는 말이네요?”
“네, 그건 저쪽에서 결정한다고 했습니다.”
어쩐지 액수가 생각보다 많다 싶었다. 결국은 적당히 써먹다가 정보의 가치가 없어지면 버리겠다는 얘기다.
“그쪽도 오래 갈 생각은 없다는 얘기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양념장도 별도로 만 원을 받은 거고요.”
“네? 만 원이요?”
“어차피 오래 갈 것도 아닌데 공짜로 주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양념장 하나에 만 원이라……, 아주머니도 보통 분은 아니시군요?”
김지숙의 나이 올해로 마흔둘. 결코, 짧은 세월은 아니다. 게다가 신랑이 3년째 병원에 누워있다고 했다.
결국, 환경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김지숙의 말이 이어졌다.
“이런 얘기는 하기 뭐하지만, 상황이 사람을 그렇게 만들더라고요.”
“상황이요?”
“제가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민정이 아빠가 병원에 3년째 누워있다 보니 집안 꼴이 말이 아닙니다. 게다가 요즘은 환절기라 민정이 아빠 상태가 더 안 좋아졌습니다. 그렇다 보니 저도 모르게 돈에 욕심이 생긴 거고요.”
“…….”
“사장님, 제가 그 돈으로 뭐 했는지 알아요?”
“네? 그거야…….”
현성은 김지숙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할 말이 없었다.
현성이 아무 말이 없자 김지숙이 다시 말을 이었다.
“민정이 아빠 영양제 맞혔어요. 병원에 맨날 누워만 있다 보니 면역력이 너무 떨어져서 큰맘 먹고 비싼 거로 맞혔어요.”
“아, 네…….”
“사장님한테는 죄송하지만, 저 그날은 행복했습니다. 비록 도둑질한 양념장 팔아서 번 돈이지만 민정이 아빠 웃는 거 보니까 좋더라고요.”
훌쩍.
김지숙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었다.
현성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처음엔 배신감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김지숙의 얘기를 듣고 보니 오죽했으면 그렇게까지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김지숙의 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었다.
잠시 후.
울음을 그친 김지숙이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현성을 불렀다.
“사장님!”
“네.”
“저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이대로 그냥 잘리는 건가요?”
“네? 그게…….”
난감한 건 현성이었다.
원칙대로라면 김지숙의 말처럼 해고하는 게 맞다. 하지만 그러기엔 지금의 상황이 개운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우선은 김지숙의 태도다.
먼저 본인이 자진해서 모든 사실을 밝혔다는 것이다. 만약 숨기고자 했다면 얼마든지 숨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지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김지숙은 해고를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의 발로 직접 찾아와 모든 사실을 밝힌 것이다.
도대체 왜?
현성은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아주머니, 뭐 하나 여쭤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세요.”
“이유가 뭡니까? 얼마든지 숨기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다닐 수 있었잖습니까? 그랬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사장님 때문입니다.”
“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립니까?”
현성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김지숙이 다시 말했다.
“혹시 수혁이 학생이 아르바이트하던 첫날 실수한 거 기억하십니까?”
물론 기억한다. 라면 6개를 들고 가다가 마당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라면을 바닥에 쏟았던 일이다.
“혹시 넘어진 거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저는 그날 사장님이 어떤 사람인지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현성으로선 지금 김지숙이 무슨 말은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현성은 그저 당황하는 이수혁을 챙긴 것밖에 없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더 잘하려다 저지른 실수였을 뿐이기 때문이다.
현성은 김지숙을 보며 물었다.
“도대체 뭐를 봤다는 겁니까?”
“사장님의 인품이요.”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인품이라니요?”
“사장님은 그날 다른 말은 일절 없이 수혁이 학생의 안전만을 챙겼지요?”
“아니,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그 상황에 거기서 다른 무슨 말을 한단 말입니까?”
현성으로선 여전히 김지숙이 말하는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김지숙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아니요, 그건 사장님의 생각인 거고 일반적인 경우는 그렇지 않거든요.”
“일반적인 경우요?”
“네, 일반적으론 그런 실수 자체가 용납이 안 되거든요. 그 자리서 바로 혼나는 건 기본이고 나중엔 그 라면값마저 알바생에게 부담시키는 게 일반적인 경우입니다.”
“그거야…….”
물론 현성도 알고 있다. 세상에는 그보다 더 악랄하고 비열한 인간들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어쨌든 저는 그날 사장님이 어떤 분인지 알게 됐습니다. 제 나이 올해로 마흔둘입니다. 그런 저에게 그날 사장님의 모습은 감동이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러니까요, 사장님은 그런 분이었다는 겁니다. 사람이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습니다. 비록 한 단면일 수 있겠지만 저는 그날 사장님의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아니, 뭘 그렇다고 감동까지…….”
갑작스러운 김지숙의 금칠에 난감한 건 현성의 몫이었다.
그때 김지숙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뭐가 말입니까?”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 시작한 시기 말입니다. 사장님의 행동을 보고 그날 저는 결심했습니다. 다시는 도둑질 같은 거 안 하겠다고 말입니다.”
“혹시 양념장을 말하는 겁니까?”
“네, 그런데 그날 저녁에 공교롭게도 두 번째 연락이 온 겁니다. 그래서 저는 과감하게 거절할 수 있었던 겁니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좀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는 않지만, 그동안 김지숙의 심경 변화는 어느 정도 설명이 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 설명이 되는 건 아니었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양념장은 그렇다 치고 오늘 이렇게 모든 사실을 직접 밝힌 건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
“그건 오늘 사장님이 아까 영업 끝나고 보여주셨던 행동 때문이었습니다.”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오늘 주신 보너스 말입니다.”
“네? 보너스요?”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김지숙이 다시 말했다.
“사장님은 오늘 보너스를 주시면서 돈을 그냥 주신 것이 아니라 일부러 일일이 봉투에 넣어 주셨습니다. 그 말씀은 미리 준비를 하셨다는 얘깁니다.”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그게 대단하다는 겁니다. 이제 불과 보름밖에 안 됐는데 보너스를 주실 생각을 하셨다는 것과 그걸 또 미리 봉투까지 준비하시고, 하여간 그 나이에 그 마음 씀씀이가 존경스럽다는 겁니다.”
조금 전엔 감동이라 하더니 이젠 존경까지 나왔다.
여전히 김지숙의 부자연스러운 행동에 난처한 현성이었다.
“그렇다고 이건 좀 지나치신 거 같은데…….”
“아니요, 저는 수혁이 건도 그렇고 오늘 보너스도 그렇고 사장님의 됨됨이에 놀랍고 존경스럽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잘릴 각오를 하고 이렇게 큰 결심을 한 겁니다.”
“아니, 무슨…….”
현성은 어이가 없었다.
그저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거에 감동한 나머지 존경스럽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 김지숙을 바라보며 현성은 고개를 저었다.
어찌 해석을 해야 할 것인가?
흔한 말로 생각이 모자란 사람도 아니다. 누가 봐도 정상이다.
그렇다면…….
잠깐 고민하던 현성의 머릿속에 두 글자가 떠올랐다.
‘순수!’
그래! 이 사람은 그렇게밖에 표현이 안 되는 거다.
나름대로는 현성의 행동에 감동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감정이 격해진 것이고 결국은 그 감정을 못 이기고 이렇게 두 발로 직접 이 밤에 찾아온 것이다.
현성의 생각이 정리될 때쯤 김지숙이 현성을 다시 불렀다.
“사장님!”
“말씀하세요.”
“저 여기서 계속 일하고 싶습니다. 사장님같이 훌륭한 분과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 발로 직접 자수하러 온 겁니다. 저 용서해 주시는 거죠?”
“…….”
순수한 영혼 앞에서 할 말이 없는 현성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현성은 김지숙을 보며 말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네? 조건이요? 뭐든지 말씀만 하세요.”
김지숙의 맑은 눈이 그 어느 때보다도 밝게 빛나는 순간이었다.
“지금과 똑같이 하시는 겁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정보도 팔고, 양념장도 파는 겁니다.”
“아니, 사장님…….”
김지숙은 놀란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말했다.
“당분간 아저씨 영양제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지금 그 말씀은 그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두고 보시면 압니다.”
현성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