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95)
회귀해서 건물주-195화(195/740)
195
오상철은 황당하다는 듯 최민성에게 물었다.
“얼마라고?”
“3만 원을 달랍니다.”
“이런 미친……, 무슨 양념장 하나에 3만 원씩이나, 이년이 돈독이 올라도 단단히 올랐구먼.”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저는 어젯밤에 얼마나 황당하던지…….”
어젯밤 10시쯤이었다.
갑자기 전화벨이 울리기에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김지숙이었다.
며칠 전만 해도 양념장을 못 주겠다던 그녀였다. 그런데 어제는 먼저 전화해서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요구한 돈이 3만 원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월 정보료도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올리겠다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어 전화를 그냥 끊을 수밖에 없었다.
최민성이 다시 말했다.
“글쎄, 월 정보료도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올리겠답니다.”
“아니, 갑자기 이년이 미쳤나, 무슨 돈을 그렇게 갑자기 밝히고 그래?”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너무나 당당하다는 겁니다. 며칠 전에 통화를 할 때만 해도 이러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로 변했습니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는 말까지 있을까.
오상철은 갑갑할 뿐이었다.
그때 최민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참, 그 꼬맹이 말입니다.”
“그 꼬맹이가 또 왜?”
“그 여자 말로는 이번에 신메뉴를 출시한답니다.”
“신메뉴? 아니, 오픈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신메뉴야?”
오상철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보통 오픈하고 6개월이나 1년 정도 지나면 계절 메뉴로 신메뉴를 내놓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그 꼬맹이의 경우는 이제 고작 보름 정도 지났을 뿐이다.
그런데 신메뉴라니…….
게다가 장사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엊그제는 300개를 넘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돈으로 따지면 자그마치 9만 원이 넘는 돈이다.
라면만 팔아서 그 매출을 올린다는 자체가 신기할 정도다. 그런데 무슨 욕심에 신메뉴를 출시한단 말인가.
최민성이 말했다.
“그 여자 말로는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 신메뉴를 출시한답니다.”
“목표치?”
“네, 그 꼬맹이의 목표치가 일매 10만 원이랍니다.”
“허! 10만 원이라…….”
헛웃음밖에 안 나오는 오상철이었다.
라면만 팔아서 10만 원이라…….
꿈같은 숫자다.
그런데 문제는 그 꼬맹이는 불가능한 금액이 아니란 거다.
오상철은 짧게 한숨을 쉰 후 최민성에게 물었다.
“그래, 그 신메뉴라는 게 뭐야?”
“해장 라면이랍니다.”
“해장 라면?”
오상철은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신메뉴란 말을 들었을 땐 라면과 같이 먹을 수 있는 김밥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해장 라면이라니…….
최민성이 말했다.
“콩나물을 넣고 끓인답니다.”
“콩나물?”
“네, 해장에 콩나물만 한 게 없잖습니까? 아무래도 그거에 착안해서 만든 거 같습니다. 근데 그 맛이 아주 끝내준답니다.”
“벌써 시식을 했다는 얘기네?”
“네, 어제 영업 끝나고 끓여 먹었는데 만장일치로 신메뉴로 정하는 데 찬성했답니다.”
오상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장일치로 찬성했다는 얘기는 그만큼 맛이 좋았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긴 얼핏 생각해도 콩나물과 라면의 조합이 나쁠 건 없을 것이다.
오상철은 다시 물었다.
“그 해장 라면은 누구의 아이디어라고 하던가?”
“역시 그 꼬맹이랍니다.”
“아니, 그 어린 게 술을 먹는 것도 아니면서 어떻게 해장 라면을 생각해낸단 말인가?”
오상철은 이해가 안 갔다.
보통 사람은 뭐를 만들더라도 자신의 눈높이에서 생각을 하고 만들게 된다. 해장 라면도 마찬가지다. 술을 먹어본 사람이라면 모를까, 이제 겨우 고2짜리의 머릿속에서 나왔다는 게 이해가 안 가는 건 당연했다.
그리고 이해가 안 가는 게 또 하나 있다.
그건 바로 고객층이다. 95% 이상이 학생들이다. 그런 상황에서 해장 라면을 신메뉴로 선택했다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학생들이 해장 라면을 좋아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상철은 최민성을 보며 다시 물었다.
“자네는 학생들이 그 해장 라면을 좋아할 것이라고 보는가?”
“그건 당연히 아니죠. 아, 형님이 착각하셨군요. 그 꼬맹이가 노린 것은 학생들이 아니라 어른들이랍니다.”
“어른들?”
“네, 어른층을 늘리겠다는 겁니다. 학생들이 등교하고 나면 그 이후의 시간이 한가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 시간에 어른들 손님을 늘리기 위해서 해장 라면을 선택했다는 겁니다.”
“어쩐지…….”
그제야 이해가 되는 오상철이었다.
결국, 5%의 고객층을 넓히겠다는 얘기다.
역시 난 놈은 난 놈이다. 그렇지 않아도 학기 중에는 학생들 손님이 많으니 괜찮겠지만 방학 때가 되면 어쩔 것인지 궁금했었다.
방학 때는 학생들이 학교에 안 오기 때문에 가게 손님들이 거의 끊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어른 고객을 조금씩 늘려간다면 줄어든 학생 수만큼은 아니겠지만 조금이나마 대체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학기 중에 장사가 잘되니 방학 때는 현상 유지만 해도 된다는 계산일 것이다.
오상철은 다시 물었다.
“가격은 얼마를 받는다고 하던가?”
“다른 라면하고 똑같이 300원 그대로 받는답니다.”
“그렇겠지…….”
오상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예상대로다. 공깃밥을 주면서도 라면값을 올리지 않았던 꼬맹이다.
어차피 제일 싼 게 콩나물이다. 라면 한 그릇에 들어가는 콩나물도 극히 미량일 것이다. 원가로 따진다면 10원 미만일 테고, 역시 빈틈이 없는 녀석이다.
신메뉴를 만들면서 이미 모든 계산이 끝났다는 얘기다. 원가도 싸고 그러면서 어른 손님층에 어필도 되고 또한 매출은 좀 더 늘어날 것이고.
그때 최민성이 말했다.
“그나저나 양념장은 어떡하실 겁니까?”
“그러게 골치 아프네. 사자니 너무 비싸고 그렇다고 안 사자니, 양념장을 만들 수 없고 말이야.”
“제 생각에는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을 거 같은데요.”
“그런데 문제는 이번 한 번만으로 끝날 수 있을지 그게 나는 걱정이네.”
맞는 말이다. 이번에 양념장을 분석해서 똑같은 양념장을 만들어 낸다면 별문제가 없다.
문제는 그 반대의 경우다.
이번에도 또 양념장의 비밀을 밝히지 못한다면 또다시 그 양념장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세 스푼 정도 되는 양념장을 3만 원씩이나 주고 사기에는 너무 비싸다.
고민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오상철이었다.
잠시 후.
고민을 끝낸 오상철이 깊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휴우……, 아무리 고민을 해도 결론은 하나밖에 없네.”
“연락할까요?”
“아무래도 어쩔 수 없을 거 같네. 장사는 제대로 해야 할 거 아닌가. 대신 이번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양념장의 비밀을 꼭 알아내야 하네.”
“그래야 하는데…….”
대답하는 최민성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힘이 없기는 오상철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양념장을 먹어보는 것만으로 그 안에 뭐가 들어갔는지를 알아낸다는 게 보통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는 걸 지난번에 겪어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상철이 모르는 게 있다. 이번 양념장은 현성이 직접 담아준다는 사실을 말이다. 게다가 그 양념장에 다른 양념을 더 추가한다는 사실을…….
***
“소장님, 저 김현성입니다.”
– 어? 김 사장이 어쩐 일이야?
“요즘 바쁘시죠?”
– 자네 말대로 대박이 나려는지 씬라면 반응이 좋네.
“제가 뭐라 했습니까? 대박도 그냥 대박이 아니고 초대박이 날 거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 그러게 말이야. 그건 그렇고 거기 장사는 어때?
“저도 나름 괜찮습니다. 사실은 그래서 전화를 드린 겁니다.”
– 설마 벌써 물건이 다 떨어진 건 아니지?
“다 떨어진 건 아닌데, 재고가 20박스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물건 보내 달라고 전화를 드린 겁니다.”
– 뭐? 그게 사실이야?
유성일 소장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처음 보낼 때 구매한 100박스에 판촉물까지 포함해서 총 120박스를 보냈다.
지금 20박스밖에 없다는 얘기는 100박스를 팔았다는 얘기다. 이제 오픈한지 채 20일이 안 됐다. 그렇다면 평균적으로 하루에 7박스는 팔았다는 얘기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유성일 소장은 바로 물었다.
– 장사가 그 정도야?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 이 친구 겸손하고는……, 그게 어디 운으로 될 일인가? 하여간 어린 친구가 대단하네. 늦었지만 대박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언제쯤 오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 내일은 안 되고 모레까지는 꼭 가도록 하지. 그리고 이번에도 판촉물은 지난번과 똑같이 챙겨줌세.
“고맙습니다. 그럼 모레 뵙는 거로 하겠습니다.”
뚝.
전화를 끊은 유성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처음부터 그 나이에 장사를 시작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경우였다. 하지만 물건을 파는 입장에서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물건만 팔고 돈만 받으면 됐으니까.
설사 한두 달 있다가 가게가 잘못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입장에서는 손해날 것이 없으니 아쉬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기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고2라는 신분이었다. 10년을 넘게 이 업무를 해왔지만, 고등학생이 장사를 시작하는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기심에라도 응원을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매장 때문이다.
사무실로 처음 찾아왔을 때만 해도 솔직히 긴가민가했었다. 하지만 막상 매장을 직접 본 후에는 생각이 바뀌었었다.
밖에서 볼 때는 평범한 매장이었다. 그런데 막상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넓은 주방이었다. 네다섯 명이 동시에 일을 해도 전혀 좁다는 느낌이 안 들 정도로 넓은 구조였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숨겨진 공간이었다. 바로 안채다.
안채를 개조해서 손님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든 그 안목과 추진력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 그 결과물이 나왔다.
20일도 안 된 시간 동안 100박스를 판 것이다.
역시 떡잎부터 달랐다는 얘기다.
유성일은 수화기를 들었다.
디디딕.
번호를 누르고 잠시 기다리자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 농씸 기획실의 이일우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실장님, 원주에 유성일입니다.”
– 아, 유성일 소장님. 어쩐 일이십니까?
“지난번에 말씀하셨던 그 꼬맹이 말입니다.”
– 꼬맹이요?
“왜, 고2짜리가 라면 가게 하겠다고 했던 아이 말입니다.”
– 아, 김현성이요?
“이름을 기억하십니까?”
유성일은 깜짝 놀랐다. 수많은 사람을 상대하면서 한 번 본 사람을 기억한다는 게 신기했기 때문이다.
–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사람 이름은 잘 기억하는 편이라, 그런데 그 학생이 왜요?
“저번에 실장님이 두 번째 주문이 언제 들어오는지 알려 달라고 하셨잖습니까? 그래서 연락드렸습니다.”
– 설마 벌써 주문이 들어온 건 아니지요?
“그 설마가 맞습니다.”
– 네? 그게 정말입니까?
“조금 전에 2차 주문받았습니다.”
– 그 말은 지금 1차 주문량을 다 팔았다는 얘기 아닙니까?
“재고 20박스 남았답니다. 그래서 모레 2차 주문량 가져다주겠다고 했습니다.”
– 오픈한지 며칠이니 됐죠?
“아마 그게……, 잠깐만요.”
유성일은 책상 위에 있는 달력을 확인했다.
그리곤 다시 말했다.
“오늘이 정확히 16일째 되는 날이네요.”
– 지금 그 말씀은 16일 동안에 100박스를 팔았다는 얘기 아닙니까?
“일요일은 쉬니까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14일에 100박스를 판 게 됩니다. 결국, 하루에 평균 280개 이상은 팔았다는 계산이 나오죠.”
– 280개요……, 그게 그 시골에서 가능합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놀랍기는 마찬가진데 어쨌거나 주문은 들어왔습니다. 그렇다고 거짓말하는 건 아닐 테고……, 아무래도 물건은 물건인 거 같습니다.”
– 아무래도 그런 거 같네요. 하여튼 우리 입장에서는 좋은 거니까 좀 더 두고 봅시다.
“네,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다른 정보 있으면 바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 네, 그래요. 그럼 계속 수고해주십시오.
“들어가십시오, 실장님. 이만…….”
톡톡.
전화를 끊은 이일우는 검지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렸다. 뭔가를 깊게 생각할 때면 나오는 그의 버릇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일우는 책상 서랍에서 명함 한 장을 꺼냈다.
그리곤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신호가 몇 번 울리자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 조민식입니다.
“나야, 조 피디.”
– 네, 형님. 이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그게 말이야, 아무래도 물건을 하나 찾은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