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97)
회귀해서 건물주-197화(197/740)
197
신대방동 농씸 본사 옆 카페.
조민식 피디가 이일우 실장을 보며 물었다.
“형님, 지난번에 물건이라고 하셨는데 그게 무슨 얘깁니까?”
“내가 볼 땐 조 피디 방송에 딱이야.”
“혹시 무슨 음식을 팝니까?”
“라면.”
“라면이요?”
조민식은 ‘라면’이라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본인이 맡은 프로가 전국을 돌면서 맛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물론 전문적인 요리 프로그램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요리와 관련이 있어야 촬영이 가능하다.
그런데 라면이라니…….
이건 아니다.
조민식은 다시 물었다.
“형님, 지금 라면이라고 그랬습니까?”
“왜? 라면이 어때서?”
“아무리 제 프로그램이 전문 요리방송은 아니더라도 라면은 좀 아니지 않습니까?”
조민식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러자 이일우가 손가락으로 자신이 머리를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조 피디, 뭔가 지금 착각을 하고 있는 거 아니야?”
“착각이요?”
조민식의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그러자 이일우가 바로 물었다.
“자네가 지금 맡고 있는 프로그램 제목이 뭔가?”
“‘전국 맛집 기행’ 이요.”
“분명히 맛집 기행이 틀림없지?”
“형님도 참, 오늘 왜 이러십니까? 설마 라면 파는 집을 보고 맛집이라고 하시는 건 아니죠?”
조민식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이일우가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물었다.
“맛집의 기준이 뭔가?”
“그거야 당연히 사람들이 많이 찾는 집을 보통 맛집이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네? 그런 데라니요?”
조민식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이일우를 바라봤다.
그러자 이일우가 말을 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집이 맛집이라며? 결국은 장사 잘되는 집을 말하는 거잖아?”
“그거야 그렇죠.”
“그런데 왜 라면 가게는 맛집이 될 수 없는 거냐고?”
“아니, 그거야…….”
조민식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그러자 이일우가 바로 말했다.
“거봐, 조 피디도 할 말이 없지? 라면도 음식이야. 다른 식당과 다를 게 없다고. 단지 메뉴가 라면인 것뿐이라고.”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물론 결정은 조 피디가 알아서 해. 난 그저 조 피디 생각해서 정보만 주는 거니까.”
“네, 알겠습니다. 근데 거기 장사한 지는 몇 년이나 됐습니까?”
“이제 한 20일 넘었을걸.”
“20일이요?”
조민식은 어이가 없었다.
물론, 아무리 맛집의 기준이 사람이 많이 찾는 기준이라 하지만, 이제 20일밖에 안 된 집을 맛집으로 선정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조민식이 실망스럽다는 듯 말했다.
“형님, 아무리 그래도 20일은 너무 했는데요.”
“왜, 이제는 또 날짜가 걸리는가?”
“물론 날짜가 절대적 기준이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는 정도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무슨 개업 광고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내가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결정은 조 피디가 알아서 해. 조 피디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는데 나도 그냥 가볍게 얘기하는 거 아냐. 내 나름대로는 이것저것 알아보고 이 정도면 충분히 맛집으로서의 자격이 있겠다고 싶어서 추천하는 거야.”
조민식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렇게까지 집착을 보이는 이일우의 행동에 의문이 생겼다. 보통 이 정도 얘기했으면 평상시라면 알았다며 한발 뒤로 물러났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끝까지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는 이일우의 모습이 낯설 정도로 느껴졌다.
조민식은 물었다.
“형님, 혹시 그 사장님하고 잘 아십니까?”
“뭐야? 그 말은 지금 내가 내 개인적인 사심으로 이런다는 거야?”
“물론 그럴 건 아니라는 건 믿지만, 평상시와 너무 달라서 그렇습니다.”
“이 사람아, 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거야? 자네 말처럼 내가 평상시하고 다르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해봤나?”
갑갑한 건 오히려 이일우 자신이었다.
며칠 전 유성일 소장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너무 놀랐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시켜 자세한 상황을 알아봤다.
그 결과 놀라운 사실을 확인했다.
우선은 매출이었다.
하루 평균 320개는 가볍게 넘긴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특이한 건 아침 손님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학생들 때문이었다.
아침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이 아침을 라면 가게에서 해결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건 바로 공깃밥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아이디어는 사장인 김현성의 작품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신메뉴의 개발이었다.
불과 보름 만에 새로운 메뉴를 내놓은 것이다. 그런데 그 신메뉴가 반응이 좋다는 것이다.
신메뉴의 처음 목적은 어른층을 늘리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그 목표는 충분히 달성했다고 했다.
그런데 특이한 건 여학생들 사이에서 그 신메뉴인 해장 라면이 인기가 좋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해장 라면에 들어간 콩나물이 여성들의 다이어트와 피부미용에 좋다는 소문이 돌면서 유행처럼 번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매운맛을 내는 양념장이다.
라면 스프 외에 별도의 양념장을 만들어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맛에 학생들이 열광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양념장을 만든 주인공은 역시나 어린 김현성이라는 것이다.
조민식이 말했다.
“형님이 직접 조사를 했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니까. 오죽했으면 내가 우리 직원을 그 강원도 시골까지 직접 보냈겠는가.”
“시골이요?”
“그래, 면 소재지야. 그런 곳에서 하루에 거의 10만 원을 판다고 생각해 보게. 그게 어디 보통 일인가?”
“10만 원이요?”
“그렇다니까. 그것도 라면만 팔아서 말이야. 대단하지 않나?”
조민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내라면 모를까, 아니, 시내에서도 웬만한 가게에서는 팔 수 없는 금액이다. 그런데 그 금액을 시골에서 팔았다는 건 역시 보통은 아니란 거다.
조민식이 물었다.
“그 정도 매출을 올리려면 당연히 자신만의 특이한 뭔가가 있겠지요?”
“당연하지.”
“혹시 그게 뭡니까?”
“예끼, 이 사람아.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떻게 하나? 자네가 알아내야지. 촬영도 안 하고 방송하려고?”
“아, 그게 그렇게 되는 건가요? 어찌 됐건 형님 얘기를 듣고 나니 궁금해지긴 하네요. 그건 그렇고 그 사장님은 어떤 분인가요?”
“하하, 하하하…….”
이일우는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조민식이 어이없다는 듯 이일우를 바라봤다.
“뭡니까? 갑자기 그 웃음은?”
“나중에 촬영하게 되면 내가 지금 왜 웃는지 알게 될 거야.”
“아니, 도대체 그 사장님이 어떤 분이길래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혹시 괴팍하거나 이상한 사람은 아니죠?”
“그거까지는 내가 비밀로 하지. 그 재미는 조 피디가 직접 경험해 보라고. 내 얘기는 여기까지.”
이일우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어이가 없는 건 조민식이었지만 더 이상 물어봐야 소용이 없다는 걸 알기에 남은 커피를 마신 후 이일후와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방송국으로 돌아온 조민식.
조민식이 사무실에 도착하자 조감독인 윤세영과 김시현 작가가 쪼르륵 다가왔다.
조감독인 윤세영이 먼저 물었다.
“감독님, 어떻게 됐어요? 물건이 맞습니까?”
“글쎄, 아직은 잘 모르겠어. 근데 말이야…….”
“왜,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그게…….”
조민식은 쉽게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시현 작가가 조민식을 보며 바로 물었다.
“감독님, 무슨 일인데 말씀을 못 하세요? 혹시 청탁이에요?”
방송일을 하다 보면 어쩌다 지인이 식당을 오픈하는 경우 광고를 목적으로 촬영을 부탁하는 경우가 있다. 김시현은 지금 그 경우를 묻는 것이다.
그러자 조민식이 말했다.
“그런 건 아니고.”
“그게 아니면 뭔데요?”
“그게 말이야. 라면이라서…….”
“라면이요? 라면이 어때서요? 어차피 우리가 전문 요리를 다루는 프로그램도 아니고 맛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김시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그러자 조민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상관없겠지?”
“제 생각엔 문제 될 게 없을 거 같은데요. 어차피 우리야 맛집 기행 아닙니까? 당연히 장사 잘되는 집이니 사람도 많이 몰려올 테고.”
그때 옆에 있던 윤세영이 말했다.
“감독님, 제 생각에도 별 상관은 없을 거 같습니다. 근데 거기가 어딥니까?”
“서명면이라고 강원도 시골이야.”
“서명면이요?”
윤세영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자 조민식이 바로 물었다.
“왜, 아는 데야?”
“혹시 거기가 라면 한 번 먹으려면 한 시간 이상씩 줄을 서야 한다는 데 아닌가요?”
“장사가 잘된다고 하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근데 조감독은 거길 어떻게 알아?”
“우리 외가가 그쪽이지 않습니까? 어제 조카랑 통화하는데 그런 소리를 하더라고요. 자기 동네에 얼마 전에 라면 가게가 생겼는데 라면 한 번 먹으려면 한 시간 이상씩 줄은 서야 한다고.”
조민식은 메모지를 윤세영에게 건넸다. 조금 전에 이일우 실장으로부터 받은 메모지였다. 물론 그 메모지에는 그 가게 주소가 적혀 있었다.
“여기 맞아?”
“주소는 정확히 모르겠고 여기 상호 보니까 알겠네요. 상호가 특이했거든요. 바로 ‘사나이 울리는 씬라면’ 이 맞네요. 그렇지 않아도 그 얘기 듣고 감독님한테 말씀드리려고 했었는데 이렇게 또 연결이 되네요.”
조민식과 윤세영은 마주 보며 신기하다는 듯 빙긋 웃었다.
그때 김시현이 윤세영을 보며 말했다.
“거기 진짜 대박집인가 봐요?”
“자세한 건 잘 모르겠고 황당한 게 뭔지 알아요?”
“황당한 거요?”
“네, 글쎄 거기 사장이 고등학생이랍니다.”
“네? 고등학생이요?”
놀란 건 김시현뿐만이 아니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조민식이 큰 소리로 물었다.
“뭐라고?”
“저도 처음엔 어이가 없었는데, 글쎄 거기 사장이 고2랍니다.”
“고2? 아니, 학생이 무슨…….”
조민식은 그제야 조금 전에 이일우 실장의 행동이 이해가 갔다. 사장이 어떤 사람이냐고 묻자 그냥 웃더니 나중에 직접 알아보라는 것이었다.
‘고2 학생이 사장이라…….’
은근 관심이 가는 조민식이었다.
“이봐, 조감독.”
“네, 감독님.”
“촬영 스케줄 없는 날 거기 좀 다녀와. 가서 라면도 좀 먹어보고 진짜 대박집이 맞는지도 확인해보고 마지막으로 섭외도 가능한지 물어보라고.”
“네, 알겠습니다. 이번 주는 촬영 때문에 안 되고 다음 주에 다녀오겠습니다.”
조민식의 입가에 흥미롭다는 듯 옅은 미소가 번졌다.
처음엔 솔직히 라면 가게라 망설인 건 사실이다. 아무리 요리 전문 방송은 아니지만 라면 가게를 맛집으로 방송하기에는 왠지 찝찝했었다.
더군다나 오픈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는 말에 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장이 고등학생이라는 말에 그런 마음이 싹 사라졌다. 어쩌면 고등학생이라는 이름 하나로 염려했던 그 모든 것을 날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민식이 모르는 게 있었다. 현성은 인물도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
영업을 마친 현성.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드디어 목표로 했던 10만 원을 오늘 넘긴 것이다.
신메뉴를 출시하면서 320개는 기본적으로 넘었다. 그러더니 어제는 330개까지 나갔다. 금액으로 계산하면 99,000원이다.
천 원이 모자란 10만 원이었다. 4개만 더 나갔어도 10만 원을 넘길 수 있었다. 아쉬운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런데 드디어 오늘 350개를 찍었다. 금액으로는 105,000원.
“아자!”
자신도 모르게 기합이 들어갔다.
그러자 청소를 하던 신명순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사장님, 드디어 넘은 겁니까?”
“네, 넘었습니다.”
“얼맙니까?”
“350개요. 105,000원입니다. 며칠째 사람 속을 태우더니 오늘에서야 넘겼습니다!”
현성의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그러자 신명순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축하해요, 사장님.”
“어머니가 제일 고생 많으셨어요.”
“아닙니다. 다들 고생했죠. 어쨌거나 사장님이 그래도 제일 고생 많이 하셨어요.”
그때 김지숙과 김일수가 다가왔다.
이미 신명순과 현성이 나눈 대화를 들은 상태라 굳이 말 안 해도 무슨 상황인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세 사람을 보며 현성이 말했다.
“갑시다!”
“네? 어디로요?”
“어디긴 어딥니까? 고기 먹으러 가는 거죠. 오늘 같은 날 회식 안 하면 언제 하겠습니까?”
“며칠 전에 보너스도 주셨는데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닙니까?”
김지숙이 말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돈은 쓰라고 버는 겁니다. 돈 쓰는 것도 기술입니다. 이럴 때 안 쓰면 그런 놈은 돈 벌 자격도 없는 겁니다. 자, 고기 먹으러 가시죠.”
전생에서는 한 번도 하지 못했던 말이다.
항상 부족했으니까.
그래서였을까.
현성의 목소리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