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98)
회귀해서 건물주-198화(198/740)
198
현성은 박희철한테 전화를 걸었다.
누구보다도 기뻐할 사람이 박희철임을 알기 때문이다.
신호가 몇 번 울리자 박희철이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아저씨 접니다.”
– 어? 자네가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지금 뭐 하세요?”
– 그냥 TV 보고 있지 뭐.
“지금 나오실 수 있어요?”
– 자네가 부르는데 당연히 나갈 수야 있지. 그나저나 이유나 알고 나가자고.
“그게 말입니다. 오늘 드디어 목표 달성했습니다.”
현성의 목표 달성이라는 말에 박희철은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아챘다.
– 얼마야?
“십만 오천 원입니다. 350개 찍었습니다.”
– 허! 350개라…….
“그래서 회식을 하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아저씨한테 먼저 말씀을 드려야 할 거 같아서 이렇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 잘했네. 안 했으면 내가 서운하지. 어차피 차 타고 가면 10분이면 도착할 테니까 먼저 식당에 가 있어.
“어차피 다른 사람들은 이미 식당에 갔습니다. 저는 공중전화에서 전화하는 거고요.”
– 알았네, 그럼 조금 이따가 보세.
“네, 조심해서 오세요.”
뚝.
전화를 끊은 박희철.
그의 입가엔 어느새 흡족한 듯 미소가 번졌다.
‘고 녀석 참…….’
물론 목표로 했던 10만 원을 넘겼다는 말에 기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기분이 좋은 건 현성의 행동 때문이다.
얼마든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중에 말한다고 해도 누구도 뭐라 할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현성은 그러지 않고 가장 먼저 전화를 걸어 그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지금 박희철은 그런 현성의 행동이 한없이 고마운 것이다.
전화를 끊은 현성은 공중전화부스를 나와 미소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는 이미 신명순과 김지숙 그리고 김일수가 현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성이 자리에 앉자 신명순이 물었다.
“회장님 부른 겁니까?”
“네, 아무래도 그래야 할 거 같아서요. 누구보다도 좋아하실 분이 그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잘하셨어요. 이럴 때 보면 우리 사장님 속이 참 깊어요.”
“어머니도 참……, 그건 그렇고 어머니 식당 밖인데 말씀은 편하게 놓으세요. 제가 불편해서요.”
“아, 그게 이젠 자꾸 습관이 되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그만…….”
신명순은 머리를 살짝 긁적였다.
그때 미소식당 사장인 권오영이 다가와 현성을 보며 말했다.
“김 사장, 오늘 무슨 좋은 일 있어?”
“아니요,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매일 고생들 하시니까 회식 좀 하려고요.”
현성은 슬쩍 둘러댔다. 그렇다고 거기서 대놓고 자랑질을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현성의 생각이었다.
“우리 오늘 장사 잘됐거든요. 그래서 사장님이 오늘 고기 사주시는 거예요.”
김지숙이 그새를 참지 못하고 말했다.
김지숙의 말에 권오영이 웃으며 바로 물었다.
“허허, 축하할 일이네요. 그런데 얼마나 올랐기에…….”
“10만 원 넘었어요.”
권오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대답하는 김지숙이었다.
“10만 원이요?”
“네, 우리 사장님 대단하죠?”
김지숙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도 빛나는 순간이었다.
권오영 사장이 이번엔 현성을 보며 물었다.
“김 사장, 진짜야?”
“헤헤, 운이 좋았습니다.”
“어린 친구가 겸손하기는……, 그게 어디 운으로 되는 건가? 하여간 대단하네. 그렇지 않아도 거기 소식은 여기서도 들었네.”
“소식이요?”
‘소식’이란 말에 현성은 권오영을 바라봤다.
그러자 권오영이 말했다.
“해장 라면 말이야. 요즘 제일 인기가 좋다며?”
“아, 그거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저희로서는 손님들이 좋아해 주시니 감사할 뿐이죠.”
“하여간 어린 친구가 대단하네. 그건 그렇고 고기는 어떻게 줄까?”
“일단 삼겹살로 10인분 주세요.”
“10인분? 그렇게나 많이?”
권오영은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했다.
“먹을 때 실컷 먹으려고요. 그리고 우리 이 친구가 혼자서도 4인분은 거뜬하거든요.”
현성은 말을 하면서 김일수를 바라봤다.
그러자 김일수가 피식 웃었다. 무언의 긍정이었다.
그 모습을 본 권오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다른 건 더 필요한 거 없고?”
“맥주하고 사이다도 주세요. 그리고 참, 한 사람 더 올 거니까 잔도 하나 더 주시고요.”
“한 사람? 혹시 희철이 형님 오시는 거야?”
“네, 금방 오실 겁니다.”
현성의 주문이 끝나자 권오영은 고개를 숙인 후 주방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테이블에 기본 세팅이 이루어지고 불판에는 삼겹살이 그림같이 자리를 잡았다.
그때 가게 문이 열리면서 박희철이 들어왔다.
박희철을 제일 먼저 맞은 건 권오영 사장이었다.
“형님 오셨습니까?”
“어, 그래. 장사는 여전하지?”
“네, 덕분에 괜찮습니다. 근데 요즘 무슨 좋은 일 있으십니까? 얼굴빛이 아주 좋으십니다.”
“좋은 일?”
“오늘 유달리 좋아 보여서요.”
“허허, 그런가. 얼굴에 그렇게 티가 나는가? 이게 다 저기 앉아 있는 김 사장 때문일세. 글쎄 이 시간에 집에 있는 이 늙은이를 불러내지 않겠나. 그러니 내가 기분이 좋을 수밖에.”
박희철은 일부러 자랑이라도 하듯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권오영이 말했다.
“역시 오늘 주인공은 김 사장이군요.”
“당연하지. 하여간 어디서 저런 복덩이가 굴러들어왔는지 내가 요즘 사는 맛이 난다네.”
“아, 네.”
권오영이 빙긋 웃으며 박희철을 현성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안내했다.
박희철이 다가오자 현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나머지 사람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박희철을 맞았다.
현성이 먼저 말했다.
“오셨어요?”
“어, 그래. 아직 시작은 안 했나 보군.”“이제 막 고기 올렸습니다. 여기 가운데 앉으시면 됩니다.”
현성은 가운데 자리로 박희철을 안내했다.
그 자리는 신명순의 옆자리였다.
그러자 박희철이 신명순을 힐끔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신 여사님 실례 좀 하겠습니다.”
“……네, 어서 오세요.”
그때 김일수가 현성을 보며 말했다.
“현성아, 고기 다 익었는데…….”
“어, 그래.”
현성은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말했다.
“자, 고기도 다 익었으니 이제 시작해 볼까요.”
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희철을 보며 말했다.
“맥주 괜찮으시겠습니까?”
“먹어야지. 이런 날 안 먹으면 언제 먹겠는가? 차야 놔두고 택시 타고 가면 되지.”
“네, 알겠습니다. 그럼 한잔 올리겠습니다.”
현성은 박희철의 맥주 컵에 맥주를 가득 따랐다.
그러자 박희철이 말했다.
“자네도 한잔할 텐가?”
“아닙니다. 괜히 한잔 먹고 지난번처럼 운동장 50바퀴 뛸 일 있습니까? 저는 그저 사이다나 마시겠습니다.”
“그때야 박쥐 두 마리 때문에 그랬지. 오늘도 설마 그럴 일이야 있겠는가?”
“혹시 압니까? 어디선가 우리를 보고 있을지.”
현성은 괜히 주변을 살피는 척 주위를 돌아봤다.
그러자 박희철이 웃으며 말했다.
“자네도 뒤끝이 있구먼?”
“맥주 한 잔 먹고 운동장 50바퀴 돌아보십시오. 그러면 없던 뒤끝도 생길 겁니다.”
“허허, 알았네. 자, 그럼 이거라도 한잔 받게.”
박희철은 웃으며 사이다병을 들었다.
그때였다.
식당 문이 열리면서 두 사람이 들어왔다.
현성이 박희철을 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박쥐 두 마리 왔는데요.”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오상철과 최민성이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박희철은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허!”
그리곤 손을 들어 오상철을 불렀다.
“이봐, 상철이 왔는가?”
“어? 그, 그래. 자네가 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인가?”
예상을 못 했는지 오상철은 말까지 더듬었다.
그러자 박희철이 다시 말했다.
“오늘 글쎄 김 사장이 대박 났다고 하길래 이렇게 축하하려고 왔네.”
“대박?”
“응, 글쎄 10만 원을 넘겼다지 뭔가?”
“얼마?”
오상철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요즘 들어 해장 라면으로 인해 장사 잘된다는 얘기는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10만 원을 넘길 줄은 몰랐다.
박희철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뭐야? 이제는 귀도 잘 안 들리는 거야?”
“뭐? 이 사람이…….”
“아직은 아니지?”
“됐네. 사람을 놀려도 유분수지……, 사람들 앞에서 이게 뭔 짓인가?”
“아니, 난 또 못 들은 줄 알고, 오해는 마시게. 난 자네가 걱정돼서 한 소리니까.”
누가 봐도 놀림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상황에 더 화를 낼 수도 없는 오상철이었다.
그런데 더 기분 나쁜 건 그 옆에 앉아 있는 현성이었다.
마치 이 상황을 즐기기라도 하듯 히죽거리는 모습이 눈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것을 알면서도 뭐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며칠 전에 있었던 쓰레기 사건 때문이다.
혹시라도 뭐라 했다가 그 얘기를 꺼내기라도 한다면 자신만 초라해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때 박희철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알았네, 그럼 먹고 가게.”
“…….”
기분이 상한 터라 굳이 대답하기도 싫은 오상철이었다.
그때였다.
“아저씨!”
현성이 오상철을 불렀다.
“어? 왜?”
“뭐 하나 여쭤도 돼요?”
“……뭐?”
대답하기 싫었다. 하지만 부르는데 대답을 안 할 수는 없었다.
그때 현성이 말했다.
“요즘은 쓰레기 어디다 버려요?”
“…….”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오상철이었다.
룸으로 들어온 오상철과 최민성.
벌컥벌컥.
오상철은 물부터 한 컵 마셨다.
그때 최민성이 말했다.
“형님, 저 새끼 아까 웃는 거 보셨습니까?”
“휴우…….”
대답 대신 한숨만 내뿜는 오상철이었다.
그러자 최민성이 다시 말했다.
“무슨 애새끼가 어른을 바라보는 눈빛이 그게 뭡니까?”
“자네 눈에는 저 자식이 애새끼로 보여?”
“그러게 말입니다. 하여간 보통 새끼가 아닌 건 분명한데 문제는 저 새끼를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걔들은 요즘 뭐해?”
“걔들이요?”
최민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오상철이 다시 말했다.
“홍천에 있는 애들 말이야.”
“아, 이춘식이요?”
“이춘식인지 김춘식인지 걔들 한 번 더 써먹을 때 된 거 아니야?”
“걔들 한 번 부를까요?”
“맨날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 우리도 뭔가 한방 날려야 할 거 아니야?”
최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에 일거리 없냐고 전화도 왔었다. 전화만 한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달려올 녀석들이다.
“내일 오라고 할까요?”
“그거까지 내가 얘기해줘야 해? 이제 그 정도는 알아서 혼자서 할 수 있잖아? 언제까지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얘기해줘야 하는 거야?”
“네? 아, 아니 형님…….”
최민성은 황당했다. 물론 좀 전에 꼬맹이 때문에 기분 나쁜 거야 알겠지만 그렇다고 자신한테 이렇게 짜증을 낼 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왜? 기분 나빠?”
“그게 아니라, 왜 저한테 짜증을…….”
“뭐? 짜증? 이 친구가 보자 보자 하니까 못 하는 소리가 없네. 같이 놀아 주니까 이젠 내가 홍어 거시기로 보여?”
순간적으로 오상철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자 최민성이 말했다.
“형님 진정하세요. 밖에서 다 듣겠습니다.”
“어? 어, 그 그래…….”
“형님, 오늘 왜 이러십니까?”
“몰라서 물어?”
오상철은 문 쪽을 바라봤다.
그러자 최민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 밖에 있는 저 새끼 때문이군요?”
“어떻게 좀 해봐.”
“형님, 걱정하지 마십쇼. 이번엔 틀림없이 확실히 밟아놓도록 하겠습니다.”
최민성은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었다.
두 사람은 이때까지도 알지 못했다. 무모한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