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199)
회귀해서 건물주-199화(199/740)
199
다음날 오후.
수업을 마친 현성은 김일수와 함께 교실을 빠져나왔다.
두 사람의 발걸음은 빨랐다.
서두르는 이유는 오직 하나, 수업이 끝난 이 시간대가 가장 바쁜 시간이기 때문이다.
김일수가 현성을 보며 물었다.
“오늘도 손님들 많겠지?”
“아마도 최소한 30명 이상은 줄 서 있지 않을까 싶은데…….”
“아니야, 이 시간이면 아무리 못돼도 50명은 넘을 거야. 어제 이 시간에도 그랬잖아.”
“가보면 알겠지. 어서 가자.”
두 사람은 발걸음을 더욱 재촉했다.
두 사람이 가게가 있는 골목에 막 다다랐을 때였다.
“뭐야?”
현성은 깜짝 놀랐다.
이 시간이면 최소한 30명 이상은 줄을 서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골목 안쪽으론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이야?”
김일수도 소리를 질렀다.
타다닥.
더 이상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현성은 가게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현성이 가게에 도착하자마자 신명순이 바로 다가왔다. 이미 밖에서 현성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사장님!”
신명순의 목소리가 떨렸다.
현성은 신명순을 보며 바로 물었다.
“어머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큰일 났어요.”
“큰일이요? 아니 무슨 일인데요?”
“그러니까…….”
신명순의 설명이 이어졌다.
한 시간 전쯤이라고 했다. 남자 세 명이 들어와서는 해장 라면을 주문했고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라면을 끓여줬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라면을 먹던 사람 중의 한 사람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사장을 찾았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라면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것이다.
신명순의 설명을 들은 현성이 물었다.
“이물질이요? 그게 뭡니까?”
“머리카락이요.”
“머리카락이요?”
현성은 어이가 없었다. 음식 장사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게 청결과 위생이었다. 그래서 주방에서만큼은 위생복과 위생 모자의 착용이 필수였다.
그런데 머리카락이라니…….
그 말은 결국 위생 모자를 벗고 조리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현성은 신명순을 보며 물었다.
“혹시 위생 모자 벗고 조리했습니까?”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그런 일은 절대 없었습니다. 저나 지숙이나 위생복과 위생 모자만큼은 절대로 벗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머리카락이 왜 나와요?”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그게 갑갑합니다.”
신명순으로서는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지금까지 수천 개의 라면을 끓여봤지만 이물질이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현성이 다시 물었다.
“혹시 그 머리카락 눈으로 직접 확인하셨습니까?”
“네. 확인했습니다.”
“길이가 어느 정도 되던가요?”
“대충 10cm 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10cm라…….’
이렇게 되면 최소한 신명순이나 김지숙의 머리카락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 이유는 두 사람 모두 머리가 길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머리카락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의 것이란 말인가?
그때 신명순이 조심스럽게 현성을 보며 말했다.
“사장님, 혹시 말입니다. 저 사람들이 나쁜 마음을 먹고 고의적으로 그런 건 아닐까요?”
“고의적으로 말입니까?”
“네, 제가 볼 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TV 보면 일부러 식당에서 그런 짓 하는 사람들 나오잖아요.”
“글쎄요…….”
물론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악의적으로 음식을 먹고 자신의 머리카락이나 아니면 다른 이물질을 넣고는 큰소리치는 사람들을 보기는 했었다.
그럴 경우 목적은 보통 세 가지다.
그 첫 번째가 돈이다.
만약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오게 되면 이유 불문하고 일단은 가게의 책임이다. 어떡하든 당장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돈을 요구하면 줄 수밖에 없다.
만약, 그렇지 않고 신고라도 들어가게 되면 더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영업방해다.
경쟁업소의 사주를 받거나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로 영업을 방해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무전취식.
치사한 방법이지만 먹고는 싶은데 돈이 없을 경우 극히 못된 인간들이 저지르는 행동이다.
적어도 여기서 세 번째는 아닐 것이다. 기껏해야 300원짜리 라면이다. 설마 라면을 먹기 위해서 저 짓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첫 번째 아니면 두 번째라는 얘긴데…….
잠깐 생각하던 현성은 신명순을 보며 물었다.
“혹시 그 손님들 우리 가게에 처음 온 사람들입니까?”
“아니요, 사장님도 보시면 알 겁니다. 저번에 매운맛 4단계를 시켰다가 맵다고 라면을 세 번씩이나 다시 시킨 사람들 말입니다. 그래서 결국 나중에는 사장님이 서비스로 라면을 줬던 그 사람들입니다.”
“네? 지금 저 안에 있는 사람들이 그때 그 사람들이란 말입니까?”
기억난다. 오래전 일도 아니다. 메뉴판에도 없는 매운맛 4단계를 시키며 생쇼를 벌였던 사람들이다.
이렇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저들이 누구와 연결이 됐는지 그날 이미 확인했었다. 장미다방에서 저들이 만났던 사람은 다름 아닌 최민성이었다.
최민성이야 어차피 오상철의 하수인일 뿐이고.
그렇다면 결국 저들의 뒤에는 오상철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현성은 신명순을 보며 다시 물었다.
“지금 저러고 있는 게 한 시간 째라고 그러셨죠?”
“네, 장사도 못 하게 저러고 있습니다.”
“결국은 장사를 못 하게 하는 게 저들의 목적이란 얘기네요.”
“그런 거 같아요. 이 일을 어쩌죠?”
신명순은 걱정스럽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짧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어차피 작정을 하고 온 놈들입니다. 쉽게 물러가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 어떡해요?”
“음……, 일단 대화라도 나눠 봐야죠. 그리고 상황 봐서 돈을 줘서라도 이곳에서 나가게 하는 게 우선일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놈들은 계속해서 버티고 있을 겁니다.”
어차피 하루 일당은 이미 오상철로부터 약속을 받았을 것이다. 그 얘기는 현성이 만약 돈을 주게 되면 그 돈은 저들의 부수입이 된다는 얘기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저들을 내보낼 수 있는 방법은 그거밖에 없다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일단 제가 들어가 보겠습니다.”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가게 문을 열었다.
“형님들 오셨습니까?”
현성은 이춘식 일당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가장 아쉬운 건 현성이다. 자존심을 내세울 때가 아니란 얘기다.
현성이 살갑게 대하자 당황한 건 오히려 이춘식이었다.
“어? 그, 그래.”
“라면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고요?”
“무슨 장사를 이따위로 하는 거야? 사람이 먹는 음식에서 이런 게 나오면 어쩌자는 거야?”
당황한 것도 잠시 이춘식은 바로 본색을 드러냈다.
그러자 현성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위생만큼은 철저히 신경을 쓰는데 오늘은 그만 실수가 있었나 봅니다.”
“실수? 어찌 됐건 인정한다는 거지?”
“그럼요. 당연히 인정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더욱 주의하겠습니다. 그러니 이번 한 번만 너그러이 봐주십시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혹시 신고라도 하는 날에는 일이 더욱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머리카락 하나에 크게 잘못될 거야 없겠지만 일단 귀찮아진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업에 지장이 생긴다는 것이다.
어떡하든 이 자리서 끝내려면 저들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는 없다는 게 현성의 판단이었다.
그때 이춘식이 말했다.
“어떡할 거야?”
“네?”
현성은 순간 황당했다.
무엇을 묻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현성이 제대로 답변을 못 하자 이춘식이 다시 말했다.
“우리가 여기서 한 시간 넘게 이러고 있었는데 어떡할 거냐고?”
“네? 아, 네…….”
현성은 그제야 이춘식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챘다.
이춘식이 원하는 건 보상이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현성으로선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그저 이들의 목적은 영업방해가 다인 줄 알았다. 그래서 조금 전 어떡할 거냐고 물었을 때도 그 의도가 무엇인지 알아챌 수 없었던 것이다.
현성은 얼른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냈다.
“형님, 이거라도 받아 주십시오.”
“이걸 지금 우리한테 주는 거야?”
“네, 그걸로 소주라도 한잔하시고 기분 푸십시오.”
“꼬맹이 사장님, 이거 왜 이러시나? 요즘 여기 장사 잘된다는 거 다 알고 왔는데 이러면 우리가 섭섭하지. 쓰는 김에 조금만 더 써.”
역시 이들의 목적은 영업방해만이 아니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이들은 영업방해뿐만이 아니고 다른 목적도 있었던 것이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두 장을 더 꺼냈다.
물론, 이대로 이 돈을 이들에게 줄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어차피 돈이야 나중에라도 찾으면 될 것이고 지금 당장은 조금이라도 빨리 이곳에서 이놈들을 몰아내고 영업을 시작하는 것이 낫겠다는 게 현성의 판단이었다.
“여기 있습니다.”
현성이 돈을 내밀자 이춘식이 돈을 받으며 씩 웃었다.
“역시 요즘 장사 잘되긴 잘되는가 봐. 말하면 바로 나오네.”
“그런 거 아닙니다. 저도 나름대로 힘든 점이 많습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뭐야 이제 우리보고 꺼지라 이거야?”
“형님, 도와주십시오. 우리도 저녁 장사는 해야 할 거 아닙니까? 다음에 한 번 다시 놀러 오십시오. 그땐 술 한잔 사겠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그만…….”
현성은 입술을 꽉 깨물며 말을 이었다.
그러자 이춘식이 씩 웃으며 현성의 말을 받았다.
“다음에?”
“네, 다음에 쉬는 날 한 번 오십시오. 삼겹살에 소주 한잔 대접하겠습니다.”
“자식, 장사를 해서 그런지 눈치가 빠르네.”
“살아가는 지혜 아니겠습니까?”
현성은 일부러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이춘식이 맞은편에 앉은 최희철과 안용수를 보며 말했다.
“이렇게까지 얘기하는데 우리도 이제 그만 가야지?”
“그래, 다음에 와서 소주나 한잔하자고.”
“어린 사장이 그래도 싸가지는 있네.”
각자 한마디씩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현성으로선 당장이라도 목을 비틀어 버리고 싶었지만 끝까지 참을 수밖에 없었다.
“꼬맹이 사장님, 그럼 다음에 보자고. 그리고 이 돈은 너무 아깝다고 생각하지 마. 어차피 세상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법이니까.”
이춘식이 나가면서 현성의 어깨를 툭 쳤다.
현성은 그런 이춘식의 뒷모습을 보며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고 말았다.
세 사람이 가게를 나가자 신명순이 득달같이 다가왔다.
“사장님, 다음에 또 오라니요? 지금 제정신입니까?”
“다음이요? 그럴 일 없습니다. 어차피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좀 전에 사장님이 분명히…….”
“일단 내보내야 할 거 아닙니까? 저는 이제부터 나가서 돈 찾아올 테니까 어머니는 장사 준비하세요.”
“돈이요?”
“3만 원이면 라면이 100그릇입니다. 그 돈을 그냥 줄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아니 어떻게…….”
현성은 신명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발길을 돌렸다.
현성이 가게 문을 막 나서려 할 때였다.
누군가 현성의 앞을 가로막았다.
김일수였다.
“혼자 괜찮겠어?”
“걱정하지 말고 장사 준비나 하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다치면 안 된다.”
“알았어, 그리고 아까는 잘 참았어. 주먹 함부로 써서 좋을 거 하나도 없어. 때로는 비굴하더라도 참는 게 이길 때도 있는 거야.”
현성은 알고 있었다.
아까 현성이 주머니에서 돈을 끄집어낼 때였다.
현성을 지켜보던 김일수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앞으로 나서려고 했었다.
그 순간 현성은 김일수의 행동을 미리 알아챘고 눈짓으로 그를 말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김일수는 현성의 말을 들었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만약 그때 참지 못하고 사달이 났다면 지금쯤이면 가게 안은 난장판이 돼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가장 큰 피해는 어쩔 수 없이 가게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때로는 참는 게 이기는 거라는 걸 오늘 제대로 보여준 김일수였다.
현성은 김일수를 뒤로한 채 가게를 나와 이춘식 일당이 사라진 방향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